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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고 싶은 여자] 08
1. 방송사 벤취 / 낮
신영과 마주 앉아있는 준호.
저 멀리 옆에서 종규가 몰래 찍고 있다.
준호 : 아니이. . . 딱 걸려들게 덫을 놓더라구. 호텔로 데려가서는 일부러 막 춤도 추라고하구.
신영 : 계획적으로 접근을 해서 말이지.
준호 : 내 뒷조사까지 다해서 약점을 딱 잡은후에 사람을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거야.
2. 지훈 빌라 / 밤
다리를 소파 팔걸이에 올려놓고 맥주마시며 뉴스보는 지훈,
준호의 옆 모습 모자이크 처리돼 나온다. 음성변조까지.
뉴스보는 지훈, 고개 갸우뚱하는.
지훈 : . . . .신준호 선생 비슷하네...
3. 준호 오피스텔 / 낮
신영의 스탠드업이 나온다.
신영 : 이들은 3천만원을 요구하며 끈질긴 협박을 계속했습니다.
준호 : 이신영... 이 나쁜 기집애.
준호, 옆에 있으면 한 대 칠것같은 기세로 들고있던 걸레를 TV로 확 던져버린다.
카페에서 찍힌 남자의 모습도 나온다.
남자(F) : 돈 3천을 내던지. 아님 이걸 (삑삑삑삑:하늘병원) 홈페이지에 띄우던지.
이 꼴을 보쇼. 당장에 저 자식은 사회생활 끝이야.
준호, TV를 끄고 리모콘을 소파에 던져버린다.
식식대고 있는데 집 전화벨과 핸드폰 벨이 동시에 울리기 시작한다.
준호 핸드폰 발신자를 보고 전화받는다.
준호 : 여보세요. . . .네 아버지. . . 예? 아니예요. 제가 뉴스에 왜 나와요.
정말 저 아니예요. 제가 꽃뱀한테 왜 걸려요. 아버지두 참. . . .
서른 두 살 의사 신모씨가 서울에 뭐 저 하납니까?
4. 승리 아파트 / 밤
신영 순애 승리 앉아서 과일먹으며 수다떠는.
순애 : 니가 사람하나 구했다. 너 아니었음 신준호 어떻게 됐을까.
승리 : 이것 봐. 인생은 모르쟎아. 그 여우랑 눈맞아서 날친게 오히려 득이 됐다니까.
신영 : 응, 그 사건 이후로 준호가 확 달라졌어. 뭐랄까.
나를 진짜 좋은 소울메이트로 생각해가고 있는 것 같아.
승리 : 준호가 너한테 키스할려구하디.
신영 : 아니... 아직은.
승리 : 그럼 아직 널 좋아하는거 아냐. 안심하지마.
순애 : 야, 하고 싶어도 참고 있을수 있지.
승리 : 나이 서른에 참긴 왜 참아. ...남자를 이렇게 모르니 연애가 안돼지.
(E) : 전화벨
신영 : (발신자보고 얼굴활짝) 준호다!
5. 카 페 / 밤
안좋은 표정으로 앉아있는 준호.
신영, 웃는 낯으로 다가온다.
신영 : 이 시간에 웬일이야.
준호 : . . . . .
신영 : 저녁은 먹었니?
웨이츄레스 다가오면
준호 : (인상 팍 구기고) 좀 이따 시킬께요. (웨이츄레스 가고)
신영 : . . . . . .(얘가 왜 이러나). . . .
준호 : . . . .너 정말 끔찍한 애더라.
신영 : ......?
준호 : 서른 두살 의사 신모씨가 누구니.
신영 : 그 리포트땜에 화난거야? 그거 너란거 아무도 몰라.
준호 : 너 그깟 리포트 하나 할려구 사람을 이렇게 이용해두돼니? 더군다나 친구를.
신영 : 너 말이 좀 심하다. 내가 그 사기꾼들 조사끝나는대로 리포트할꺼라고 했쟎아.
뉴스에 내서 전국적으로 망신주라고 한 사람이 누군데.
준호 : 다른 피해자도 있는데 왜 하필 나야.
신영 : 내가 옆에서 직접 보고 들었으니까. 다른 피해자들은 경찰조사도 안나오고 피해다니는데
그럼 어떡해.
준호 : 너 정말 이렇게 날 두 번 죽일래?
신영 : 너말야, 디카에 찍힌거 원랜 그것두 경찰에 증거루 넘겼어야했는데 내가 몰래 뺀거야.
양심에 찔리면서까지 널 도왔는데 뭐가 어째.
준호 : 솔직히 말해봐. 겉으론 나 도와주는척하면서 속으론 그 여자한테 당한거 계속 고소해하고 있었지?
그래서 뉴스에까지 낸거지, 망신당하라구.
신영 : 경찰한테 안알렸음 내 힘으로 너 못 구했어. 전문사기단이 검거됐는데 그걸 어떻게 뉴스에 안 내.
준호 : 넌 날 이용한거야. 구해주는척하면서. UBN뉴스 이신영입니다.
그 잘난 이신영입니다 그거 하나 할려구 신나게 날 이용했쟎아.
신영 : . . . . . . .
준호 : 그 나이에 시집도 못가고 회사에서도 맨날 물만 먹으니까 눈에 보이는게 없나본데
너 그래두 이건 심하지.
신영 : . . . . . .
준호 : 이깟 리포트 하나 한다고 인정받고 뜰 줄 아냐.
신영 : 준호야 ... 나 지금 너한테 너무 실망스러워서 가슴이 막 아프다.
준호 : 오늘부로 난 널 친구로 생각안한다. (벌떡 일어나 나가고)
6. 카페 밖 계단 / 밤
신영, 달려나가 소리치는.
신영 : 신준호!
준호 : 너랑 할 얘기없어.
신영 : 너 정말 못났구다.
준호 : 너보다야 못났을까. 오죽 못났으면 친구를 이용해서 뉴스를 만드나.
그러니까 그 나이되도록 혼자있지.
신영 : . . . . .
준호 : 나이 서른넘도록 결혼하자고 따라다니는 남자도 없고.
신영 : (울컥) 있었어. 없지 않았어.
준호 : 결국 지금 없쟎아. 친구까지 이용하면서 아둥바둥 하는 니 모습, 참 가관이야.
너같은 여자, 나라도 싫겠다.
1부 플래쉬 백.
선우 : 솔직히 너같은 여자 피곤해. 맨날 물먹고 무시당하면서도 악착같이 버티고 있는 널 보면서
내가 얼마나 소름끼쳤는지 알아?
신영, 아물지 않은 상처에 소금뿌려진 기분...... 슬픔과 상처의 들쑤심으로 미쳐버릴 것 같다.
준호 : 어떤 남자가 널 좋다고 하겠니.
신영 : ......
준호 : 평생 그러구 살아봐. 어떤 남자가 널 좋다고하겠나. 서른 다섯 마흔까지 계속 노처녀로 있어라.
신영 : 이 나쁜 자식!
신영, 준호를 두들겨패기 시작한다. 주먹으로 들고 있던 백으로 사정없이.
정신나간 듯..... 눈물도 난다.
준호 : 아. . 아. . .아퍼, 아 진짜 아퍼. . . .얘가 왜 이래. . .
신영 : 나쁜 놈. . .나쁜 놈. . . .
준호 : 야 너 미쳤어!
신영, 정신없이 준호를 때리며 우는데 준호, 얻어맞다가 피하다가 신영을 확 밀친다.
신영 뒤로 밀쳐지며 다리가 휘청하는데 아래 계단으로 굴러떨어진다.
데굴데굴 굴러가 바닥에 툭 떨어지는 신영.
준호 : . . . . .신영아!
준호, 놀라 뛰어내려간다.
신영, 발을 접질려 꼼짝못하고 누워있다.
준호 : 괜챦아?
신영 : 가!
준호 : 다리 부러진거 아니지? (일으켜 앉히는데)
신영 : (밀치며) 가, 너 꼴도 보기싫어.
준호 : 나는 뭐 너 꼴보기 좋은줄 알어? 빨리 엎혀. 병원가자.
신영 : 비켜.
준호 : 너 이러다 큰일 나. 빨리 엎혀. 일어나.
신영 : (소리 버럭) 가! 가라니까! (준호를 밀쳐낸다)
광기에 가까운 신영의 고함과 밀침....
준호는 더 이상 말 붙일 수가 없고.
신영 : . . . .(준호와 눈 안마주친채 이를 악물고) 가! . . .나두 지금부터 너 친구로 생각 안해.
신영에게서 분노로 가득한 냉기가 뿜어져 나온다.
준호, 말없이 돌아선다.
신영을 남겨두고 걸어가는 준호. 발걸음 무겁다. 걸어가며 돌아보고. . .
신영, 눈물 흐르는채 가만히 앉아있다.
준호 저만치 걸어가다 또 돌아보고.... 멀어진다.
7. 승리네 거실 / 밤
순애와 승리, 손거울보며 얼굴에 오이붙이고 누워있다.
승리 : 이제 낼모레부터 보험모집을 나간다 이거지.
순애 : 일단 항공사부터 갈꺼야. 옛정을 생각해서 하나씩 들어주겠지.
승리 : 나랑 같이 동업하자니까...
순애 : 일단은 보험을 뛰면서 돈 좀 벌고 있을게.
