겟세마니 동산에서의 그리스도 (1617)
헤리트 반 혼토르스트
헤리트 반 혼토르스트(Gerrit van Honthorst, 1590-1656)는 위트레흐트에서
아브라함 블뢰마르트(Abraham Bloemaert, 1566-1651)에게서 그림을 배웠고,
1610년에 로마로 건너가 카라바조의 영향을 받아 명암의 극적 대비와
사실적인 묘사로 17세기 네덜란드 바로크 회화를 발전시켰다.
그는 로마에서 귀족들과 고위성직자들을 위해 그림을 그리며 명성을 쌓았는데,
로마 시민들은 우아하고 매혹적인 밤 풍경을 잘 그린 그에게
‘밤의 헤리트’라는 별명까지 붙여주었다.
그의 작품은 플랑드르의 사실적 세밀함과
카라바조의 극적인 명암대비가 조화를 이룬다.
혼토르스트는 밤의 장면 중에서 예수님께서 돌아가시기 전날 밤에 이루어지는
수난 장면을 촛불이나 등불을 들고 인물들을 비추는 모습으로 꼼꼼하게 그렸는데,
그가 1617년에 그린 <겟세마니 동산에서의 그리스도>는
그가 로마에 머문 시기에 그린 작품으로, 마태오복음 26장 36-46절,
마르코복음 14장 32-42절, 루카복음 22장 39-46절이 그 배경이고,
카라바조의 영향을 받아 빛과 그림자의 대비를 뚜렷하게 표현했다.
그들은 겟세마니라는 곳으로 갔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내가 기도하는 동안 너희는 여기에 앉아 있어라.” 하고 말씀하신 다음,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을 데리고 가셨다.
그분께서는 공포와 번민에 휩싸이기 시작하셨다.
그래서 그들에게 “내 마음이 너무 괴로워 죽을 지경이다.
너희는 여기에 남아서 깨어 있어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런 다음 앞으로 조금 나아가 땅에 엎드리시어,
하실 수만 있으면 그 시간이 당신을 비켜 가게 해 주십사고 기도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빠!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무엇이든 하실 수 있으시니,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제가 원하는 것을 하지 마시고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것을 하십시오.”
그러고 나서 돌아와 보시니 제자들은 자고 있었다.
그래서 베드로에게 “시몬아, 자고 있느냐?
한 시간도 깨어 있을 수 없더란 말이냐?
너희는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깨어 기도하여라.
마음은 간절하나 몸이 따르지 못한다.” 하시고,
다시 가셔서 같은 말씀으로 기도하셨다.
그리고 다시 와 보시니 그들은 여전히 눈이 무겁게 내리 감겨 자고 있었다.
그래서 제자들은 그분께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몰랐다.
예수님께서는 세 번째 오셔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아직도 자고 있느냐? 아직도 쉬고 있느냐? 이제 되었다.
시간이 되어 사람의 아들은 죄인들의 손에 넘어간다.
일어나 가자. 보라, 나를 팔아넘길 자가 가까이 왔다.”(마르 14,32-42)
혼토르스트는 그리스도가 체포되시기 전에 겟세마니 동산에서 드린
마지막 기도 장면을 중심으로 그렸다.
복음에 나오는 장면을 고려해서 왼쪽 위에 있는 천사는
그리스도에게 손가락을 무엇인가를 지시하고 있고,
오른쪽 아래에 있는 그리스도는 눈을 감고 두 팔을 벌리며
아버지의 뜻이 무엇인지 묵상하고 있다.
예수님 앞에는 어둠 속에서 잠을 자는 제자들을 배치했고,
예수님 등 뒤에는 예수님을 체포하기 위해 횃불을 들고 다가서고 있는
이스카리옷 유다와 군사들을 배치했다.
이 작품에 광원은 두 곳이다.
작은 광원은 예수님을 체포하러 오는 유다와 군사들이 들고 있는 횃불이고,
큰 광원은 하늘의 천사 뒤에서 뿜어져 나오는 신비한 빛이다.
예수님의 그 신비한 빛을 듬뿍 받고 있다.
예수님께서는 무릎을 꿇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로 기도하신다.
“아빠!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무엇이든 하실 수 있으시니,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제가 원하는 것을 하지 마시고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것을 하십시오.”(마르 14,36)
예수님의 얼굴은 평온하다.
그분은 하느님의 사랑을 상징하는 푸른색 속옷에 붉은색 겉옷을 입었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사랑에 모든 것을 맡기는 자세다.
날개 달린 천사의 손짓과 시선으로 아버지의 뜻이 무엇인지를 알려 주고 있다.
천사는 예수님을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잠자고 있는 제자들을 가리키는데,
이는 ‘제자들을 위해 고난의 잔을 마시는 게 아버지의 뜻이에요.’하는 몸짓이다.
그러나 제자들은 “내 마음이 너무 괴로워 죽을 지경이다.
너희는 여기에 남아서 깨어 있어라.”(마르 14,34) 하고 말씀하신
스승의 간청을 무시한 채 어둠 속에서 자고 있다.
혼토르스트는 제자들의 잠들어 있는 모습을 어둠으로 묘사했고,
예수님께서 깨어 기도하시는 모습을 빛으로 표현했다.
제자들은 잠의 유혹에 빠져 스승을 죄인들의 손에 넘어가게 했다.
예수님의 등 뒤에는 유다와 함께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과
원로들이 보낸 무리가 칼과 몽둥이를 들고 오고 있다.
예수님을 팔아넘길 자가 예수님의 제자 중 하나라는 것이
우리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