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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위원장은 우리 기업의 '깜짝 실적'에 대해서도 자만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그는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가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고 하는데 환율 효과와 재정지출 효과를 빼면 창업 이래 최대 적자"라며 "지금은 '어닝 서프라이즈'(예상을 뛰어넘는 깜짝 실적)가 아니라 '어닝 마이너스 서프라이즈'가 우리의 실상"이라고 말했다. (기사 중 일부 발췌)
다시 풀어 읽는 경제기사
태풍철은 지났습니다. 하지만 여러분 동네가 태풍에 휩싸였다고 생각해 볼까요. 동네 친구들은 학교에 나오지 못합니다. 집이 휩쓸려 학교에 갈 정신조차 없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여러분은 그나마 태풍에 피해를 덜 입어 학교에 나갈 수 있었다고 생각해 봅시다. 집이 다행히 다른 친구들보다 높은 지대에 있어 물난리나 산사태 피해를 덜 입었든지, 아니면 태풍에도 쓸려나가지 않을 튼튼한 집이었든지 둘 중 하나의 이유였을 겁니다. 위 기사는 집이 튼튼했다기보다 다행히 집이 높은 지대에 있어 태풍을 피할 수 있었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환율 효과란
환율 효과는 원화가치 하락(달러가치 상승, 또는 원화에 대한 달러 환율의 상승)으로 인해 해외수출이 늘어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원화가치가 하락하면 왜 해외수출이 늘어날까요. 환율이 1달러에 1000원일 때 모자 하나를 10달러(우리 돈 1만원)에 미국에 수출하는 회사가 있다고 칩시다. 그런데 이 회사는 모자 1개를 만드는 데 9000원의 비용이 들어 1만원(10달러)에 모자 하나를 수출하면 개당 1000원씩의 이윤이 생긴다고 가정해 보지요.
이제 환율이 올라가면 수출에 어떤 효과가 발생하는지를 생각해 볼까요. 올해 초와 같이 갑자기 원화가치가 폭락하여 환율이 1달러에 1500원이 되었다고 합시다. 이제 이 회사가 모자 1개를 10달러 받고 미국에 수출하면 기존 1만원보다 50%나 많은 1만5000원을 받게 됩니다. 비용을 빼고도 모자 1개당 이윤이 1000원에서 6000원으로 늘어나지요. 그러면 이 회사는 이윤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에 물건 가격을 내려도 충분한 이윤을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만일 모자 1개당 10달러를 받는 대신 8달러 받아 수출한다면 원화로 표시하면 1만2000원이 되고, 이윤은 모자 1개당 3000원(1만2000원-9000원)이 됩니다.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으로 인해서 10달러보다 2달러 낮은 8달러로 모자를 수출한다고 해도 이윤은 이전의 1000원보다 3배나 많게 되지요.
미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모자 가격이 10달러에서 8달러로 떨어졌으니 그만큼 모자를 사는 사람도 많아지게 됩니다. 이렇게 환율 상승으로 해외수출이 늘어나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게 되는 현상을 '환율 효과'라고 합니다. 환율 효과 때문에 국내 수출기업은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해 더 많은 물건을 생산해 내고, 궁극적으로는 국내 경기가 좋아지게 됩니다.
환율 효과의 다양한 요인
하지만 환율이 상승한다고 해서 항상 환율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모자를 만들 때 원료를 해외에서 수입하게 되면 위에서와 같은 환율 효과는 줄어들거나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즉 모자 원료를 수입할 때 달러를 주어야 하므로 환율이 상승하면 그만큼 수입비용도 늘어납니다. 예를 들어 원료 수입에 8달러가 필요하고 모자를 만들어 10달러에 수출한다면 원화로 표시한 수입비용도 기존 8000원(8달러×1000원)에서 1만2000원(8달러×1500원)으로 증가합니다. 이 경우 환율 효과는 많이 줄어들겠지요. 만일 모자를 수입해서 만드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수입 원자재 가격상승으로 인해서 1만4000원까지 증가한다면 환율이 상승해도 모자 1개를 수출할 때 발생하는 이윤은 전과 동일한 1000원이 되어 환율 효과는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수출제품의 국산 부품비율이 환율 효과의 크기를 결정하는 요인 중 하나가 됩니다.
