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기 14:36-45
찬송가 425장 “주님의 뜻을 이루소서”
하나님의 동행 없는 정복 시도와 그 결과
이스라엘 백성들은 애굽에서 종살이하던 자신들을 하나님께서 어떻게 인도해 주셨는지 생각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분별력을 상실한 채 하나님을 향한 원망과 불평을 쏟아 놓았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들을 보시고, 이십 세 이상으로 원망한 자는 약속의 땅 가나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광야에서 죽을 것이라고 선언하셨습니다.
불신앙의 결과 (36-38)
(36-38) 모세의 보냄을 받고 땅을 정탐하고 돌아와서 그 땅을 악평하여 온 회중이 모세를 원망하게 한 사람 곧 그 땅에 대하여 악평한 자들은 여호와 앞에서 재앙으로 죽었고 그 땅을 정탐하러 갔던 사람들 중에서 오직 눈의 아들 여호수아와 여분네의 아들 갈렙은 생존하니라
모세에 의해 가나안 땅 정탐을 위해 보냄을 받은 12명의 정탐꾼은 단순한 정탐꾼이 아니었습니다. 민수기 13장 2절과 3절의 기록을 통해 이들이 각 지파의 지휘관과 수령으로 세워진 사람들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각 지파의 지도자 위치에 있던 사람들로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잘 감당해야 했습니다. 이들에게 있어 주어진 임무를 잘 감당한다는 것은 하나님의 시선으로 약속의 땅 가나안을 바라보고, 그 내용을 하나님의 시선으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전하는 것이었습니다. 혹여 두려워하는 백성들이 있다면 그들의 시선이 가나안 땅 거민들에게 고정되지 않고, 신실하신 하나님을 향해 눈을 들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의 사명과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없었습니다. 그들의 시선은 거주민과 연약한 자기 자신에게 갇혀 있었습니다. 그 결과 40일간의 정탐 활동을 통해 눈앞에 보이는 현실을 마주하며 두려움의 노예가 되어 버렸습니다. 눈앞의 현실과 상황이 어렵다고 할지라도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나님의 약속을 상기시키며 애굽에서 종살이하던 자신들을 어떠한 방법으로 인도해 내셨는지에 대해 재확인시키고, 이후로도 이스라엘을 선하게 인도하실 하나님을 신뢰하도록 중간 역할을 해야 했지만 안타깝게도 이들은 자신의 사명과 역할을 망각합니다.
그 결과 보냄을 받은 자로서의 사명을 감당하지 못하고 오히려 하나님을 불신하는 왜곡된 시각으로 가나안 땅의 거주민들과 자신들을 비교하여 온 이스라엘 백성들을 열등의식과 절망의 수렁으로 빠져들게 하고, 하나님에 대하여는 불신앙과 원망의 대상이 되게 하는 비극적 결과를 만들게 됩니다.
이런 모습을 볼 때, 신앙 공동체의 지도자는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맡겨 주신 일에 대해 왜 이일을 나에게 맡겨 주셨는지에 대한 바른 이해와 나는 하나님의 뜻 안에 거하고 있는지 자신을 늘 점검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신앙 공동체의 밑가지 역할을 감당하며, 구성원들이 믿음의 눈을 들어 하나님을 향하도록 인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동시에 신앙 공동체의 구성원들은 무엇인가 선택해야 하는 경우 하나님이 원하시는 선택이 될 수 있도록 잘 분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스라엘 백성 중에 갈렙과 여호수아의 보고 내용에 동의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이것은 이스라엘 백성들의 분별력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들은 분별하지 못해 그릇된 선택을 했고, 그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우리는 어떤 일에 대해 무분별하게 동조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인지 아닌지를 먼저 분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하나님의 뜻과 생각이 기록된 말씀을 읽고, 묵상하며 분별의 지혜를 구해야 하겠습니다.
