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57. 밤새우지 말란 말이야
예전에 "밤새지 말란 말이야"라는 멘트가 나오는
컴퓨터 광고가 유행어가 된 적이 있다.
그러나 여기서 `밤새지"는 옳은 표현이 아니다.
즉 여기서 `밤새다"라는 표현은 `밤새우다"의 잘못이라는 말이다.
`밤새다"는 `밤"이라는 명사와 `새다"라는 동사가 합성된 단어인데
이 중 `새다"는 목적어를 취하지 않는 자동사이다.
`어느덧 밤이 새다"가 그 예다. 반면 `새우다"는 목적어를 취하는 타동사이다.
`한숨도 자지 않고 밤을 세우다"가 그 예다.
그런데 `새다"와 `새우다"는 자동사, 타동사의 차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주어의 의도가 미칠 수 있는지의 여부에서도 차이가 있다.
"철수는 친구와 밀린 얘기를 하느라 밤이 새는 줄 몰랐다"에서
밤이 새는 것은 철수의 의도와는 관계가 없다.
반면 "철수는 친구와 밀린 얘기를 하느라 일부러 밤을 세웠다"에서
밤을 새우는 것은 철수의 의도와 관계가 있다.
`밤이 새다"와 `밤을 새우다"의 이러한 특성은
`밤새다"와 `밤새우다"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철수는 밤새워 공부하느라 밤새도록 한 잠도 못 잤다"는 가능하지만
"철수는 밤새어 공부하느라 밤새우도록 한 잠도 못 잤다"는 어색하다.
그러므로 "밤새지 말란 말이야"에서
`밤새다"는 컴퓨터에 몰두해서 잠을 자지 않는다는 광고의 내용으로 볼 때
`밤새우다"로 써야 옳은 표현이 된다.
▲맨날과 만날
"너는 맨날 놀기만 하냐" "맨날 하는 일인데 뭐" 등
사람들은 `매일같이 계속"의 뜻으로 맨날을 쓴다.
그러나 이 말은 `만날"의 잘못이다.
만날은 한자어 `만(萬)"과 우리말 `날"이 결합돼 `항상" `늘"의 뜻을 갖는다.
"너는 만날 놀기만 하냐" "만날 하는 일인데 뭐"로 고쳐 써야 맞다.
조성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