승리 : 지금껏 살아보니까말야. 안좋은 일도 겹쳐서, 좋은 일도 겹쳐서 왕창 같이 오는 것 같아.
하나가 풀리면 다른것도 다 잘돼더라구. 진순애, 힘내.
순애 : 헝그리 정신 30년이라니까. 걱정마.
(E) : 집 전화벨
승리 : 이 시간에 누구야. (전화받아) 여보세요. . . . .야, 너 왜 울어?
순애 : 누가 울어? 신영이?
8. 카페 앞 / 밤
승리와 순애 달려온다.
계단 한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신영. 눈물을 닦고 있다.
구두 한쪽이 벗겨있고 발등에 피멍이 들어부어있다.
순애 : 너 왜 이래.
신영 : (으앙). . . .나 걸음을 못걷겠어.
승리 : 어떤 새끼가 이랬어. 신준호야?
신영 : (승리와 순애 껴안고 설움에 겨워) 으앙. . . .
9. 병원 응급실 / 밤
침상에 앉아 있는 신영. 한쪽 발에 붕대를 칭칭감고 있다.
잘생긴 인턴, 신영의 발에 붕대감고 있다.
신영 : (눈물을 닦아내며 앉아있는)
순애 : 많이 아퍼? 그래두 뼈에는 이상없다니까 다행이야.
승리 : 신준호 그 개새끼 집이 어디야. 가서 발목을 확 분질러뿔라.
인턴 : (승리를 본다). . . . .
승리 : 제가 미모에 걸맞지 않게 입이 좀 걸어요. 죄송합니다.
인턴 : . . . . .(붕대감는). . . .
순애 : 선생님 심한 상태는 아니죠? (머리 귀뒤로 넘기며 예쁘게) 며칠만 조심하면 금새 나아지겠죠?
10. 병원 복도 / 밤
신영을 부축하는 승리와 순애.
신영, 붕대감은 발의 구두한짝 들고 처량하게 절룩거리며 걷고있다.
순애 : 내가 내일 신준호 만나서 한마디 할꺼야.
신영 : 냅 둬. 나 이제 걔 안봐.
순애 : 안볼 때 안보더래두 할말은 해줘야지. 어쨌든 난 걔한테 할말있어.
승리 : 야, 근데 아까 치료해준 의사. 되게 괜챦지 않니.
순애 : 어, 너두? 나두 계속 그 생각하고 있었어. 너무 잘생겼지?
승리 : 그지 그지? 영화배우 누구 닮은것도 같고.
순애 : 딱 내 타입인데. 붕대감는 내내 계속 쳐다봤단거 아냐.
신영 : . . . (멈춰선다). . . . .
승리 : 니가 이해해라. 남자를 찜하는데 때와 장소가 어딨냐.
신영 : . . . .핸섬하니 괜챦더라. 내 타입은 아니지만.
순애 : 아픈 와중에두 볼건 또 다 봤구나.
승리 : 가운에 보니까 의사 허선명이라고 쓰여있던데. 그럼 뭐지?
신영 : 응급의학과라고 써있으면 레지던튼거구 그냥 의사라고 써있으면 인턴이야. 어려.
순애 : 푸..... 실망.
승리 : 뭐가 또 실망이야. 요즘은 대세가 연하남인데. 진순애, 내가 연결 시켜줄게 기다려봐. (가는데)
순애 : (잡으며) 야 됐어. 낫살이나 먹어가지구 주책시럽게.
승리 : 인생은 길지 않아. 바로 지금 땡겨야 돼. (뛰어가고)
11. 응급실 / 밤
승리, 들어서며 지갑을 바닥에 슬쩍 떨어뜨린다.
스테이션에 서서 챠트를 보고있는 인턴.
승리 : 선생님. . . 혹시 지갑 떨어진거 못보셨어요....
인턴 : 지갑이요?. . . . .(두리번) 아 저기 있네요.
승리 : (지갑주워들며) 감사합니다, 선생님. 제 친구 치료도 잘해주셨는데
감사하단 말씀도 제대로 못드리고 갔어요.
인턴 : 아닙니다.
승리 : 저희가 식사대접을 한번 할께요. 내일 시간 어떠세요?
인턴 : 내일은 장모님 생신인데요...
승리 : . . . . .결혼하셨어요?
인턴 : 네.
승리 : 이혼할 계획은 없으세요?
12. 도 로 / 밤
달리는 차 안.
승리가 운전하고 조수석엔 순애, 뒷좌석엔 신영 앉아있다.
승리 : 봐! 괜챦은 애들은 벌써 다 채갔다니까.
순애 : 총각이어도 가능성은 없지. 내가 돈이 있냐 직장이 있냐. 병든 아버지까지 계신데.
신영 : 그럴 때 시작되는게 사랑이지. 독한 비료를 칠수록 쑥쑥자라는게 또 사랑아니니.
13. 남산 봉수대 / 밤
하늘엔 커다란 보름달. 서울시내 야경 내려다보인다.
세 여자, 서 있다.
신영 : 아..... 이 넓고 넓은 서울 땅에 나하나 이해하고 사랑해줄 남자가 없다니.
순애 : 니가 너무 잘나보여서 그래, 실속없이. 맨날 회사에서 물먹는건 남들이 알게뭐야.
뉴스에 나오고 특종상 받고.... 감히 접근하기 힘들어 보이지.
승리 : 보통의 남자들은 너를 부담스러워하고,
너한테 기죽지 않을만큼 잘난 놈들은 너보다 훨씬 어리고 이쁜 애를 찾지.
넌 외로울 수 밖에 없다.
신영 : 여기다 봉화를 피워 올릴까봐. 여기 정말 괜챦은 여자가 있어요. 빨리 날 찾아내세요.
승리 : 너 아까 다리 뿌러질 때 머리도 다쳤니?
순애 : (두 팔을 벌리고 복식호흡을 한다. 흡 들여마시고...흡 또 마시고)
승리 : 넌 또 무슨 짓 하니.
순애 : 보름달의 기를 마시는거야. 남자도 생기고 돈도 모이게 하는 기.
승리 : 야.......정말... 내가 친구가 없으니까 니들을 만나지.
순애 : 신영아, 너도 이리 와. 우리 같이 보름달의 기를 마시자.
신영 : (몇 걸음 절룩거리고 다가와 순애 옆에 선다)
순애 : (신영의 손을 꼭 잡고) 자아.... 하나둘 하면 숨을 마시는거야. 마음을 가라앉히고. 하나 둘...
신영.순애 : (동시에 마시는) 흡. . . .하나 둘.... (마시고) 흡!
보름달 보고 서서 달의 기를 마시는 신영과 순애.
옆에선 승리, 멀찍이 앉아서 커피마시며 쯔쯔쯔....하고 있고.
신영(E) : 보름달의 기를 마시고 있습니다.
상서로운 기운이 나에게 들어와 좋은 인연을 만나게 될 것을 믿느냐.... 절대 믿지 않습니다.
다만, 아무것도 안하고 있으면 미칠 것 같아서. 이 시간들을 견뎌내기가 너무 힘이 들어서.
승리 : (버럭) 야, 신고 들어오겠다! 그만 좀 해.
신영과 순애 아랑곳 않고 흡흡. . . . 들여마시고. 잘못마셔 캑캑 기침도 하고.
신영(E) : 보름달의 정기보단 매연 가득한 서울의 밤공기를 들이키고 있는 슬픈 밤,
자존심에 이어 발목마저 꺾어진 이신영입니다.
이들을 비추고 있는 저 멀리 보름달.... 멀리서 늑대울음이 들려도 재밌을 듯.
14. 병원 일각 / 낮
순애, 걸어가며 전화한다. 따박따박 따지듯.
순애 : 준호씨, 나 진순앤데요. 잠깐이면되니까 얼굴 좀 봅시다.
창가의 벤치에 순애, 앉아있다.
준호 다가온다.
준호 : 순애씨, 웬일이예요.
순애 : 일단 좀 앉으세요. 할말 있어 왔어요.
준호 : . . .(앉는데)
순애 : 사람이 왜 그 모냥이예요. 우리, 없이 사는 사람끼리 어디한번 톡 까놓고 얘기해봅시다.
준호 : 지금 무슨 얘기하는거예요?
순애 : 애는 왜 밀쳐서 자빠뜨려놔요. 다리가 똑 부러져가지구 거동도 못하고 있쟎아요 지금.
준호 : (놀라) 신영이가요? 그렇게 다쳤어요?
순애 : 뉴스보고 순간 쪽팔리고 화도 났다 칩시다. 준호씨, 그래두 신영이 덕분에 3천만원이 굳었쟎아요.
우리같은 사람들한테 3천만원이 어딥니까.
준호 : 신영이 지금 병원에 있어요?
순애 : 알꺼 없어요. 이제 신영이 준호씨 안본대요.
준호 : 순애씨도 뉴스에 서른 두 살 진모 여인이라고 모자이크 처리돼서 나봐요. 팽 안도나.
순애 : 누가 꽃뱀한테 걸리래요? 잘못은 자기가 해놓고 왜 애 다리는 분질러놔요.
준호 : 아니 나두 그럴려고 그런게 아니라... 사람들 보는데서 두들겨패니까 화가나서 그만.....
