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공부 다 했니? / [아니요], 아직 다 못 했어요.
※ [ ] 속에 쓴 것은 표기가 아니라 발음입니다.
위와 같은 문장에서 우리가 [아니요]로 말하는 이 단어는 어떻게 적어야 할까요? 이 단어의 표기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현대국어에서 '아니'를 가지는 말은 다음과 같이 세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1. 아니(부사, 안) : 밥을 아니(안) 먹다 / 아니(안) 슬프다
2. 아니(감탄사) : 밥 먹었니? → 아니, 아직 못 먹었어. / 응, 먹었어.
식사 하셨습니까? → [아니요]([아뇨]), 아직 못 먹었어요. / 예, 먹었습니다.
3. 아니다(형용사) : 그는 직원이 {아니다/아니오/아닙니다}. / 직원이 아닌 사람은 …
1.의 '아니'는 그 문장에 쓰인 서술어의 의미를 부정하는 부사로 쓰인 것입니다. '아니'의 준말로 '안'도 쓰일 수 있습니다. 2.의 '아니'는 긍정/부정을 물어보는 의문문(판정 의문문)에 대한 대답으로 쓰이며 감탄사로 분류됩니다. 3.의 '아니다'는 예에서 볼 수 있듯이 하오체의 어미 '-오', 합쇼체의 어미 '-ㅂ니다'가 결합될 수 있고 관형사형 어미 '-(으)ㄴ'과도 결합할 수 있는 형용사로 쓰인 것입니다.
그런데, 판정 의문문에서 '예'의 짝으로 쓰는 [아니요]는 2의 '아니'에 해요체의 보조사 '요'가 붙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다음 문제에 '예/아니요'로 대답하시오"와 같은 상황에서는 '아니요'를 써야 합니다. '아니요'는 줄어서 '아뇨'가 되기도 합니다.
이 [아니요]를 '아니요'로 적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을 드리기 위해 장황하지만 다른 설명부터 드려야 하겠습니다.
ㄱ. 조사와 어미의 한 특성.
국어에는 조사와 어미라는 문법 단위가 있어서 체언과 용언이 문장에서 쓰일 수 있게 해 줍니다.
4. 철수가 밥을 먹었어.
5. 영희가 춤을 춘다.
그런데 국어의 특성상, 조사는 생략해도 문장이 성립되지만 어미는 하나라도 생략하면 뜻이 달라지거나 문장이 성립하지 못합니다.
6. 철수 밥 먹었다.
7. 영희 춤 춘다.
8. *철수 밥 먹. / *철수 밥 먹었.
9. *영희 춤 추. / *영희 춤 춘.
ㄴ. 국어의 상대존대법 체계
국어의 경어법 가운데 듣는이를 높이는 경어법은 상대존대법입니다. 이 상대존대법은 말하는 이와 듣는이의 관계에 따라서 다음의 6가지가 있습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ㄱ. 조사와 어미의 한 특성 : 어미는 생략할 수 없다.
ㄴ. 국어의 상대존대법 체계 : '해요체'에는 보조사 '요'가, '하오체'에는 어미 '-오'가 결합한다.
ㄷ. 국어 보조사의 특성 : 보조사는 체언뿐만 아니라 용언과 부사, 감탄사에도 결합한다.
그럼, 본론으로 돌아가서....
판정 의문문의 대답인 [아니요]는 어떻게 써야 할까요?
"응 - 아니 / 예 - [아니요]" 등의 품사는 모두 감탄사입니다. 이 말들에는 조사나 어미가 결합할 수도 없고, 문장의 다른 성분을 꾸며주는 일도 없으며, 특히 문장의 서술을 담당하는 일은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다루고 있는 이 [아니요]는 평칭의 대답 '아니'(감탄사)에 어미가 아니라 보조사 '요'가 결합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어미는 감탄사에 결합할 수 없으니까요. 그리고, 거꾸로 말하면 [아니요]에서 '요'가 생략된 것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표기는 '아니요'로 써야 합니다.
그렇다면 '나는 직원이 [아니요]'의 [아니요]는 어떻게 써야 할까요?
이 때의 [아니요]는 형용사로서 문장에서 서술어로 쓰인 것입니다. 이 말에 붙을 수 있는 것은 보조사가 아니라 어미입니다. 어미가 쓰여 문장의 서술을 맡아야 하므로 이 [아니요]에 결합할 수 있는 것은 보조사 '요'가 아니라 어미 '-오'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직원이 아니오'와 같이 써야 합니다.
※ '요'와 '오'의 구분 방법
이 '요/오'를 빼고 문장이 성립하면 '요'를 쓰고 그렇지 않으면 '오'를 써야 합니다. 왜냐하면 '요'는 해요체를 나타내는 보조사이고 '-오'는 하오체의 어미이므로, 위의 예(4~9)와 같이 문장에서 (보)조사는 생략될 수도 있지만 어미는 전혀 생략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14. 보조사 '요'가 결합한 예.
어떻게 살리-요
당신이 참아-요
저길 봐-요
이것좀 먹어-요
이젠 알겠지-요
15. 어미 '-오'가 결합한 예.
안녕히 가십시-오 / *안녕히 계십시.
무엇을 하오? / *무엇을 하?
이리 오시-오 / *이리 오시.
그것이 인생이-오 / *그것이 인생이.
저것은 연필이 아니-오 / *저것은 연필이 아니.
내 손을 잡으-오 / *내 손을 잡으.
보조사 '요'가 쓰인 "어떻게 살리-요", "당신이 참아-요", "이것 참 좋지-요", "저길 봐-요"와 같은 해요체의 문장에서는 '요'를 빼면 해체의 문장이 성립합니다. 하지만 "이리 오시오", "무엇을 하오", "그것이 인생이오"와 같은 하오체의 문장에서는 어미 '-오'를 생략하면 문장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단, '안녕하세요/안녕하셔요'의 '-(으)세요/-(으)셔요'는 복수 표준어로서 굳어진 어미로 인정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으)세요/-(으)셔요'는 항상 이렇게 써야 합니다.
또한 주의해야 할 것은 연결형의 '이요'입니다. '이것은 책이요 저것은 연필이요 그것은 공책이다.'처럼 연결형으로 쓰일 때는 '이요'를 사용하고 연결형이 아닌 경우에는 '이것은 내 책이오'.처럼 '이오'를 써야 합니다(한글 맞춤법 제15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