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약 먹기 전에 잠들면 안된다고
눈을 비비고 눈동자를 누르고 해도
무거운 눈까풀이 잠의 무게에 눌려 9시 뉴스 하는데 잠에 빠집니다
깨어보니 까만 새벽4시 이제는 도로 자려고
이리뒤척 저리뒤척해도 잠귀신은 가버리고 잠은 오지 않고
동트기를 기다리면 날은 또 왜 이래 안 새는지
아침 6시 인데도 아직이라 어슬렁 거리다가
문지방에 걸터 앉아 신발끈을 조라매는데 안개가 발목을 잡습니다
여기 저기 드문드문
희미한 물체들이 귀신처럼 지나갑니다
이 사람들도 같은 생각일까
하이고 내가 미쳤제 이기 무신 짓이고
밭에 가서 일 하라고 시켰으면 잡아 묵을라고 달려 들었을거야
맨발이 좋다해서 밟아보니 발바닥이 아프고
새벽 운동 해보겠다고 움직여 보니 보통 일이 아닙니다
애라이 오후에 파크 골프나 치러가자
요새 그래 기술이 좋다는데
알약 하나로 근육 팍팍 생기는 그런 신약 어데 없나
운동 한다는게 여간 성가신게 아니지만
그래야 좋다고 하길래 하루의 명줄을 잡고 늘어집니다
추석 성묘길에
오십도 안 된 아들이 퇴직 걱정을 합디다
요즘 애들이 너무 똑똑고 영악해서 무섭다고 합니다
내가 보기엔 아직 어린데
벌써 장강의 앞물결이 되어 뒷물결을 걱정하다니
어깨가 꾸부정한 고향 친구가 내미는 술잔을
운전한다 핑계대면 그전때 같았으면
묵고 죽은 귀신 때깔도 곱다 그랬을텐데
더 권하지 않는걸 보니 늙어 가는건지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돈 안되는 농사일 때래 치울라케도
있는 땅 묵힐수 없어 꾸역꾸역 하기는 하는데
힘도 들고 몸도 안좋고 걱정이 많다 그카네
이걸 팔짜라 해야 하나 미련타고 해야 하나
이 친구야 아프면 안 해야지 그렇게 말하고 싶어도
내가 너를 어찌 알겠노 다 지 요랑해가 사는 건데
다른 사람 사는 것보니 너무 포시랍게 사는것 같아
부잣집 기와지붕을 봐도 이젠 정말 부럽지가 않습니다
채소농사 하겠다고
하우스 짓던 그양반이 얼마전에 죽었다
아침밥 잘먹고 고추밭에 나갔다가 무단히 그랬다카네
갸는 갸는 우째됬노 나왔나
나오기는 할수 없이 정신병원에 옮겼는데
하이고 벌써 죽었다
가만 있다가 마누라만 보면 지랄지랄 해샀는데
지거 마누라 고생 많이 했데이
정신이 들때는
당신자테 미안타 가리늦가 몹쓸병이 걸리가주고
돈한번 못써보고 죽는기 앙통하다 그켔다 카더라
가진 자는 잃게 될까 걱정하고
가지지 못한 자는 갖지 못해 걱정을 하고
이래 저래
사람사는 곳이면 어디든 걱정은 안고 사는것 같다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이미 늦는다고 했던가
되돌아 갈 수 없고 되돌릴 수는 없어도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 하는것 보면
철들자 망령든다는 말이 가슴에 와닫는다
내 자라 살던 곳 거기 내고향
어쩌다 만난 사람이 아니고 처음부터 거기 있던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내 흔적 지워져 가듯 옛사람 지금은 거기에 없네
마음은 수구초심인데 천만리 멀게 만 느껴지는 건
눈에서 먼 탓인가 시절이 그런건가
울아버지 울엄마 살았을 적
아마도 그때가 세상에서 가장 좋은 때 였던것 같다
해 드는 곳이 무엇이며 좌청룡 우백호 명당이 무엇인가
지붕에 비 새는 헌집이라도 살아 있을 때 이야기지
돌아 가시고 나면 이승과 저승길 만 큼 멀어 지는가 보다
상석에 저 음식이 다 무엇이며
망주석이 울엄마 울아부지 지킨다 해도 온 줄 알까 간 줄 알까
열차 타고 십리를 걷던 길 마당까지 흙발 없이 직방으로 가는데
자꾸만 멀어지는 마음은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 같어
그래도 가끔 내고향 거기가 눈에 밟힌다
늙으면 추억을 먹고 산다는 말이 딱 맞는것 같아 실감이 난다
첫댓글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 참 잘 감상했습니다. 날로 건강하시고 건필하세요
유수처럼 흐른 세월에 많은 것들이 변해 있는데 마음 만은 그 자리에 그대로 변함이 없으니
내 마음은 그저 외톨이가 된 기분이시지요
마음마저 함께 흘러가야 되는가 봅니다
저는 아직 젊은데 이렇게 댓구함이 송구스럽습니다
건강 관리 잘 하셔서 오래도록 건필하시고 좋은 작품 많이 올려주세요
잘 감상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