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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학적으로는 보통 12월에서 2월까지를 말하나 기온이나 강수량 등 여러 기후요소의 변화를 기초로 보면 겨울의 시작과 끝, 겨울의 길이 등은 장소에 따라, 해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절기상 겨울의 시작은 입동(立冬, 11월 8일)이고 끝은 봄이 시작되는 입춘(立春, 2월 4일)이다. 자연 계절로는 초겨울(일평균기온이 5℃ 이하이고 일최저기온이 0℃ 이하), 엄동(嚴冬, 일평균기온이 0℃ 이하이고 일최저기온이 -5℃ 이하)과 늦겨울(일평균기온이 5℃ 이하이고 일최저기온이 0℃ 이하)로 구분된다.
겨울의 시작은 북부 지방에서 빠르고 끝도 북부 지방일수록 늦다. 초겨울은 서울이 11월 27일, 대구가 11월 28일에 시작된다. 그리고 제주는 초겨울에도 일최저기온이 영하로 내려가지 않는다.
엄동은 서울이 12월 14일부터로 대구보다 2주일 빠르며 끝나는 날은 대구보다 3주일이나 늦다. 늦겨울은 서울이 2월 24일부터 3월 18일, 대구가 2월 6일부터 3월 14일까지로 2주일 가까이 대구가 길다.
겨울철 아시아 대륙 내부에 발달한 시베리아 고기압(시베리아 기단)은 동부 아시아를 지배한다. 기압의 배치는 전형적인 서고동저형(西高東低型)으로 강대한 시베리아 고기압으로부터 오호츠크해 부근의 저기압을 향해 북서계절풍으로 불어 나온다. 북서 계절풍은 기압차가 클수록 강하며 한랭건조한 바람이기 때문에 기온은 저하한다.
특히, 기온 저하가 클 때 한파(寒波)라 하고 한파는 겨울 동안 여러 번 내습하여 혹한의 날씨를 보인다. 한파가 후퇴하면 기온이 상승하고 저기압이 통과하기도 하며 이른바 삼한사온(三寒四溫)의 현상이 되풀이된다.
삼한사온은 결국 시베리아고기압의 주기적 성쇠에 의한 기온 변화이다. 삼한에 해당하는 동안은 한대의 추위를 무색하게 하는 혹한의 날씨를 보인다.
최한월(最寒月)인 1월 평균 기온의 분포를 보면 중강진 -20.8℃, 서울 -3.5℃, 서귀포 6.0℃로 남북 지역의 차는 26.8℃에 달한다.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갖는 0℃의 등온선은 동해안의 포항 북부에서 울산·마산·여수·목포를 지나고 있어 난대림(暖帶林)과 온대 남부림의 경계를 이루어 식물 분포·농작물 분포 등 중요한 경계가 된다.
우리가 경험하는 우리 나라의 혹한은 이러한 평균치보다 절대치로 그 강도를 실감할 수 있다. 우리 나라에서 저극기온(低極氣溫)을 나타내는 한극(寒極)은 중강진을 중심으로 하는 개마고원 일대에서 나타나고 있다. 중강진에서는 -43.6℃(1933.1.12.)의 기록을 남기었으며 강계·42.4℃(1927.1.23.), 혜산진 -42.0℃(1915.1.30.) 등 많은 기록이 있다.
1960년 이후 남한에 있어서의 최저기온은 양평에서 나타나고 있다. 즉, 1981년 1월 5일에는 양평 -32.6℃, 충주 -28.5℃, 원성-27.6℃를 기록하였으며, 1983년 1월 5일 양평은 또다시 남한의 한극을 나타냈다. 이러한 저극기온은 소한을 전후하여 나타나므로 이것을 소한추위라 하며, 실지로 더 춥다고 생각되는 대한보다 소한이 더 춥다.
이것은 겨울철에 한파가 내습하는 삼한(三寒)의 특이일(特異日, singularity)의 하나이다. 한파의 특이일은 12월 29일(세모한파), 1월 6일(소한한파), 1월 16일(대한한파), 1월 31일, 2월 12일, 2월 21일, 3월 7일(마지막한파), 3월 25일(되돌이한파 또는 꽃샘추위)이 있다. 그 사이에 사온에 해당하는 온난특이일(溫暖特異日)이 끼어 추운 겨울도 비교적 지내기 쉽게 한다.