10명의 정탐꾼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약속의 땅에 가나안에 대한 하나님의 뜻을 전달해야 하는 사명을 잃어버렸습니다. 결국 그 땅에 대해 악평한 자들은 하나님 앞에서 염병과 온역 등의 전염병으로 죽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연약함과 강대해 보이는 거주민에게 시선을 고정하지 않고 눈을 들어 하나님의 약속과 신실하심에 시선을 고정한 여호수아와 갈렙은 생존하여 하나님이 약속해 주신 가나안 땅에 들어가는 은총을 누리게 됩니다. 우리도 여호수아와 갈렙과 같이 사명자로서,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지니고 하나님께서 보내신 삶의 자리에서 그 이름에 걸맞는 그리스도인다운 그리스도인, 제자다운 제자로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그릇된 선택(39-40)
(39-40)모세가 이 말로 이스라엘 모든 자손에게 알리매 백성이 크게 슬퍼하여 아침에 일찍이 일어나 산 꼭대기로 올라가며 이르되 보소서 우리가 여기 있나이다 우리가 여호와께서 허락하신 곳으로 올라가리니 우리가 범죄하였음이니이다
39절의 “모세가 이 말로”에서 이 말은 민수기 14장 26절에서 35절까지 기록된 내용으로 하나님께서 모세와 아론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불신의 결과로 여호수아와 갈렙을 제외한 이십 세 이상의 성인은 광야에서 소멸하여 죽을 것이고, 그들의 자녀들은 광야에서 40년을 방황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모세를 통해 이 말을 전해 들은 이스라엘 백성들은 크게 슬퍼하였습니다. 이 슬픔은 단순한 슬픔이 아닌 통곡에 가까운 애통함이었습니다. 이들은 하나님의 진노에 찬 심판 선언을 들은 후 그제야 자신들이 무슨 일을 저지른 것인지 사태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상황을 인식한 이스라엘 백성은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이스라엘의 진영이 있던 곳의 산지 중 가장 높은 곳을 향해 올라가며 “여호와께서 허락하신 곳”, 즉 하나님께서 주시겠다고 약속해 주신 가나안 땅을 정복하러 가겠다고 하며 자신들이 죄를 범하였음을 고백합니다.
본문에 기록된 범죄는 “표적을 놓치다”, “길을 잃어버리다”라는 의미로 목표를 잃어버리고 다른 길로 가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의 목표는 하나님의 뜻에 따라 약속의 땅 가나안을 정복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눈에 보이는 가나안 땅의 거민과 견고한 성읍, 연약한 자기 모습을 보며 나아갈 방향을 잃어버리고, 하나님을 불신함으로 죄를 범하였습니다.
우리도 하나님과 그분의 말씀을 향해 우리의 시선을 고정하지 않으면 이스라엘 백성과 마찬가지로 가야 할 길을 잃고, 범죄할 수밖에 없습니다. 혹여라도 이스라엘 백성과 같이 길을 잃어 버린 상태에 있다면 눈을 들어 하나님을 바라보고 하나님과 그분의 말씀을 따르는 길로 돌아와야 합니다.
모세의 경고(41-43)
(41-43) 모세가 이르되 너희가 어찌하여 이제 여호와의 명령을 범하느냐 이 일이 형통하지 못하리라 여호와께서 너희 중에 계시지 아니하니 올라가지 말라 너희의 대적 앞에서 패할까 하노라 아말렉인과 가나안인이 너희 앞에 있으니 너희가 그 칼에 망하리라 너희가 여호와를 배반하였으니 여호와께서 너희와 함께 하지 아니하시리라 하나
이스라엘 백성은 자신들이 죄를 범하였음을 고백합니다. 그리고 이들은 얼마 전까지 악평했던 그 가나안을 정복하기 위해 가겠다고 고집합니다. 이것은 하나님 말씀을 거스르는 행위입니다. 하나님께서는 가데스바네아 사건으로 인해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 땅에 바로 들어가지 못하고 40년 동안 광야에서 지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도 가나안 땅으로 향한다는 것은 여전히 하나님을 거역하는 태도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스스로 죄를 범했음을 고백했다면 하나님의 말씀을 따르는 길로, 행동이 수반된 회개의 자리로 나아가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하나님을 거역하고 있습니다.
