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나리아 .
나의 새 키우기는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 서울 살림을 한 때였다.큰아이가 로보트를 사달라고 졸랐다.
아빠가 돌아오는 길에 사다준다고 처음으로 약속을 했는데, 그 날 사온 것은 어이없게 비둘기 한쌍이었다. 아들은 막 울었다. 울다가 보니 비둘기도 괜찮아 보였는지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우선 큰 새장을 샀다. 두놈이 살수 있는 집으로.
그해 겨울 대구에 오래 다녀 왔더니 한 놈이 죽어 있었다. 하얗고 작은 놈과 연회색 큰놈인데, 하얗게 생긴 녀석이 성질이 더럽다. 배가 고프니 서로 싸우고, 눍은 것은 힘도 없어서 죽었나보다. 남은 한 마리를 정성스럽게 키웠다. 메주콩에 매일 거시기 갈아주고..
어찌나 머리가 나쁘던지, 새장 밖에 나오면 베란다 화분위를 돌아다니다가 , 콩을 일렬로 다섯알만 늘어 놓으면 그것 차례대로 주워먹으면서 새장안으로 들어간다. 처음엔 그걸 몰랐다. 소쿠리로 잡아 넣으려고 이리저리 흔들다가 장독 뚜껑도 깨었는데..
어쨌든 이녀석을 풀어 주리라 생각했다.(1년이 지나서) 동네 꼬마들이 모였다. 베란다 창문을 열고 새장을 들어 올렸다. 비둘기가 날지 못하면 다시 키우리라 생각하며 새장문을 열었다. 이 녀석은 호기롭게 앞집의 베란다로 날았다. 갑자기 아까워서 콩통을 들고 비둘기에게 보여주고 흔들었다. 그러나 이미 떠나버린 마음 . 두어번 고개 흔들더니 5층 난간으로 올라갔고, 고개짓을 두어번 하더니 멀리 구름 속으로 날아갔다. 아들놈은 그때 또 서운해했다. 동네 꼬마들은 거의 20여명이 모여서 비둘기를 오라고 했건만..
한참만에 이사를 했다. 조금 평수가 넓은 곳으로 옮겼다.
슬며시 새 생각이 났다. 이번엔 고른 아이템이 문조였다. 작고 키우기 부담없고 예쁘다. 값도 싸고. 한 쌍을 샀다. 이 녀석들은 새만큼 먹는다. 먹을 때 대가리를 처흔들고 먹어서 반경 50센티 정도 좁쌀을 흩트린다. 먹는 물통에 똥을 싼다. 배가 작아서 조금씩 먹지만, 그대신 하루만 주지 않아도 죽는다. 드뎌, 한 마리가 죽었다. 남은 숫놈 한 마리를 어찌 키운단 말인가. 다시 암놈을 사러 갔더니, 채로 들고 오란다. 주인 왈, 사람도 50넘은 사람과 10대소녀가 결혼하는 것은 이상하지요. 숫놈을 주면, 한 마리 값에 다시 한쌍을 주겠다고 했다. 이렇게 해서 남는 장사도 있나 생각하고 다시 문조 한쌍을 어린 것으로 가져왔다. 별로 울지는 않는다. 하얀것이 예쁜데, 매일 갈아주고 청소하고 물주니, 새가 어지러워서 아예 새끼 깔 생각도 하지 않는것 같다.
그 즈음, 딸아이가 병아리를 사왔고, 때맞추어 햄스터를 키웠다. 그러나 모두 몰살이었다.
아빠는 " 우리집에 굶어죽는 전염병이 돌고 있다"(먹이 안준것을 빗댄말)고 했다. 딸아이는 전염병 치료약 사자고 떼쓰다가, 분위기가 험악한 것을 알았는지 입이 들어갔다.
새들은 떠나고 조용해졌는데 우연히 햄스터를 한쌍 얻어왔다. 이미 각졷 동물을 서식할
준비는 해놓은 터라, 모든 통은 다 있다. 딸아이가 인터넷을 뒤지며 키우기 시작했다. 거의 프로급이 되었다. 어느날 햄스터가 불어나기 시작했다. 한번 늘어나면 계속 늘어나는 것이 햄스터이다. 결국 쥐니까.
숫놈과 암놈을 분리하고, 분양하고 야단을 떨었다. 햄스터에 자신을 얻은 딸은 이제 모든 것을 물려주고 열대어 사육에들어갔다. 열대어는 그 무엇보다도 키우기 좋다. 우선 시끄럽지 않다. 살아도 조용, 죽어도 조용.
