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우회 가을여행
일시:2013년 10월 13일 일요일
장소:충북 단양, 경북 영주, 경북 봉화, 강원 태백 협곡열차
* 충북 단양 도담삼봉
이번 여행은 공주사대부고 13회 동창 중 수도권 중심으로 모임을 이룬 곰우회 주최로 이루어졌다. 가을 정기 총회모임이며 우정으로 다녀온 여행이다. 제일 먼저 간 곳은 충북 단양의 도담삼봉이다. 도담삼봉은 단양팔경의 하나로, 남한강 상류 한가운데에 석회암 카르스트 지형이 만들어낸 원추 모양 세 개의 기암 봉우리로 이루어진 작은 섬이다. 높은 장군봉을 중심으로 세 개의 봉우리가 우뚝 솟아 그 형상이 비경이다. 단양팔경 중 으뜸이며 단양군수를 지낸 이황을 비롯하여 김정희, 김홍도, 이방운 등이 많은 시와 그림을 남겼다. 또한 조선시대 개국공신인 정도전 탄생에 관련한 설화가 전해 내려오는데 정도전은 자신을 삼봉이라 자호할 정도로 이곳을 사랑했으며 이곳 중앙봉에 정자를 짓고 이따금 찾아와서 경치를 구경하고 풍월을 읊었다. 큰 봉우리 허리쯤에 있는 정자는 절경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망루 구실을 한다. 충주댐의 완성으로 약 1/3이 물에 잠기게 되었지만, 월암산국립공원에 이웃하여, 수상과 육상교통이 개발됨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다. 2008년 9월 9일 명승 제 44호로 지정되었다.
도담삼봉에서 산으로 올라가 단양팔경 중 제2경에 속하는 석문도 보았다. 도담삼봉 상류 쪽 전망대로 이어지는 계단 길을 따라 300m쯤 가파른 산길을 올라가니 무지개 닮은 석문이 장엄하게 열려 있다. 울창한 나무 사이로 천연의 조형미가 대단한 위용이다. 석문으로 보이는 남한강과 주변 풍경 또한 장관이다. 하산하면서 도담삼봉 전망대에 들러 고운 정경을 보며 잠시 휴식하고 내려왔다. 산자락 아래 음악 분수가 아름다운 춤사위로 솟구친다. 단양 팔경 도담삼봉과 석문을 보며 내 조국에도 이토록 아름다운 자연유산이 있다는 것에 대하여 큰 자부심을 느꼈다. 세계 여행에서 보아온 그 어떤 명소 못지 않은 비경이다.
* 경북 영주 부석사
경북 영주시 부석면 봉황산 중턱에 위치한 부석사는 우리나라 최고의 건축물로 알려진 무량수전과 수많은 문화유산을 간직한 사칠이다. 화엄종의 본찰로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인 무량수전을 포함 5개의 국보와 3개의 보물 등을 소장하고 있다. 676년 신라 문무왕 16년 의상대사가 왕명을 받들어 창건했다. 삼국유사 설화를 보면, 의상대사가 당나라에서 유학을 마치고 귀국할 때 그를 흠모한 여인 선묘가 용으로 변해 이곳까지 따라와서 줄곧 의상대사를 보호하면서 절을 지을 수 있게 도왔다고 한다. 이곳에 숨어 있던 도적 떼를 선묘가 바위로 변해 날려 물리친 후 무량수전 뒤에 내려 앉았다. 그래서인지 무량수전 뒤에는 ‘부석(浮石)’이라고 새겨져 있는 바위가 있다. 긴 역사 속에 수많은 이야기와 유구한 세월을 감내한 문화유산이다. 한국전통 건축의 특징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사찰 중 하나로 독특한 공간구조와 장엄한 석축단, 당당하면서도 우아한 건물들이다.
가을의 영주 부석사 가는 길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들녘에는 사과 과수원이 많아 진풍경이다. 부석사로 오르는 길목에는 탱자나무가 있어 노란 탱자가 옛정취를 선사하고 있다. 부석사에 오르는 길은 가파른 각도와 높은 계단이 많아서 숨을 헐떡이며 올랐다. 안양루를 지나 무량수전에 올랐을 때 목조건물의 위용이 대단했다. 우람하고, 늠름하고, 직선과 곡선의 조화로 완성된 장엄한 건축물이다. 저 아래로 보이는 영주의 풍경도 대단히 아름답다. 산속으로 좀 더 올라가니 의상대사가 꽂은 지팡이에서 나무가 자랐다는 선비화가 철망으로 보호 받고 있었다. 생생한 현장 앞에서 역사의 한 단면을 체험하는 소중한 순간이다. 곳곳을 돌아보고 상쾌한 걸음으로 부석사를 떠나왔다.