모세는 여호와의 명령을 거스르지 말라고 이야기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을 배반하였으므로 하나님께서 그들과 함께하시지 않는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로 인해 이스라엘 백성이 의도하는 바를 성취하지 못할 것이고, 대적 앞에 패할 것이며, 아말렉인과 가나안인의 칼에 망할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스라엘 백성은 듣지 않았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출애굽 할 수 있었던 것도, 홍해를 건넌 것도, 황량한 광야에서 생존할 수 있었던 것도 하나님께서 함께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하나님께서 함께하시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스라엘이 경험했던 그 어떤 위기보다도 심각한 위기 상황입니다. 하나님께서 함께하시면 모든 것을 얻은 것이고, 하나님께서 함께하시지 않는다면 모든 것을 잃은 것과 같습니다.
우리의 삶 가운데도 하나님이 함께하시면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보이는 곳일지라도 그곳은 안전한 곳입니다. 반대로 안전이 보장되어 보이는 곳일지라도 하나님께서 함께하시지 않는다면 그곳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입니다. 외적인 환경과 상황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함께하심과 동행이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하나님의 뜻 가운데 거하며 하나님과 늘 동행하시는 삶이되시기를 소망합니다.
이스라엘의 참패(44-45)
(44-45) 그들이 그래도 산 꼭대기로 올라갔고 여호와의 언약궤와 모세는 진영을 떠나지 아니하였더라 아말렉인과 산간지대에 거주하는 가나안인이 내려와 그들을 무찌르고 호르마까지 이르렀더라
44절에 “그래도 그들이”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모세가 이 정도로 말렸다면 알아들을 법도 하지만 이스라엘 백성은 여전히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무시한 채 자신들의 주장을 앞세웠습니다. 이때에라도 자신들의 생각을 내려놓고, 하나님이 말씀하신 광야에 머물러야 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언약궤가 진을 떠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가나안 정복을 위한 여정을 위해 산꼭대기로 올라갔습니다. 하나님의 뜻과는 반대되는 길이었습니다. 광야에서 40년간 머물 수 없다는 생각으로 가득 채워진 이스라엘 백성들의 귀에는 광야에 머물라고 말씀하신 하나님의 말씀이 들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뜻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께서 정하신 40년의 기간 동안 광야에 머무는 것이었습니다.
광야에 머무는 것이 주님의 뜻이라면 광야에 머물러야 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여 내 뜻을 주장하고, 관철하려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잘 듣고 이를 실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무리 좋아 보이는 것일지라도 그것이 하나님의 뜻과 무관하다면 심지어 하나님을 거스르는 것이라면 참으로 불행한 일입니다. 내 생각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말씀을 잘 듣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 않고, 모세의 경고를 무시한 이스라엘 백성은 결국 아말렉과 가나안인과의 전투에서 패배하게 됩니다.
우리는 이스라엘 백성과 같이 내 주장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잘 듣고, 주님의 뜻대로 행하는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오늘도 세상으로 보냄받은 그리스도인으로서, 그 정체성을 기억하고, 주님과 동행하며 그 이름에 합당한 삶을 살아가시기를 바랍니다.
기도
하나님 아버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세상으로 보냄을 받은 주님의 자녀로서 이 땅에서 살아가는 동안 맡겨 주신 삶의 자리에서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지니고 마땅히 행할 일을 행하게 하시고, 혹여라도 그릇된 길로 행하여 죄를 범할지라도 속히 하나님의 말씀으로 돌아와 하나님을 목적 삼고 그리스도인다운 그리스도인으로 제자다운 제자로 그 이름에 걸맞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은총을 허락하옵소서. 하나님과 동행함이 가장 소중한 것임을 기억하고 모든 상황 가운데 눈을 들어 주님을 보게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묵상을 돕는 질문
1. 하나님의 일을 맡은 자로서 자신의 사명과 역할이 무엇인지 생각해봅시다.
2. 나의 시선을 하나님께로 향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하나님께 나의 시선을 고정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봅시다.
3. 나는 무엇인가를 선택할 때 그 기준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신앙인의 선택 기준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생각해 봅시다.
4.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알고 있으면서도 이스라엘 백성과 같이 내 생각을 주장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보고, 하나님의 뜻 앞에서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생각해 봅시다.
(작성: 정요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