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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와 생명 그 깨달음의 보고
11-6 관계 : 지구와 생명3
(이 글은 전체 열여덟 편 중 11번째 글의 여섯번째입니다. 이 글은 앞글의 결론의 연장이기 때문에 처음 읽으시는 분들은 첫 번 글부터 차례로 읽으시는 것이 전체의 맥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유머] 산소 같은 여자
어떤 부부모임에서 사회자가 각자 자신의 남편과 아내에게 평소에 하지 못했던 칭찬, 감사의 말을 하도록 했다.
‘당신은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의미’라고 하는 사람,
‘당신과 결혼한 것은 내 생애 가장 탁월한 선택이었다’,
‘나는 다시 태어나도 당신만을 사랑하리라’ 등등 최상의 찬사가 쏟아져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되었다.
그런데 한 부인!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화가 나서 난리가 났다.
지켜보던 사회자! 그 남편에게,
“무슨 말씀을 하셨기에 부인께서 저렇게 화를 내시는가요?”라고 하자,
남편은 “아니 저는 산소 같은 여자라고 했는데 저러잖아요?”하는 거다.
듣고 있던 덩치가 큰 그 부인! 버럭 소릴 지른다.
“언제 당신이 산소같은 여자라고 했어?
산 소 같은 여자라고 했지.”
[동굴]
나는 아직 동굴 복도의 끝에 서 있다. 이 복도를 나가는 문은 아직 열리지 않는다. 나는 이 복도를 생명의 복도라 명명했다. 생명현상이 단지 우연인지 누군가의 작품인지 알려고 하는 것이 이 생명의 복도에서 해야 할 나의 미션이다. 오랜 시간 이 곳에 머물렀던 터라 갈증이 난다. 물을 마시고 싶다. 이리 저리 둘러보며 물을 찾고 있는데 [산소 같은 여자]란 제목아래 눈이 촉촉하고 피부가 눈부시게 빛나는 한 아름다운 여성의 광고 포스터 아래 [수소가 산소를 만났을 때 우리는 또 하나의 기적을 만난다]라는 문구와 함께 정수기가 놓여 있었다. 나는 갈증이 나는 터라 두 잔이나 연거푸 물을 마셨다. 차갑고 시원하지만 아무 맛도 없는 밋밋한 액체가 목구멍을 타고 식도로 내려간다. 이 무색, 무미, 무향의 액체가 흡수되자 나는 비로소 목마름이라는 생체의 욕구를 해소할 수 있게 되었다.
(물은 생명의 시작이며 생명의 보고이다)
물은 생명에 있어 절대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재료이다. 사람 몸의 약 70%는 물이다. 인간도 그렇지만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에게 있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물이다. 행성에 물이 액체로 존재한다는 것은 사실 거의 기적에 가깝다. 우주는 대부분 너무 차갑고, 간혹은 너무 뜨겁다. 물이 액체로 존재할 수는 온도의 범위는 고작 100도C이고, 생명 활동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미지근한 물의 온도범위를 생각하면 그 간격은 현격히 줄어 범위는 20~30도C이다. 탄소가 타버린 부산물이 이산화탄소라면 수소의 부산물은 물이다. 어렸을 때 나는 '물은 왜 타지 않는가?'라는 생각을 해 본적이 있다. 아무도 대답해 주는 사람이 없어서 아주 어렵게 답을 얻었는데 '물은 이미 한번 탄 물질이라 다시 타지 않는다.'라는 답을 얻은 적이 있다. 그러고 보면 자연의 자원 재활용률은 100%이다. 탄소의 부산물인 이산화탄소는 광합성이라는 과정을 겪으면서 식물들에겐 공짜로 주어지는 소중하고 맛있는 음식이다. 수소의 부산물인 물은 어쩌면 생명 그 자체이다. 지구의 생명은 물의 보고인 바다에서 시작되었고 생명은 물과 유기물과 무기물의 절묘한 조합이다.