순애 : 신영이한테 사과하세요. 준호씨 일 신경써주느라고 데스크 눈치도 많이 본 것 같던데.
준호 : 신영이가 별 다른 말은 안해요?
순애 : 다신 준호씨 안본다는 말 외엔 없던데요. 왜요?
준호 : 내가 어제 말도 좀 심하게 했거든요.
순애 : 뭐라구 했는데요?
준호 : . . . .누가 너같은 여잘 좋아하겠냐. 그러니까 시집도 못가고 그 꼴이지. . .
마흔까지 노처녀로 있어라.
순애 : . . . . . . .애를 아주 잡았군요. 불에 디어서 쩔쩔매는 애한테 뜨거운 고추장까지 끼얹어 놓으셨어.
15. 신영 방 / 낮
붕대감은 발 올리고 누워있는 신영. 순애 들어온다.
순애 : 좀 어때?
신영 : 괜챦아. 아침에두 얼음찜질했더니 붓기는 싹 가라앉았어.
순애 : 집에단 뭐라고 했니?
신영 : 한눈팔고 내려오다 삐끗했다고했지.
순애 : 나 지금 신준호 만나서 한 소리 하고 오는 길이야.
신영 : (화내는) 왜 쓸데없는 짓은 하고 그래. 그 자식 이제 안본다니까.
순애 : 준호씨, 속은 정말 선한 사람이야. 내가 가서 너 다리 똑 부러졌다고 뻥을 쳤거든.
그랬더니 안색이 확 변해. 여리더라, 남자가.
신영 : 여린거 좋아하네. 걔가 어제 나한테 무슨 말까지 했는지 알아?
순애 : 너무 화가나서 그랬대. 그것도 맑은 사람이니까 그렇지,
따지고재고 생각많은 사람이면 화도 펄펄 못낸다.
신영 : 나 오늘 병가내고 회사도 못갔어. 간신히 특별취재팀으로 복귀했는데 오자마자 또 사고야.
순애 : 액땜이라고 생각해.
신영 : 그래. 이젠 나도 일에만 전념할꺼야.
연애구 결혼이구, 안되는거 억지로 되게 할려니까 이런 꼴이 나는거 아냐.
순애 : 원래 싸우면서 정드는거야. 준호씨가 전화하면 받아줘. 알았지?
신영 : 나 걔 버렸어. 다신 안 봐.
순애 : . . . . . .그럼 내가 갖는다.
신영 : 가져라.
16. 준호 진찰실 / 낮
준호, 핸드폰 만지작거리며 앉아있다.
준호 : . . . . .(갈등하는)
버튼 누르다 말고, 다시 누르다 말고. . . .화를 벅럭.
준호 : 아. . .진짜 . . . 기집애가 멸치 좀 열심히 챙겨먹지.... 살짝 밀었는데 뼈는 왜 부러져가지구....
벌써 골다공증 온거 아냐.
17. 백화점 식품매장
준호, 사골세트를 둘러보고 있다.
순애, 뛰어온다.
순애 : 준호씨.
준호 : 시간뺏어서 미안해요 순애씨.
순애 : 아니예요.
준호 : 신영이한테 사골같은걸 좀 보내고 싶은데 내가 뭘 알아야죠.
순애 : 한우 사골은 꽤 비쌀텐데...
사골세트를 보고 있는 준호.
준호 : 어휴... 이렇게 비쌌나?
순애 : 그냥 멸치만 할까요?
준호 : 큰맘먹고 나왔는데 그냥 하죠 뭐.
순애 : 잠깐만요. (가방 뒤적뒤적하더니 각종 쿠폰을 꺼내기 시작한다)
준호 : ......??
순애 : 이 백화점 할인쿠폰도 어디 있을꺼예요.
식품매장 일각.
나란히 앉아 비빔밥먹고 있는 준호와 순애.
준호 : 순애씨한테 연락하길 잘했다. 20퍼센트나 할인 받고. 역시 우린 통하는게 있다니까.
저두 이런 쿠폰 되게 밝히거든요.
순애 : 나중에 또 필요함 말씀하세요. 웬만한 쿠폰은 다 챙겨놓고 있거든요.
준호 : 순애씨 뭐 더 드실래요? 쫄면 하나 더 시킬까요?
순애 : 아뇨 이따 디저트나 먹어요.
과일시식코너.
키위, 파인애플, 오렌지 등등을 작게 잘라놓은 테이블.
순애, 준호를 데려온다.
순애 : 준호씨, 디저트 드세요.
두 사람, 이쑤시개로 과일을 찍어 먹는다.
열심히 신나게 먹으며 낄낄대고 있다.
인상좋은 중년의 아줌마 판매사원 둘을 보고.
아줌마 : 맛있으면 들여가세요.
준호 : 네? 쫌만 더 먹어봐야알겠는데요.
아줌마 : 신혼인가보네..... 색시가 아주 이쁘다.
준호와 순애 어색해서 픽 웃는다.
순애, 싫지않다.
18. 백화점 앞 / 낮
헤어지는 순애와 준호.
순애, 멸치박스를 하나 들고 있다.
순애 : 이런거 안사주셔도 되는데.
준호 : 순애씨 덕분에 싸게 샀는데요 뭐. 그거 집에 갖다드리세요. 멸치가 실해서 국물내면 맛있겠더라.
순애 : 고마워요 준호씨.
준호 : 저도 오늘 고마웠어요. 담에 또 봐요 그럼.
순애 : 준호씨도 잘가구요.
사골바구니와 멸치상자를 든 준호, 손 흔들고 멀어진다.
신영(E) : 나 걔 버렸어. 다신 안 봐.
순애(E) : . . . . . .그럼 내가 갖는다.
신영(E) : 가져라.
순애, 멍하니 서있는데
시봉 : 얘!
순애 : . . . . 여긴 웬일이세요.
소라 : 라면이랑 과일, 20년전 가격으로 판대서 왔지. 아침부터 줄서있었어.
19. 백화점 일각 / 낮
순애와 시봉, 소라 앉아있다.
옆엔 라면 한 박스와 사과나 딸기 한팩 놓여있고.
순애 : (라면을 물끄러미보며) 쌀 떨어진건 아니죠?
소라 : 쌀 떨어졌다면 이박사네 시집갈래?
순애 : 너나 가라.
소라 : 언니 그날 좀 너무한거 아니냐. 선을 보겠다고 했으면 코빼기는 비춰야지. 안할 때 안하더래두.
시봉 : 시집못가는 노처녀들, 따지고 보면 못가는게 아니야. 다들 눈이 높고 욕심이 많아서 그렇지,
하겠다 맘만 먹으면 결혼이 왜 안돼. 세상의 반이 남잔데.....
직업이 후져, 시댁식구가 많아, 머리숱이 없어.... 따지는게 많으니까 노처녀로 있는거야.
소라 : 엄마, 아까 그 남자 못봤어? 그렇게 멋진 사람이 있는데 우리동네 감자탕이 눈에 차겠냐.
시봉 : 아까 그 남자는 누구니. 뭐하는 사람이야.
순애 : 의사예요.
시봉 : (활짝 피는) 어머 세상에.... 의사야? 아이구 얘 너 팔자폈다. 진작 얘길허지이.
순애 : 그런거 아니예요.
시봉 : 얘, 인생은 한방이다. 여자팔자 뒤웅박팔자라는 말 몰라?
시집 안간 여자들은 아직 인생을 바꿀 마지막 한방이 남아있는거라니까.
넌 그 한방을 잡으면 되는거구.
순애 : 그 사람 신영이 친구예요.
시봉 : 친구아니라 애인임 어때. 뺏어 까짓꺼.
순애 : 고모!
시봉 : 신영이야 직장좋고 직업도 번듯한데 뭐가 아쉽니. 그치만 넌 뭐 볼 게 있어.
소라 : 그래, 언니. 그 남자를 뺏어도 이해해줄꺼야.
순애 : 말걑쟎은 소리 그만해.
소라 : 언니라고 의사사모님 되지말란 법 있냐.
시봉 : 그래 순애야. 너 얼굴도 이쁘고 몸매도 좋아. 기죽지마.
순애 : 그게 내맘대로 돼요? 그 사람이 날 좋아해야말이지....
시봉 : 너 마음이 있긴 있구나?
순애 : . . . . . .
20. 신영네 부엌 / 낮
다리 절룩거리며 냉장고로 싱크대로 움직이며 점심먹을 준비한다. 반찬통 열고 수저챙기고.
찬합통을 든 희숙, 들어온다.
신영 : 웬일이야. 이 시간에.
희숙 : 점심 손님 빠져서 왔어. 어머니가 밥 챙겨주라고 보내더라. 잡채도 싸왔다.
신영 : 안 그래두 되는데. 미안하게스리....
희숙 : 미안하면 빨리 시집가.
신영 : . . . . . .
마주앉아 밥먹는 희숙과 신영.
희숙 : 결혼안하구 혼자살면 맨날 빈 집에서 혼자 밥먹어야되는거 알지?
신영 : 몰라.
희숙 : 그때 본 그 남자.... 젠틀하고 돈도 있어보이던데 그냥 결혼해라.
이혼남이면 뭐 어때. 요즘 돌아온 솔로들이 좀 많은가.
신영 : 잡채 되게 맛있다.
