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아파트 침묵의 이중성
나는 40여 년을 단독 주택에 살다가 부득이 손자를 봐주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여 주택을 처분하고 아들 내와 같은 아파트에 동수는 같고 라인이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아파트 한라인 호수는 50개 호(戶)로 어느 시골 못지않은 가구(家口)수이다. 즉. 라인 하나에 거주하는 호수는 시골 어느 마을보다 더 큰 수이다. 그래서 라인 하나가 시골의 마을 하나인 셈이다.
아파트에 처음 이사하여 입주하는 처지라 많은 아파트문화에 의도적으로 적응에 신경을 썼다. 우선 이사 신고 떡 돌리기를 시작으로 떡집에서 이사 떡을 90여 개를 맞춤 주문하여 같은 라인 호수를 도표에 일일이 표시하면서 휴일에 오전, 점심, 오후 세 차례로 방문하여 한두 집 빠지고 거의 이사 떡을 돌렸다. 그 외에도 경비실과 관리사무소까지 모두 돌렸다.
아파트 경내이건 엘리베이터이건 때와 장소에 관계없이 아파트 거주 주민이건 아닌 건 간에 무조건 선거철에 입후보자가 유권자들에게 얼굴 알리는 식으로 시도 때도 없이 남녀노소 불문하고 인사하기에 바빴다.
그런데 시간이 어느 정도 경과하여 아파트 주민들의 인사 주고받는 심리가 개인마다 외부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어떤 자는 맨날 보면서 귀찮게 인사하느냐는 식인지 살며시 먼 데를 쳐다보거나 통화하지도 않는 휴대폰을 꺼내어 통화하는 시늉을 하는 사람도 있다.
특히 여자들은 화장하지 않은 민낯 얼굴은 남자들에게는 피할 수 없는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어제까지도 잘 받던 인사를 오늘은 엘리베이터 코너에 얼굴을 파묻고 절대 사절의 표시처럼 행동 하고 있다.
시골 마을은 그곳에서 옛날부터 터를 닦고 살아왔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웃 가정집 모든 것들을 속속들이 알고 있어 언제나 스스럼없이 대화하고 상부상조도 잘 이루어져 늘 가족 같은 분위기이다. 아파트는 쪼그만 철문을 열고 나와서 엘리베이터에서 자가용으로 바로 직장으로 사라져 버려, 사람 사는 성냥갑이지 인정머리는 시멘트 덩어리이다.
퇴근 후에도 쪼그만 철문을 후다닥 열고 아파트가 무너지게 쾅 소리를 내면서 잽싸게 닫아버려 나는 다른 사람들과 대화도 친해지기도 다 싫다는 소리효과인 것 같다.
이렇게 밖에서 철저한 침묵과 외면으로 일관한 사람들 자기 집 철문 안으로 꽝! 문 닫고 들어가면서는 고성방가는 날 새는 줄 모르고 별별 타악기로 때려 부수는 난타 연주 소리는 끊이지 않아 적응 못 한 사람은 신경과민으로 제 명에 못 살 것 같다. 그럴 때마다 나에게도 제멋에 사는 자식들과 철없는 손자들의 소음이라고 마음을 달래 가며 수양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비단 아파트 문화만은 아니다. 작게는 가정에서부터 사회 전체로 이중적이고 무미건조한 문화는 어디를 가나 팽배하여져서 이제는 그러라니 해야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다.
그래도 아파트 문화는 밖에서의 언어 침묵의 생활이 자기 집 방안에서도 행동의 침묵으로 이웃에 공동의 피해를 조금이라도 생각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