1/4 분기 첫모임
2025년 1월 11일 더 펜션 502에서 가졌습니다.
방이 아니라 마주 보며 큰절은 못 하였지만 90도 인사로 서로 존중하고 건강하자는 의미로
신년교례식과 1/4분기 첫 모임을 시작하였습니다.
당일 음식 준비로 수고하신 정철회장님, 주열부부. 용영사모님께 지면을 빌려 감사드립니다.
설을 앞두고 어린 시절 목욕이바구 하나 올려봅니다
당시에는 대부분 집에서 연탄불에 물을 데워 대야에 채워 목욕했다.
이 목욕도 자주 하는 게 아니라 겨울철 설을 앞두고 연중행사처럼 한 번씩 때를 벗기곤 했다.
나는 지형이 높은 곳에서 살아 동네에 수도 있는 집이 없어 수돗물을 파는 집에서 한 동이에
얼마씩 돈을 주고 사다 나른 기억이 있다.
이렇듯 우리 어린 시절은 전기, 물, 생활필수품 등이 모든 물자가 부족한 시대였고 가난한 시절이었다.
시내로 가면 제법 잘사는 집들도 있었지만….
며칠 앞으로 다가온 설을 맞이하여 어릴 적 목욕탕에 대한 기억이 떠올라 글을 적어본다.
첩첩 산골 폭포수 아래 물줄기를 맞으며 득도를 했듯이 나도 언젠가 머리가 번쩍하며 아주 적은 깨달음을
가진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목욕탕을 처음 가본 게 아마 초등학교 5학년 때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인가 싶다.
목욕탕에 얼마간 친구들과 신나게 놀다 지칠 때쯤
우선 뜨거운 물에 몸을 담가 때를 불리는 게 첫 번째 임무였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가 때를 물리는 것은 크나큰 고역이었다.
이런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예전에 자주 볼 수 있는 광경이 펼쳐졌지….
뜨거운 탕 속에 앉아서 머리에 수건을 올려놓고 여유롭게 봉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시조 가락을 읊조리는 노인들이 바로 그것이다.
뜨겁고 숨 막히는 최악의 환경(?)에서도 나처럼 경망스럽지 않은 느긋함과 인내심에 어린 나는 감탄과 존경심이
가슴에서 우러났다.
헐~~~이런 경외감이 나중에 대반전으로 다가설 줄이야.
한편 60년대 당시 텔레비전이 최고의 오락거리였다.
TV 있는 친구 집이나, 동네 만화방에서 즐기는 combat, 보난자, 황금박쥐, 벰*베라*베로가 나오는 요괴 인간,
연속극 여로 등 ㅎㅎ
성인이 된 후로도 늘 TV는 나의 최애이자 삶의 소중한 한 부분이었다.
성인이 된 후로도 형사 콜롬보, 수사반장, 600만불의 사나이, 대장금등등. . .
그런데 50대 넘어서 인가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라마가 식상해지기 시작했는데 나와 비슷한
연배의 남성들도 대체로 또이또이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인생 자체를 달관하여야 하는 나이에 TV 드라마를 본다는 자체가 경쟁 사회에서 루저로 취급되는
분위기를 타는 점도 있었다.
그런데 몇 해 전에 나를 확 깨우는 계기가 있었다.
목욕탕을 갔었는데 중딩처럼 보이는 아이가 용감하게도 욕탕으로 씩씩하게 돌진 입수하였다가
바로 “앗뜨거!”하면서 총알처럼 튀어나오는 걸 보았는데 오랜 세월 전 바로 내 모습이 오버램이 되어
옅은 미소가 저절로 피어났다.
웃음을 머금으며 열탕 속으로 몸을 쓱 밀어 넣으니 바로 기분 좋은 열기가 온몸을 감 싸워온다.
순간, 찌릿한 생각이 머리로 확 몰려온다..
뜨거움에 놀라는 저들의 싱싱한 피부감각이 지극히 정상이고 그것을 느끼지 못하는 지금의 내가 비정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 거였다.
아하 그렇구나!
피부세포의 노화, 감각의 둔감성
(믿거나 말거나 세속에 찌든 겹겹이 쌓인 각질들. . .)
어릴 때 욕탕 속 노인에 대한 경외심이 측은함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나이 들며 내 몸을 감싸고 있던 감각의 비늘들이 하나둘씩 쑥쑥 나도 모르게 빠져 나갔던 거지
통증도 남기지 않은 채ㅠㅠ
그만치 세월의 아드레날린은 은밀했던 거였지.
비로소 노화에 대한 각성이 샤워기 꼭지로부터 냉수가 쏟아지듯이 정수리 부처 쏴 아악 하며 다가왔다.
쇼크가 이번 한 번으로 끝났으면 좋으련만….
그로부터 며칠 후 우연히 뭔가 알아볼 일로 너 튜브를 보다가 리바이벌로 머리가 번쩍하였는데
이거 더 세고 심각한 자각이었다.
앞번 말한 50줄 넘어 TV를 보지 않게 된 것이 저급하고 유치한 대중문화를 초월한 경지로 입문한 것이기
때문이 아니라, 나이 들어 감성과 공감 능력이 무디어졌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되돌아보면 육체의 노화보다도 감성과 공감력의 퇴행이 더 심각한 것 같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요새 장년층도 나름대로 감성과 문화 그리고 건강을 찾아 많이들 모이는 그것 같다.
색소폰, 파크골프, 콜라텍, 각종 동호회….
헐~~ 정작 아쉬운 건 30.40대 50대 60대 각각 세대별로 나누어진 방으로 문 닫고 들어가 버리는 것이다.
그러니 나이 들수록 타 세대를 이해할 수 있는 공감 능력도 떨어지고 함께할 기회도 적어진다.
거기다 보편적 공감을 이끌어낼 문화 콘텐츠도 부족하고 탈출구가 보이질 않는다.
저번 TV에서 방탄소년단 소속 하이브의장 방시혁은 ‘소수가 열광하면서도 지역, 세대 간 보편성을 갖춘
문화예술 컨덴츠’를 계속 개발하겠다고 하는데 시대 상황을 제대로 읽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텔레비전도 줄곧 내가 즐기는 스포츠와 가볍게 보는 예능프로에서 눈을 잠시 돌려 집사람이 보는 연속극도
한 번쯤 보려 한다..
그러면 감성의 희망이 보일랑가 모르겠지만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