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지하철 강남역 일대에 위치한 헤어디자이너 이철의 직영점. 이곳에서
기대하는 주 고객층은 그 근방을 배회해보면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어린
여성이라는 표현도 적당한, 소비력을 갖춘 10대나 20대 여성들이다.
공간 계획에 앞서 나름대로 그들의 행태를 관찰해보는 시간을 가진 디자이너는
결국 ‘이태리 말괄량이 소녀’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었다. 길이 안 맞는 짝짝이
양말, 빨강머리, 아무렇게나 한 헤어스타일의 소녀들. 이 공간 디자인의 기본
개념은 ‘그들이 들어섰을 때 어울릴 만한 공간’ 정도로 표현될 수 있겠다.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어울린다, 어울리지 않는다, 라는 판단은 이제
간단히 일치보지 못하는 개념이 되어 있다. 아마도 ‘언밸런스’가 아름답고 멋스
러운 존재로 등극하면서부터이다. 지금도 인터넷 속에서는 여기저기서 예쁘다,
안 예쁘다 공방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열이면 열 가지의 생각이 입을 열어
보인다. 디자이너는 이 공간을 찾아올 고객 집단을 ‘어울리지 않는 것의 조합을
즐기는 집단’, 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 그들은 그것들이 ‘어울리지 않는 것’이
라는 생각조차 안할 것이다.
드레시한 옷에는 히피풍을, 보이시 한 스타일에는 여성스러운 소품을 선택한다.
타이트 정장에 스니커즈가 멋스럽다고 여긴다. 고전적인 의미로 컬러나 문양을
맞추지 않는다. 오히려 일치시키는 것은 촌스럽다고 여긴다. 이것이 언밸런스의
법칙. 언밸런스한 조합을 즐기는 고객을 담을 이 공간, 역시 언밸런스함을 선택
하여 뉴저(user)와의 조화를 기대하고 있다.
굵은 선의 힘 있는 공간이었던 기존의 이철헤어커커들은 그래서 남성적인 뉘앙
스가 강했다고 하는데, 디자이너는 그 남성성을 모두 배재하지 않은 채 여성성
을 가미하는 언벨런스를 시도했다. 예를 들자면, 천장까지 늘씬하게 뻗은 가구
의 가냘픈 선, 하늘하늘한 느낌의 하얀 비닐 커튼이다. 가죽소파에는 가장자리
를 따라 스티치를 넣었다. 공간의 부분 부분에 여성스러움이 살짝 숨어든 셈인
데, 비닐에 컴퓨터 실사로 만든 여성모델의 그래픽처럼 상당히 직접적인 제시도
있다.
시간의 언밸런스 역시 흥미로운 대치를 이룬다. 낮은 천장고를 극복하는 방편도
되고 있는, 손질하지 않은 과거의 혼잡한 노출천장 아래 현재의 정갈함이 자리
잡은 형국이다. 그리고 미래는 파편으로 표현되는 접합 유리(mix match layer)
너머 보이는 사물처럼 희미한 것이라고 얘기한다. 혹은 미래는 부유하는 듯 보
이는 샴푸실처럼 잡기에 먼 뜬 기운일지도 모르겠다.
전반적으로 디자이너가 적용한 언밸런스는 강한 시각적 자극이라기보다는 섬세
한 감성 쪽이다. 그래서 정리된 느낌과 산만한 느낌, 매끈한 기운과 거친 기운,
묵직함과 가벼움, 여성성과 남성성, 이렇게 분명히 이편과 저편으로 등 돌린
단어들이 서로를 경계하는 팽팽함도 없이 쉽게 서로를 포용하고 있다.
언밸런스라는 방패막 아래 공간은 자유를 누린다. 확산되지 않는 강한 조명은
바닥까지 둥근 형태로 맺히고, 그 빛의 강약은 단순하게 오픈된 공간의 지루함
을 깬다. 마치 골목길처럼 외부로 확장되는 자유로움이라고 디자이너는 설명했
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포장마차 천막같은 쉬운 어울림, 가죽 소파에 바퀴가
달리는 것은 어떠냐고 되묻는 격식 없음이 이철헤어커커 강남점의 얼굴이다.
이철헤어커커 강남점은 매뉴얼 작업의 초석이었다. 디자이너는 거의 동시에
세 개의 다른 분점들도 진행하였는데, 각 공간들은 부분적으로는 매뉴얼을 따르
면서 클라이언트나 지역적 성향에 맞게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대전 유성점,
둔산점, 부천 상동점도 덧붙여 소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