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룡산(臥龍山, 799m)
◈ 위 치 : 경남 사천시와 고성군 하이면 경계
◈ 일 시 : 2013. 03. 09. 토요일 날씨 : 맑음, 바람 : 보통, 기온 : 12℃
◈ 참 석 자 : 동문산악회원 24명과 동행
◈ 등반코스 : 남양저수지 주차장 ► 약불암 ►도암재 ► 새섬봉 ► 정상
► 백천재 삼거리 ► 백운골 주차장
◈ 총 8km, 소요시간 4시간
☞ 한밤의 정적을 헤치고 버스는 시원스럽게 내달렸다. 오랜만에 나선 야간 출발의 산행이라서인지 참가 인원이 생각보다 적었다. 신동수(10회) 선배가 모처럼 나와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김순희 여성부회장이 낯 설은 한 무리의 여성대원들을 모시고 나왔다며 자랑이다. 1당 100을 하겠다고 큰소리치고는 이창원 교장과 자리를 함께 하였다. 정해용 회장의 불참으로 대신 인사말을 어렵게 꺼내들었다. 조성호 총무의 일정에 대한 설명과 조경준 대장의 산행 안내를 마치고 떡을 나누어 주었다. 출출할 때 요긴하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흐르는 밤을 만끽하며 눈을 감고 잠을 청했으나 쉽게 오지 않아 기와집만 높게 쌓여 갔다. 2번의 휴게소를 거쳐 4시 50분경 남양동사무소를 지나 뒤편의 주차장에 도착했다. 밤하늘의 작은 별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리는지 사방은 고요했다. 간이 화장실이 있고 간혹 지조 없이 짖어대는 개소리만 들려 올 뿐 동네는 조용했다.
버스 안에서 준비해 온 도시락으로 아침을 먹기로 했다. 일부는 나누어준 떡으로 해결하는 모양이다. 입맛은 없었으나 그런대로 넘기기에 별 부담이 없었다. 이 교장이 넉넉하게 밥을 준비했다며 조 대장에게 덜어 주기도 했다. 배불리 먹고 커피까지 한잔하고 나니 만사가 태평했다. 아직 동이 틀려면 멀었다.
6시 출발키로 하고 산행준비를 서둘렀다. 그때 22회 송성열이라며 인사를 건네 오는 후배가 있었다. 창원에서 새벽같이 달려 왔다며 전에 한산에서 한번 만났다고 했다. 아무쪼록 고맙다는 의미로 마주 잡은 손에 힘이 실렸다. 간단하게 ‘원고! 원고! 파이팅!’을 외치고 콘크리트 포장길을 따라 올라섰다. 선두의 조경준 대장이 랜턴을 켜 길을 밝혔다. 바로 남양저수지가 보였다. 캄캄한 수면 위로 달빛이 넘나들었다. 생각처럼 춥지는 않았다. 용주암 삼거리에서 자칫 길을 잃을 뻔했다. 다행히 어둠 속에서도 김시우 대원이 오른편 리본을 보고서야 방향을 잡았다. 그사이 박명을 넘어 앞 선 사람의 등짝이 훤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원불교수련원을 지나 40분경 약불암에 도착했다. 그사이 일부는 땀이 흐르고 덥다며 겉옷을 벗기 시작했다. 후미의 조성호 총무가 보이지 않아 기다리기로 했다. 한참 후에야 나타났으며 여성 대원들의 상태가 부실하다고 아우성이었다. 그 중 일부 대원은 더 이상의 산행은 무리라 하여 바로 하산토록 했다. 다행히 송성열 후배가 기꺼이 책임을 지겠다고 흑기사를 지청하며 나섰다. 그저 고마울 뿐이다. 나머지 일행을 뒤로하고 우리는 본격적인 산행에 들어갔다. 어찌 보면 이곳이 와룡산 들머리였다.