* 경북 봉화 다덕약수
경북 봉화를 지나는 길에 잠시 들른 약수터다. 산자락 아래 도로변 정자 지붕의 약수터에는 거북이 모양의 석조에서 약수가 흘러나온다. 다덕약수를 한 바가지 떠서 마셨더니 사이다와 철 냄새가 심하게 입안에 감돈다. 이곳 약수는 철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그렇다. 그로인해 위장병에 효과가 있다는 약수다. 물이 흐르는 주변이 온통 붉은색으로 덮혀 있다. 이 물로 밥을 지으면 빨갛단다. 물을 받아가지는 말라고 당부한다. 주변에 음식점 등 건물이 많이 들어서 있다. 첩첩 산중의 봉화 마을에서 잠시 휴식하며 맑은 공기와 약수로 상큼한 시간이었다.
* 경북 봉화 분천역
봉화 분천역에 온 것은 협곡열차를 타기 위해서다. 강원도 태백까지 잇는 협곡열차는 금년 4월에 개통되었다. 산속의 아담한 분천역에는 호랑이 동상이 있다. 한국 백두대간 상징 동물로 다가온다. 관광열차 백두대간 협곡열차 V-train의 기착지인 봉화군 소천면 분천역은 스위스 알프스 기차여행 명소인 체르마트역과 자매결연을 체결한 역이다. 한국과 스위스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분천역과 스위스 체르마트역을 양국 철도여행의 대표적인 기차역으로 선정, 분천역에서 자매결연을 맺었다. 체르마트는 스위스의 알프스 명산 마테호른의 등정 출발점이다. 자동차 진입을 금지해 오직 기차로만 닿을 수 있는 알프스 청정지역이다. 체르마트역은 알프스의 높은 산과 다리, 협곡을 다니는 파노라마 관광열차 빙하특급의 기착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한국 봉화 분천역의 V-train과 스위스 체르마트 빙하특급은 자동차로 쉽게 닿을 수 없는 아름다운 청정 협곡 사이를 달리며 파노라마 통 창으로 이뤄진 관광열차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분천역에는 자매결연을 기념해 스위스 전통 목조 가옥과 스위스 기차역 상징인 대형 시계가 설치되어 있다.
백두대간에 둘러싸여 오지마을에 자리한 분천역, 고즈넉한 풍경이 옛 향수를 자아낸다. 해는 저물어가고 아름다운 산속 마을은 더욱 멋진 낭만을 선사한다. 많은 사람들이 협곡열차를 타기 위해 줄 서 있다. 덤으로 스위스의 풍경 한자락을 감상하는 행복한 기다림이다.
* 협곡열차 탑승
협곡열차는 경북 봉화 분천역과 강원도 태백 철암역을 하루 3회 운행한다. 첫차와 막차는 경북 영주역에서도 승하차가 가능하다. 우리는 분천역에서 오후 5시 10분 경 철암역으로 가는 협곡열차를 탔다. 협곡열차는 백두대간협곡열차를 줄여서 부른 것이다. V-train의 V는 협곡, 즉 Valley를 뜻한다. 중부내륙 영동선 분천∼비동∼양원∼승부∼철암역까지 27.7km 구간을 하루에 세 번 왕복 운행하는 관광전용 열차다. 흰 바탕에 검은 줄무늬를 한 아기 백호 모양의 기관차가 앞에서 끌고 복고풍 붉은색 객차가 따라 달린다. 넓은 창문의 붉은 객차 3량이 이어져 있다. 열차 좌석도 정해져 있다. 좌석은 창문 쪽을 바라보는 것과 앞뒤로 마주 앉을 수 있는 것이 있다. 객차는 칸마다 테마를 달리해 꾸며 놓았다. 스낵칸은 물론이고 드라마 주인공이 앉았던 커플석, 사연을 담은 게시판, 통창으로 열차 후방이 모두 보이는 전망칸 등이 있다. 차 안에는 목탄난로와 선풍기, 딱딱한 좌석 등, 1970년대의 비둘기호를 연상케 한다. 백두대간 협곡열차는 한달에 3만명 이상이 찾는 명물 기차다. 그런데 이 열차에는 화장실이 없다. 에어컨도 없다. 협곡열차는 화물차를 개조해 만든 것으로 친환경 콘셉트를 살려 화장실과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았다.
낭만의 기적 소리와 함께 열차가 출발했다. 노랗게 익은 벼와 단풍, 가을 들녘이 아름답다. 창문을 올리면 가을바람이 볼을 스친다. 태백 황지 연못에서 발원하는 낙동강 물줄기도 길게 흐른다. 매우 맑고 청량하다. 가끔씩 터널을 지날 때면 기차 천정은 캄캄한 밤 하늘의 달과 별로 곱게 새겨진다. 우리 친구들은 유년의 동심으로 환호했다. 아주 좁은 협곡을 지나기도 한다. 아슬한 연출이다.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여행상품이다. 한국의 이런 여행 코스를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협곡열차를 타는 동안 내 조국의 아름다운 자연유산 앞에서 가슴 벅찬 순간들이었다.
