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를 하다 보면 정액이 너무 묽거나 아니면 젤보다 진하고 어떤 경우에는 알갱이가 만져진다며 성병이나 정액 이상으로 불임이 오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들이 있다. 또는 사정량을 정력의 척도로 보고 정력이 떨어졌다고 걱정하여 문의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이는 남성들이 정액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접하지 못했거나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흔한 예로 사정할 때 나오는 액체를 사정액이라 하는데 호르몬이라는 잘못된 용어로 부르며 사정을 자주 하면 정력이 약해지고 수명이 단축된다고 믿어 접촉은 하되 사정은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도있다. 그러나 정액은 무한정으로 만들어지며 90%정도가 수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특별한 신비의 물질을 포함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또 정액이 고환에서 만들어지는 줄 알지만 실제 정액의 60∼70%는 정낭, 10∼30%는 전립선에서 나머지는 요도주위선 등에서 만들어지며 고환에서 만들어지는 정자는 극히 일부다.
정상의 정액은 정자를 포함할 수도, 포함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불임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인자인 정자는 정액 내에 차지하는 양이 약 0.2cc 내외로 극히 적다. 가끔 정관수술 후 정액양이 줄었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있으나 실제로 사정량이 감소됨을 느끼기에는 양이 매우 적으며 사정량 감소는 수술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심리적 이유 때문으로 정관수술 후 사정액이 없어지거나 사정양이 많이 감소된다는 생각은 기우에 불과하다.
정액은 유백색의 약간 노란색을 띠며 밤꽃 냄새와 비슷한 비린내가 나고 사정 직후에는 젤리처럼 뭉쳐 끈적이는 점도를 보이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전립선액의 효소에 의해 물처럼 액화된다. 일정 시간이 지나도 정액이 액화되지 않는다면 전립선에 문제가 있음을 암시한다. 또한 사정액이 갈색이나 붉은색을 띠면 혈정액증을 의심해야 하고 후부요도혈관의 손상이나 정낭, 전립선 염증 등 그 원인을 파악하여 치료하는 것이 좋다.
가끔 성병도 없고 사정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요도로 정액과 같이 끈적이는 분비물이 나온다고 걱정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성관계나 자위행위와 관계없이 수면중발기와 같이 충분한 발기가 이루어진 후에 정낭이나 전립선 및 요도샘의 수축으로 정액의 일부가 요도로 밀려나오는 것으로 성적으로 건강하고 정상적인 생리반응이다.
일부에서는 만성전립샘염이나 정낭염 등이 골반근육이나 전립선피막에 경련과 같은 수축작용을 일으켜 농처럼 끈적거리는 정액이나 분비물이 나올 수 있으므로 분비물 검사를 통해 원인을 파악하고 치료가 이루어져야 한다.
정액은 개인마다 독특한 특성이 있어 성분을 분석해 성범죄자를 찾기도 한다.사정량은 개인차가 있고 몸 상태에 따라 사정량이 달라질 수 있으며 정상치는 약 2∼5cc, 평균은 3cc이고 2cc 미만일 경우 문제가 있음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환경호르몬의 영향으로 정액량 및 정자수가 감소하고 정자의 운동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된다.
사정액의 생성은 남성호르몬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서 정액량이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노화의 과정으로 담담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으며 정액량이 줄었다는 한 가지 현상만으로 지나치게 위축될 필요는 없다.
대부분의 남성은 성에 대한 관심은 높으나 문제가 생겼을 때 상담하고 치료받는 것을 주저하면서 스스로 판단해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은데 문제가 의심되는 경우 전문의를 찾아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