겨울철의 강수량은 4계절 중 가장 적어 연강수량의 5∼10%에 불과한 건계(乾季)이며 겨울철 강수는 대부분이 눈으로 내린다. 가장 적설량이 많은 지역은 울릉도로서 지금까지 최심기록은 294㎝였다.
태백산맥의 오대산·대관령·설악산 등은 우리 나라 다설 지역의 하나로 매년 1m 이상의 적설을 기록하며 서울과 강릉을 연결하는 교통로를 막는 일이 빈번하나 스키·등산 등 겨울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겨울은 이와 같이 춥고 강수량도 적어 식물이나 농작물이 자라지 못한다. 사람도 기후의 영향을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크게 받는다.
한국인이 우리 기후 환경으로부터 받는 쾌적도(快適度, comfort index)나 스트레스를 데르중(Terjung,W.H.)의 방법으로 고찰하면 여름 더위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보다 겨울의 추위로부터 오는 스트레스가 더 커서, 겨울한랭도가 쾌적도를 좌우함이 알려졌다. 지역적으로 겨울이 따뜻한 남부 해안 지방이 쾌적도는 가장 높다.
<화개월령 花開月令>에 나타나는 겨울의 꽃으로는 동백과 매화가 있다. 동백나무는 겨울이 비교적 따뜻한 남부의 해안·도서 지방이나 울릉도 지방에서 자생한다. 동백은 동백(棟柏) 또는 동백(冬柏)으로 쓰며, 산다(山茶) 또는 춘(椿)으로 쓰기도 한다.
≪유양잡조 酉陽雜俎≫에 ‘산다’ 는 키가 크고 꽃의 크기가 치(寸)에 이르며 색깔은 붉고 12월에 핀다고 기록되어 있고, <본초 本草>에 ‘산다’ 는 남방에 나고 잎은 차나무를 크게 닮고 두꺼우며 능(稜)이 있고 한겨울에 꽃이 핀다고 되어 있다.
정약용(丁若鏞)은 “‘산다’는 기름을 짜서 머리에 바르면 윤기가 나고 아름다워서 부인들이 매우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서울과 같이 겨울 기온이 낮은 곳에서는 노지(露地: 지붕이 덮여 있지 않은 땅)에서 월동할 수 없으므로 화분에 심기도 한다. 경상남도의 거제도, 전라남도의 돌산도·흑산도 및 거문도, 충청남도의 서천과 경상북도의 울릉도 등지에는 지금도 동백나무 자생림이 우거져 있다.
충청남도 부여군 규암(窺巖)에 동매(冬梅)가 있으며 한겨울에 꽃이 핀다. 장미과의 소교목인 매화나무는 매실(梅實)이라고 불리며 중국 원산으로 관상용 또는 과수로서 심어진다. ≪매보 梅譜≫에 조매(早梅)는 동지 전에 피므로 조(早)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했다. 이처럼 매화는 한겨울에 그 지조를 나타내고 아울러 초봄까지 단장하는 꽃이다.
오리나무류의 꽃은 화려하지는 않으나 봄바람을 기다리지 못하고 성급하게 겨울 찬바람에 꽃망울을 틔운다. 수꽃의 이삭은 길게 늘어지고 암꽃의 이삭은 긴 타원형이며 2월말에서 3월초에 피어난다. 오리나무류 중 중요한 것으로 오리나무·물오리나무·산오리나무 등이 있다.
오리나무의 잎은 타원형이고 물오리나무의 잎은 거의 둥글고 엽저(葉底)가 심장형이며 수피(樹皮)는 적갈색을 띠며 거칠다. 산오리나무는 물오리나무와 매우 닮았으나 엽저가 설형(楔形 : 쐐기 모양)이고, 수피는 회흑색을 띠며 매끈한 편이다.
우리 나라의 산과 들에는 오리나무 종류가 많이 자라고 있다. 이들 나무의 꽃은 얼른 보기에는 꽃처럼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담담하다.