수소가 산소를 만나 전혀 새로운 물질인 물을 만들었다. 물은 수소의 성질도 산소의 성질도 없는 전혀 새로운 물질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미시세계에서 입자들의 결합과 배열은 마치 컴퓨터 프로그램의 소스의 결합과 같고 인간의 언어와 같이 결합전의 물질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새로운 물질이 만들어 지고 물질의 성질인 의미가 부여된다.
내가 비를 맞으니 나비가 되었다. '나'와 '비'가 합치니 '나비'가 되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비합리적인 일이 실제로 우주에선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자연과 우주의 모든 현상이 인과율이라는 합리성을 따를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거시 우주의 고전역학이 낳은 착각이다.
나는 문득 성경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한 처음에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는데 말씀은 하느님이셨다. 그분께서는 한 처음에 하느님과 함께 계셨다. 모든 것이 그분을 통하여 생겨났고 그분 없이 생겨난 것은 하나도 없다.(요한 1.1-3)]
그리스도교에서는 세상은 말씀으로 만들었다고 가르친다. 창세기에서도 하느님은 어떤 재료를 사용한 것이 아니라 그냥 말씀으로 세상을 창조하셨다.
[하느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빛이 생겨라." 하시자 빛이 생겼다.] (창세기1.3)
(빛은 어디에서 왔을까? 광자는 전자의 에너지이다. 즉 빛은 전자의 의미이다)
흙으로 만든 아담과 아담의 갈비뼈로 만든 하와의 이야기는 조금 다른 전승이야기다. 불교에서도 태초의 세상은 무였다.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우주는 창조되었다. 빅뱅이론에서 조차도 태초의 한 점은 사실은 없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우리 우주는 관념 우주이다. 우리는 관념 속에 존재하기 때문에 관념을 실재인 양 착각하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철학자들과 현자들이 이 오류에 속았던가?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그것은 컴퓨터의 게임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과 같다. 게임 속에서 움직이는 모든 캐릭터는 마치 살아있는 생명처럼 움직이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없다. 게임프로그래머가 게임속의 캐릭터를 만드는 것은 물질을 사용한 것이 아니다. 프로그램 소스라는 숫자와 문자로 캐릭터가 만들어지고, 그 캐릭터를 조정하는 게이머의 의지에 따라 내재된 프로그램 형식에 의하여 움직이고 싸우고 살고 죽기를 반복한다. 캐릭터와 그의 세상은 컴퓨터의 가상공간, 사실은 아무것도 없는 무의 공간이다. 그 공간이 컴퓨터 모니터에 나타나면 현실의 공간으로 마치 실재하는 것처럼 탈바꿈한다.
(컴퓨터에는 또 다른 우주가 있다. 이들에겐 저 안의 세상이 전부이고 실존이다)
의미 또한 마찬가지이다. 컴퓨터에게 [#FF0000]의 의미를 묻는다면 컴퓨터는 pure red 즉, 빨강이라고 답할 것이다. [#00FF00]는 녹색, [#0000FF]는 파랑을 의미하고, [#CCEEFF]는 하늘색을, [#000000]은 검정을 뜻한다. 인간이 만든 컴퓨터에는 이처럼 수십만 가지의 색깔이 코드로 지정되어있다. 컴퓨터 프로그램에 있어 색은 원래부터 주어져 있었던 것이 아니라, 프로그래머가 지정한 것이다. 우주 또한 그러하다. 양성자 하나에 전자 하나가 합치면 수소가 되고, 양성자 여덟에 중성자 여덟 그리고 전자가 여덟 개 있으면 산소가 된다. 그리고 수소 둘에 산소 하나가 합치면 물이 된다.
나는 성경의 창조 구절을 이렇게 바꾸고 싶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말씀처럼 만드셨다.]
수소와 산소가 만나 전혀 다른 물질인 물이 된 것처럼 사람들의 언어 또한 그러하지 않는가? 자음과 모음의 결합 형태에 따라 글자가 만들어지고 글자와 글자가 만나 서로 다른 의미의 낱말이 된다.