희숙 : 혹시 남의 눈 신경쓰여서 그런거 아냐? 혼기 놓쳐가면서 일하다가 결국은 재취로 가는구나....
그런 말 들을까봐 그런거지?
신영 : (젓가락 탁 놓으며) 고씨, 너 그만 좀 할래?
희숙 : 얘, 그것도 욕심이야. 사람이 어떻게 다 가질 수 있니?
난 내 첫사랑이랑 결혼한 대신 그저 그런 보통 아줌마로 주저앉았어.
넌 니 이름걸고 성공한만큼 결혼에선 좀 손해봐도 괜챦지않아?
신영 : 지금 하는 얘기, 말이 된다고 생각해?
희숙 : 그 사람은 왜 싫은데?
신영 : 평범하지 않아.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사람같아.
희숙 : 인당수 뛰어드는 심청이가, 나중에 연꽃타고 살아날 줄 알았겠니?
일단 나 죽었소 몸을 던지는거야.
신영 : 던졌는데 아니면?
희숙 : 그 나이에 물좋고 정자 좋은데가 어디 그렇게 있겠니. 하나는 포기 해라.
니가 뭔데 다 가질려는거야.
신영 : 너 나 질투하는거지.
희숙 : 내가 널 질투해? 야야, 지나가던 개가 웃겠다.
신영 : 난 내 꿈을 이뤘지만,넌 디자이너가 되고싶던 니 꿈을 포기했쟎아?
희숙 : 난 결혼을 해서 남편 자식이 있지만, 넌 노처녀로 늙고 있쟎아?
신영 : 너 시누이한테 머리채 한번 잡혀볼래?
희숙 : (일어나 들이대며) 야! 잡아라! 잡아! 잡으라니까!
가방 맨 미나, 들어온다.
미나 : 엄마 고모랑 왜 싸워.
희숙 : 아냐 아무것두. 우리 딸 오늘 시험 잘봤쩌?
미나 : 미쳤어. 나 이제부터 공부안해.
신영 : 넌 그게 무슨 소리야.
미나 : 공부잘해서 좋은 대학가고 멋지게 성공하면 고모처럼 남자한테 채이고 시집도 못가쟎아.
나 그냥 고등학교만 졸업하구 성형수술 좀 거친 다음에 결혼할꺼야. 엄마두 그렇게 알어. (나간다)
희숙 : 다 너 때문이야.
신영 : . . . . .
21. 신영 방 / 낮
명상음악 틀어놓고 방바닥에 책상다리로 앉아 엄지와 검지 말아쥐고 있는 신영.
복식호흡하며 숨을 고르다가 대자로 쫙 뻗으며 벌렁 누워버린다.
신영 : 흐. . . . . .
준호 화내던 모습 떠오른다.
준호 : 평생 그러구 살아봐. 어떤 남자가 널 좋다고하겠나. 서른 다섯 마흔까지 계속 노처녀로 있어라.
신영, 멍하니....
신영 : 그래 서른 다섯 마흔까지 노처녀로 있을꺼다. 그런다고 인생이 끝장나냐.
22. 병원 복도 / 낮
수술복 입은 준호, 걸어온다.
지나가던 지훈과 마주치는.
지훈 : 수술 있으셨나보죠?
준호 : 예.... 그저께 치질수술을 한 환잔데 포스트옵 블리딩으로 실려와서요.
(post op bleeding:수술부위가 터져 피를 흘리는 증세)
지훈 : 출혈은 심했습니까?
준호 : .. . .포스트 옵 블리딩이 뭔지 아시나부죠?
지훈 : 모르는게 이상하지 않나요.
준호 : . . . .훌륭하시군요.
지훈 : 참, 어제 뉴스에 난 거 신준호 선생 아니죠?
준호 : 아니죠 절대 아니죠.
지훈 : 뭔줄 알고 아니라는건데요?
준호 : 예? 아니. . . .제가 뉴스에 날 일이 절대 없다 이 말씀이죠. 하하.
지훈 : 신영씨는 잘 있습니까?
준호 : 아... 예... 뭐 잘있습니다.
지훈 : 제가 보고 싶어한다고 좀 전해주세요. (간다)
준호 : . . . . .
23. 신영네 집 앞 / 밤
뿌르르 달려와 서는 택배오토바이.
24. 신영네 거실 / 밤
원영, 택배맨에게 멸치박스와 사골세트를 받아들고 서있다.
원영 : 신영아, 좀 나와봐! 준호가 뭘 잔뜩 보냈어.
신영 : (방에서 절룩거리며 나오는) 누가 뭘 보냈다구?
원영 : 신준호 걔가 왜 이걸 보내냐.
신영 : (상자보면 카드가 끼워져 있다)
준호(E) : 골다공증이냐. 뼈가 부러지게. 사골 푹 끓여먹고 10분마다 멸치 한 마리씩 먹어주세용.
내가 잘못했어 미안미안 곱하기 백!
원영 : 준호 이 놈 이제 우리집에 인사온다는 뜻 아냐? 일단 여기다 싸인부터 해드려.
신영 : 아저씨! 이거 도로 가져가세요.
25. 준호 오피스텔 / 밤
택배맨에게 상자 받아드는 준호.
준호 : . . . .아니... 이걸 안받겠다고 돌려보냈단말예요?
택배맨 가고.
준호, 상자를 테이블 위에 팡 올려놓는다.
준호 : 소갈딱지하고는.... 아니 나도 못 사먹는 한우사골을 큰맘먹고 보냈는데.......
(식식거리다 상자들고 나가는)
26. 승리네 거실 / 밤
테이블에 상자를 내려놓는 준호.
승리, 뭔가 싶어서 보고있고. 순애는 반가움...
준호 : 내가 사과의 편지까지 써서 보냈는데 돌려보내버리네요. 이거 너무 한거 아닙니까.
택배아저씨 보기두 챙피합디다, 내가. 신영이 그 놈, 정말 죽을 때까지 날 안볼 생각인가봐요. . .
순애 : . . . . .
승리 : 준호씨, 이리오쇼. 내가 준호씨 갈비뼈 하나 부러뜨리면 신영이가 저거 받을껍니다..
준호 : 아... 진짜 우발적인 사고였다니까요. 나두 오늘 하루종일 속상했어요.
승리 : 신영이가 준호씨 좋아하는거 알면서 그랬죠. 그래서 더 그랬나. 띠어버릴려구?
준호 : 예?
순애 : . . . . .
승리 : 좋아하는 남자가 꽃뱀한테 걸리구 그걸 다 해결해주구. 그건 조강지처가 하는 짓 아닌가.
그런 애를 세상에.....
준호 : . . . . . .
순애 : 준호씨, 저녁은 먹었어요?
밥먹고 있는 준호. 순애 식탁에 앉아 과일깎고 있다.
승리는 소파에서 TV보고.
준호 : 승리씬 나한테 화가 단단히 났나본데요.
순애 : 괜히 오바하는거니까 걱정마세요.
준호 : 신영이 지금 많이 아파요?
순애 : 뼈 부러진건 뻥이구, 그냥 인대가 좀 늘어났나봐요.
승리 : 집에단 한눈팔다 삐끗했다고 했대요. 그 와중에도 준호씨 이미지 관리해주는거봐요.
준호 : . . . . .
승리 : (다가와 협박조로) 가는 길에 저거 신영이한테 갖다주면서 싹싹빌어요. 알았죠?
27. 아파트 앞 / 밤
준호를 배웅하는 순애. 두 사람 걷고 있다.
준호, 상자를 다시 들고.
순애 : 신영이한테 오늘가기 뭐하면 나중에 만나던가요.
준호 : 그럼 계속 마음무거운 상태로 지내야하쟎아요. 가는 길에 들리죠 뭐.
순애 : 그래요 그럼.
준호 : 참, 순애씨 집엔 별 다른 일 없어요?
순애 : 사촌동생은 지각을 많이해서 그 병원 짤렸대요. 죄송해요, 준호씨.
준호 : 그럼 다른 델 알아봐야겠네요.
순애 : 아니예요. 폐끼치기 싫어요.
준호 : 순애씨 말마따나 없이 사는 사람끼리 돕고 살아야죠. 단돈 10만원을 벌어와도
옆에서 거드는 사람이 있으면 훨씬 나아요.
순애 : . . . .준호씨랑 얘기하면 참 편하더라.
준호 : 없이 사는 사람끼리는 통하니까요. 우리도 빨리 돈 많이 벌어서 좀 있어보이게 삽시다.
순애 : 그럽시다.
준호 : 들어가요 순애씨.
준호 가고.
순애, 가다가 준호를 한번 돌아본다. 씩씩하게 멀어지고 있는 준호.
순애 : . . . . .신영아.... 그거 받지마라.
28. 신영 방 / 밤
신영, 엎드려서 책보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보면 신준호라 뜨는 이름.
신영 : . . . . . (밧데리를 확 빼버린다)
29. 신영 집 앞 / 밤
휴대폰에 귀를 대고 있는 준호. 한손엔 사골멸치 박스 들고 있다.
(E) : 전화기가 꺼져있어......
준호, 어찌할까. . .왔다갔다. . . 하다가 어디론가 달려가는. (꽃사러가는)
30. 신영 방 / 밤
문 벌컥 열리고 희숙이 들어온다.