겨울과 봄의 계절의 전환점에 있는 꽃으로는 풍년화가 있다. 이것은 일본산으로 우리 나라에서는 주로 정원수로 심고 있으며 선명한 노란색의 꽃은 봄을 가장 빨리 알리는 꽃의 하나이다.
겨울에 피는 노랑꽃의 납매(臘梅: 섣달에 꽃이 피는 매화)는 중국 원산으로 향기가 있고 쓸쓸한 겨울의 풍경에 어울린다.
남쪽 도서지방에서 서식하는 팔손이나무는 상록의 활엽관목인데 잎은 손바닥 모양으로 갈라지고 두꺼우며 표면에는 광택이 있다. 화분에 심어져서 꽃집에 흔히 진열되는 것이다. 흰 꽃이 초겨울에 피고 둥근 열매가 다음해 5월쯤에 익는다.
만병초는 철쭉과에 딸린 상록활엽관목으로 잎이 긴 타원형이며 잎의 가장자리는 뒤로 젖혀졌고 혁질(革質: 식물의 표피 등에서 볼 수 있는 가죽과 같은 단단한 물질의 성질)이다. 표면에는 광택이 있고 잎 뒤에는 성상모가 매우 빽빽히 나 있다.
만병초의 흰꽃은 여름에 피지만 이 나무는 높은 산 숲 속에 나서 추운 겨울에도 푸르름을 잃지 않는다. 이 나무가 간직하고 있는 강한 기운이 약이 된다 하여 많이 이용되어 그 수가 크게 줄어 들었다.
겨울에 푸르름을 지니고 있는 것 중에는 겨우살이가 있다. 상록의 기생(寄生)관목인데 잎이 두껍고 긴 타원형이다. 가지가 Y자형으로 마주 갈라지는 특성이 있다. 참나무류·오리나무·팽나무·버들·매나무 등의 나뭇가지에 뿌리를 내려 기주(寄主: 기생 생물이 기생하는 동물 또는 식물)로부터 양분을 얻어 살아간다.
기주·수목의 잎이 달려 있을 때에는 겨우살이의 존재가 거의 나타나지 않으나 잎이 떨어지고 겨울이 오면 그 모습을 뚜렷이 드러낸다.
소나무는 동령수고송(冬嶺秀孤松)이라 해서 겨울에 가장 어울리는 백목의 왕(百木之王)으로 취급되었다. 대나무와 더불어 굳은 절개를 지닌 것으로 소나무·대나무·매화나무를 세한삼우(歲寒三友)라 했으며 추운 겨울에 그 절개를 알아볼 수 있다 하여 세한지송백(歲寒知松柏)이라 했다.
소나무는 우리 나라 산야에 넓게 분포해 있으며 다만 이북의 고산·고원 지대에는 없다. 우리 나라에서 가장 쓰임새 많은 목재자원이었고 또 시가와 그림의 소재로서, 풍치수로서의 높은 가치를 지닌다. 소나무와 크게 대조를 이루는 것에 떡갈나무가 있는데 이것은 잎이 크고 겨울에는 푸르름을 잃어버린다.
낙엽이라는 조락(凋落)에 인생의 무상을 관조하였고, 만물 윤회의 생존관을 되새겨볼 수 있는 겨울철의 산은 우리 국민에게 값진 도장(道場)이 되었던 것이다.
사과나무·배나무·복숭아나무 등 과목을 기르는 농가에서는 겨울철에 전지(轉地)작업을 한다. 토종벌을 가진 집에서는 꿀을 뜨고 벌통의 보온에 신경을 쓴다. 도토리묵을 만들어 나누어 먹는 인정도 겨울철의 습속이다.
겨울의 세시풍속은 음력으로 10월부터 12월에 해당된다. 10월에 들어서도 농사의 마무리는 계속되지만 그동안 파종기·성장기·수확기를 지나 겨울은 저장기에 접어든다. 겨울철에 꼽을 수 있는 명절은 동지(冬至)이다. 그러나 각 달마다 소소하게 고사나 큰 굿을 지내기도 한다.