우주에는 우리가 발견한 17개의 기본 입자가 있다. 이들은 서로 네 그룹으로 나뉘는데 쿼크는 자음 역할을 하고, 렙톤은 모음 역할을 한다. 힉스는 자음과 모음인 쿼크와 렙톤에게 질량이라는 성질을 심어주고, 보존은 힘이라는 의미를 부여한다. 마침내 이 넷이 어울려 글자처럼 원자가 되고, 원자가 모여 어떤 의미를 가지는 낱말이 된다. 그것이 곧 분자일 것이다. 낱말들이 어떻게 배열되어 있느냐에 따라 마침내 문장이 된다. 그것이 곧 생명이다. 한 생명의 삶은 하나의 소설이며 한편의 수필이고 시 한 수이다.
그리고 나는 이 중에서 멋진 시처럼 살고 싶다.
(시처럼 산다는 것은 어떤것일까? 나그네 처럼 나는 내게 주어진 길을 가고 싶다)
우리는 이미 우리의 우주가 프로그래밍 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마치 컴퓨터 프로그래밍처럼 우주는 그렇게 프로그래밍 되어 있다. 생명도 그렇게 되어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 번 우리는 생명에서 탄소가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을 알아보았다. 탄소는 유기물의 형태로 생명체 자체를 구성하고 그 생명체가 살 수 있도록 온도를 조절 해 준다.
나는 탄소에 대한 깨달음을 얻고 긴 한숨을 쉬었다. 숨을 쉬는 동안 몸에 들어온 산소가 적혈구라는 멋진 레드카를 타고 온 몸을 순회한다. 산소는 미토콘드리아라는 장치를 이용해 근육에서 탄소 하나를 냉큼 집어삼키고 사람에겐 쓰레기이지만 식물에겐 소중한 음식인 이산화탄소로 탈바꿈한다. 그리고 에너지를 남긴다. 이 에너지로 우리는 생각도하고 운동도하며 체온도 유지한다. 탄소와 산소가 어울려 생명을 유지하는 에너지가 창조된다.
(미토콘드리아는 포도당과 산소를 물과 이산화탄소로 바꾸고 ATP라는 생활에너지를 얻는다)
산소!
우리 인간은 3분만 산소가 없어도 정신이 혼미해지고, 5분만 없으면 뇌사상태에 빠지고, 8분이 지나면 사망한다. 산소는 인간의 생명유지 있어 없어서는 절대로 안 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산소가 모든 생명에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산소 분자는 산소원자가 2개 결합된 형태로 바깥의 2개씩은 전자는 서로 공유한다)
[산소]
영어로 Oxygen으로 불리는 산소는 우주에서 수소와 헬륨 다음으로 많이 존재하지만 대부분 다른 물질과 결합되어 있어 산소 분자로만 이루어진 유리산소(free oxygen)는 찾기 어렵다. 산소는 수소보다 대략 16배 무겁다. 대부분의 산소는 양성자와 중성자와 전자가 각각 8개씩 존재한다. 지구의 대기를 포함한 지각을 이루는 성분 중 산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절반인 50%정도이다. 이중 대부분은 물(H2O, 산소 전체의 약 88%)의 형태로 바다와 빙산, 지하수와 강과 호수의 형태로 존재한다. 산소는 바위와 모래의 형태로도 존재하는데 이산화규소(SiO2)는 모래의 주성분 중 하나이고, 토양과 바위의 주요 구성 성분인 규산염에도 다량의 산소가 포함되어 있다.
기체의 형태로는 수증기도 있지만 대기 성분의 약21%를 차지하는 유리산소인 산소분자(O2)와 자외선을 차단하는 오존(O3)이 있다. 오존은 지난번에 이야기하였고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은 우리가 숨을 쉬는데 필요한 기체로 존재하는 산소분자이다.
[지구에는 왜 다른 별과는 달리 산소공기가 있지?]
산소는 활동성이 강한 아이라 혼자 있으려 하지 않고 할 수만 있으면 다른 아이와 결합해 있으려 한다. 화성이 붉은 이유는 철과 결합한 산소 즉, 산화철 때문이고, 금성의 대기는 탄소와 결합한 산소, 즉, 이산화탄소의 양이 96.5%에 달한다.
