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십대

[joon]

 칠십대
-1950년생 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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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서 날아온 메뚜기 떼가
36년간이나
이 땅을 샅샅이 훑어 먹고
쭉정이만 남기고 물러났다
섬나라의 길라잡이가 되어
부스러기로 배를 채웠던
구더기 같은 무리와
변방을 떠돌며 목숨 던져
그들과 싸웠던 초인들이
남은 이삭 몇 낱을 두고
피 터지게 싸웠다
 
해방된 한반도는
펄펄 끓는 용광로가 되어
결국 활화산으로 분출했다
무명옷 입은 몇백만의
굶주린 목숨들이 전쟁의 제물로
받쳐졌지만
민족 위에 걸터앉은
하잘것없는 이념의 깃발이
이 땅의 허리를 잘라
남북으로 고착화시켰다
 
전쟁 전보다 증오와 분노는
더 들끓었고
일제에 빌붙어 호의호식했던
쥐새끼들은
또 다른 외세인 미국의 등을 업고
반역자에서 애국자로 신분 세탁해
다시 이 땅을 움켜쥐었다
전쟁은 이 터전을 지옥으로
만들었지만 반민족 세력에게는
하늘이 내린 축복이었다
찬 서리 맞으며 독립투쟁 했던
의로운 세력과 정신은
완벽히 제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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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과 슬픔이 안개처럼 떠다니는
내란의 설거지 하는 틈새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직 살아남는 것만이
지고지순한 야만의 시대에

이리 차이고 저리 차이며
가난이란 이름표를 달고
그야말로 내질러진 세대
 
분명히 헌법에는 민주주의가

각인되어 있는데도 가르치지도

배우지도 못하고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군벌이 내세운
반공 3장과 국민교육헌장을
달달 외우고
반공소년 이승복의 정신으로

웅변대회, 글짓기, 표어와, 표스터로

길들여진 세대

자식들에게만은 가난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오줌 누고 뭣도 볼 새 없이
열두 시간 주야 맞교대 노동으로
가난을 한판승으로 물리친
맨땅에 헤딩한 세대
 
이제 해는 저물어 어언 칠십 대
똥구멍이 찢어지는 가난한 나라를
세계가 부러워하는 선진국으로 만든
일등공신이지만
논공행상의 맨 뒷줄에 서서
불안한 노후를 걱정해야 하는
이빨 빠진 늙은 수사자들이여
존중받고 예우받을 일
차고 넘치지만 자식들에게조차
틀딱충이니 수구꼴통으로
매도당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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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쪽바리들이 2차대전 중 저지른
조상들의 야만을 전후세대에게
교육하지 않는 것처럼
이 땅도 현대사의 출발점인
일제강점기와 그 속에서 민족을
배신하고 영달을 누렸던 친일파는
교육하지 않았다
그들의 후손이 고위 관료도 되고
장군도 되고 국회의원이 되어
지금도 이 땅을 지배하고 있기에
 
대신 한국전쟁을
현대사의 첫 단락에 올리고
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은 가르치지 않고
남침에만 초점을 맞춘 교육을 하였다
 
가정과 학교 그리고 군대에서

일상으로 가해지는 폭력과 
북쪽을 향한 증오가 결합된
고농도 백신을 맞은 칠십 대
 
반공이라는 율법을 금과옥조로 삼는
박정희교의 충직한 신도로
성장할 수밖에 없었다
아스팔트 극우 유튜브에서
진실을 위장한 독배를
쿨럭쿨럭 마시며
민주나 북한이라는 말만 들어도
빨갱이를 외치며 치를 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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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의 시대는 이미
지구상에 사라지고 없는데
아직도 반공만을 부르짖는
외눈박이들
 
한국전쟁 때 자기만 살겠다고
한강철교를 끊고
도둑처럼 도망간 대통령
부도덕한 권력 유지를 위해
대장간에 호미 만들 듯
간첩을 양산해 내고

국민들에는 용감무쌍했던 정치군인들
담마진이니 부동시니
들어보지도 못한 병명으로
병역을 면탈한 듯한
입으로만

조국과 민족을 외치는 자들
 
칠십 년 동안이나 적대적 공존으로
주인인 국민을 겁주고 구슬리며
정권을 유지하는 호전 세력을
한치 의심도 없이 떠받드는
저 아이러니!
 
국회의원은 지역의 심부름꾼이고
대통령은 나라의 심부름꾼이라고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데도

대통령은 하늘이 내는 것이란

얼토당토 않는 노예근성에 젖어
자기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은 거들떠보지 않고
오직 전가의 보도처럼
빨갱이를 외치는 파렴치한 자들과
정당만을 선택하며
평화 세력이 정권을 잡으면
북쪽에다 나라를 갖다 바친다고
울분을 토하는
저 울울한 애국심!
 
칠십 대는 마음이란 칠판에
다이아몬드보다 더 단단한
증오와 분노의
낙서로 가득 차 있어
여백이 없는 상태
 
반공이라는 정체불명의

붉은 함정에서 빠져나와 

들어본 적은 있지만 배우지는 못한

헌법 제 1조 1항과 2항을 뼈에 새겨

진정한 주인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여생이나마 좀 선선하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시작노트
54년생, 칠십 대 초반인 제 주변에는 정치적으로 괴로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들이 고생해서 이룩한 이 터전을, 민주주의를 가장한 빨갱이 세력이,

북쪽에 갖다 바치려 한다고 울분을 토로합니다. 경제적인 부분은 차치하고라도,

자유도 없는 권위적인 전체주의 국가인 북쪽을 동경할 사람이, 과연 남쪽에 있을까요?
그러나 그들은 그 사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습니다.
50년 전부터 받아온 반공교육만이 이 땅의 강령이며, 절대 침범할 수 없는
신성불가침으로 여깁니다. 엄연히 헌법에 명시된 민주주의를 말하면, 빨갱이 세력들의

논리라 게거품을 뭅니다. 지금 이 땅은 노년층이 신봉하는 반공주의와, 젊은층이 희구하는

민주주의가 적대적으로 대립하고 있습니다. 동년배로서 분노와 연민을 동시에 느낍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칠십대는 행복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던 산업역군으로 불리는

노동만 한 세대이며, 이 나라를 선진국으로 만든 주춧돌 같은 세대이기도 합니다.
몹쓸 인간들이, 자기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주입한  편향된 이념을 버리고,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이나마 평안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수향]

가난을 한판승으로 물리친 맨땅에 헤딩한 세대~ 고단한 70대를 엑기스만 뽑아 올려 정리하느라 수고 많았습니다 육십대 칠십대들이 읽으면 손뼉치며 공감 할 글이네요 전샘은 천상 글쟁이십니다 반공교육이 철저했던 세대
*북쪽을 향한 증오가 결합된
고농도 백신을 맞은 칠십대*
어쩜 이리 적절한 어휘선택을 잘 하는지
멀리 갈것도 없이 김모모 님들이 그대로
모델이지요 그들을 비난도 못하고 어여삐 여기지도 못하고 서서히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어야겠지요 다같은 사람이니까
오랜만에 만났지만 몇년 몇달을 뛰어 넘는
친숙한 오늘의 만남이었습니다
매사에 감사하며 글에는 진심인 글쟁이
전샘 충성~!! 칠심대 공감백배 잘 읽었습니다

[joon]

사람이나 사물을 옳고 그름으로 제단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위의 글은 단지 부족한 저의 견해에 불과합니다
읽어주시고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