구피라는 1-2센티 짜리의 열대어가 엄청나게 불었다.사실 열대어 키우기는 쉽지는 않다. 그러나 어렵지도 않다. 과감히 시작하는 것도 권할만 하다. 금붕어보다 훨씬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수족관의 꿈을 키우며, 어항에 수초와 온도계, 모래 등의 장비를 갖추고 정식으로 시작했다. 네온테트라도 함께 넣었다.
네온은 구피와는 못사는데 그런대로 잘 지낸다.(네온은 여러차례 죽었다)
지난 2월에 이사를 왔다. 이사온 집에서 한적하게 있으니, 새 생각이 났다.
이젠 미워하지 말고 키워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새대가리 짓을 해도, 모이를 뿌리고 더러워도 참으리라.
양재동 꽃시장으로 갔다. 가는 도중에 '새3000'이라는 표지를 도로가에 세워 놓은 것을 보았다. 싸게 판다는 뜻이다. 그러나 양재동 화훼 시장으로 가는 중이라 그게 눈에 들어올 리가 없다. 근데 양재동의 꽃시장은 새값이 터무니없이 비쌌다. 문조 같은 녀석을 한쌍에 4만원을 달라고,, 다시 '새3000'으로 왔다. 그때 카나리아 녀석들이 엄청나게 울어댔다.
외국산 새의 울음에는 한이 없다. 소쩍새, 두견새 (같은가) 종달새 등의 토종소리와는 다르다. 또를르르 또르르 맑고도 청아하면서 눈물이나 비장함이나 서러움이 없다. 예쁘기도 하지만 조금 허전한 맘이 없잖아 있다.
그러나 자꾸 들어보면 소리가 예쁘기는 기똥차게 예쁘다. 영국황실에서도 이 새의 울음을 좋아해서 키운다고 했다. 어찌나 부추키던지, 한쌍, 새장하나와 함께 사 왔다. 영국황실이란 말이 맘에 걸려 머뭇거리니, 새주인은 계속 영국 어쩌고 한다. 새장도 동화책에 나오는 둥그스럼한 것으로. 사오면서 남편과 나는 너무 웃었다. 영국황실이란 말이 너무 어이없어서.
그즈음에 남편의 이야기를 해야겠다. 워낙 객지생활을 많이 하는 터라, 거의 나는 과부로 지냈다. 작년까지 전라도 나주 배연구소에 소장으로 있었다. 소장이 되니 좋은 점은 관사가 한채 나왔다. 관사앞 화단에 철망을 짜서 치고 참새를 10 마리 사다 넣었다. 아침마다 참새 우는 소리 들으려고. ... 진짜 시끄러웠다. 구색맞춰 다람쥐도 한마리 넣었는데 도망갔다.
참새는 너무 생기가 넘친다. 참새를 통해 느낀것은 ,참자가 들어간 것은 무한정한 에너지가 있다는 뜻으로 알면 될 것 같다. 한국사람의 모습인가,
근데 어느날 참새가 다 떠났다. 죽고 도망가고,,, 텅빈 참새집. 그러다가, 나주소장 사표를 내고 올라왔기 때문에 새에 미련이 많던 즈음이라 쉽사리 새를 산 것이다.
새들이 우는 소리는 구애하는 소리이다. 봄한철 한 집안에 사는 새에게 부지런히 구애하고 목청놓아 우는 새는 좀 바보같다. 그러나 하나는 도망가고 하나는 따라가며, 사랑의 제스츄어를 취하면서 에너지 넘치게 사랑하는 새들을 보면, 삶의 생기가 돋는다.
곧 알을 낳을 것 같아서, 달걀 삶은 것과 야채를 부지런히 넣어주고, 새장 부근에 가지않는다. 그랬더니, 똥이랑 좁쌀이랑 섞여 말라서 게다가 새의 깃털까지 한데 엉겨붙어서 현관입구는 새의 천국이다. 이사한 집의 현관이 주택처럼 되어있다. 대문을 열고 조금 들어와서 한 번 꺾어져서 집안으로 들어온다. 현관 문을 열면 머리를 흔들면서 터프하게 모이를 먹고(그래도 카나리아는 얌전한 편이다)., 날면서 무심히 찍 똥을 싸고, 그것도 자기가 먹는 물통에 떨어지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무심하게 사는 모습 보면 재미있다.
자연스럽게 키우자는 방편아래 더럽게 두었더니, 보기가 괴롭다. 요즈음은 잘 울지 않는다.
아마 봄철의 발정기가 지나면 잠잠한가 보다.
이사한 집에서 의외로 뻐꾸기 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에는 시계소리인줄 알았다. 그러나 창문을 열면 멀리 산에서 뻐꾸욱, 뻐뻐꾸우욱, ..
