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논의가 활발해진다
전 대 열
한국정치평론가협회장
5월30일이 되면 18대 국회가 개원한다. 노무현정권의 첨병 노릇을 했던 386세대가 지배했던 17대 국회는 정권도 빼앗긴 채 막을 내렸다. 그동안 국민의 따가운 눈길을 피할 길 없었던 그들은 대부분 낙선의 고배를 마시고 국회를 떠났다. 민주화운동의 선두에서 싸우며 군사독재 정권을 쫓아내는데 혁혁한 공로를 세웠던 사람들이 큰 잘못을 저지른 것 같지도 않은데 어째서 국민들의 외면을 받았을까.
애초에 그럴 것 같았으면 차라리 17대 선거에서 걸러낼 일이지 정권까지 맡겼다가 거둬들인 국민의 심정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연유가 있었다. 막 대통령에 당선한 노무현에 대한 국회결의가 빌미였다. 아무리 표차가 적었다고 하더라도 노무현은 예상을 뒤엎고 이회창을 따돌렸다.
상고 밖에 나오지 않은 핸디캡을 극복하고 판사와 국회의원 그리고 장관까지 역임할 수 있었던 노무현에게 국민들은 이회창과 전혀 다른 색다름을 느꼈다. 기득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도 이 나라의 주류세력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뭔가 부족하고 졸렬해 보이지만 대통령으로 뽑아주면 달라질 것으로 봤다. 그래서 모든 것을 갖췄다는 이회창을 두 번째로 버리고 뽑아줬는데 느닷없이 국회에서 탄핵을 결의했다.
국민들의 눈으로 볼 때 노무현이 저지른 선거법 위반이라는 문제는 지극히 작아보였다. 그의 저질스런 언행도 아직 다듬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봐줄 때다. 그런데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합세하여 대통령을 탄핵했다. 때를 만난 386들이 벌 떼처럼 일어났다. 헌법재판소도 탄핵을 받아드리지 않았다. 저울추는 급속히 노무현에게 기울었다. 그래서 17대 국회는 의석의 과반수를 넘기는 이변을 연출하며 노무현 당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사사건건 싸움질만 해오던 사람들이 타협과 화합의 정치를 하기에는 아직도 역부족이었다. 남북관계도 전후를 따져 설득하면 얼마든지 ‘퍼주기’ 소리를 듣지 않고 원만하게 협조 받을 수 있을 것을 아예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다가 결국 민심과 유리되었다. 친북좌파네, 꼴통보수네 하면서 서로 원수 보듯이 하다보니 골이 너무 깊어졌다.
노무현 정권이 막바지에 이르러 국민의 지지를 잃고 허무하게 무너진 과정은 국민이 너무나 잘 안다. 그리하여 한나라당이 10년 만에 다시 정권을 잡았다. 이명박은 이러한 민심의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큰 힘 들이지 않고 대통령이 되었다. 그것도 5백 만표를 웃도는 압도적인 득표를 했으니 선거사상 처음 있는 이변이다. 게다가 곧 이어진 18대 국회의원 총선에서도 과반수를 넘겼다.
공천과정에서 박근혜계와 협조했더라면 개헌선을 획득했을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할 만큼 국민의 기대심리가 모였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이명박정부는 내각구성과 청와대 수석비서관 임명을 둘러싸고 ‘강부자’와 ‘고소영’이라는 늪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이번에는 광우병 쇠고기에 묻혀버렸다. 광우병에 걸린 소도 없고, 광우병에 전염된 사람도 없는데 우리 정부는 마치 광우병 3기에나 걸린 듯 맥을 못 쓴다.
광화문 촛불 집회는 어떤 형태로든 주동하는 세력이 없어서는 이뤄질 수 없다. 감성이 예민한 학생들이 문화제 형식으로 시작했더라도 조직적인 시위와 선동은 눈에 띄지 않는 전문가들이 조종한다. 쇠고기 문제는 이미 정치적인 이슈로 변했다. 정치 이슈를 이용하고 싶은 세력은 전국도처에 산재한다. 군사독재 정권 하에서도 죽음을 무릅쓰고 투쟁을 했던 사람들인데 그까짓 촛불집회를 이끌어가는 것쯤이야 대수겠는가.
이런 판국에 18대 국회가 개원하면 맨 먼저 활발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 헌법개정 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은 임기를 얼마 앞두고 갑자기 개헌안을 꺼냈다. 대선 국면 전환용이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여야는 합의로 개헌문제를 18대로 떠넘겼다. 이미 당선자들을 중심으로 이를 연구하는 모임도 만들어졌다.
학계와 언론에서도 5년 단임제의 폐단을 얘기한다. 4년 중임제 안은 벌써부터 정론으로 받아드려지는 분위기다. 5년 단임으로 끝나다보니 대통령의 경륜을 펼 시간적 여유가 짧은 것도 사실이고 정책실천에 대한 추진력도 부족하다. 기왕 맡긴 정권을 훌륭하게 이끌어갈 수 있도록 한번 더할 기회는 줘야 된다는 것이 대체적인 여론이다. 과거에 우리는 4년 중임제를 했던 경험이 있다.
이것이 3선, 4선으로 이어지면서 독재정권으로 치달은 것이 국민의 발목을 잡는다. 갈등과 반감만이 교차하는 3선 개헌 반대투쟁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개헌논의를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이제는 누구라 3선 개헌 하겠다고 나설 수도 없는 세상이 되었다. 모처럼 새 장이 섰다. 나라와 국민에게 유리한 일이라면 누구든지 나서서 헌법개정에 대한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 이명박정부 초기에 이를 실현하여 차기 대권주자에게 부담을 주지 말아야 한다. 18대 국회에 기대하는 바 크다.
첫댓글 나라가 잘 되고 국민이 잘 사는 일이라면 헌법개정에 대한 국민의 의견을 개진 해 보는것도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건필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