희숙 : 고모! 나와봐. 신준호가 찾아왔어.
신영 : 뭐?
31. 신영네 거실 / 밤
준호, 현관에 어정쩡하니 서있다. 장미꽃 한다발을 들고 사골과 명치상자를 내려놓는다.
금순 원영 희숙 찬영 모두 준호를 반갑게 맞는 분위기. 미나는 계단에서 구경하고.
금순 : 어머머 이게 누구야.... 준호아니냐... 세상에. . .옛날 얼굴 그대로구나....
준호 : 안녕하셨어요 어머니. 야... 어머니도 옛날 미모 그대로시네.
어? 원영이 형! 어릴 때 우리동네 얼짱 아니었어? 형은 왜 그렇게 불었어.
원영 : 야... 준호 넌 한 폼 난다. 의사선생님이라 그런가?
찬영 : 준호형! 나 기억나지.
준호 : 야.... 찬영이.... 너 내가 무둥태워주던거 기억나 안나.
찬영 : 나지 왜 안나. 야...형 우리 매형했으면 딱 좋겠구만.
원영 : 저 놈은 우리 딸. 이쁘지?
준호 : 야.... 고모보다 훨씬 이쁘구나.
미나 : 아저씨가 우리 고모부 후보예요?
준호 : 응?
금순 : 준호, 어여 앉아라. 참 이쪽은 우리 큰 며느리.
희숙 : 어서오세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참 미남이시네요. 고모한테 청혼이라도 하러오셨나부죠.
준호 : 예? 아니 ... 신영이 병문안 왔는데.... 지금 집에 없나요?
금순 : 없긴 왜 없어.... 얘, 신영아.
신영, 옷을 하나 걸치고 절룩이며 나온다. 쌩한 표정.
신영 : 너 여긴 웬일이야.
준호 : 니가 아프대니까 걱정돼서 왔지.
신영 : 일어나. 나가서 얘기하자. (나가고)
금순 : 얘!
준호 : 괜챦아요 어머니. 나갔다 올께요. (따라나간다)
두 사람 나가자 식구들 어리둥절하면서도 좋은.
원영 : 뭐야. 남자가 줄을 서 있쟎아.
찬영 : 지금까지 외로운척, 다 쌩쑈였어.
32. 놀이터 / 밤
싸늘한 눈빛으로 준호를 쏘아보고 있는 신영.
준호, 신영과 마주서있다.
준호 : 야, 사람이 사과를 하면 좀 받아주고 그래라. 너 때문에 하루종일 나 기분 안좋았어.
내가 수술이라도 잘못하면 어쩔려구그래.
신영 : 의사면허 정지먹음 되쟎아.
준호 : 야!
신영 : 뭘 잘했다구 소릴질러 얘가.
준호 : 잘못했다고 사과하쟎아. 무릎이라도 꿇고 빌까?
신영 : 빌어.
준호 : . . . .
신영 : 빈다며.
준호 : ....(마지못해 무릎꿇고). . . .내가 미안하다. 용서해라. . . . 됐냐?
신영 : (빤히 보며).....너야말로 가관이다.
준호 : (벌떡 일어나며) 너 진짜 이럴래? 너 정말 나랑 절교야? 죽을 때까지 나 안볼꺼야?
신영 : 그래. 안 봐!
준호 : 20년지기 친구를 이렇게 버릴 수 있냐?
신영 : 난 처음부터 너랑 친구로 지낼 생각없었다.
준호 : 친구도 아니면서 날 왜 도와줬냐.
신영 : 다신 안볼꺼니까 내가 탁 까놓구 말할게.
나 사실 널 잡을려구 했어. 널 내 남편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준호 : . . . . . 뭐?
신영 : 나.... 4년 사귄 애인한테 차이고 그 후유증땜에 몸도 마음도 아프고 회사에선 계속 찍히고. . .
정말 오도가도 못할 때 니가 나타났어. 그래서 난 널 운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겠니.
준호 : . . . . . .
신영 : 니 손을 잡고 날 차버린 그 놈 앞으로 멋지게 지나가고 싶었어.
20년만에 만난 내 첫사랑이야. 진짜 인연은 이 사람이었어 자랑하고 싶었다구.
준호 : . . . .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고). . . .
신영 : 그런데, 하는 꼬라지를 보니 날이 갈수록 아닌거야.
아무리 배가 고파도 쥐약이나 불량식품을 먹을 순 없는거거덩.
준호 : . . . 야... 이신영.....
신영 : 물론 나도 잘못이야. 널 좋아하기보단 필요로 했으니까. 하지만 그 싸구려같은 여자 만날 때
내가 막 질투가 나고 마음 아팠던걸보면 널 좋아하지 않은건 아냐.
준호 : . . . . .(심란한 듯 머리 벅벅 긁는) 흐.......
신영 : 죽을때까지 다시는 마주치지말자. 오늘밤의 쪽팔림으로 우리 관계는 끝이다. 잘가라 신준호.
(돌아서 간다)
준호 : . . . .
준호, 어쩔줄 몰라 서있고. 신영은 절룩거리면서 멀어진다.
준호, 달려가 신영을 막아서며
준호 : 야! 그런 마음이 있었으면 진작에 말을 하지.
신영 : . . . .띠동갑 연하만 찾는 애한테?
준호 : 내가 마음을 돌려보던가.... 아님 나 비슷한 딴 놈을 찾아봤을꺼 아냐 내가.
신영 : (기가 떡 막힌).... 뭐?
준호 : 너도 문제야. 누가 나랑 같은 해에 태어나래? 띠동갑 연하로 태어났음 좀 좋아?
신영 : 열두 살 많은 늙은이랑은 난 죽어도 결혼안해.
준호 : 어떡할까. 내 스타일을 포기하고 널 좋아해줘? 그럼 돼?
신영 : (자존심 팍 상하고). . . .
준호 : 내 한몸 희생해서 널 기쁘게 해주면 돼냐고. 말해 봐. 내가 노력해볼게.
신영 : . . . . . 희생?
준호 : 희생이지, 그럼. 나이도 많고, 고집 쎄고,
얼굴만 좀 이쁠까말까한 너한테 마음을 돌리는게 그럼 희생 아니고 뭐냐.
신영 : 너 정말 끔찍한 애다 신준호.
준호 : 왜? 자존심 상하냐? 우리 사이에 그런거 따지지말고 어디 한번 시원하게 ....(말해봐...)
신영 : (말 잘라) 디카에 찍힌 니 사진, 내일 당장 경찰에 넘길테니까 그렇게 알아.
피해자 조사 요청하면 바로 달려가길 바란다. (절룩거리며 가고)
준호 : 야..... (잡는데)
신영, 준호의 손을 매섭게 뿌리친다.
신영, 가는데
준호 : 날더러 어쩌란거야. 내가 노력해 본다쟎아. 야!
신영 : (뒤도 안돌아보고 멀어지고 있다)
준호 : . . . . . .
33. 준호 오피스텔 / 밤
침대에서 엎치락 뒤치락하며 생각에 잠긴 준호.
플래쉬백.
6부 신영이 츄리닝 대신 와이셔츠 입겠다고 떼쓰던 모습..........
7부 꽃뱀일당을 만나 ‘나 이 사람 약혼녀예요’,
학교운동장에서 뛰놀던 모습.........
신영(E) : 나 사실 널 잡을려구 했어. 널 내 남편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준호 : . . .이신영. . .또 보는 눈은 있어가지구. . . (미소)
34. 신영 방 / 밤
신비감 풍기는 야릇한 음악 흐르고.... 운세사이트에서 타로점을 치는 신영.
애정운 코너에서 (타로점, 혼자 질문하고 카드를 뽑으면 뽑힌 카드가 답을 줌)
신영 : (질문하는) 나는 결국 혼자 살게 될까요?
신영, 클릭클릭해서 카드를 고르면
전자음(F) : 좋은 인연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내일 당신의 반쪽을 만날지도 모릅니다.
신영 : 맨날 똑같은 소리.... 얘, 그냥 이렇게 말해라. . . .
당신은 내일 혹시 내 반쪽을 만나게되지 않을까.....
이렇게 하루하루 기다리고 실망하면서 마흔 살이 될겁니다.
신영, 거울 앞에 선다. 씩씩하게!
신영 : ..... 의연하게 맞아들이자. 까짓꺼.... 아이크림만 열심히 바르면 돼.
신영, 눈 밑에 아이크림 잔뜩 바르면서.....
35. 신영 집 앞 / 아침
신영, 출근하는 길. 집을 나서는데 ‘빵빵’ 클락션이 울린다.
신영, 보면 준호의 차.
준호 : 야! 타!
신영 : . . . .
준호 : 다리 나을때까지 내가 데려다줄게. 아직은 운전하기 불편할꺼 아냐.
신영 : 누구세요?
준호 : 저요? 이신영이가 남편감으로 잡아볼까했던 사람이걸랑요.
신영 : 물건너 갔으니까 가시죠.
준호 : 그러니까 부담없이 모셔다 드리는거죠.
신영 : 사라져주세요.
신영, 걸어가는데 준호 달려나와 신영 앞에 쭈그리고 앉는다.
준호 : 엎히세요 그럼.
신영 : 경찰에 디카 넘길까봐 무서워서 이러시는군요.
준호 : 당연하죠.