또한 해외시장에서 우리 제품과 경쟁하는 경쟁국가의 통화가치가 어떻게 변하는가에 따라서도 환율 효과는 축소될 수 있습니다. 우리 원화의 환율 효과보다 일본 엔화의 환율 효과가 더 큰 경우이지요. 예를 들어 원화에 대한 미국 달러 환율이 1000원이고, 일본 엔화에 대한 미국 달러 환율이 100엔이었다고 칩시다. 이제 원화가치가 떨어져 달러당 1500원으로 상승했는데, 엔화가치는 이보다 더욱 떨어져 일본 엔에 대한 달러화 환율이 200엔이 되었다고 해 볼까요. 일본산 제품은 이전의 반값인 5달러에 모자를 수출한다고 해도 엔화로 표시하면 여전히 1000엔이 되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5달러에 수출하면 7500원밖에 되지 않아 손해를 보지요. 따라서 환율 효과는 원화가치뿐만 아니라 경쟁국의 통화가치 변화에도 영향을 받게 됩니다. 올해 초 원화가치가 많이 떨어져 달러당 환율이 1500원에 육박했습니다. 이때 경쟁국이라 할 수 있는 일본의 엔화는 오히려 달러당 100엔대에서 88엔까지 가치가 높아져 우리나라로서는 이중의 환율 효과를 보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환율 효과는 오래가지 않아
이러한 환율 효과는 오랜 기간 지속되기 어려운 특성도 가지고 있습니다. 환율 효과로 인해 수출이 늘어나면 국내에 달러가 쌓이게 됩니다. 따라서 국내에 달러의 공급이 늘어나게 되고 이에 따라 달러가치는 점차 하락하게 되는 반면 원화가치는 상대적으로 상승하게 됩니다. 따라서 원화 환율은 서서히 떨어져, 이전 수준에 가깝게 다시 조정되지요. 결국 장기적으로 환율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위의 기사는 세계적인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둔 이면에는 이와 같은 환율 효과가 있었음을 지적한 것입니다.
올해 우리나라의 수출이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였고, 이로 인해 수출기업의 수익성도 좋아진 데는 이와 같은 환율 효과뿐만 아니라 기업 자체의 수출확대 노력도 있었다고 볼 수 있지요. 그러나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환율 효과는 오랜 기간 지속되기 어렵기 때문에 기업은 환율 효과와 같은 외부적 요인에 의지하기보다는 자체적으로 기업의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노력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높여야 하겠습니다.
쉽게 배우는 경제 tip
재정지출 효과란?
재정정책은 정부지출을 늘리거나 줄이고, 세금을 더 거두거나 덜 거두는 방법으로 경제성장이나 물가안정, 완전고용, 국제수지균형, 공평분배 등의 정책목표를 달성하려는 경제정책을 말합니다. 기사에서 말하는 재정지출효과란 정부지출 확대(확장적 재정정책)의 경제적 효과라고 보면 됩니다. 일반적으로 불황일 때 경기를 진작시키기 위하여 확장적 재정정책을 씁니다. 정부지출을 늘리고 세금감면을 하는 정책을 말합니다. 기업이나 개인의 호주머니를 넉넉하게 만들어 국민경제 전체의 수요를 증대시켜 경기침체를 방어하는 정책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퍼지면서 세계 경제가 불황에 빠지자 각국은 경기침체를 완화하기 위하여 다양한 경기부양책을 내 놓았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정부의 지출을 대폭 늘리고, 이를 조기에 시장에 푸는 것이었지요. 우리나라도 작년 하반기 2009년 정부예산이 국회에서 의결되기 전에 수정예산을 편성하여 제출한 바 있지요. 이로 인해 올해 상반기 우리 경제의 성장은 상당 부분 정부의 조기 예산집행 덕이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입니다.
그러나 재정지출 확대를 마냥 지속할 수는 없습니다. 정부가 돈을 풀게 되면 그만큼 국가재정은 나빠지게 되고, 시중에 돈이 넘쳐 물가가 올라가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언제 재정지출 확대를 축소할지 여부를 놓고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경제가 살아날 기미가 보여 긴축정책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막상 긴축정책을 펴다가 다시 경제가 불황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조선일보 2009.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