지구상에 차고 넘치게 산소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한 해답은 시아노박테리아(Cyanobacteria, 남세균(藍細菌) 또는 남조세균(藍藻細菌))이다. 원시 지구의 환경은 그야말로 혹독했을 것이다. 그 혹독한 환경을 극복하고 지구의 환경을 생명이 존재할 수 있도록 개척한 지구 모든 생명의 아버지는 시아노박테리아이다. 시아노박테리아는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만든다.
(여러가지 남조류의 사진)
현재 알려져 있는 가장 오래된 화석은 호주에서 발견된 약 35억 년 전의 시아노 박테리아 화석이다. 이로 인해 최소한 35억 년 전에는 지구에 생명 활동이 있었다는 것은 확실해졌고, 또 다른 연구인 그린란드의 지질 조사에서 유기물의 중심원소인 탄소 동위원소의 연구에 의하면 38억 년 전에 생명이 시작되었을 것이라 추측하고 있다. 지구가 약 45억 년 전에 만들어 졌으므로 지구는 확실히 생명체를 위한 일종의 인큐베이터 혹은 생명 실험실의 행성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시아노박테리아의 퇴적 화석인 스트로마톨라이트 바위가 많이 발견되는데 약 8억 4천만 전에 형성된 서해5도 소청도의 탑동포구의 남쪽해안의 분바위, 약 5억 년 전에 형성된 영월의 거북등껍질바위 등이 대표적인 화석이다.
(소청도의 분바위)
(영월의 거북등껍질 바위)
추측하건데 전 지구에 걸쳐 수십억 년 동안 물이 있는 곳 어디서나 시아노박테리아는 존재했을 것이고 그의 생명활동은 지구를 산소가 넘치는 행성으로 만들고 마침내 산소를 이용하는 생명체들이 생겨나게 되었고, 이들은 반대로 산소를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생산하게 되었다. 지구는 이 두개의 생명군의 조합으로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비율을 절묘하게 조절되어 안정적인 생명활동이 가능한 별이 되었다. 어떤 과학자들은 이러한 일들이 자연의 선택에 의하여 아주 운 좋게 우연히 이루어진 일이라 한다. 이러한 일들과 또 앞으로 생명에게 일어날 수많은 사건들이 지속적인 우연의 결과인지 아니면 누군가의 작용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며 우리 철학 탐구의 미션이다.
(시아노 박테리아의 구조)
현재 알려져 있는 남조식물은 약 150속 2,000종이다. 우리가 흔히 클로렐라라고 부르는 건강식품도 시아노박테리아인 남조류의 일종이다.
(건강식품으로 상품화된 남조류의 일종인클로렐라)
이들은 어떤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정말 생명력이 강한 생명체이다. 바닷물이나 민물을 가리지 않고, 차가운 얼음이나 눈 속에서도, 펄펄 끊는 뜨거운 온천에서도 살아 갈 수 있다. 또 흙 속이나 나무에 빌붙어서도 살 수 있는데, 물만 있으면 어디에서든지 살 수 있는 생명체이다. 이들은 초기 지구의 극도로 불안정한 대기와 지표 그리고 바다 속에서 악착같이 살아남아 지구의 대기에 산소를 뿌리고 생명의 유전자를 전달했다. 사실 현재에도 지구에서 생성되는 산소의 약 3/4은 바다의 조류에 의해 만들어지고, 육지 식물에 의해 만들어지는 산소의 양은 전체의 약 1/4에 불과하다.
과학자들은 얼음이 있는 화성의 극지방에 시아노박테리아를 심을 생각을 하고 있는데 계획대로만 된다면 약300년 정도의 시간이면 화성의 대기에 풍부한 산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한다. 신나지 않는가? 화성의 크기는 지구의 절반 밖에 안 되지만 에베레스트 산 보다 열 배나 더 높은 올림푸스 산도 있고 미국에 그랜드캐년 보다 열 배나 더 길고 깊은 마리너 계곡도 있다. 몇 백 년 후의 우리 후손들은 새로운 지구인 화성으로 신혼여행, 수학여행을 갈지도 모른다.