10월은 1년 중 가장 좋은 계절이다. 절기상 소설(小雪)이 들어 있어 겨울이라고는 하지만 햇볕은 따뜻하고 소춘(小春)이라 하며 상달이라 하여 최고의 달로 여긴다. 이 달에 각종 제례가 집중되어 있다. 고구려의 동맹, 예의 무천이 모두 10월 제천이었는데 그 전통이 이어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3일은 개천절, 단군의 탄신일이 이날이라는 말이 오랜 민간 전승으로 전해온다. 단군을 모시는 대종교(大倧敎)에서는 10월 3일에 대제를 행하고 정부에서도 양력 10월 3일을 개천절로 정하여 국경일로 지켜오고 있다.
10월의 첫 오일(午日)을 말날이라 하여 팥을 넣은 시루떡을 만들어 외양간에 놓고 고사를 지내 말의 무병을 빈다. 그러나 병오일(丙午日)에는 지내지 않는다. 병(丙)이 병(病)과 음이 같으므로 말의 병을 꺼리기 때문이다.
말날 중에서도 무오일(戊午日)을 상마일(上馬日)로 쳤는데 그것은 무(戊)와 무(茂)가 음이 같아 말의 무성(茂盛)을 기원했기 때문이다. 10월 상달에 각 가정에서는 말날이나 길일을 택하여 성주에게 제사를 지낸다.
성주신은 집안에서 가장 높은 최고의 신으로 가정의 길흉화복을 담당하는 신이기에 정성을 들여 햇곡식으로 시루떡을 찌며 술을 빚고 백과(百果)를 장만하여 성주제를 지낸다. 이 성주제는 주부에 의하여 간략하게 거행되기도 하지만 크게 하는 집에서는 무녀를 불러 굿을 한다.
지방에 따라서 성주제를 성주굿·성주받이굿 또는 안택굿이라고도 한다. 함경도 지방에는 성주제와 같은 성격의 것으로 단군에게 제를 올리는 농공제(農功祭)가 있다. 제주도에서는 시월만곡대제(十月萬穀大祭)라 하여 신곡(新穀: 햇곡식)으로 제찬을 마련해 본향당신(本鄕堂神)에게 신당제(神堂祭)를 지낸다.
이 밖에도 이 달에 영남과 호남 지방에서는 신곡으로 성주단지(성주독·부루단지)갈기, 장광 뒤의 철륭단지갈기, 방안 시렁 위의 조상단지갈기, 큰방 윗목 구석의 삼신쌀(삼신봉지)갈기를 한다. 이들 단지에 있는 쌀을 길일을 택하여 사람들이 먹기 전에 햅쌀로 갈아넣고 묵은 쌀로는 그날 밥이나 떡을 해먹는다.
간혹 이웃과 나누어 먹기도 하지만 대개는 가족끼리만 먹는다. 왜냐하면, 신체(神體, 성주단지·시준단지 등) 속에 있었던 쌀은 가족에게 복을 주는 신성물로서 복을 밖으로 내보내지 않는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날 부정한 사람을 막기 위해 금줄을 대문에 달기도 한다.
10월 보름을 전후하여 시제(時祭, 또는 時祀·時享)가 있다. 4대 상까지는 사당에서 제사를 지내지만 5대 이상의 조상들에 대해서는 묘제(墓祭)로 지낸다. 시제는 여러 파로 갈린 각 파 친족들이 한 묘전에 모여 참례(參禮)하는 날이며, 이날 많은 자손들이 모여드는 것을 자랑으로 여겨 묘자리가 명당일수록 후손이 발복한다고 한다.
동지는 24절기의 하나이자 명절로서 아세(亞歲) 또는 작은 설이라고 한다. 동지는 밤이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로 태양 운행의 시발점이므로 이날의 행사는 정월과 상통하는 것이 많고, 또 이것은 고대역법(古代曆法)에 동지를 설날로 삼았던 풍속과도 관련이 있다.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조선 말기까지의 풍속에 관상감에서는 해마다 동짓날에 그 이듬해의 책력을 만들어 궁중에 올리면 나라에서는 백관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이 역서의 표장(表裝)을, 상품(上品)은 황색으로 하고 그 다음은 청장력(靑粧曆)·백력(白曆) 그리고 중력(中曆)·월력(月曆)·상력(常曆) 등 여러 종류로 하였다.