제법 그림이 괜잖다. 이럴줄 알았으면 카나리아 안 사도 되는데 .
그래도 새는 예쁘다. 자연스럽다. 깃털보다 가볍게 횟대에 내려앉고, 틈틈이 뭘 한입씩 먹는 모습이 예쁘다. 자는 모습은 정말 웃기다. 목을 휙틀어서 자기의 털속에 박고 서서 잔다. 그러것을 보면 사람과는 확실히 다르다.
절대 모이나 물을 비우지만 않으면 새장이 조금 불결해도 그다지 문제될 것은 없다. 단지 손을 넣어서 치우고 갈고 하는 일이 성가시지 않게 느껴져야 하는 것이 새키우는 조건이다. 덩치가 클수록, 수월해진다. 작을수록 까다롭다. 키우기 전에 '문조 일주일 완성''새키우기 속성연구' 등의 교재를 보는 것은 필수 요건이다.
첫댓글 이렇게 아름답게 사시다니 부럽습니다. 아름다운 새 소리에 행복해 하는 영화 속 공주님의 모습 그대로이시다. 삶은 이벤트다(이목님의 6.15 어록에서 퍼옴)-진짜네요.
새털 뽑고 배 째고 왕소굼 뿌리고 숯불에 옹기종기 앉아....결정적인 것 와 없지요? 이건 완전 홍보용이다.
콩통 보여주고 흔들면서 비둘기 부르는 네 모습 내 머리 속에 너무 잘 그려져서 나 지금 막 웃고 있다. 우리 마당에 금붕어 무덤, 병아리 무덤 많아. 죽는 것 보는 것 참 딱하더라. 병아리 무덤. 초등학교 1학년이던 아이가 봄에,( 찬바람이 남아 있는 봄이었던 것 같애.)
- 병아리를 사 와서는 방안에서 키우려고 목욕시켜 옥상에서 말려 방에 갔다 놓았는데 . 내가 퇴근해서 와 보니 감기 걸렸는 것처럼 오들오들 떨더니 그 다음날 아침에 보니 죽었더라. 그 다음
마당에서 조금 큰 병아리 사다 키웠더니 온 집에 똥냄새, 금붕어는 심심하면 죽는게 싫어 붕어 세 마리 낚시해서 넣어 놓았더니 또 질기게 살아(아마 3년쯤) 강에 넣어 주었다. 네 말대로 참새는 너무 생기가 넘쳐. 요즈음은 5시만 되면 나무에서 짹짹
"굶어죽는 전염병이 돌고 있다"는 말씀, 너무 재밌다. 혹 너보다 고수 아니셔? 한때 유행처럼 금붕어를 키웠지만... 요리조리 감칠맛 나게 들려주는 사육 얘기... 그 애완 동물 변천사 속에 다정다감한 네 일상이 환히 보여.
모두들, 어떻게 잠도 안주무시고 사시는 것 같군요. 정말 놀랍습니다. 머리만 박으면 자는 저로서는 밤에 이렇게 안주무시고 살수 있는점이 놀랍습니다.
와 모두들 대단하시다. 난 애 키우는 것도 힘들어 다른 것을 키울 엄두는 전혀 내 보지도 않았는데. 건사하기도 귀찮고, 다음에 혹 죽기라도 하면 그걸 우찌하노. 작은 애가 한 번 쯤 관심을 가진 것 같기도 한데. 첫마디에 안된다고 자른 기억도 나누만...(나 나쁜 엄마죠)
숙녀님 새키우는 모습, 진짜 보기 좋습니다. (나는 아이들한테 살아있는 장난감 사줘야 한다고 늘 주장하면서도 한번도 그런 적 없음. 화분 몇개 사준 거밖에는.) 햐~ 요거 진짜로 16mm 단편영화로 찍어두고 싶다. 오프닝은 카나리아가 터프하게 모이먹는 모습, 엔딩은 비둘기 날려보내는 장면...
숙녀님의 문체가 요렇게 또 달라지네요. 키우는 새의 울음소리를 닮아 주인도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건 아닌지. 저는 이런 문체가 참 정감 있고 좋군요. 그리고 지금 제 귀에는 온갖 새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네요. 참새는 참참, 뻐꾸기는 뻐꾹뻐꾹, 카나리아는 카나카나, 요조는 숙녀숙녀…….
어제 4시 넘도록 술마셨음. 술마시고 올린 꼬리말 아침에 지웠음. (술 마신 이야기 다 지움니다... 시상이 좁아서.... 지우니까 아래 큰샘님 글이 고마 이상하게 돼뿌맀네.. 죄송... 원 시상이 와 이래 좁노...)
