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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4.25 03:30
왕관
▲ 영국 성 에드워드 왕관. /영국 왕실 웹사이트
다음 달 6일 오전 11시(현지 시각)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찰스 3세의 대관식이 열립니다. 영국에서 70년 만에 열리는 대관식이자, 21세기 첫 대관식이라서 많은 관심을 끌고 있어요. 이날 찰스 3세는 영국 전통에 따라 성 에드워드 왕관을 쓰고 이마와 가슴 등에 성유(聖油)를 바릅니다. 성 에드워드 왕관은 무게가 약 2.2㎏에 이른다고 해요. 생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너무 무거워 고개를 숙이면 목이 부러질 것 같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죠. 평소에는 왕관이 아닌 평범한 모자나 티아라(작은 왕관)를 썼어요. 왕권의 상징이기도 한 왕관에는 어떤 역사가 있을까요?
왕관은 제사장이 쓰는 모자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요. 청동기 시대 초기 국가는 대부분 제정일치 사회(제사를 정치의 중심으로 삼는 사회)여서 왕이 제사장을 겸했기 때문이죠.
고대 그리스·로마 문화권에서는 월계관을 왕관으로 썼어요. 고대 그리스에서는 오늘날 올림픽의 기원이 된 '올림피아 제전' 우승자에게 월계수나 올리브 나무 잎으로 만든 월계관을 씌워줬어요. 고대 로마의 최고 권력자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탈모가 심해 옆 머리를 정수리까지 끌어올려 대머리를 감추는 용도로 월계관을 애용했다고 해요.
현재 남아있는 서유럽 국가 왕관 중 가장 오래된 것은 랑고바르드의 철관(롬바르디아 철관)입니다. 예수를 십자가에 박았던 못을 펴서 만들었다는 전설 때문에 철관이라는 이름이 붙었어요. 전설과 달리, 학자들 분석에 따르면 철관은 철이 아니라 은으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이 왕관은 중세 이탈리아 왕국의 상징물로 전해지고 있어요.
12세기를 전후해 왕관에 여러 보석을 박아 넣은 대관식용 관과 일상용 관을 따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영국 성 에드워드 왕관은 13세기에 만들었는데, 현재 왕관은 원본이 아니라고 해요. 청교도 혁명(1642~1651)이라고도 하는 영국 내전 때 공화정이 세워지면서 왕관을 녹여버렸기 때문이에요. 왕정 복고 이후 왕관을 새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주로 면류관(冕旒冠)을 왕관으로 썼습니다. 면류관은 고대 중국에서 제사를 지낼 때 얼굴을 가리는 모자에서 비롯돼 줄이 길었습니다. 면류관은 왕실 제례나 즉위식 등 공식 석상에서 썼어요. 하지만 긴 줄이 거추장스러워 점점 길이가 짧아졌어요. 평상시에는 줄이 없는 관 '작변'을 썼습니다. 이후 당나라 때 '복두'라는 모자가 등장했고, 이것이 우리에게 친숙한 '익선관(翼善冠)'으로 발전했어요.
우리나라는 중국 문물을 수용해 대체로 중국과 비슷한 관복을 입었습니다. 앞서 삼국 시대에는 나라별로 다양한 왕관을 제작했어요. 특히 신라와 가야 금관은 정교한 세공 기술로 유명합니다.
김현철 서울 영동고 역사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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