책력은 모든 관원에게 차등 있게 나누어주는데 동문지보(同文之寶)라는 어새(御璽)를 찍었다. 각 관청도 모두 나누어 받는 몫이 있고 각 관청의 아전들도 각기 친한 사람을 책력으로 두루 문안하는 것이 통례였다.
서울에서는, 단오날에 부채를 관원이 아전에게 나누어주고, 동짓날 달력은 아전이 관원에게 바치는 풍속이 있었다. 이를 하선동력(夏扇冬曆)이라고 한다.
그러면 관원은 그 달력을 자기 출신 고향의 친지·묘지기·농토 관리인에게 나누어준다. 역시, 조선 말기까지도 동짓날 종묘에 청어(靑魚)를 천신하고 사대부의 집에서도 이를 행했다. 제주도에서는 동지 무렵이 되면 국왕에게 귤과 유자·감자(柑子)를 진상하였다.
섣달에는 납일(臘日)과 제석(除夕)을 절일(節日=명일(名日))로 삼고 있다. 동지로부터 세 번째 미일(未日: 일진의 지지(地支)가 미(未)인 날. 양날)을 납일이라고 하는데 이날 종묘와 사직에 큰 제사를 지냈다.
이것이 납향(臘享)이다. 또, 이날 내린 눈은 곱게 받아 독에 담아 두었다가 녹은 뒤 김장독에 넣으면 맛이 변하지 않고 의류와 책에 바르면 좀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이 물로 눈을 씻으면 안질을 막을 수 있고 한약을 달일 때 쓰기도 한다.
섣달 그믐날을 제석 또는 제야(除夜)라고 하며 민간에서는 까치설이라고 한다. 이날 저녁 가묘(家廟)에 세말(歲末)임을 고하는 사당제를 지낸다.
사당제는 불을 밝히고 음식을 차려놓은 다음 가주(家主) 혼자서 지낸다. 역시 저녁에 설날 세배하듯이 어른에게 절을 하는데 이를 구세배(舊歲拜 : 묵은 세배)라 한다.
또, 수세(守歲)라 하여 방·뜰·부엌·문·변소 등 구석구석에 불을 밝혀두고 밤을 새운다. 이날 밤새 불을 밝히는 것은 묵은 것을 불로 데워 새로운 날(새해)을 맞는다는 뜻을 지니며 밤을 새우는 것은 잠이 영원한 잠(죽음)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정 무렵이면 마당에 불을 피운 뒤 청죽(靑竹)을 태운다. 청죽 마디가 탈 때에 큰 소리를 내며 요란스럽게 타므로 폭죽, 또는 대불놓기라 한다.
이렇게 하면 묵은 해에 집안에 있었던 잡귀들이 놀라서 달아나고 신성한 새해를 맞이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수세와 마찬가지로 역시 묵은 것을 소각시키는 의미를 지닌다. 즉 송년의례이다.
궁중에서는 그믐날 악귀를 쫓아내는 나례(儺禮) 행사가 있었다고 한다. 겨울철의 음식은 계절에 맞게 더운 것이 주를 이루지만 반면에 이냉치냉(以冷治冷)의 찬 음식도 즐겼다.
10월 절식으로는 고사 때의 팥시루떡이 있다. 붉은 팥시루떡은 고사에는 거의 만들지만 이때가 가장 제 맛을 낸다. 그리고 날씨가 점차 추워지기 시작하므로 난로회(煖爐會: 화롯불에 여러 음식을 지지거나 구워 먹던 모꼬지. 흔히 음력 초하룻날에 행함.)와 같은 뜨거운 음식을 즐긴다.
메밀 또는 밀가루로 빚은 만두도 이때의 시절식이다. 채소·파·닭고기·돼지고기·쇠고기·두부로 소를 넣고 피를 씌워 만두를 만든 뒤 장국에 익힌다. 특히, 밀가루 만두는 변씨(卞氏)가 처음 만들었기에 변씨만두라 한다.
두부를 가늘게 잘라 꼬챙이에 꿰어 기름에 부치다가 닭고기를 섞어 끓인 연포국[軟泡湯], 어린 쑥에 쇠고기와 계란을 넣고 끓인 애탕(艾湯 : 쑥국)도 있다.
