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걸린 고개를 넘어가자' 삿갓봉으로 오르는 취재팀 옆으로 부채살처럼 펼쳐진 비학산과 괘령산의 줄기가 심산산행의 깊은 맛을더하고 있다.
산에 따라서는 실제 높이보다 더 높고 험난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산의 이미지는 객관적인 높이뿐 아니라 산세나 주변 조망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옛사람들에게 700고지의 포항 천령산(天嶺山)도 이와 같은 산이었다. ‘하늘 같이 높은 곳에 있는 고개’라는 뜻의 천령산은 산 이름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이 산군은 ‘국립공원급’이 아닌교. 저쪽에 보이는 매봉 향로봉 내연산과 이으면 짧게는 3시간, 길게는 12시간까지 산행을 이어갈 수 있니더.” 산불초소에서 만난 산불감시원은 삿갓봉에서 천령산으로 이어지는 산행코스를 이렇게 소개한다. 초여름 시원한 해풍을 맞으며 동해바다를 따라 걸어보자. 포항시 북부의 외곽을 끼고 도는 삿갓봉~천령산은 대표적인 동해안 워킹산행 코스로 손꼽힌다. 산행은 ‘포항시 신광면 마북리~삼거리~마북계곡~고랭지 채소밭~샘재~산불초소~삿갓봉~삼거리~638m봉~사거리~천령산(775m)~헬기장~돌무더기 전망대~보경사 주차장’으로 이어진다. 산행시간은 6시간 정도. 포항 시내버스정류장에서 신광면 반곡리행 버스를 탄다. 종점에서 내린 뒤 부녀회 구판장을 지나 마을을 가로지른다. 세갈래길을 만나면 저수지 둑이 보이는 가장 오른쪽 길로 방향을 잡는다. 마북저수지의 호반도로를 따라 40분 정도 걸어가면 당수 마을이다. 마을을 가로지르면 곧 농로가 시작된다. 오른쪽으로 계곡을 끼고 15분정도 걸어가면 계곡에서 삼거리를 만날 수 있다. 직진해 마북계곡 쪽으로 계속 파고든다. 경운기가 다닐만한 넉넉한 산길이 이어진다. 10여분 뒤 뽕나무밭을 지나 오동나무가 두세 그루가 보이는 공터에서 산길이 끊긴다. 이곳이 중요지점. 더 이상 직진하는 길은 없다. 개울 건너 오른쪽 암벽을 잘 살펴보자. 암벽을 타고오르는 길이 슬며시 열려 있다. 길은 다시 넓어진다. 30여분쯤 오솔길을 따라 오르다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틀어 계곡을 건넌다. 산허리를 타고 돌면 곧 어린 소나무가 많은 너른 임도다. 산길은 다시 계곡으로 내려선다. 계곡을 따라 200여m 올라가면 옛날 사람들이 거주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이곳부터는 왼쪽 비탈로 붙어 산길의 흔적을 더듬으며 올라야 한다. 산길은 두릅나무가 많은 곳에서 갈라진다. 직진하는 길을 버리고 오른쪽 계곡으로 내려 선 뒤 반대편 급경사를 탄다. 이 길은 샘재로 올라서는 옛길로 숯가마터를 지나 갈지(之)자로 올라선다.
주능선까지 40분이면 충분하다. 올라선 주능선은 삼거리로 고랭지 채소밭이 자리잡고 있다. 정면으로 죽장 청하간 도로 확·포장공사 사무실이 눈에 띈다. 가야 할 산길은 오른쪽 오르막이다. 능선을 따라 20여분이면 693m봉과 영천이씨 묘지를 지나 샘재로 떨어진다. 샘재에는 죽장과 청하를 잇는 새 국도가 지나가고 있다. 국도를 건너면 공사가 한창인 내연산 수목원과 만날 수 있다. 수목원 사무실에서 오른쪽으로 임도가 열린다. 떡갈나뭇잎을 헤치고 10여분 올라가면 산불초소에 닿는다. 이곳에는 매년 11월15일부터 이듬해 5월15일까지 산불감시원이 상주한다. 초소를 지나 200여m 가면 사거리와 만난다. 오른쪽이 삿갓봉길. 작은 봉우리를 돌아나가면 다시 삼거리와 만난다. ‘삿갓봉’을 표시하는 이정표가 왼쪽을 가리키고 있다. 이정표에서 삿갓봉까지는 십여 걸음에 불과하다. 삿갓봉 멧부리에는 헬기장이 들어서 있다. 헬기장 너른 터에 걸터 앉으니 포항 시가지와 영일만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이같은 조망으로 인해 새해 아침이면 일출을 보기 위해 삿갓봉을 찾는 산악 동호인들이 적지 않다. 