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명곤붕(北溟鯤鵬)-3 통권 113
“호호호호, 호황이 백호나한의 힘을 과소평가했구나!”
“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한포포는 좀처럼 웃지 않는 어머니 묘호란(猫好丹)이 웃는 모습을 보며 되물었다.
“모르겠니? 호황이 천원회의에 가부를 물은 것 말이다.”
“그거야 당연하잖아요. 사실상 남상을 지배하고, 직접 부리는 대수영의 수군만 10만인데다가 해도대원수로 사해를 통괄하는 직위를 가지고 있는데?”
“너는 아직 정치를 모르는구나. 그들에게 백호나한의 대수영 10만 대군은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간 우리 백수회의 힘으로 백호나한이 벌이는 일들에 대해 관심을 갖지 못하도록 애를 썼고, 바다에 대해선 큰 관심이 없었으니 서해수군은 그저 하남천원군에 속해 있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리고 하남천원군이 군사를 늘리는 것은 단순히 남례성 진토인들에 대한 회유 정책으로만 알고 있다가 바다에선 적수가 없다는 서해대수영을 단숨에 무찌르는 것을 넘어 통째로 흡수할 정도로 막강함을 자랑하니 아무리 자기 사람이라 해도 견제하지 않을 수 있을까? 자기에게 충성한다는 자가 자신도 모르게 숨어서 힘을 키우니 더욱 의심스러울 테지….”
“하지만 호황의 행보는 라혼 대가를 믿어 의심치 않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바로 그것이다. 전혀 의식하지 못하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자가 자신들과 같은 권리를 가지고 같은 자리에 앉게 되었는데, 누가 좋아할 수 있겠니? 호황은 그저 그렇게 말함으로써 백호나한에게 자기에게까지 힘을 기르는 것을 숨겼어도 자신은 여전히 의심하지 않고 절대적으로 신뢰한다고 표현한 것에 불과하단다.”
“그렇군요. 진골십가들은 라혼 대가가 그러한 권한을 가지는 데 반대 입장을 취할 것이니 부결되는 것이 당연하겠어요.”
“하지만 호황은 아직 우리의 존재를 감지하지 못한 모양이구나.”
한포포는 그제야 호황이 실수했음을 알았다. 호황이 천원회의에 가부를 물은 그 사항은 모르긴 몰라도 모두 통과될 것이 뻔했다. 어머니의 말대로 라혼 대가는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존재였다. 그 말은 특별한 적대 세력이 없다는 뜻이 되었다. 북지성과 남례성, 그리고 남상을 차지했다고는 하나 북지성은 정립천하군이 있어 그들을 상대해야 했고, 남례성의 하남천원군은 진토인들이었다. 남상은 5만여 호 인구 30만이 드넓은 황무지에 흩어져 있으니 어떠한 기반이 되기에 약했다. 라혼 대가의 10만은 그저 10만일 뿐인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 대수영의 10만 대군은 공중에 떠 있는 반드시 누군가의 도움이 있어야 하는 군대였다. 그러니 굳이 적대할 이유가 없었다. 홀로는 대군을 유지할 수 없고 누군가와 필히 손을 잡아야 한다면 호황의 제안에 반대함으로써 동맹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없애는 우(愚)를 스스로 범할 필요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설령 사실이 다르더라도 백수회의 입김이 닿아 있는 관리들에게 그런 주장을 펴게 하면 라혼 대가가 대원수가 되고, 남상대도독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는 것이다.
“그럼 백수회는 설화의 문제에 대해선 입장 정리가 끝난 건가요?”
“그렇다. 백수회는 지금부터 전력을 다해 천상천화를 돕기로 했단다. 태상회주께서 천상천화를 북지절도사가 되도록 하여 천원회의에서 의결권을 갖게 할 계획이라더구나. 그래서 말인데, 포아야.”
“예?”
“천상천화가 어려운 처지에 빠지면 백호나한이 움직여줄까?”
“그거야 두말하면 입 아픈 이야기죠. 그런데 무슨 일을 꾸미시는 거예요?”
“아니, 뭘 꾸민다기보다는 정립천하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서 그렇단다. 지난 3년 간 척박하기 그지없는 북지성에 중주의 곡식이 들어오지 않아 대군을 유지하기 힘든데 그런 그들이 태회진의 실체를 보았으니 군침을 흘릴 만도 하지 않겠니? 게다가 천상천화가 북지성 내에 영향력을 확장하는 데 열중이니 가뜩이나 어려운 정립천하군이 가만히 있을 리 만무하지. 장동을 얻고 을주를 차지했어야 하는데 천상천화가 목구멍의 가시같이 거치적거려 시기를 놓친데다 흑막에서는 웅랑교가 거병해 그것도 견제를 해야 하는지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3년을 그냥 보냈으니….”
설화는 성녀로 추앙을 받고 그녀의 세력권 안에 있는 백성들은 풍족한데 정립천하군 밑의 백성들은 굶주리니 시간이 지나면 자멸할 것이 뻔했다. 그러니 정립천하군이 북지성에서 천상천화의 영향력을 일소하고 그 여세를 몰아 을주로 대군을 들이미는 것에 대해 심각한 고려를 하기에 충분한 상황으로 흐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