신영 : 어젯밤에 벌써 넘겼어요. 가보세요.
준호 : (벌떡 일어나며) 이신영, 하여튼 징그럽게 말 안들어. 이 오빠가 데려다준다쟎아.
준호, 신영을 번쩍 안아드는데 허리삐긋
준호 : 아! 허리 나갔다..... 너 왜 이렇게 무거워.
신영 : . . . (웃기기도하고 황당하고). . . .
36. 도로 / 아침
달리는 차 안.
준호 운전하고 신영은 조수석에.
준호 : 저녁에 우리 희찬이네 집들이 같이가자. 너 희찬이 알지, 5학년때 같은 반.
우리 동창 조미숙이랑 결혼했쟎아.
신영 : 내가 왜 너랑 같이 가니?
준호 : 걔들이 너랑 같이 오래. 이따 퇴근하고 데리러갈게, 딴데로 새기 없기다.
신영 : 신준호! 나 어젯밤으로 너랑 끝났다니까. 이젠 널 잡겠다는 마음 하나도 없어.
준호 : 누가 뭐래?
신영 : . . . . .
(E) : 휴대폰벨
준호 : (받아) 아, 순애씨...
신영 : ??
준호 : 제가 지금 운전중이거든요... 이따 전화할께요.
신영 : 순애? 내 친구 진순애?
준호 : 응.
신영 : 순애가 왜?
준호 : 글쎄.
신영 : . . . . . .
37. 방송사 앞 / 아침
와서 서는 준호의 차.
신영, 내리고 준호도 따라내린다.
준호 : 수고해! 나 간다.
신영 : (말없이 회사로 들어가는데)
준호 : 야, 뭐 이러냐. 방송국 앞인데 이쁜 탈렌트들 하나도 안보이네.
신영 : (한심하다는 듯 돌아보면)
준호 : 이럼 여기까지 온 보람이 없쟎아. 저녁땐 좀 보이겠지? 이따 데리러올게! (차에 타고)
신영 : (기막힌 듯) 허!
37-1. 승리아파트
노트북에서 메일 확인하는 승리. ‘데이빗 최’ 로부터 온 메일.
승리 : 어쭈! 투자할 생각이 있나본데....
메일 클릭해서 읽는
승리 : 사업계획서 잘 봤다. 다음주에 서울에 간다. 그때 얘기하자.
흠. . . . 좋아! (일어나서 왔다갔다) 같이 동업해도 되겠지? 이 자식 또 뒤통수 치진 않겠지?
37-2. 보도국 일각
신영, 바쁘게 걸어가며 전화받는
신영 : 같이 동업해도 되나, 물어보게?
승리(F) : 응. 그러니까 연락처 좀 대봐.
신영 : 댕기도령은 결혼전문 점쟁이랬거든. 사업은 딴델 가봐야하지 않을까?
승리 : 사업전문 점쟁이 아는데 있니?
신영 : 몰라 몰라 나 지금 바쁘거든. 우리 엄마가게 아줌마한테 물어봐. 그런거 전문이셔. (뛰고)
37-3. 백설선녀 점집
백설공주 그림과 일곱난장이 그림붙어있다.
주변에 바비인형과 비싼 유럽식 인형들 늘어놓고 보석들로 한아름 치장된 방.
선녀복을 입고 요란하게 꾸민 젊은 여자,
바비인형의 머리를 빗기며 앉아서 야시시한 눈빛으로 승리를 보고 있다.
승리 : 전남편이랑 사업을 같이해도 될까... 해서 왔는데요.
선녀 : (승리 빤히보며) 고년.... 고거 보통 팔자 아니로구나.
승리 : ..... 올해 사업을 해도 괜챦을까요? 얼마전에 안좋은 일이 있었는데, 그걸루 다 액땜이 됐는지....
선녀 : 안다 이년아. 말안해두 알어. 이혼했지 너?
승리 : 아 내가 방금 전남편이라고 그랬으니 당연히 이혼했죠.
선녀 : 시끄러. 너 돈을 벌고 싶어왔구나.
승리 : 아니 사업 때문에 왔는데 당연히 돈벌고 싶죠. 뭐 하나마나한걸 맞추고 그래.
선녀 : 성질이 그러니까 팔자가 그렇지 이년아.
승리 : (기분상해 인상쓰며) 아니 사업해도 되냐구 묻는데 왜 자꾸 욕은 하고 그럽니까?
선녀 : 내맘이다 이년아.
승리 : (열받아) 허! 아니 내가 올해 사업을 해두 되냐고요. (책상탕탕치며) 큰 돈을 좀 벌 수 있겠냐고요.
선녀 : 못번다. 너 땡전 한푼 못번다.
승리 : 뭐요?
선녀 : 너 올해 돈 한푼도 못번다고. 사업집어쳐!
승리 : 아 뭐 이런게 다있어! 야, 너 몇 살이야. 몇 살인데 꼬박꼬박 반말이고 욕이야. 너 주민증 까봐!
선녀 : 이년이! (머리 빗기던 인형 승리에게 집어던진다)
승리 : (머리에 인형 맞는다. 열받았다) 이게 진짜. . . 야! (일어나 인형들을 다 집어던진다)
내가 너보다 쎄면 쎘지 못하진않어. 어디서 까불어 이게!
선녀 : (으앙. . .울음 터트리고)
승리 : 미친년! 신빨도 안받는게. . . . (문 탕 닫고 나가고)
37-4. 거리 / 낮
식식대며 걸어가는 승리.
승리 : 이런델 찾아온 내가 잘못이다. 그냥 나를 믿자! 장승리 너 잘된다! 돈 번다!
(중얼거리며가는) 잘된다 돈번다. . ..
38. 항공사 / 낮
유니폼 입은 승무원들 오고 가고. . . . 순애, 들어온다.
순애 : (마주치며 인사) 안녕하셨어요. . . .안녕? 어머 안녕하셨어요?
순애, 한 후배와 마주치자 반갑게 껴안고 인사하는....
순애 : 어머 지은아....
후배 : 선배님. . . .
순애와 후배 자판기 커피놓고 앉아있다.
후배 : 오늘은 웬일이세요.
순애 : 응.... 그냥 지나는 김에... 아는 얼굴 있음 인사나할까 싶어서 들렀어.
후배 : 그러시구나.... 그런줄도 모르고. 우리 동기들 지금 선배님 보고 다 숨었쟎아요.
순애 : 왜?
후배 : 그저께랑 지난주에요, 퇴사한 57기 선배님들이 다녀갔쟎아요.
와서 정수기 하나씩 사라고 하고, 보험도 들라구하고.
순애 : 보험두? 벌써 들었어?
후배 : 네. 암보험이랑 뭐랑 하나씩 다들 들었죠.
순애 : . . . .보험. . .벌써 해버렸구나...
후배 : 그래서 오늘 선배님이 오셨길래 이번엔 또 뭔가.... 다들 긴장하고 숨어버렸는데.
뭐 그런거 아니라니까 다행이다.
순애 : . . . . . .
후배 : 그리구 마침 잘오셨어요. (가방에서 청첩장 꺼내며) 저 이달 말에 결혼하거든요,
꼭 오세요 선배님.
순애 : . . . .
39. 거 리 / 낮
터덜터덜 걷고있는 순애.
신문가판대를 보면 ‘이번주 누적액 78억’ 순애 멍하니 복권광고를 보고있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순애 : 여보세요.....
시봉(F) : 얘, 난데 아버지가 요즘 더 안좋아지시네....
자꾸 어지럽다고 그러구 가슴이 아프다고 그러신다.... 너 아직도 일자리 못구했....
순애 : (전화를 탁 끓어버린다. . . .모든 것이 다 짜증스럽다). . .
40. 공원 / 낮
맑은 햇살 비치는 벤치에 멍청하게 앉아있는 순애. 저만치서 신랑신부 야외촬영이 한창이다.
순애, 주머니에서 복권을 꺼내 긁기 시작한다. 꽝. . .꽝꽝. . . .
순애 신경질 난 듯 박박 찢어 확날려 버리는데 청소원 아저씨 버럭 화내며 다가온다.
청소원 : 아줌마! 휴지를 그렇게 아무데나 막 버림 어떡해요. 후딱 주서요.
순애 : .... . . 죄송합니다.
순애, 쭈그려 앉아 복권조각을 줍는데..... 짜증과 답답함이 치밀어 오른다.
줍던복권조각들, 다시 확 뿌리고 벤치에 누워버린다.
파란 하늘..... 가방에서 통장을 꺼내 펼쳐보면 잔고가 11만 8천원정도 남아있다.
탁 놓고. 멍하니 하늘보면서
순애 : 서른 두 살, 무직, 통장잔고 11만원, 병든 아버지.... 나한테도 미래란게 있을까. . . .
순애 암울하다. . . .
웨딩촬영팀 순애옆을 스쳐가며 누워있는 순애를 힐끗거린다.
‘낮술을 먹었나...’ ‘요샌 여자노숙자도 많대...’ 수군거리며 사리지고.
순애, 멍청하니 누워있는데 핸드폰벨 울린다.
순애 : (주섬주섬 가방에서 전화꺼낸다. 발신자보고 반가움) 준호씨?
41. 준호 병원 식당 / 낮
식판들고 와 앉는 순애와 준호.