대기 중의 산소는 물의 보호막 역할을 한다. 물은 우주에서 가장 많은 수소와 세 번째로 많은 산소의 결합이기 때문에 우리 우주에 흔한 것은 당연한 것이다. 토성 너머의 천왕성과 해왕성, 카이퍼 벨트의 소행성과 오르트 구름의 혜성들의 주요성분은 얼음이다. 목성이나 토성도 그 핵은 얼음일 가능성이 높다. 물은 이처럼 우주에선 흔한 물질이다. 화성탐사선 큐리오시티가 보내온 사진에 의하면 화성은 오래전 지구처럼 강이나 천이 있어 물이 흘렀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의 화성은 극지방의 얼음을 제외하면 물 한 방울 없는 황폐한 붉은 사막이다. 달도 극지방에서는 적지 않은 양의 물이 얼음 형태로 존재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NASA가 2010년 3월 2일공개한 달 북극 지도. 붉은 원이 평범한 분화구이며 초록 원이 얼음 형태의 물이 발견된 분화구이다. 달 북극에는 이러한 분화가가 40여개나 발견됐으며 모두 합치면 6억t의 물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출처:NASA)
그러면 얼음 말고 평범한 물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지구는 전체 지각의 약 70%를 바다가 뒤덮고 있을 정도로 물이 많다. 태양의 자외선은 물을 수소와 산소로 쪼개는 역할을 한다. 이 중 수소는 가벼워 중력을 이기고 금방 우주로 날아간다. 짝을 잃은 산소는 다른 짝을 찾아 결합하는데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화성의 경우는 철과 합쳐져 화성의 대지는 온통 붉은색으로 변했고 얼마 되지 않는 공기의 대부분도 탄소와 합쳐진 이산화탄소(대기 성분의 95.3%)이다. 공기의 압력이 지구의 90배가 넘는 뜨거운 금성도 이산화탄소의 비중이 96%가 넘고 금성의 구름은 황과 산소가 합쳐진 황산구름이다.
그러면 지구는 왜 물이 멀쩡하게 존재하는 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그것이 바로 대기 중 산소의 역할이다. 지구는 다른 행성과는 달리 우리의 용감한 시아노박테리아가 만들어 놓은 산소가 전 지구를 뒤덮고 있다. 지금은 대기성분의 21%이고 전에는 더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풍부한 산소는 자외선이 쪼개어 놓은 수소가 우주로 날아가기 전에 다시 산소와 결합해물로 되돌려놓는다.
그럼에도 매년 약 30만 톤의 수소는 산소를 피해 우주로 유출되고 이 양을 물로 환산하면 약 300만 톤이 된다. 어마어마한 양 같지만 이렇게 지구 나이인 45억 년 간 계산해보면 1경 3500조 톤의 물이 사라진 것이고 이 양은 지구 전체 물의 약 1%에 불과하다. 현재 지구의 물의 양은 약 140경톤 정도 된다고 한다. 45억 년 간 1%가 사라졌고 앞으로 지구의 수명이 4-50억년 남았다고 가정하면 지구가 없어질 동안 바다가 사라질 경우는 없을 것이다. 단, 광합성을 하는 바다와 육지의 생물들이 없어지지 않는다는 조건이 필요하다.
산소는 지구의 물을 지키는 든든한 보호막이다. 다른 행성에 지구처럼 물이 없는 것은 바로 산소를 만들어내는 생명체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구 초기의 생명체에게 산소는 물질대사의 부산물이었다. 이들에겐 산소는 똥이며 또한 독이었다. 유리 산소의 등장은 그 당시의 대부분의 생물을 멸종으로 몰고 갔으나, 반대로 산소를 이용하는 새로운 생물이 진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생명의 진화를 생각하면서 더 생각해봐야겠다.
산소는 생명의 상징이다. 대부분의 생명체들이 산소에 의존하여 에너지를 얻는다. 산소 없이 에너지를 얻는 '발효'라는 특별한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에너지 효율 면에서 산소 호흡의 1/10에 불과하기 때문에 몸체가 아주 작은 미생물 수준에서나 가능하지 몸체가 큰 생명체에게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야한다.
