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도 막바지
마지막 단풍들이 찬바람속에 길거리로 내몰린다.
수북히 쌓인 낙엽을 밟으며 저멀리 천왕봉을 멍하니 바라보며 걷는 뒷산 산책길이 내리막으로 이어지고 한숨 돌려가며
한발 한발을 나의 모습대로 뚜벅 뚜벅 내려 디딘다.
변함없는 엄마의 품같은 지리산의 능선들 윤곽이 점차 빠알게지는 석양을 바탕색으로 선명히 드러나고.
한집 두집 피어오르는 땔감의 연기기둥이 하늘로 오르다간 퍼져버린다.
색바랜 잔디위에서 약속이라도 한듯 웃다가 떠들다가 박수치며 좋아하던 어제의 시간을 뒤로하고 두 세밤을 머믈 이곳.
지리산 자락.
서재에 꼳혀있는 몇권의 못다 읽은 책들을 베낭에 쑥 집어놓고는 해운대에서 한걸음에 달려왔다.
늘 어제의 삶보다는 오늘의 삶이. 그보다는 내일의 삶이 좀 더 鎭重해지려는 初老의 모습이런가.
셋째 금요일.
金三會가 아닌 錦蔘會. 오늘따라 카페의 간판글인 錦蔘會의 글자가 유달스레 희한하게 보인다.
漢字로 쓰고 보면 인삼으로 유명한 충청남도 錦山의 蔘뿌리 장사꾼의 모임일 것 같은 데 전혀 딴판으로 떡하니
고등학교 동기동창들 골프모임이다. .
사실 얼마전 금산 인삼도매시장을 방문했을 때도 시장입구 기둥의 귀퉁이에 비슷한 이름의 간판이 걸려있었는데....
錦蔘會. 인삼파는 중개시장상인들의 번영회 모임이란다.
12시 35분 부터 3개팀으로 라운딩을 할 통도 파인이스트 cc. 남 코스.
주중 라운딩은 첫홀을 빼고는 거리가 멀어 왠간한 드라이버 비거리가 아니면 세컨샷을 아이언으로 치기가 만만치 않다.
거기다 그린 양쪽 으로 푹 파놓은 듯한 모래벙커까지 가세하면 형색이 거의 戰場이고 공치는 자체가 전쟁놀이 수준인
것같다. 그것도 부족해서 한번씩 왼족 오른쪽 구분않고 휘어지는 도그레그. 뿐이랴?
공사를 하다말고 그만둔것 같은 경사가 심한 슬라이스성 페어웨이까지...
스트레스 쌓이는게 제대로다. 그덕에 그늘집 막걸리가 쌀쌀한 날씨에도 賣上高에 한목 하는 듯하다.
As expected... 늘 그래왔듯이 단체촬영시간 마감까지 도착하지 못한 2명의 멤버들을 제쳐두고 단체사진.
오늘은 미녀대회 기념사진처럼 breast to breast 로 비스듯이 줄지어 한컷을 하려고 키대로 서기를 주문해 보지만
막무가내다. 처음 자리잡은 데서 꼼짝을 안한다.
나까오리 모자를 쓴 종만도 어제밤 실컷 퍼마시고 붉그스레한 얼굴로 나타난 안석도.....
딱 10명. 그러니까 2명은 아직 배달되질 않았다.

그리곤 5분뒤. 마치 중국영화에 나오는 강시(僵尸)처럼 하얂게 썬크림을 얼굴전면에 잔뜩바르고 나타난 종경과 상열.
다시 헤쳐모여 한 컷더.

오늘 나는 종만, 안석, 지한과함께 첫조다.
모두 다 말하는것도, 말듣는것도, 그러다가 한번씩 숨넘어가듯 웃는것도 비슷한 공통점이 있는 멤버들이다.
조용한 라운딩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연신 향불(담배)을 피워대는 안석과 줏어들은 조크를 툭툭 던지는 지한과 연신 애교스런 표정과 몸자태를 지어내는
종만 과 그리고 나.
누가 누구랄 것 없다. 첫홀의 그린부터 터진 입담은 따사로운 산골의 햇볕마저 노곤하게 만들었으니....