* 경북 봉화 양원역 잠시 하차
양원역은 한국 최초의 만자역이라고 소개한다. 이 역을 지나칠 때 할머니들은 창밖으로 짐 보따리를 던지고 다음역에서 걸어 내려와 그 짐 보따리를 가지고 집으로 갔다는 것이다. 그런 불편함을 덜기 위해 마을 주민들이 직접 성금을 모으고 힘을 합쳐 만든 역이 바로 이곳 양원역이다. 전국에서 가장 작은 역이다. 분천역에서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세평 남짓한 낡은 역사에는 태극가 걸려있다. 양원역 앞에는 벤치 하나가 외객을 반긴다. 양원역 주민들이 열차 도착시간에 맞춰 파전 등을 부치고 있어서 고소한 냄새가 감돈다. 잠시 머물기 때문에 서둘러 승차했다. 양원역을 지나면서부터는 열차속도를 30km 이하로 줄였다. 아름다운 협곡구간을 더 많이 구경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덜컹거리는 기차 소리와 열차 양쪽으로는 곧게 뻗은 춘양목이 장관이다. 백두대간의 정겨운 풍경을 감상하며 승부역으로 향해 달린다.
* 경북 봉화 승부역 잠시 하차
승부역은 원래 영동선에 속하며, 영주 기점 69.km 지점에 있다. 1956년 1월 1일 영암선 개통에 따라 보통역으로 영업을 개통한 역이다. 1957년 역사를 신축, 준공하였으나 1997년 간이역으로 격하되었다. 2001년에는 열차의 교행 또는 대피를 위하여 설치한 역으로 격하되었다. 1999년 환상선 눈꽃 열차가 운행되기 시작하면서 자동차로는 접근할 수 없는 대한민국 최고의 오지역이라는 이름으로 인기를 끌면서 2004년에 와서 보통역으로 재승격하였다. 2013년 금년 4월에는 백두대간 협곡열차가 운행 되면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다. 울창한 산 사이로 진입한 붉은 열차가 꽃처럼 아름답다.역시 이곳 승부역에서 잠시 정차하여 서둘러 승차했다. 노르웨이 플롬 산악 열차를 떠올리며, 나는 아름다운 여정에 행복했다.
* 강원도 태백 철암역 하차
철암역은 중부내륙 순환열차 O-train 정차역이며, 또한 백두대간 협곡열차 V-train의 종착역이다.
또는 분천역으로 가는 시발역이기도 하다. 우리가 철암역에 도착했을 때는 어둠이 깔린 저녁이었다. 철암역은 아주 깨끗하고 시설을 잘 갖춘 역이었다. 이곳에서 오늘의 여행 일정이 모두 마무리 되고 역 앞에서 우리를 마중 나온 버스를 타고 제천으로 향했다.
백두대간 분천~철암 협곡관광은 협곡열차 V-train 외에도 중부내륙 순환열차인 O-트레인을 이용해도 된다. O-트레인은 협곡구간뿐만 아니라 태백, 중앙, 영동선 구간을 넘나들며 257.2㎞를 순환하는 열차다. 다람쥐 열차로 알려진 O-train은 모두 4칸으로 백두대간의 4계절을 형상화한 열차다. 전동차를 개조한 이 열차는 커플룸과 가족실, 1인 전망석, 유아놀이방 등을 설치했으며 새마을열차 수준이다. O-트레인은 안락한 여행기차다. 다음 기회에는 O-train으로 가족과 함께 이곳에 다시 와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 충북 제천역 청량리행 기차 탑승
철암역에서 제천역까지는 버스로 약 2시간 정도 걸렸다. 캄캄해지는 초저녁에 도착하여 제천역 근처에서 저녁식사를 간단히 했다. 시골 장터가 길게 늘어서 있다. 풍요로운 가을 정취가 물씬 나는 시장이다. 길을 건너 제천역으로 이동했다. 박딜이와 금봉이라는 마스코트가 불빛 조명을 받아 아름답다. 제천 역사의 밤 풍경도 아름답다. 오후 8시 50분 막기차를 탔다. 기차로 달리는 마지막 밤 여행이다. 우리 친구들은 마주 앉아 정담을 나누며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왔다. 창량리역에 밤 10시 42분 도착했다. 청량리에서 1호선 전철이 11시경에 끝나기 때문에 빠른 걸음으로 전철역으로 향했다. 공주사대부고 곰우회의 가을 여행은 막이 내리고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멋진 가을 날, 뜻깊고 보람된 우정 여행은 오래도록 우리들 가슴에 남아 먼 훗날 행복한 웃음으로 회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