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어쨌든 남자라고 하는 것은
불교문화연구회 / 문영출판 / 1981.9.
석존께서 사위국(舍衛國)의 기원정사에 계실 때의 일이다.
한 사름의 우바소구가 있었다. 그의 처는 얼굴이 예쁘고 아름다왔고, 재치가 있으며 덕이 있었고, 변재(辯才)에 능한 대단히 영리한 여자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를 접하는 사람은 모두가 기뻐했고 크게 존경했다. 그런데도 성이 맞지 않아선가 그녀의 남편은 이러한 처를 사랑하지 않을 뿐더러, 얼굴을 맞대는 것 조차 싫어하리 만큼 그녀를 증오하고 오히려 천한 미망인을 사랑해서 첩으로 삼았다. 처는 남편의 사랑이 자기에게 없고, 이러한 미망인을 사랑하는 것을 보고는 다음과 같이 남편에게 말했다.
『저는 당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읍니다. 아무쪼록 나에게 출가를 허락해 주시오. 이승(尼僧)이 되어 부처님의 길을 수행하고자 합니다.』
남편은 그것 참 다행이라고 그녀의 출가를 허락했다. 그녀는 출가해서 밤 낮을 가리지 않고 정진해서 도를 수행했기 때문에, 얼마 후 이라한의 깨달음을 얻을 수가 있었다.
그후, 남편은 미망인을 사별해서 전처를 다시 불러 들이려고 그 이승이 있는 곳으로 찾아 왔으나, 그녀는 도저히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저는 이미 출가를 했읍니다. 지금은 당신의 처가 아닙니다. 저는 부처님을 받드는 몸, 당신하고는 남남입니다. 다시 태어난 것이나 마찬가지로, 옛날의 나하고는 과보(果報)를 달리하고 있읍니다.』
이승은 단호하게 그것을 사절하고는, 일의 자초 지종을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은 이 말을 듣고, 많은 사람들을 향해서,
『저 우바소구는 이 세상에서 이 유덕한 부인을 상처를 입히게 했을 뿐만 아니라, 과거의 세상에서도 이러한 일이 있었다.』
이렇게 말하면서, 두 사람의 과거인지(過去因地)에 있을 때, 행한 여러 가지 일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법을 했다.
한 사람의 범사(梵士)의 부인에 랜게라고 하는, 이 세상에서 드물게 보는 아름다운 여자가 있었다. 그녀의 명덕은 또한 다른 사람 보다도 뛰어 났었다. 범사는 하녀를 가까이 해서 그녀에게는 친밀히 말을 주고 받았으나, 부인한테는 부드러운 말도 걸지 않았고, 경애하지도 않았다.
어느때, 부인을 데리고 산에 이르러, 모과 나무에 올라서 익은 나무 열매를 따서 홀로 그것을 먹었다. 그리고는 밑에 있는 부인에게는 익지 않은 나무 열매를 던져주었다.
『당신은 어째서 나한테 익지 않은 것만 주십니까. 자기만 익은 것을 먹고.』
『맛 있는 것을 먹고 싶거든, 자기 스스로 올라와서 따 먹으면 되지 않는가.』
『당신이 주지 않는다면, 내 스스로 올라가는 수 밖엔 없읍니다.』
처는 나무에 기어 올라가서 나무 열매를 땄다. 남편은 처가 나무에 올라간 것을 보고는, 나무에서 내려와 가시나무를 끌어 모아 가지고 와서 나무 둘레에다 쌓아 올려서, 내려 오지 못하게 만들어 놓고는, 처를 나무 위에다 둔채로 돌아가 버렸다.
때 마침, 국왕이 그 나무 아래를 지나가다가 나무 위에 있는 부인을 보니, 절세의 미인이었다. 이상히 생각해서 그 사유를 물었더니, 자초 지종을 알게 되서 신하에게 명해서 왕궁으로 데리고 돌아갔다. 어느 점으로 보나 뛰어난 부인 이었기 때문에, 왕은 드디어 그녀를 세워 왕비로 삼았다. 왕비는 지혜나 변재(弁才)가 능했고, 또한 널리 유희에도 능통해서 아무도 왕비를 이기는 자가 없었다.
이 같은 사실을 전해 들은 범사는, 그 왕비는 분명 내 전처에 틀림이 없다고 왕궁으로 찾아와서는, 널리 유희를 가지고 왕이 보시도록 해 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여러 가지 유희에 능통하고 있었다. 왕비는 범사의 소원을 듣고 그 풍채를 알아보고는 그가 전에 남편이라는 것을 알았다.
범사는 왕의 어전에서 여러 가지 유희를 연출했다. 그리고는 一계를 설법하면서 왕비를 유혹했다.
『치렁 치렁한 검은 머리카락, 눈썹은 조각달 같고, 얌전한 것이 제일, 나무 열매와 더불어 엊 저녁을 생각한다.』
왕비는 범사의 원하는 바를 알고는 노래로서 답했다.
『잘 익은 열매도 제각기이며, 하녀를 사랑한 나머지, 엊 저녁의 참된 존경을 저버렸다. 사람을 탐낸 것도 옛날이다.』
범사는 게(揭)를 듣고 마음 속으로 크게 뉘우치고, 스스로 후회해 보았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도망친 잉어는 크다는 예가 있듯이 이것 역시 진실로 훌륭한 처를 일시적인 잘못으로 하찮은 여자에게 마음을 두어, 처를 잃었다는 불쌍한 남자의 이야기이며, 부부도를 설법한 부처님의 영험(靈驗)이 뚜렷한 이야기다.
( 生經卷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