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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에 잡곡을 더해 지은 밥은 최고의 영양식이다. [사진=농촌진흥청] | “주말인데 외식이나 할까? 양식, 중식?” 식생활 변화와 함께 한국인의 주식인 쌀이 식탁 구석으로 내몰리고 있다. 외식이 증가하고 패스트푸드가 인기를 끌면서 쌀 소비는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농림부에 따르면 1인당 쌀소비량은 1980년대 해마다 약 1% 감소했고,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연평균 2.4%씩 줄었다. 쌀 재고는 2000년 97만8000t, 2001년 133만5000t, 2002년 144만7000t 등으로 크게 늘고있다. 반면에 밀 소비량은 증가하고 있다. 1인당 밀 소비량은 1970년 26.1kg에서 2000년 35.9kg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쌀 소비량은 136.4kg에서 93.6kg으로 줄더니, 2003년도에는 83.9kg까지 줄었다.
소비자들은 쌀을 외면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쌀은 보약”이라며 쌀의 우수성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에게 서구 식단을 전파한 미국 등은 오히려 쌀 소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엔(UN)은 세계 인구의 절반이 주식으로 하고 있는 쌀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해 올해를 ‘세계 쌀의 해’로 지정했다.
쌀의 소비가 줄어든 배경에는 쌀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부족했다는 점도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쌀이 다른 문화권의 주식보다 여러모로 좋다는 점을 제대로 알린다면 쌀 소비를 늘릴 수 있을 것”이고 진단한다. 농촌진흥청은 최근 쌀의 소중함과 가치를 국민들에게 바로 알리기 위해, 흥미로운 쌀 이야기 55개를 묶어 ‘민족과 함께 해 온 쌀 이야기’라는 홍보책자를 냈다. 미디어다음은 이를 바탕으로 알쏭달쏭하거나 모른 채 지나쳤던 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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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은 비만과 당뇨에 안 좋다는데…
‘쌀밥을 먹으면 살 찐다’ ‘쌀밥은 당뇨에 안 좋다’ ‘쌀은 성인병을 유발하기 쉽다’는 등의 말들은 낭설에 가깝다. 쌀이 우리나라에서 충분히 자급자족 되기 시작했던 1980년대 이후 한동안 쌀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부족해서 비롯된 오해들이다. 오히려 식품영양학자들은 서구화된 식단을 성인병 증가의 주요 요인으로 꼽는다.
미국 듀크대학 부설기관인 ‘라이스 다이어트 프로그램’에서 한 환자는 쌀 다이어트로 312kg이던 몸무게를 120kg까지 줄였다. 쌀의 우수성이 알려지면서 쌀이 주식이 아닌 미국은 지난 20년간 쌀 소비가 2배나 증가했다.
쌀밥과 김치, 된장국 등으로 이뤄진 우리 식단은 식사 후 혈당지수를 오히려 낮추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혈당지수는 식사 후 혈당이 올라가는 속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지수가 낮을수록 좋다. 쌀밥 위주 식단이 비만과 당뇨의 위험에서 서구 식단에 비해 더 자유롭다는 것. 이는 지난 3월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소가 발표한 ‘한국인의 식이와 건강’ 연구의 결과다.
밥을 먹여야 아이들 머리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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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조사결과, 어릴 때부터 아침밥을 굶는 습관은 두뇌발달과 건강에 좋지 않은 것으로 속속 밝혀지고 있다. [자료=농촌자원개발연구소] | 성장기 어린이의 두뇌발달은 밥을 먹느냐 안 먹느냐에 달렸다. 뇌가 사용하는 에너지 소비량은 몸 전체의 20% 정도지만 어린이는 더 큰 비율을 차지한다. 출생직후의 아이는 무려 50%까지 이른다. 뇌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형태는 포도당이다. 쌀에 있는 전분질이 분해된 포도당이 결국 뇌의 주된 에너지원인 것. 이 때문에 어린 아이일수록 밀가루 음식 등보다 밥이 주식이 돼야 한다.
아침밥도 마찬가지다. 농촌자원개발연구소가 2001년도에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아침을 매일 먹는 학생의 수능성적이 주2회 이하로 먹는 학생들에 비해 평균 19점이나 높았다.
다이어트용 쌀?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쌀을 통한 적극적인 다이어트가 시도되고 있다. 농촌진흥청 작물과학원은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다이어트용 쌀 ‘고아미2호’를 지난해 개발, 2005년부터 상품화할 계획이다. 현재는 종자생산을 위해 전국 대단위 재배단지에서 재배 중이다.
고아미2호는 일반 품종과 달리 식이섬유함량이 높고 소화가 잘 되지 않는 전분으로 구성돼 비만을 억제하는 효과를 갖고 있다. 농진청도 고아미2호가 밥으로서는 다소 함량 미달이지만 과체중이나 당뇨병 환자 등이 밥을 먹으면서도 체중과 당뇨를 줄일 수 있는 품종이라고 설명한다.
쌀에는 농약이 없다?
디톡스(Detox)라는 말이 있다. 독을 빼낸다는 말이다. 날로 오염되는 주변 환경과 생활 속에서 체내에 축적되는 몸에 해로운 독을 줄여나가는 것은 중요하다. 쌀은 해독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미국 등지에서는 쌀을 ‘독이 없는 기적의 약’으로까지 부르고 있다. 쌀은 지난 10여년간 우리나라 농약 잔류허용기준 검사에서 잔류농약이 검출된 적도 없다. 적어도 쌀은 인체에 독을 더하지 않는 음식이다.