첫 발령지에서 장학 지도를 받던 생각나네. 한 바탕 한 적이 있는 교장이 궤도 같은 걸 준비하라고 그러데. 그러마고 그랬지. 그런데 진도가 '한 눈 없는 어머니'인가 뭔가 하는 단원이었어. 뭘 준비하겠나, 두 눈 다 그려넣을 수도 없고. 뭘 구경하고 싶으면 자기들이 진도를 맞추어서 지도를 나와야지.
그냥 수업을 했지. 장학사가 우리 과 선배였어. 그래서 놈의 수업부터 구경을 나왔는데, 칠판에 아무 것도 걸린 게 없어. 교장이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장학사와 옆 반으로 가더라고. '별로 볼 끼 없을 낍니다. 그냥 가세요.' 속으로 놈이 말했지.
15분쯤 지나서 장학사와 교장이 또 들어와서 수업을 끝까지 구경하데. 끝나고 나자 교장은 왜 아무 것도 걸어놓지 않았느냐고 투덜거리고, 장학사는 지 새끼라고 그래도 잘했다고 그러고……. 요즘도 장학사들이 장학 지도라는 핑계로 선생님들 궤도 솜씨 구경하러 나오나?
요즘은 그렇게 장학지도는 하지 않아요. 도마다 다르지만, 장학사들이 일이 많으니까, 수업은 몇과목 학교에서 정해서 공개수업하구요, 다른 학교에서 수업위원(일반교사)이 와서 그분들에게 수업을 맡깁니다. 아직 관료적인 부분은 있지만, 하층기관이 상층에 잘보이려는 마음이지, 큰 압력은 없습니다.
장학은 지원 봉사하는 활동이라는 개념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장학사들 어려서 학교일을 정확히 모릅니다.(천생님빼고 )학교 활동은 포장만 잘하면 그럴듯하지요. 이목님은 교육청공무원들과는 어떤 입장에서 술을 마셨나요? 갸들이 학원 감사 다니나 봐요. 혹시 그분들이 사적으로 바라는 게 있는 것인가?
숙녀님, 그냥 그놈의 인맥 때문에 마셨지요. 학원 감사는 매년 받는데, 지는 어떻게 받는지 뭐 감사하는지 전혀 모르고요.(집사람이 다 알아서 함) 사적으로 얻고 싶은거 전혀 없음. 그냥 인맥으로 불려나갔을뿐.(그것도 밤 12시에!!!) 근데 이거 숙녀님, 새키우기 이야기 해야되는데, 완저이 옆길로 새뿌린네.
혜솔님, 금붕어 무덤, 병아리 무덤 옆에 내 머리카락, 손톱 무덤 하나 만들어 주지. 금붕어 무덤 보구 싶다. 병아리 무덤 너무 보구 싶다. 쫌 슬프다...
다쓰고 나니 빙그레 웃음이 납니다. 잘은 키우지 못하지만, 동물은 정을 주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을조네 금붕어 3년동안 안죽고 살았다면, 대단한 성실함입니다. 별일 아닌데 박수 쳐줘서 정말 간사해요. 또 시간내서 가슴속에 감추어 논 비밀 하나씩 꺼낼게요. 이러다 만나면 할 이야기 없는거 아닐까 걱정됩니다.
숙녀님/ 걱정마세요. 매일 보는 사람이 할 말이 더 많다구요.
꼬리말 쓰려는 데 숙직 아저씨 가라고 하네요. 천상병의 새라고 하는 시 참 좋아하는 데 내일 찾아서 올려 놓겠습니다.
바로 위 숙녀님 말 : 박수 쳐줘서 정말 간사해요- 저 보고 말하지 말라 했지만 이걸 보고 입이 안 근질거릴 수 있나요. ........(앞엣 부호는 말줄임표입니다. 무슨 말을 했는지는 상상에 맡깁니다)
우리 아이 금붕어, 병아리는 봉숭아꽃이 좋아 흙으로 갔다. 이목의 손톱, 머리카락은 무엇을 좋아할까? 숙녀님, 3년 산 것은 금붕어가 아니라, 낚시한 붕어랍니다. 야들은 열흘 굶겨도 죽지도 않아요. 목숨이 질기고 질겨요.
아항, 그렇구나, 낚시한 붕어는 민물붕어구나. 그래서 애들이 낚시하러 피시방에 많이 가나 보다.(솔울님의 핀잔이 또 걱정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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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아 먹을 돼지, 오리 키우던 넘이라 집안에 무엇 기르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