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카메룬 감독의 <아바타> 쓰나미 속에서 그나마 한국영화의 존재를
확인시켜준 작품이 최동훈 감독의 <전우치>와 장훈 감독의 <의형제>이다.
知好樂이 2004년 최동훈 감독의 <범죄의 재구성>을 본 소감은
“어 ! 이거 봐라 물건이 하나 떴네” 였다.
그리고 그의 두 번째 작품 <따짜>를 보고는 “어 ! 진짜 물건이네” 했다.
재능있는 감독들은 저 마다 특별한 능력들이 있는데 최동훈 감독의 장점은 뛰어난
이야기꾼에 배우의 캐릭터를 정확하게 살려 극의 완성도를 높인다는 데에 있다.
<범죄의 재구성>에서 백윤식과 염정아의 캐릭터는 영화를 성공시킨 일등 공신이다.
그리고 한국은행 터는데 가담하는 이문식, 박원상, 김상호의 캐릭터와 천호진,
김윤석(타짜의 아귀로 뜬 그는 범죄의 재구성에서 병원에 입원한 이문식을 겁박하는 형사역으로 나옴)의
형사역도 메인을 건들지 아니면서 자신의 영역을 딱 차고 앉은 것이 가히 일품 캐스팅이라 할 수 있다.
<따짜> 역시 백윤식, 김혜수, 김윤석의 캐릭터가 최동훈 감독의 시나리오에 100% 녹아든다.
<전우치>는 <슈퍼맨>, <스파이더맨>, <베트맨>등 악당으로부터 지구를 구하거나
도시를 구하는 서구의 전설적 영웅과는 거리가 있다.
본시 전우치(田禹治)는 조선 선조 때 기인으로, ‘전우치전’의 주인공으로 실존인물이다.
도술가로 알려진 그는 세상 사람들을 현혹시켰다는 이유로 죽는데 후세 사람들이 그에게
전설을 입혀 ‘전우치전’을 만든 것이다.
사실 영웅이 매력적인 것은 드라마 <아이리스>에서 김현준처럼 뭐 거창한 지구, 조국에 대한
사명감보다 자신의 욕망과 이익, 그리고 약간의 자비심, 나르시즘 등이 표출될 때이다.
영화 <전우치>는 <범죄의 재구성>, <타짜>의 완성도를 기대한 관객에게는 성이 안 찬다.
인물이 너무 산만하고 한 편의 마당극을 보는 것 같아 슈퍼히어로의 느낌도 들지 않는다.
전우치(강동원)과 초랭이(유해진)의 버디 무비로 시작하는 가벼움은 신선인지 덤앤더머지
분간이 안가는 신선 3명과 요괴, 그리고 화담(김윤석)의 캐릭터는 전작에 비해 개성이 확연히 떨어진다.
아쉬운 점은 또 있다.
서인경(임수정)의 역할인데 영화에서 빼도 무방한 캐릭터이다.
만일 <전우치>가 흥행에 실패했다면 임수정은 한석규 주연의 실패작 <이중간첩>의
고소영 만큼은 아니지만 꽤나 욕을 먹었을 것이다.
액션 또한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영화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비슷한 영화인
<아라한 장풍대작전>(류승범, 안성기)에 비해 좀 액센트가 약하다.
사실 영화 장르적 특성상 <전우치>에서 전작에서 나타난 치밀한 인간관계와 욕망의
관계도를 통한 폭발적인 갈등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그리고 애초에 감독은 <전우치>를 만들면서 전작들과 연결고리를 찾을만한 소재를 가지고 영화를 만들지도 않았다.
그러나 최동훈의 장점은 캐릭터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에 있다.
영화 <전우치>에서 가장 아쉬운 대목은 그런 장점이 눈에 띄진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한국형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도전도 중요하지만 치밀한 구성과 볼거리의 갖춘 완성도
높은 한국형 슈퍼히어로 대한 기다림은 <전우치>마저 아직 진행형으로 만들고 말았다.
장훈 감독의 데뷔작 ‘영화는 영화다’는 아무리 현실을 반영하는 영화라지만 결국 현실을
넘지는 못한다는, 삶은 그만큼 치열하다는 이야기를 냉소적으로 그리고 있다.
현실과 허구의 교차, 배우와 깡패의 이중생활, 연예, 영화계의 그렇고 그런 뒷이야기 등이
“그래봤자 영화야 !‘라는 냉소를 짓게 만든다.