산소는 이처럼 생명활동의 필수요소이기도 하지만, 노화와 죽음의 원인이기도 하다.
우리 몸에 들어온 산소가 모두 얌전하게 이산화탄소로 변해서 몸 밖으로 배출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하루 평균 약 500리터의 산소를 흡입하는데 이 중 약 2~5% 정도가 활성산소(Reactive oxygen species, ROS)로 변한다. 물론 음주, 흡연, 과격한 운동, 스트레스 등은 활성산소의 생산을 증가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활성산소의 위험성을 알리는 도식)
활성산소의 대표적인 아이가 슈퍼옥사이드(Superoxide, O2-)이다. 이 아이는 호흡을 통해 몸에 들어온 산소가, 적혈구를 통해 근육으로 이동 한 뒤, 미토콘드리아라는 장치를 통해, 전자가 하나 부족한 양성의 수소(H+)와 별도의 전자를 받아 중성인 물(H2O)로 변해야하는데, 오작동을 일으켜 수소는 받지 않고 전자만을 받은 상태의 아이이다. 슈퍼옥사이드는 이처럼 산소원자 하나에 전자가 2개씩 더 들어 있는데 이 말썽 많은 전자의 역할인지, 신체의 다른 분자들과 쉽게 산화반응을 일으킬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세포와 조직이 손상을 입게 된다. 이러한 조직과 세포의 지속적인 손상은 노화의 원인이기도하다. 또한 세포의 DNA를 공격하여 변형시킬 수 있으므로, 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 우리 몸은 당연히 몸에 해로운 이 아이를 방어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SOD(Super Oxide Dismutase)라는 효소이다. SOD는 Superoxide를 과산화수소(H2O2)나 일반적인 산소(O2)로 변환시킨다.
(활성 산소의 종류와 역할)
또 하나의 대표적인 활성산소는 소독약으로 쓰이는 과산화수소(H2O2)이다. 이 아이는 전자가 많은 것이 아니라 물에 비해 아예 산소가 하나 더 많은 것으로 , 이 아이도 DNA나 세포막 등을 마구 파괴한다. 이 때 우리 몸은 카탈라아제 효소를 이용, 과산화수소를 신속하게 물과 산소로 분리 세포의 피해를 최소화시킨다. 활성산소가 우리 몸에 나쁜 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몸에서 어쩔 수 없이 만들어지는 과산화수소는 면역체계에도 사용되는데 우리가 과산화수소를 소독약으로 쓰는 것과 같이, 대식세포는 과산화수소를 분해하지 않고 우리 몸에 들어 온 세균을 죽이는데 사용한다.
이밖에도 여러 가지 활성산소들이 존재하고 그에 대한 방어시스템도 있지만 완벽할 수는 없으므로 활성산소로 인한 세포의 손상은 점점 축적되어 생명은 결국 노화와 죽음으로 이어진다.
생명에게 있어 산소의 철학적 의미는 역설(Paradox)이다. 생명은 산소로 인해 살지만 결국 산소로 인해 죽는다.
동굴 생명의 복도엔 여전히 산소 같은 여자가 아름답게 웃고 있지만 불빛이 깜박일 적마다 그녀의 얼굴은 점점 노화되어 간다. 할머니의 얼굴로 변해가던 여성의 얼굴이 점점 부풀어 오르더니 턱수염이 덥수룩한 할아버지의 얼굴로 변했는데 '하느님의 발자국을 따라가 본 남자' 라는 글자가 뜨더니 [찰스 다윈]이라는 이름이 화면 아래에 비춰진다.
나는 다시 물 한 모금을 들이킨다.
[진화는 창조의 역사이다.] 라는 소리가 들린 건 이때였다.
원문; 2014년 3월 6일
수정; 2014년 7월 17일
참고자료 : 위키백과, 엔하워기 미러, 최낙원의 자료 보관소, http://www.iuj.co.kr/, http://m.blog.daum.net/glinhaus/16898618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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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 17일 하늘바다 여운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