또, 쑥을 쪄서 찹쌀가루에 섞어서 떡을 만들고 볶은 콩가루를 꿀에 섞어 바른 애단자(艾團子), 찹쌀가루로 동그란 떡을 만들어 삶은 콩을 꿀에 섞어 발라 붉은 빛이 나게 한 밀단자(密團子)를 비롯하여 깨강정·콩강정 등 온갖 강정 또한 이 무렵의 시절식이다. 강정은 설날 제물이나 손님을 대접하는 세찬(歲饌: 세배를 하러 오는 사람에게 대접하는 음식)에도 나오는 음식이다.
그러나 겨울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입동을 전후해서 담그는 김장이다. 김치의 종류도 통김치·쌈김치·깍두기·동치미·겉절이·채김치·짠지 등 대단히 많은데 그 종류나 재료는 생활 정도 혹은 지방에 따라 다소의 차이가 있다. 김장이야말로 겨울철 저장식의 으뜸으로 이듬해 봄까지 먹는다.
동지팥죽은 찹쌀가루로 새알 모양의 단자(새알심 또는 옹시미)를 만들어서 넣어 쑤고 시절음식으로 삼아 제사에도 쓴다. 이 무렵 생선은 청어와 명태가 제철이다. 청어는 찌개·전유어에 모두 쓰지만 구워 먹는 것이 제 맛이다. 청어구이는 밤눈 어두운 것을 고칠 수 있다고 한다.
명태는 원산에서 많이 났기에 마른 명태, 즉 북어를 ‘원산말뚝이’라고까지 했다. 이 명태는 버릴 것이 없다는 생선이다. 비린 것을 꺼리는 사람도 북어만은 먹고 그 알은 명란젓으로, 창자는 창란젓으로 알려져 있다.
명태 조치는 임금의 수라상에도 오르던 음식이었으며, 찜 그리고 명태 순대도 일미로 꼽힌다. 명태 순대는 명태 머리와 꼬리를 쳐 버리고 내장을 뺀 뒤 갖은 양념을 한 두부와 고기소를 넣어서 순대 모양으로 쪄낸 음식이다.
메밀국수를 무김치·배추김치에 말고 돼지고기를 섞은 냉면, 잡채와 배·밤·쇠고기·돼지고기를 썰어서 넣고 기름과 간장을 메밀국수에다 섞은 골동면(骨董麵 : 비빔국수)도 즐기는 시절식이다. 특히, 평양식의 물냉면은 이냉치냉의 겨울음식으로 애용된다. 또, 찬 동치미 국물에 국수나 찬밥을 말아먹는 것도 겨울철 별식이다.
겨울철의 명절놀이는 흔치 않다. 그러나 평소 추위를 이기기 위한 힘찬 놀이를 하며 대개는 실내 놀이가 주를 이룬다. 연날리기는 지역에 따라 섣달 중순부터 시작하여 정월 보름까지 계속되며, 부녀자들은 널뛰기로 추위를 잊는데 이 놀이는 정초까지 계속된다. 또 젊은 남자들은 축국(蹴鞠)이라는 공차기를 했다. 이 공은 큰 탄환만한 크기로 위에는 꿩털을 꽂았으며 두 사람이 마주 차는데 계속 땅에 떨어지지 않아야 잘 차는 것이다. 이 밖에 산에 나무하러 갔다가 오는 도중 장치기를 하거나 논밭의 얼음판에서 팽이치기를 한다. 실내 놀이로 쌍륙·승경도 그리고 윷놀이 등을 즐겼다.
겨울철은 농사의 시기로 보면 저장기에 해당된다. 이는 농사가 끝나 온갖 생산물을 저장한다는 뜻일 뿐 아니라 인간 힘의 저장기이기도 하다. 겨울 동안 힘을 저장했다가 봄부터 다시 일을 해야 하는데 이는 마치 식물과도 같다. 봄에 싹이 나와 여름이면 무성했다가 가을이 되면 소진해져 겨울이면 죽는 식물은 영원히 죽는 것이 아니라 이듬해 봄이면 다시 소생하는 순환의 원리를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