배배꼬지 않고 너무 직선적이어서 때론 섬뜩하기도 하다. 실제로 싸움을 하고 정사신도
실제로 하려는 소지섭에서 ‘나쁜 남자’가 떠오른 것은 김기덕 감독의 각본이기 때문이다.
이 나쁜 남자의 욕망과 과거가 잘 드러나지 않는 게 아쉽긴 하지만, 현실과 허구를 오가는
조폭 드라마라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작품이다.
장훈 감독의 두 번째 영화 <의형제>에서 국정원 요원 이한규는 시나리오를 쓸때부터
송강호을 생각하고 썼다는 것을 영화 초반부 금방 알 수가 있다.
감독은 기존의 남북한 소재의 영화가 비극으로 끝나는 것을 해피엔딩으로 끝내고자
이 영화를 만든 듯하다.
이념에 따른 남북의 대립이 아닌 두 남자의 소통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남 아니면 북,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기존의 틀을 슬쩍 비껴간다.
엘리펀트캠, 크레쉬캠, 실린더캠 등 이모개 촬영감독이 제작한 특수장비와
전기차, 스테디캠 등을 활용한 차량 추격 장면 또한 볼만하다.
<의형제>는 정통적인 버디 무비이다.
남북의 두 사내가 속해있는 소속도 그렇고 자신의 존재가 서로에게 알려질까 전전긍긍
하는 모습도 그렇고 각자의 방식대로 일을 풀어가는 방식도 그렇다.
<간첩 리철진> <공동경비구역 JSA>을 떠올리게 하는 이 영화는 영화가 끝날때까지
두 남자의 이야기로 풀어간다.
<맨인블랙>에서 윌 스미스와 토미 리 존스가 도망간 외계인을 찾아다니듯이 한규(송강호)와
지원(강동원)은 불법 베트남 신부를 ‘음지에서 양지를 지양하듯’ 찾아다닌다.
서로의 정체 탄로에 대한 긴장은 우애로 바뀐다.
송강호가 강동원에게 연민과 우애를 느끼는 시점은 그가 가족을 서울로 데려오기 위한
노력을 알고부터이다. 물론 극의 흐름상 갑작스런 변화가 눈에 거슬리지만 송강호의
<우아한 세계>의 조폭가장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물론 <의형제>나 <우아한 세계> 둘 다 송강호의 원맨쇼이나 둘 다 익숙하지만
또 보고 싶은 사람을 느끼게 한다.
장훈 감독은 전작 <영화는 영화다>에서 강지환과 소지섭의 캐릭터를 거칠게 융화 시켰다면
<의형제>에서는 송강호, 강동원 두 캐릭터를 유연하게, 부드럽게 융화시킨다.
蛇足) 1. 보통 데뷔작이 대박을 치면 다음 두 번째 작품에서 항상 삐딱선을 타는 징크스가
있는데 최동훈 감독은 세 번째, 장훈 감독은 두 번째까지 대박을 쳤다.
최동훈 감독은 자신의 시나리오로 영화를 만들고 장훈 감독은 아직 자작 시나리오 영화가 없다.
남이 써 주는 시나리오로 만든 영화가 이 정도인데 자작 시나리오면 얼마나 잘 만들까 하는
시각이 있지만 그건 만들어 봐야 안다.
장훈 감독의 다음 작품은 자작 시나리오로 만들길 바라면서....,
2. <전우치>, <의형제> 둘 다 강동원이 주연인데 이 배우는 김하늘과 주연한
<그녀를 믿지 마세요>이후 정극연기에 적응하지 못해 상당히 애를 먹었다.
두 영화로 새로운 연기에 눈을 떴을 거라는 느낌이 든다.
하루 촬영이 끝나면 소주 한 잔하는 송강호의 습관상 강동원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 주었을 듯하다.
첫댓글 또 배우고 갑니다..아직 한국 영화를 많이 못봐서 일단 많이 많이 봐야 할것 같아요 허나 언제나 날카로운 분석이 넘 좋습니다
지호락님은 영화에도 해박하시네요.
저는 이쪽 분야는 영 무외한이어서 지호락님을 통해 지식을 챙겨갑니다.
지호락님이 영화 하셨던 분인걸 모르셨군요 시나리오도 쓰신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