약불암 오른편 이정표대로 민재봉으로 향했다. 도암재까지는 1.2km다. 길은 다소 오르막이고 돌이 많았으나 발길을 옮기기에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다. 곳곳에 정성스럽게 쌓아 올린 작을 돌탑들이 보였다. 바람은 약하고 산행하기에는 좋았다. 하늘의 흰 구름이 어느새 가깝게 내려앉았다. 탈 없이 잘 오르던 김부연 후배의 두 아들 중 막내 녀석 정원이 힘들어 하는 표정으로 어리광을 부렸다. 큰 놈 정진도 배낭을 아빠에게 맡기는 눈치였다. 보다 못한 석기가 나서 다독거리며 함께 올라갔다.
7시 15분 도암재에 도착했다. 앞쪽의 상사바위가 그 위용을 자랑하며 떡하니 버티고 섰다. 낮은 구릉이라 쉼터로는 안성맞춤이며 의자가 보여 배낭을 벗고 후미를 기다리며 쉬기로 했다. 이윽고 발갛게 씻은 고은해가 산을 넘어 다가왔다. 상쾌함이 가슴을 파고들어 숨고르기가 달랐다.
여기서부터 새섬봉까지는 1km로 30분이면 갈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막상 올라가니 예상이 빗나갔다. 왜냐하면 암봉이 시작되었고 위험한 구간이 숨어있어 우리의 발목을 잡았다. 절벽 같은 바위 틈새로 이어진 나무 계단이 나오고 어떤 곳은 밧줄을 잡고 올라야만 했다. 너덜지대를 벗어나자 새섬(상투)바위가 있어 아슬아슬한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멀리 새섬봉의 표지석이 우뚝 솟아올라 손짓하듯 우리를 부르는 모습으로 다가왔다. 그 와중에도 함께 하겠다며 따라 나섰던 한 여성대원은 힘들어 하면서도 네발로 기어오르느라 손발이 바쁘기만 했다.
나도 땀이 얼굴에 흘러 눈이 따가 왔다. 시원한 바람이 얼굴에 매달린 땀방울과 어울려 희롱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 덕에 한시름을 덜어 버리고 발걸음을 다시 놓았다. 멀리 산 아래 풍경이 그림 같다. 희미한 해안가와 운해에 가린 섬 사이 산들이 숨바꼭질 을 하는지 아련하게 보였다. 바위의 능선을 타고 스릴을 느끼며 새섬봉에 도착한 시간은 8시 30분이다.
원래 와룡산 정상은 민재봉(798m)으로 되어 있으나 최근에 실측한 높이를 보면 이곳 새섬봉이 800m를 넘겨 새로운 정상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고 조경준 대장이 침을 튀겨 가며 열심히 설명해 주었다. 이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3자 정도의 작은 표지석이 달랑 외롭게 서있다. 표지석에는 ‘와룡산 새섬봉 801.4m’ 글씨가 선명했다. 기념으로 단체 사진을 찍고 민재봉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보이는 민재봉은 밋밋한 야산 같았다. 또한 정상을 향한 능선 길은 진달래와 철쭉으로 군락을 이루고 있어 4월이나 5월경이면 장관을 이룰 것 같았다. 아직 꽃망울이 달리지도 않은 나무에게 괜한 투정을 부리며 발길을 재촉했다. 화사한 햇살이 머리 위로 쏟아졌다.
헬기장을 지나 햇볕으로 녹아내린 질척한 등산로를 피해 걸으며 어렵게 계단을 올라서니 민재봉 너른 평지가 나타났다. 9시 25분이다. 사방이 훤하게 트여 조망하기에 좋았다. 멀리 남해의 금산과 사량도 그리고 가까이 금오산, 지리산 천황봉과 남덕유산이 운무위로 고개를 내밀어 멋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런 관망을 위한 안내판이 서있어 더욱 유용했다.
정상은 무척이나 넓었다. 그곳의 표지석에는 ‘臥龍山 민재봉 799m’이 보였다. 이정표에는 백천재 1.3km, 용두마을 6.5km, 새섬바위 1.6km 표시가 적혀있다. 건너편의 병풍바위가 숨을 죽이고 고즈넉한 와룡마을이 길게 누워있다. 이곳에서 역시 단체로 인증 샷을 날리고 하산키로 했다.
