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노인과 바다와 커피 한 잔

[관광농업19기 ( 카페지기 최성덕 )]

학창 시절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처음 접했을 때 별다른 감흥이 오지않는데 

놀랐었다
남녀의 사랑 이야기도 없는 지루한 소설이 어떻게 노벨 문학상을 받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잘 알다시피 이 책의 줄거리는 매우 간단하다

산티아고라는 가난하고 나이든 노인 어부가 바다에 나가 85일째에 거대한 청새치를 만나 
혈투를 벌인 끝에 항구까지 끌고 오는 데 성공 하지만, 상어떼의 공격으로 뼈만 앙상하게 

남았다는 이야기이다
그렇게 재미 없던 "노인과 바다"가 60대 중반을 넘기고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드는 어느 날 

내 인생 속으로 깊이 들어 왔다. 좋아 하는 커피가 계기였다

그의 다른 소설이 와인과 술의 향연이라면 이 작품에서는 맥주가 살짝 등장할 뿐 커피가 

전환점 역할을 한다. 소설 속에서 커피를 마시는 장면은 두 번 나온다
첫 번째 커피는 노인이 출항하기 직전에 잔심부름을 하는 소년 마놀린이 가져온 것이다
어부들을 위해 아침 일찍 문을 여는 음식점에서 연유통에 따라 놓은 커피였다

"노인은 천천히 커피를 마셨다. 온 종일 아무 것도 마시지 못할 것이므로 
 커피라도 꼭 마셔 두어야 했다 "

두 번째 커피는 거대한 청새치와 일생 일대의 싸움 끝에 결국 아무런 소득도 없이 돌아와 
탈진한 나머지 깊이 잠들었다가 깨어났을 때 소년이 노인에게 내놓은 것으로 소년은 
식은 커피를 데워서 노인 어부에게 권한다.
그때 노인은 말한다.

"마놀린, 내가 그 놈들에게 완전히 졌어!"

첫 번째 커피가 도전의 커피라면 두 번째 커피는 쓰라린 절망과 좌절, 시련과 역경, 고통과 

고난을 위로하는 커피였다
바다는 인생의 목표가 있는 곳, 항해는 그것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었다

일생 일대의 대어를 놓쳤다고 좌절과 실의에 빠져 있던 노인에게 소년이 건넨 따뜻한 커피는 

두 사람의 마음을 잇는 소통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헤밍웨이의 글에는 군더더기가 없다.

간결하고 힘찬 문체로 한 인간의 삶에 대한 도전과 용감함, 실패와 좌절과 나약함, 

세대를 뛰어 넘는 우정을 묘사한다.

"하지만 인간은 패배하기 위해서 태어난 것이 아니야 인간은 파괴될 수는 있어도 
 패배할 수는 없어!"

대어를 찾아 망망 대해를 헤매다가 거대한 청새치를 발견하고, 잡는 데까지는 성공 했으나 
상어떼의 공격에 직면한 자의 목소리이다.
비록 손에 쥔 것은 없고 몸도 마음도 망가졌지만 결코 정신적인 패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메세지이다..

그렇다. 사람이라면 어느 누구나 인생에서 대어(성공)를 바란다.
대박, 성공, 빅 히트, 대형 프로젝트 등등 이름은 달라도 모두 다. 비슷한 의미이다.
세상에는 청새치라는 거대한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낚았다.고 기뻐하는 순간, 잽싸게 

가로채 가려는 상어떼들도 득실 거린다. 성공했다.고 축배를 들기 직전 실패의 쓴잔을 

들이켜야 하는 억울하고 분하고 괴로운 순간이다.

헤밍웨이는 아프리카에서 두 번 연속된 비행기 추락 사고로 두개골에 금이 가고, 내장이 

파열되는 끔찍한 고통을 겪고도 살아 남았지만, 그 후유증으로 자살이라는 비극으로 

삶을 마감했다.

고전이 무엇인가?
살아 남은 지혜의 책이다. 시간의 잔인한 파괴력에도 불구하고 그가 남긴 소설 만큼은 살아 

남아서 험난한 인생의 바다를 항해하며 사나운 인생의 파도를 헤치며 살아가는 우리 인생들에게 

힘과 위로와 용기를 준다.

작품의 주인공들은 불굴의 정신으로 도전했다.가, 실패나 좌절을 하지만 가혹한 현실에 

징징거리지 않고, 이리저리 핑계를 대지도 않으며, 주어진 결과를 정면으로 받아 들인다.
비틀거리면서도 옷에 묻은 먼지를 훌훌 털고 다시 일어 난다.
아무리 세상이 불공평하고 공정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불운에 시달린다.고 하더라도 
불평하거나 투덜거리지 않는다.

헤밍웨이의 소설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말하는 "품격의 메시지(Message of Dignity)"
즉 "삶의 의연함"이다.
"노인과 바다."가 내 인생에 뚜벅뚜벅 걸어 왔던 날들을 기억하게 한다.
내가 소유했던 모든 것을 잃어 버리고, 삶의 용기를 포기하며, 좌절하고 낙망해 
괴로움에서 헤매이던 어느 날이었다.
헤밍웨이가 던진 메시지가 나의 가슴에 다가 왔다.

헤밍웨이는 진정한 의미에서 내 삶의 멘토였다.
삶의 의미를 잃어 버리고 자살 충동까지 몰렸던 나에게 "노인과 바다."의 주인공들 처럼 
"다시 일어나 재기 하자" "쿨 하게 다.시 한 번 살아보자"라고  다짐하며 앞으로 걷도록 

만들어 주었으니까.

그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기며 커피 한 잔을 마신다.
은은한 커피향이 내 가슴에 따뜻하게 다가 온다.

- 받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