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음과 어둠이 명확히 구분되는 강한 빛을 이용해 하이 콘트라스트 사진 만들기
사진에서 콘트라스트(contrast)는 이미지 일정 부분의 톤과 다른 부분의 톤의 강약 차이를 말합니다.
쉽게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영어 원어의 뜻 그대로 ‘밝고 어두움의 차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콘트라스트가 강한 사진은 명암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보는 사람에게 시각적으로 강한 느낌을 줍니다.
반면에 콘트라스트가 약한 사진은 밋밋한 면은 있지만 부드럽고 풍부한 톤을 보여줍니다.
“빛을 이해하면 사진이 보인다.” 3편에서는 명부와 암부가 명확히 구분되는 강한 빛을 이용해 ‘하이 콘트라스트’ 사진을 촬영하는 방법에 대해 나누고자 합니다.
콘트라스트가 강한 사진을 만들기 위해서는 빛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합니다.
눈으로 보는 빛과 사진에 나타난 빛의 차이는 다릅니다. 눈은 빛에 따라 동공이 순식간에 확대 축소되기 때문에 관용도가 높습니다.
하지만 사진은 물리적인 빛의 양만 기계적으로 표현합니다.
러한 빛의 특성을 잘 다룰 수 있다면 여러분도 어두운 것은 아주 어둡게, 밝은 것은 아주 밝게 해서 진하고 입체감이 잘 나타나는 ‘하이 콘트라스트’ 사진을 쉽게 촬영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 사진들을 보며 촬영을 위한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함께 설명 드리겠습니다.
늦은 오후 고택에 비친 강렬한 빛이 연못의 반영과 어우러져 은은하면서도 힘 있는 사진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처럼 한곳에 빛이 비추는 하이 콘트라스트 사진을 촬영할 때는 카메라의 노출측정 방식을 고려해야 합니다.
뷰파인더의 평균값을 계산하여 노출을 측정하는 평가측광보다는 스팟측광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스팟측광은 뷰파인더 영역의 약 2.3% 영역의 밝기를 기준으로 하여 전체 이미지의 노출을 계산하는 방식으로 프레임 안에 노출차가 큰 것이 섞여 있을 때 사진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피사체가 적정 노출로 나올 수 있도록 해줍니다.
렌즈 노하우에 많이 소개되었던 필리핀 마닐라베이의 풍경입니다.
강한 빛은 없지만,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은 덕분에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이 차이가 극명히 드러났습니다.
프레임에서 가장 밝은 부분인 하이라이트에 노출을 측정한 후 셔터를 눌렀습니다.
미로처럼 옹기종기 얽혀있는 마닐라의 슬럼가입니다.
통로에 기대어 있는 여인의 모습에 노출을 맞추자 나머지 부분은 모두 어둡게 표현되어 좁디좁은 슬럼가의 풍경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진가가 어두운 분위기의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노출 측정에 사용하는 Av(조리개 우선모드), Tv(셔터 우선모드) 모드보다는 수동노출 측정방법인 M(Manual)모드를 사용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스팟측광이라 할지라도 언제나 적정 노출만을 지시해 주는 노출계의 수치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카메라의 노출을 1~2 스톱 낮춰서 촬영하는 것이 좋습니다.
방글라데시에서 소금 바구니를 나르는 삶의 현장입니다. 강한 콘트라스트의 사진이 삶을 극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노출을 측정할 때 M(Manual) 모드가 아직 익숙하지 않아 Av(조리개 우선모드), Tv(셔터속도 우선모드) 모드로 촬영하시는 분들은 자동 노출 고정인 AEL(Automatic Exposure Lock) 버튼을 사용하시면 촬영이 수월합니다.
프레임에서 밝은 부분을 스팟측광으로 노출을 측정한 후 AEL 버튼을 누르면 노출이 고정돼서 사진가가 원하는 느낌을 수월하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Canon EOS-1Ds Mark III | EF 16-35mm f/2.8 L II USM | 35mm | 1/100sec | F5.6 | ISO-640
미국산 쇠고기의 검역 장면입니다.
검역관이 적외선 온도계를 이용해 쇠고기 온도를 측정하는 곳에 노출을 맞추고 촬영했습니다.
이 사진을 적정 노출로 촬영한다면 형광등에 비친 부분은 하얗게 날아가서 디테일을 전혀 알아볼 수 없었을 것입니다.
흉부외과 심장수술 장면을 취재한 사진입니다.
일반적으로 수술실은 밝지만, 수술 부위에는 헤드라이트 조명을 주어서 의사가 수술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수술을 하는 부위에 노출을 측정하니 자연스럽게 디테일이 살면서 수술 장면이 표현 되었습니다.
조선소의 용접 장면입니다.
거대한 배아래 드라이 독은 어두컴컴해서 노출 측정이 어려운데 용접 시 불꽃이 튀겨서 현장 분위기가 확 살아났습니다.
IS 렌즈 덕분에 1/30초의 셔터스피드로도 흔들리지 않고 빛의 궤적을 잘 포착할 수 있었습니다.
조선소에서 야간 작업 시 용접공의 보호구가 홀로 빛이 납니다.
빛이 비치는 곳에 노출을 맞추니 자동적으로 나머지 부분은 어두워져서 분위기 있는 사진이 되었습니다.
부산 신선대 전망대에서 바라본 컨터이너 터미널의 야경입니다.
전경을 촬영한 후에 한 크레인에만 조명이 비추는 것을 보았습니다. 같은 장면이라도 빛에 따라 느낌은 확 다릅니다.
이처럼 빛을 잘 이용하면 주 피사체를 돋보이게 할 수 있습니다.
한 줄기 빛과 근로자가 절묘하게 만났습니다. 빛내림은 사진에 입체감을 더해 줍니다.
빛이 비치는 밝은 부분에 노출을 맞춤으로써 나머지 부분은 자연스럽게 어두워지는 것입니다.
신랑, 신부가 결혼식장에 입장하는 모습을 포착한 사진입니다.
주인공을 밝혀주는 인공조명 덕분에 자연스럽게 명부와 암부가 확실하게 구분되었습니다.
노출을 바로 확인하기 어려운 현장에서 스팟 측광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필자의 절친인 홍콩 커플의 웨딩 사진입니다.
누구보다 홍콩을 잘 아는 친구가 사진 찍기 좋은 장소를 소개해 주었고 정확히 기둥 사이로 빛이 들어오는 시간에 셔터를 눌렀습니다.
분위기 있는 아웃포커스 효과를 위해 TS-E 45mm f/2.8 L를 사용했습니다. 드라마틱한 조명에 운치가 더해진 사진입니다.
다양한 장소에서 촬영한 사진들을 보며 밝음과 어둠이 확 구분되는 이미지에 대한 감을 잡으셨는지요?
미국의 사진가 필립 퍼키스는 저서 사진강의 노트에서 “먼저 대상의 표면에 떨어진 빛의 실체를 느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즉, 강렬한 느낌의 ‘하이 콘트라스트’ 사진을 찍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프레임 안에서 주 피사체를 드러내고 돋보이게 하는 ‘빛’을 읽는 시각입니다.
그 빛이 자연의 빛이든 인공조명이든 여러분 마음대로 ‘빛’을 요리할 수 있다면 어느새 여러분의 뷰파인더에는 강렬한 ‘하이 콘트라스트’ 사진이 자리 잡고 있을 것입니다.
_퍼온글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