준호 : 아직까지 점심도 안먹고 뭐했어요. 쌀 떨어졌어요?
순애 : 네.
준호 : 밥 없으면 맨날 여기와서 먹어요. 내가 식권 드릴께요.
순애 : 정말 맨날 올꺼예요 그럼.
준호 : 걱정말구 오세요. 야....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배추된장국이네.
순애 : 어머, 나 그거 잘하는데. 언제 한번 오세요. 끓여들일께요.
준호 : 좋죠.
간호사들 킥킥대고 지나가면서
간호사 : 신준호 선생님 지금 구내식당에서 데이트한다고 소문 쫙 났어요.
우와... 되게 미인이시다아. . .(까르르 웃으며 도망가고)
준호 : 제가 워낙에 인기도 많고 이 병원 얼짱이다보니까 어딜가나 시선집중이예요.
아... 잘생긴 것도 무지 피곤해.
순애 : (픽 웃으며) 준호씨는 어떻게 그렇게 밝아요? 없이살면 그늘이 지게 마련인데.
준호 : 잘생겼으니까요. 아, 우리공통점 또 하나 있다. 없이 사는데 인물은 좀 따라줌.
몸매와 인간성도 따라줌.
순애 : (웃는)
준호 : 아침엔 왜 전화했어요?
순애 : 아니 뭐.... 어제 신영이랑 얘기는 잘됐나.... 궁금하기도하고....
준호 : 제가 냅다 빌었죠. 오늘 아침에도 회사까지 모셔다드렸어요.
순애 : . . .제가 전화했을 때 그럼 신영이랑 같이 계셨어요?
준호 : 네.
순애 : . . . . . .
42. 병원 일각 / 낮
걸어오는 순애와 준호. 지훈과 마주친다.
지훈 : 식사했어요?
준호 : 예, 방금 먹고 오는 길입니다.
지훈 : (순애를 보면)
준호 : 참 인사하세요. 여긴 진순애씨. 신영이 단짝친구예요.
지훈 : 아... 그러세요. 반갑습니다. 김지훈입니다.
준호 : 우리 병원 기획홍보실장님. 파워가 막강하신분이예요.
순애 : 아... 신영이한테 얘기들었어요.
지훈 : 신영씨가 친구들한테 제 얘기도 했습니까?
순애 : 그럼요. 그래서 우리가 막 잘해보라고 응원해줬는데요.
지훈 : 친구분들이 훌륭하시군요. 언제 제가 저녁 한번 사게 해주시겠어요?
순애 : 영광이죠.
지훈 : 다음에 뵙겠습니다. (가고)
순애 : 와.... 멋지네... 아니 신영인 왜 저런 사람한테 튕기는거지?
준호 : 저 사람이 멋져요?
순애 : 네. 신영이랑 엄청 잘어울릴 것 같지 않아요?
준호 : 아뇨.
43. 호텔 커피숍 / 낮
한껏 화려하게 차리고 앉아있는 승리. 계속 머리 매만지고 옷매무새 살피고.... 거울보고....
초라하게 보이고 싶지않은 마음.
승리 : (시계를 본다) 하여튼 이 자식은 30분 지각이 기본이라니까....
승리, 물마시며 고개들다가 표정이 굳는다.
첫째 시누이 걸어오고 있다. 거만한 걸음걸이.
물잔 놓고 똑바로 앉아 빤히 보는데
시누이 : (와서 앉는다)
승리 : 전 윤장구씨랑 약속했는데요. 그 사람 어제 미국에서 도착하지 않았나요?
시누이 : 도착이야했지.
승리 : 누나들한테 또 일러바쳤나부죠.
시누이 : 어머니한테도 일러바쳤지. 어머니가 하신 말 그대로 전해줄테니 들어라.
승리 : 듣기싫구요. 윤장구더러 인간 좀 되라고 전해주실래요.
시누이 : 상종못할 천격에 천하의 상것! 어디 감히 우리 집 돈을 탐내는 수작을 해.
승리 : 제가 아이디어를 내구요, 그 쪽한테 투자의향을 물었을뿐입니다.
윤장구 머리로 어디 큰 돈 만져보겠습니까.
시누이 : (물잔을 승리 얼굴에 쫙 끼얹으며) 돈이 궁하면 나가서 몸이라도 팔아.
승리 : . . . . .
시누이 : 나쁜년 같으니라구. (일어서 가는데)
승리 : (벌떡 일어나 옆 테이블의 물잔을 두 개 움켜쥐고 시누이에게 간다) 저기요!
시누이 : (돌아보면)
승리 : (날이 선 표정으로 물 두잔을 쫙쫙 끼얹는다)
이렇게만 알어! 나한테 되로 주면 반드시 말로 받을꺼라구.
44. 보도국
신영, 명석과 종규, 태근에게 얘기중인.
신영 : 해외음란물 불법유통 조직을 하나 취재할꺼구요.
태근 : 그거 괜챦네. 걔들 치면 증거물 확실하게 압수해서 우리 몇 개 갖다줘.
신영 : 또 있어요. 조폭이 키우고 있는 고교불량서클도 파헤쳐볼려구요.
태근 : 얘기는 되는데 그런거 취재나가면 협박전화 엄청 받는거 알지?
신영 : 그런거 무섭다구 취재 가려서 하는 기자가 어딨겠어요.
명석 : 어제 결근하구 산삼이라도 먹었냐. 힘이 막 뻗치네.
신영 : 처자식도 없는데 뭐가 무섭겠습니까. 빡센 취재 아이템 있으면 다 저 주세요.
명석 : 부산에서 활동하는 러시아 마피아도 있구, 조폭이 잡고있는 장기밀매 조직도 있구....
태근 : 지리산에 한 두달 잠복해서 밀렵도 뿌리뽑고말야.
앵커 다가와
앵커 : 그걸 다 이신영이가 해보겠단말이야?
명석 : 네. 무서운거 없다는데요.
앵커 : 이신영 정말이야?
신영 : 네?. . . . (머리 긁적이며) 저 먼저 퇴근하겠습니다.
45. 집들이 아파트 / 밤
25평형 정도의 아파트. 거실에 상을 펴고 저녁식사중인 준호 신영과 동창부부.
옆엔 걸음마 보조기를 탄 두세살짜리 아이 부산하게 돌아다니고.
희찬 : 신영아, 대충고르고 가라. 신준호도 이만하면 용됐지 않냐.
신영 : 왜 또 신준호는 갖다붙이고 그래. 나 결혼관심없어.
미숙 : 너 빨리해야돼. 나도 서른에 애낳으면서 노산이라고 얼마나 걱정들었는지 알아.
신영 : 요샌 서른다섯 넘어서도 초산인 사람들 엄청많아. 다 건강하게 애들 잘낳는구만 뭐.
미숙 : 그래두 젊을 때 낳는게 좋지. 얘낳고나서 빨래 한번 잘못했더니 밤마다 손목이 시큰거려 죽겠다.
희찬 : 넌 올해 결혼해도 내후년에나 낳겠다. 야... 너 어떡하냐.
신영, 인상쓴채 대꾸없이 밥만먹고
준호는 그런 신영을 보고....
미숙 : 나이들어서 애낳으면 기형아 낳을 확률도 높대쟎아.
준호 : 아...그래? 어쩐지... (애를 보며) 애가 좀 어리버리하다했어.
미숙, 희찬 : .......??
준호 : (애 앞에 손가락 왔다갔다하며) 눈에 초점도 안맞는 것 같고.... 지 엄마 아빠는 알아보니?
야.... 정말 코딱지 붙이고 있는거 하며.... 나이들어서 애낳을꺼 정말 아니다.
희찬 : 야, 우리 아들은 똑똑해.
준호 : 머리숱도 없구....이 부스럼은 뭐야. 얘 아토피도 있구나. 끝장이다.
희찬 : 임신해서 맨날 인스턴트 식품만 먹으니 안그래.
미숙 : 당신이 언제 저녁밥 한번 지어줘봤어? 맨날 내 탓만 해.
희찬 : 또 내 핑계. 다 내 잘못이다 그래.
잠시 분위기 썰렁. . . .
신영, 분위기 바꿔보고자
신영 : 너희 집 너무 이쁘다아.... 분양받았다는 아파트가 이거니?
미숙 : 아니. 그건 시댁에서 가져가구 여긴 전세로 있는거야.
신영 : 어머, 왜?
미숙 : 형님네가 미국에서 왔쟎니. 그랬더니 우리 아파트를 잠깐 내달라고 하시더라. 연구소 가깝다고.
죽어라 중도금 부어놨더니 형님댁이 가로챘어.
희찬 : 잠깐 빌려준거지 뭘 가로채냐. 그리구 당신도 찬성했쟎아. 그래놓구 왜 또 볼멘소리야.
미숙 : 그럼 싫단 말을 어떻게 하냐. 난 어머님 그러시는거 정말 이해안돼.
큰아들이 미국박사면 박사지 왜 우리집을 내놓으래?
신영 : 좀 심했다 그건.
미숙 : 신영아. 시집갈 때 꼭 시댁어른들도 보고 가. 결혼 정말 남자만보고 할꺼 아냐.
너 며느리한테 (손가락으로 동그라미 만들며) 이거 바라는 집도 얼마나 많은줄 아니.
