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4.1
시계를 보니 오후 3시 8분.
"잘 쓰면 약이 되고, 잘못 쓰면 악이 되는 거짓말 "하는 날, 만우절이 별탈(?) 없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어제 오후만 해도 만우절에 학생들이 심한 장난을 칠까 미리 경고를 해야 하지 않겠냐는 한 선생님의 건의가 있었지만, 달리 생각하면 만우절에 어떤 이상한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것이 더 이상하지 않겠냐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습니다.
어쨋든 너무 심한 장난은 못하게 하라는 선에서 절충이 되어 선생님들께 전달이 되었지만, 내가 우려하던 대로 마지막 6교시까지 무미건조하게(?) 만우절이 지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작년에는 교실 표지판을 바꿔 놓고, 학생들도 교실을 바꿔 들어가고, 심지어는 운동장에 떼거지로 나가 선생님들로 하여금 찾아 오게 하는 등 재미났는데, 황사가 너무 심하게 불어서 그런가, 학생들은 꼼짝도 하지 않고 만우절을 그냥 넘기고 있습니다.
마침 교무실에 들른 학생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 너희들, 만우절인데 그냥 지나가냐 ?"
" 선생님들이 속아주지 않아서 아무 재미 없어요."
선생님들이 속아주지 않아서 재미 없다는 학생의 대답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수학여행을 가도 옛날처럼 귀신놀이 하는 풍습은 사라진지 오랩니다. 도대체 선생님들이 속아주지를 않기 때문입니다. 오죽하면 언젠가, 수학여행 갔을 때 미리 선생님들에게 학생들이 귀신놀이를 하면 처음 당하는 척 일부러 속아 주라는 당부까지 했을 정도니까요 .
뭐, 장난을 너무 심하게 칠까 걱정이라고요 ?
그런 걱정 앞으로는 꽁꽁 붙들어 매시라고요.
창 밖에 핀 흰 목련과 자주색 목련이 불어오는 바람의 등쌀에 견디다 못해 뚝뚝 떨어지고 있습니다. 나는 목련을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잎 대신 꽃부터 먼저 피는 목련은 선비들이 초상꽃이라고 싫어한 대로 나도 맑게 떨어지면 누렇게 색이 변하는 목련꽃이 탐탁하지 않습니다.
아무튼 만우절이 그냥 지나가서 쓸쓸하니 우리나라 만우절의 유래와 거짓말 몇 마디 소개하며 이 글을 맺으려 합니다.
= 만우절이 서양 풍습이라고? 하지만 조선의 궁중에도 이 같은 풍습이 있었다는 사실.
차이점은 4월 1일로 정해진 날짜가 있는 게 아니라, 첫눈 내리는 날이었대.
그 날만큼은 궁인들이 왕을 속여도 죄가 되지 않았다나. 눈이 많이 내리면 이듬해 풍년이
든다고들 하잖아. 그래서 왕을 속여도 너그럽게 눈감아 줬다니, 조상들의 여유와 낭만이
느껴지지 않니?
=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3대 거짓말이 '노처녀 시집 안 간다.', '노인 일찍 죽어야 한다.', '장사꾼 밑지고 판다.'라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 그럼 우리가 자주 하는 거짓말 순위를 매겨 볼까?
[ 못 생기고 애인 없는 여자를 위한 남자의 거짓말 TOP 5 ]
1. 성격 참 좋으시군요.
2. 남자들이 다 눈이 삐었나봐요.
3. 뺄 살이 어디 있다고 그래요?
4. 정 안되면 저라도 책임져 드리죠.
5. 전 내숭떠는 여자는 정말 싫어요.
[직업별 거짓말 TOP 5 ]
1. 모범생 - 아휴… 이번 시험은 완전히 망쳤어.
2. 수능 출제 위원 - 이번 수능 시험은 정상적인 고등학교 과정을 이수한 학생이라면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들만 출제했습니다.
3. 교장 선생님 - 에…,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간단히 하겠습니다.
4. 미스코리아 - 내적인 미가 더 중요하죠.
5. 약장수 - 이 약 한번 잡숴 봐! 팔 다리 어깨 허리 다∼아 시원해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