맛 좋은 쌀 고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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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전남도청 회의실에서 열린 우수 브랜드쌀 선발 밥맛평가회에서 주부평가단들이 밥 냄새와 맛을 보며 꼼꼼히 밥맛을 평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맛 좋은 쌀은 밥을 지었을 때 쫄깃쫄깃하며 끈기가 많고, 밥냄새가 구수하면서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또 입 안에서 씹을 때의 느낌도 부드럽고 쫀득거리면서 잘 달라 붙기 마련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밥을 지어보고 살 수 없기 때문에 쌀 구입시 전적으로 외관에 의존해 골라야만 한다.
좋은 쌀(완전미)은 ▲싸라기(부스러진 쌀알)가 난 쌀이 없고 ▲쌀알에 부분적으로 불투명한 흰색이 없으며 ▲쌀알에 윤기가 흐르고 ▲쌀알의 크기가 고르며 ▲포대의 도정일자가 최근 날짜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쌀은 도정하고 1개월이 지나면 서서히 맛이 떨어진다.
브랜드가 너무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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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농협 주최로 `소비자단체 선정 우수브랜드 쌀 기획전'이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렸다.[사진=연합뉴스] | 브랜드 쌀의 홍수시대다. 현재 전국에는 130여 품종과 1200여종의 브랜드 쌀이 있다. 다양한 기능과 포장으로 무장한 브랜드 쌀은 소비자의 눈과 입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소비자는 너무 많은 브랜드 앞에서 혼란스럽다. 소비자에게는 경기미, 강원미, 전남미 등의 구분도 더 이상 무의미하다. 미(米)질의 직접적인 구분도 쉽지 않다.
농촌진흥청은 ‘이름값 하는 전국의 브랜드 쌀’을 선정하고 있다.▲경기도 대왕님표 여주쌀, 임금님표 이천쌀, 안성 안성맞춤쌀 ▲강원도 철원 오대쌀, 홍천강 수라쌀 ▲충청북도 청원 생명쌀, 진천 생거진천쌀 ▲충청남도 아산 둔초갯벌쌀, 서산 뜸부기쌀 ▲전라북도 전북 EQ온고을쌀, 김제 지평선쌀 ▲전라남도 해남 ‘한눈에 반한 쌀’, 나주 ‘왕건이 탐낸쌀’, ▲경상북도 상주 일품쌀, 의성 다인어진쌀 ▲경상남도 산청 메뚜기쌀, 함양 지리산황토쌀, 하동 황새쌀 등이 바로 그 것.
전문가들은 상표난립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방법으로 일본식 품종 중심 브랜드화를 권하고 있다. 일본은 지역별 대표 품종을 선정하고 이를 브랜드화 해 판매하고 있다. 그 중 브랜드 가치가 높은 일부 쌀들은 일반 쌀에 비해 최고 3배 이상의 높은 가격을 받는다.
찬 밥은 왜 맛이 없을까
‘찬 밥, 더운 밥 가릴 때가 아니다’라는 속담이 있다. 더운 밥이 확연히 맛있다는 가정이 속담에 숨어 있는 것. 그러나 차갑고 더운 차이가 아닌 수분 함량의 차이로 맛이 틀려진다는 게 맞는 표현이다.
쌀에 수분과 열을 가해 밥을 지을 때, 수분이 쌀알에 스며들면서 애초 쌀의 전분 구조가 변한다. 처음 쌀알일 때 베타(β)전분 형태였던 것이 밥이 되면서 알파(α)전분 형태로 바뀌고, 달라진 전분 구조는 서로 다른 맛을 낸다. 이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수분이 증발돼 전분의 구조가 원상복귀 돼버린 찬밥은 맛이 덜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현상은 멥쌀에서 주로 일어난다. 찹쌀은 전분 구조가 치밀하고 점성이 강해 맛의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
벼농사는 친환경 사업
우리나라에서 벼를 재배하는 논의 면적은 2003년을 기준으로 100만5천 헥타르(ha, 농림부)에 이른다. 전체 국토면적의 1/10가량을 차지하는 논은 농약 사용 등으로 인한 부작용보다 친환경적 요소가 더 많다. 논은 ▲홍수를 조절하고 ▲지하수를 저장하며 ▲공기를 정화하고 ▲토양의 유실을 방지한다.
논은 홍수 때 약 36억톤의 물을 논에 가두어 둘 수 있다. 춘천댐 총 저수량의 24배나 되는 양이다. 논을 통해 땅으로 스며들어 지하수가 되는 양도 1년에 약 158억톤 정도다. 이는 전국민이 1년간 사용하는 수돗물 양의 2.7배, 연간 1조6천억원 어치다.
논에 심겨진 벼는 연간 2천200백만톤의 이산화탄소(CO₂)를 흡수하는 대신 신선한 산소(O₂)를 연간 1천600백만톤이나 대기에 공급한다. 이는 한 해에 약 5천800백만명이 마실 수 있는 양이다.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흙 1cm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도 약 200년 정도가 소요된다. 논은 이런 흙을 연간 2천600백만톤이나 유실되지 않도록 막아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