담배물고 예비스윙하는 안석 누가 치는거고? 종만? 지한?
종만의 샷이 예사롭지 않다. 드라이버도 우드샷도.. 이전의 종만과는 엄청 다르다.
드라이버의 탄도가 높아서 그렇지 약간만 낮추면 거의 프로 수준이다. 멋지다.
드라이버의 비거리를 능가하는 우드샷도...
안석은 예전의 야구 스윙타법인데 마치 홍콩 영화 '취권'을 보는 듯하다.
비실비실 흔들다 명쾌한 타구음을 내면 거의 10미터 상공에서 자리잡고 수평으로 날라다니다 떨어진다.
그 때문인지 지한과 나의 드라이버가 고장난 듯하다. 페어웨이를 넓게 쓰면서도 한번씩 오르막 둔턱을 치고
튀어나오는 공이 많다.
사실 훅과 슬라이스가 교대로 발생해 페어웨이를 넓게 쓰다보면 OB나 오르막 중턱에 가서 레이업을 해야하는
경우가 생겨 여간 신경써지는게 아니다.
전날 아시아드 연습장에서 몸푼다고 휘둘러댄 드라이버스윙탓에 전반부터 허리도 결려오고, 유난스레 이전보다
몇배많은 8번의 샌드벙커 샷.
추운날씨에는 거의 냉모래 찜질수준이다.
차라리 연습장에서의 드라이버스윙 연습보다는 차디찬 바닷가 해변에서 벙커샷 연습하는게 스코어관리는 더
효과적일 것 같다.
막걸리 몇盃걸친 안석은 옆에서 나의 벙커샷 횟수를 정확히 헤아려준다.
18홀 중 8개홀.


마지막 2홀.
우려했던 조명라이트가 들어오고. 나쁜 시력덕택에 볼이 어디로 튀는지도 모르고 대충 낙하지점으로 수색을 해야만 겨우 겨우 연결해서 칠 수있는터라 야간 라이트경기는 진짜 피하고 싶었는데....
그래도 첫조이니 2홀이지만 마지막조는 3홀이다.
다행히도 마지막 홀은 누가 그어놓은 선도 없는데 퍼팅라인이 보인다. 아주 선명하게 보인다.
오늘도 변함없는 두 테이블의 김치돼지찌게와 한 테이블의 오리전골. 벌써 3번째인가?
이젠 클럽하우스 두 메뉴에 대해서는 주방 레시피까지 대충 알 것 같다.
언젠가 한번은 바뀌겠지.
이번 라운딩에서는
지한이가 우승을
안석이가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대로 하자면 종만이가 우승인데 '연속 2회 우승불가' 라는 新制 추가 내규로 우승을 지한한테 넘겨 주었다.
개인핸디 대비로 판가름하는 상인지라 종만은 연속 2회 규제가 풀리는 12월에 다시 수상할 확률이 매우 높다.
그렇다고 그간의 종만 핸디가 형편없다는 얘기는 결코아님을 못 박아둔다.
늘 그래 왔듯이 반가운 친구들과의 즐거운 라운딩 뒤에 남는 여운은 참으로 멋짐 그 자체다.
글쓰다가 큰집 김장준비 도와주다보니 어느새 지리산 자락에도 어둠이 찿아오고 저멀리 가는길 밝혀주는 자동차
불빛만이 외롭다.
ADIOS AMIGO. 12월 5일로 당겨진 納會때 전원 웃는 얼굴로 만납시다 뚜벅이 영욱
첫댓글 당일의 기억을 다시 환기시켜 주는 생생한 후기~
잘 읽었고 수고했슴니다....
고맙다. 이렇게 댓글달아 주는 그대가 진정한 금삼회의 멤버다.
그리고 저녁식사때 마나님한테 들었다는 '까칠하다'에 관한 것은 지리산에서 좀더 명상을하고
추가로 글쓰마.
그리고 그글은 꼭 그대의 마나님께 들려주길..
11월 모임전부터 총무님은 12월의 잔치에 대해 언급하길래... "어깨 힘들어가게 만들지 마라..." 했었는데...
정말로 총무에게 낚였다...
"OB 4개"가 누구집 개이름인가... ㅎㅎㅎ
그래도 행운상을 누구랑 둘이서 나누어 받아서 희희낙낙 즐거워하였습니다만...
12월 모임이 다음주네요...
이번엔 어깨힘빼고 함 봅시다...ㅎㅎㅎ
멋진 후기... 수고하셨구요...
감사합니다
변프로 연습많이하고.
좋은성적내기를 바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