백천재까지의 내리막길이 예사롭지 않았다. 잠시 가파른 하산길이 나타나고 진달래 나무들이 반기고 있다. 길가로 이식을 하였는지 군락을 이루고 있다. 흔하지 않은 너덜지대가 합세하여 위세를 부렸다. 10시 10분 백천재 삼거리에 도착했다. 평상이 있어 쉬어가기로 했다. 후미는 여전히 소식이 없다. 정상에서 고통을 호소하던 여성대원이 궁금했다. 시간이 여유로워서인지 올라오는 산꾼들이 제법 여러 명 보였다. 반갑게 인사를 주고받으며 하산을 재촉했다. 백운마을까지 2.7km 이정표가 새롭다.
결국 힘들어 하는 여성대원을 뒤로 한 채 다시 왼편으로 돌아 진행했다. 어느 정도 내려섰다싶자 계곡 쪽의 양지 바른 곳에는 노란 수양버들이 피고 생강나무 꽃이 앙증맞게 열려 눈길을 사로잡았다. 여기저기서 짝을 찾는 새소리가 청아하게 들리고 얼음이 남아있는 계곡이 보기에 좋았다. 마주 치는 산악인들이 자주 보였다.
11시경 소나무 숲을 벗어나 도로가로 나오고 공사 중인 건물 아래에서 에어로 먼지를 털어냈다. 무심한 햇살은 마구 내려 쪼이고 터벅거리며 걷는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다. 백천저수지의 푸른 냄새가 이어지고 대나무 밭이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일렁거렸다. 백천사까지의 도로는 엉망이었다. 아직 공사가 진행되지 않아 좁은 콘크리트 바닥은 여기저기 갈라져 곳곳이 패여 있었다.
11시 30분 우리는 백천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너른 주차장에는 이미 많은 버스들이 여러 대 줄지어 서있었다. 그러나 우리 버스는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기사에게 전화를 하니 백천사가 있는 아래쪽에 있다며 내려오라고 했다. 괜히 욕만 나왔다. 일찍 하산을 한 송성열 후배에게 전화를 하여 후미의 부상당한 여성대원을 안전하게 모시고 오라하였다. 잠시 후 뒤처진 일행이 모두 도착했다.
버스 안은 열기로 가득했다. 에어콘을 가동시키고서야 겨우 진정이 되었다. 맑은 하늘은 더 없이 푸르게 빛났다. 삼천포 서부시장을 찾아 어렵게 부산횟집을 찾아 들었다. 미리 예약을 한 탓에 준비가 잘 되어 있었고 산행을 포기한 권성중 변호사 내외가 먼저 와 있었다. 동양 최대의 와불상이 있는 백천사 구경을 잘 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시원한 맥주로 입맛을 다시고 일행이 모두 자리를 채운 후 건배 잔을 높이 들었다.
인심 좋은 주인 아낙네의 선심으로 회 한 접시가 더 날아들었다. 푸짐한 모듬회로 정말 회를 치고야 말았다. 송 후배의 넉살로 소주 잔이 오고가고 황운천 내외와 김시우의 등살로 술잔에 빨려들어 갔다. 거나한 취기를 뒤로 하고 다시 버스에 올랐다.
오후 2시를 조금 넘겨 원주를 향해 출발했다. 동백나무가 빨간색 꽃망울을 달고 있다. 개화하기에 아직 이른 탓이다. 하루의 즐거움과 피곤함이 삼천포 항내의 푸근함 속으로 녹아들었다.
푸른 바다를 추억처럼 삼키며 눈을 감았다.
첫댓글 언제나 맛깔스런 산행후기로 그날의 산행을
멋지게 마무리하여 주심에 감사합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송성열 동문은 송성일 회장님 동생분 이십니다...
제가 침까지 튀겼나요, 생생한 산행기 잘읽었읍니다,어제 다시 갔다와서더욱생생,,,감사합니다.
산행기만읽어도 지나온발자취가 다시새록새록떠오르는군요~~잘감상하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