희찬 : 우리집이 그렇단거야 뭐야. 처가에선 뭐 해준게 있다고 그래.
미숙 : (소리 버럭) 뻑하면 저 소리. 지겨워죽겠어.
아이 울기 시작한다.
미숙 : 넌 또 왜 울고 야단이야. 아까 밥먹었쟎아.
희찬 : 왜 애한테 소리는 질러 뭐 잘한게 있다고. 준호도 딱보고 그렇쟎아. 애가 아토피라고.
미숙 : 내가 아토피 되라고 했냐. 왜 나한테 화풀이야. 시댁에 뺏길 집, 중도금 붓느라고
내가 3년동안 옷 한벌도 못사입었는데.
희찬 : 그 잘난 중도금은 너 혼자만 부었냐?
미숙 : 신영아 넌 능력있으니까 혼자 살아. 결혼해봤자 좋을꺼 하나 없다.
희찬 : 준호 너 봤지? 이런게 결혼의 현실이다.
미숙 : 형님네도 그래. 어머니가 그집에 살래도 거절을 해야지 냅죽 그걸 받아먹냐.
희찬 : 받아먹다니. 받아먹다니.
두 사람 언성높히며 싸우고 애는 빽빽 울고. . .
준호와 신영, 황당한 표정으로 눈치살피며 앉아있다가 ‘나가자’ 후다닥 일어서고.
46. 아파트 앞 / 밤
도망치듯 나온 준호와 신영.
신영 : 저런게 결혼의 실상인가.
준호 : 나 아까 잘했지? 노산얘기 나올 때 너 열받은 것 같아서 내가 먼저 공격했지.
신영 : 그래두 애를 잡냐. 하여튼 성격도 특이해.
준호 : 너야말로 웃기더라. 집 얘기는 왜 꺼내게 해.
신영 : 시댁에서 집을 뺏었는지 내가 알게뭐야.
준호 : 가만! 내 차는 어디간거야.
신영 : (경비실에) 아저씨! 여기 세워놓은 차가 안보이는데요.
경비 : 이 아파트 차 아닌건 다 견인해 가.
신영 : 어! 저기!
준호 차, 견인차에 끌려가고 있다.
준호 : 아저씨! (따라가며)
신영 : (뛰며) 아저씨! 스톱! 차 세워요!
준호 : 아 저거 옆에 다 긁히겠네....할부금 갚을려면 1년 8개월남았는데....
신영 : 들어올 때 경비아저씨한테 얘길 잘했어야지.
준호 : 너랑 같이 있음 되는 일이 없어.
신영 : 여긴 니가 오쟀쟎아!
준호 : 빨리가서 좀 세워봐. 너 기자쟎아.
신영 : 다리만 안다쳤음 잡고도 남았지. 내 다리 부러뜨린게 누군데.
준호 : 내가 싹싹 빌었는데 왜 또 그 얘기가 나와.
신영 : 니가 먼저 시작했쟎아.
두 사람 바락바락 싸우고... 견인차는 밤거리로 멀어지고....
47. 신영네 외경 / 낮
48. 신영네 거실 / 낮
일요일 낮. TV 앞에 앉아있는 신영.
찬영, 군것질 거리들고 부엌에서 나온다.
찬영 : 비디오 여행은 언제하지?
신영 : 이거 끝나구 12시 뉴스끝난 다음에. 그 다음엔 미니시리즈 재방송, 주말연속극 재방송.
찬영 : 휴일 TV프로그램을 다 외우고 계시구만.
신영 : 나두 이런 내 자신이 싫어.
찬영 : 그만 좀 튕기고 아무나 잡아라. 누나 때문에 우리나라 노처녀들을 내가 다시본다니까.
불쌍한 사람들이 아니라 엄청 이기적인 사람들이야.
어디 더 나은 놈 없나....내 일 좀 더하다 가자. 자기만 알고 조금도 양보안하고.....
신영 : 원래 괜챦은 여자들이 노처녀가 되는거야.
자신감없는 애들이나 아무 남자한테 넙죽가서 기고 살지.
찬영 : 돈 욕심, 성공욕심에 간섭받기 싫어하고.... 그러니 결혼이 되냐.
신영 : (쿳션베고 누으며) 졸려.....
찬영 : 승리 순애누나랑 나가놀던지 그럼.
신영 : 걔들 지금 목욕갔어. 졸려. 잘래.
찬영 : 이기적인 노처녀의 일요일..... 열라 처량해보인다.
신영 : (찬영얼굴에 발바닥 갖다대며) 나 발바닥 좀 주물러 줘.
49. 준호 오피스텔 / 낮
일요일 낮. 짜장면 먹은 그릇 한쪽에 놓여있고.
준호, 음악회 초대권 두장을 펼쳤다 모았다 부채질했다.....
준호 : . . . .같이 갈 사람 없을땐 초대권도 넘쳐나요......
50. 거 리 / 낮
지훈, 서서 빌딩 위를 올려다보며 통화중.
높은 건물의 10층 정도되는 곳에서 한 중년남자 천원짜리를 뿌리고 있다.
지훈 : 신영씨, 지금 테헤란론데요. 어떤 남자가 사무실 창문을 열고 천원 짜리를 막 뿌리고 있어요. . .
못믿겠다면 동영상메일로 보내줄까요?
51. 거 리 / 낮
보도차량 와서 서고. 종규, 후다닥 내려 찍는다.
빌딩위에선 천원짜리 흩날리고 행인들 돈을 줍느라 난리법석이다.
신영도 택시에서 내린다. 지훈에게 다가와
신영 : 저 사람 왜 저러는거래요?
지훈 : 그런걸 알아내는게 기자아닌가요.
(E) : 핸드폰벨
신영 : (전화받아) 나 지금 취재중이야. 나중에 할게. (끓고)
52. 준호 오피스텔 / 낮
준호, 한손엔 끓겨진 전화 한손엔 초대권들고 멍청히. . . .
53. 거 리 / 어스름
경찰차 와서 서고 경찰들 내려 건물 안으로 뛰어들어간다.
창문의 남자, 경찰을 보고 창문에서 사라진다.
신영 : 어? 경찰보고 도망가나본데. . . .
종규 : 선배! 반드시 잡아서 인터뷰 따야된다이.
신영 : 어떡하지.... 경찰이 나올때까지 기다리나... 내가 들어가야하나.
지훈 : 경비아저씨한테 물어보니까 휴일이라 뒷문은 닫혀있대요.
출구는 지하주차장 아니면 여기 뿐이예요.
종규 : 내가 지하주차장으로 갈게, 선배가 그럼 여길 지켜라.
이야기하고 있는데 남자, 건물에서 달려나와 도망간다.
신영 : 어? 저 사람맞지?
종규 : 응, 맞어! 빨리 가서 잡아!
신영 : 거기서요! (뛰는데 다친 다리 아파 절룩이며 속도 못낸다)
지훈, 달리기 시작한다. 빌딩숲 사이를 가로질러 달려가는 남자와 그를 뒤쫓는 지훈의 추격전.
남자 가면서도 품에서 천원짜리를 꺼내 휙 던지고.
행인들 줍느라 멈춰서는 바람에 달리던 지훈과 부딪히고 넘어지고.... 지훈 끝까지 쫓아간다.
지훈, 몸을 날려 남자를 덮치고.
54. 거 리 / 낮
지훈, 땀닦으며 경찰과 악수하고 고맙단 인사받고 있다.
남자, 경찰차에 타고.
신영, 한쪽에 앉아 노트북으로 열심히 기사를 쓰고 있다.
지훈은 그런 신영을 바라보고 있고.
신영, 읽으면서 기사쓰는..... (무선인터넷으로 회사에 기사송고하는 설정)
신영 : 이 소동의 주인공은 마흔 네살의 회사원 강모씨로,
명퇴를 종용하는 회사에 불만을 품고 200만원을 모두 천원짜리 지폐로 바꾸어
거리로 뿌렸습니다. . . .
지훈 : 회사로 안들어가봐도 돼요?
신영 : 네, 기사만 보내면돼요. 이건 그냥 스트레이트 처리할꺼래요.
그림 나가면서 앵커가 간단하게 멘트하는거요.
지훈 : 나 착하지 않아요? 신영씨가 전화하지말라면 안하고. 제보하고 범인도 잡고. 착하죠?
신영 : 착해요.
지훈 : 소원 하나 들어줘요 그럼.
신영 : ??
55. 공연장 / 밤
‘잠자는 숲속의 공주’ 발레포스터.
후원 하늘병원이라 쓰여있다.
순애 : 어머, 하늘병원 후원이네요.
준호 : 그래서 초대권이 생긴거죠.
순애 : 신영이한텐 연락안하셨어요?
준호 : 했죠! 취재중이야. 이러면서 전화 탁 끓던데요.
순애 : 일요일인데두요?
준호 : 모르죠 취재를 하는건지 아님 튕기는건지...
신영, 영훈을 따라 연주회장 로비로 들어온다.
팜플렛을 보고 웃으며 얘기하던 순애와 준호, 로비로 들어오는 신영과 영훈을 본다.
준호 얼굴이 굳는데.....
신영, 영훈과 걸어오다 순애와 함께 있는 준호와 마주친다.
네사람 어색하게 마주치는데서.......
*출처 : 대본과시나리오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