북동쪽 방향으로 내려서면 ‘내연산 150지점’이라 적힌 119구조대 표지판을 지난다. 천령산 능선은 왼쪽으로 돌아나간다. 따라서 곧 만나는 사거리, 삼거리에서도 모두 왼쪽으로 틀어야 한다. 내려서는 산길을 따라 두 번의 갈림길에서 모두 직진하면 사거리 고개를 만난다. 이곳에서는 이정표가 길을 안내한다. 직진하면 천령산(우척봉 3.6㎞)으로 갈 수 있다. 여기서부터는 잘 정비해 놓은 산행로를 따라 가기만 하면 된다. 나무마다 가지치기를 해놓았고, 그 잔솔들을 깨끗하게 치워놓아 산길에는 청초함과 상쾌함이 가득하다. 30여분 뒤 폐헬기장을 지나면 사거리길과 만난다. 직진하는 능선길을 치고 오르면 숯가마터에 다다를 수 있다. 계속해서 무성한 떡갈나무와 철쭉 숲 사이를 헤쳐나간다. 20여분 뒤 헬기장을 지나 능선 오르막길을 타면 곧 천령산 정상이다. 천령산 멧부리의 조망은 두 가지 맛을 지니고 있다. 북쪽으로는 향로봉, 내연산으로 이어지는 심산의 깊은 맛이, 동쪽으로는 탁트인 동해바다의 시원한 맛이 절로 느껴진다. 하산길은 정상석 옆 이정표가 도와준다. 보경사 주차장(4.1㎞) 표지판을 따라 하산하도록 한다. ‘내연산 146지점’ 표지판을 지나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떨어지면 헬기장이다. 헬기장에서 바라보면 왼쪽 계곡 너머로 향로봉이 우뚝 솟아 있다. 산길은 왼쪽으로 떨어진다. 암릉 구간을 잠시 지나면 주차장(2.9㎞), 음지밭뚝(1.8㎞) 이정표와 만난다. 주차장 이정표를 따라 아래로 내려서면 돌무더기가 있는 전망대에 닿는다. 이곳은 한여름밤에 바라보는 포항시의 야경으로 유명하다. 전망대를 지나 너른 삼거리길에서 왼쪽로 내려서면 바위 전망대 밑 삼거리로 이어진다. 길은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가파르게 떨어진다. 산허리를 타고 도는 오솔길을 따라 10여분 걸으면 또 다른 삼거리를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는 반드시 왼쪽으로 꺾어 계곡을 건너야 한다. 계곡을 건너면 너른 산길이 보경사 주차장까지 이어진다.
마북계곡은 시원한 여름계곡산행지로 기대된다.
▶ 비학.괘령산 코스와 연계도
산행 경험이 많은 동호인이라면 이번 ‘삿갓봉~천령산’ 구간을 지난 회에 소개된 비학산 괘령산 코스와 이어 다양하게 응용해 볼 수 있다. 다시찾는 근교산을 통해 비학산은 245회, 괘령산은 249회에 각각 소개됐다. 들머리와 하산길을 참조해 자신의 체력과 취향에 맞게 코스를 조절해 보자. 먼저 산행에 자신이 있는 동호인이라면 ‘비학산~괘령산~샘재~삿갓봉~천령산’을 잇는 대종주를 생각해 볼만하다. 총 산행시간은 10~11시간 정도. 이것이 길다면 비학산을 빼고 산길을 이어갈 수도 있다. ‘괘령산~샘재~삿갓봉~천령산’ 구간이 있다. 산행시간은 7시간이면 충분하다.
▶ 교통편
명륜동 동부버스터미널에서 약 10분 간격으로 출발하는 포항행 직행버스를 탄다. 요금 6천3백원. 포항 시외버스터미널 옆에는 빨간 건물의 시내버스터미널이 있다. 이곳에서 반곡행 550번 좌석버스를 이용한다. 오전 8시10분(기일행) 9시15분 등에 있다. 요금 1천3백50원. 1시간 정도 걸리는 마북저수지 길이 부담스러우면, 시내버스터미널에서 신광행 버스를 탄다. 버스는 오전 8시10분 8시40분 9시15분 9시50분 등에 출발한다. 신광면에서 택시를 타고 마북리 당수마을까지 들어간다. 요금 8천원. 산을 내려오면 보경사 주차장에 포항행 버스를 탈 수 있다. 오후 5시15분 6시15분 7시10분 등. 막차는 오후 8시다. 요금은 2천2백50원. 만약 늦게 하산해 포항으로 가는 마지막 버스를 놓쳤다면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포항 시외버스터미널까지 2원~2만5천원. 송라면 개인택시 054-243-6140. 포항에서 부산행 막차는 밤 9시에 출발한다. 그 뒤는 밤 10시30분 11시30분 등에 심야버스가 있다. 요금은 6천9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