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빛 은사의 빛 스테인드글라스] (8) 스테인드글라스의 색과 글라스 페인팅
부드러운 색조 변화 가능한 기법 활용
- 다양한 페인팅 기법이 구사된 스테인드글라스 작품.
현재 제작되고 있는 색유리의 종류는 300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같은 빨간색, 같은 파란색이라고 해도 미묘한 색조의 차이에 의해 여러 가지 색이 만들어지게 된다. 여기에 두 겹의 색으로 이뤄진 플래시드 글라스(flashed glass), 투명, 반투명, 불투명으로 된 유리 종류까지 합하면 더욱 다양해진다.
그러나 중세 스테인드글라스에서는 현재와 같이 다채로운 색을 사용하기가 어려웠다. 샤르트르대성당이나 파리 노트르담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등 대부분의 중세 스테인드글라스 중에서도 13세기까지 제작된 작품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색은 푸른색과 붉은색이다. 물론 초록, 노랑 등 그 밖의 색들도 함께 사용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그 양은 적다. 그래서 우리는 중세 스테인드글라스의 붉은색과 푸른색이 그리스도교적 상징성을 강조한 데서 사용된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중세 예술의 제작기법을 다룬 주요 문헌인 「다양한 예술 계획」(Diversarum artium schedula)을 집필한 테오필루스(Theophilus)에 따르면 당시 색유리 제작에서 빨강, 파랑, 초록색의 유리들이 가장 안정적으로 발색이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성인들의 후광이나 금장식 등 금색을 대신해 사용할 수 있는 노란색의 경우는 앞서 언급한 색에 비해 제작이 안정적이지 않아 많이 사용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당시 가장 제작하기 어려웠던 색은 어떤 색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어떠한 색도 아닌 무색투명한 유리였다고 한다.
어쨌든 제작이 까다로웠던 노란색은 14세기 실버 스테인(silver stain) 기법의 개발과 함께 보다 폭넓게 사용됐다. 우리말로 ‘은유약’이라고도 칭하는 이 재료는 노란색 계열만 표현할 수 있는 것으로, 은 성분의 화학작용에 의해 노란색의 발색이 이뤄진다. 유리 표면에 안료가 얹히는 것이 아니라 유리 표면 안으로 침투해 유리와 한몸이 되는 특성이 있다.
색유리 자체에 착색되어 있지만, 필요에 따라 색을 덧칠하거나 세부 묘사를 하기 위해 글라스 페인팅을 하게 된다. 글라스 페인팅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최근 들어서는 새로운 기법들이 속속 만들어지면서 어떤 틀에 가둬놓고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표적인 글라스 페인팅 기법을 살펴보면 우선 붓을 사용해 그리는 가장 기본적인 방식과 안료를 분무하는 방식, 유리 표면을 물리적 혹은 화학적으로 벗겨내어 표현하는 에칭(etching) 방식 등이 있다. 그 밖에도 실크 스크린, 디지털 프린트 등 다양한 기법이 구사될 수 있다.
에칭은 물리적 에칭과 화학적 에칭으로 나뉘는데, 물리적 에칭은 모래 분사를 이용해 유리 표면을 깎아내는 샌드블라스팅(sandblasting)을 이용하는 것으로, 샌드블라스트 기법이 가해진 부분은 불투명하게 변화한다. 화학 에칭(acid etching)은 불산으로 유리 표면을 녹임으로써 부드러운 색조 변화가 가능한 기법으로, 유리의 투명성이 그대로 유지되고 동시에 자유로운 페인팅 효과를 얻을 수 있어 많은 작가가 선호하는 기법이다. 그러나 맹독성의 불산을 이용해야 한다는 위험 때문에 국내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기법이며 현재 주로 독일의 대형 스튜디오에서 시행하고 있다. 글라스 페인팅에는 재료나 도구에 제한이 없다. 다만 유리 안료를 사용했을 경우 가마소성을 거쳐야 내구성이 유지된다.
지금까지 스테인드글라스의 제작 과정과 색유리, 글라스 페인팅에 대해 간략히 살펴봤다. 두 차례에 걸친 설명에서 모든 것을 다룰 수는 없지만, 앞으로 진행되는 글에 등장하는 스테인드글라스 관련 용어들이 더욱 친숙하게 와 닿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평화신문, 2016년 3월 13일, 정수경 가타리나(인천가톨릭대학교 조형예술대학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