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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면 취급자의 위험

지난 82년 대우 중공업 옥포조선소에 입사하여 2년간
선실의장부에서 석면포를 절단 설치 제거하는 작업을 수행한
김 도범(58. 경남 울산시 동구 동부동)씨가
직업성 암인 악성중피종 진단을 받고 부산대학 병원에 입원하여 투병 중
지난 5월 12일 오전 5시 끝내 숨을 거두었다.

석면포를 제조하는 근로자가 직업병 판정을 받은
적은 있지만 제조된 석면 제품을 사용하던 근로자가 석면으로 인한
직업병 판정을 받고 사망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석면은 섬유질 모양을 한 광물성 규산으로서 수십
마이크로미터 정도의 길이를 가지는 돌에서 만들어지는 섬유상의 물질이다.
석면은 내화성, 단열성, 방부성, 절연성, 내산성 등
의 우수한 물리화학적 특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방열자재, 자동차 브레이크 라이닝,
보온자재, 가스켓 등에 널리 사용된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이미 1986년 석면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으로 호흡곤란, 체중감소, 기침이 동반되는 석면폐증,
늑막과 복막의 세포에서 발생하는 악성중피종 그리고 폐포에 암이 발생하는 석면 폐암을 경고한 바 있다.

이러한 위험성은 석면에 노출된 뒤 10~15년이 경과하
여 발병하게 되므로 「조용한 시한폭탄」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석면에 의한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석면분진
발생을 억제시키고 분진 발생 지점을 호위하는
국소배기시설의 설치, 방진 마스크 착용 그리고 정기적인 건강진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직장을 떠난 후에도 지속적으로 건강진단이 필요하므
로 한국산업안전공단에서는 이들에게 건강관리수첩을 교부하고
년 1회 무상으로 건강진단을 받도록 하고 있다.

석유화학 공단 내의 Y사를 방문하여 현장을 순시하는
동안 석면 보온재가 많이 사용되고 있음을 확인하고 좀더 구체적으로 알아 보았다.

공장의 신설 시에나 보수작업 시 보온재를 부착하기
도 하고 제거하기도 하는 보온재 공사는 두 개의 협력업체에서 담당하고 있었다.
사용하는 재질로는 암면,유리섬유, 퍼라이트, 석면
등이다.

보온재 시공 협력업체인 K사에서 시공을 담당하는
근로자들은 20~100명 선으로 작업 물량에 따라 투입되고 있었다.

보온재 재질에 따라 작업하는 근로자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모든 근로자들은 가끔씩 석면을 취급하고 있지만
작업환경측정이나 건강진단을 받지 못하고있었다.

협력업체에서 수행하는 작업들이라 Y사에서는 파악이
잘 안 되고 있었고 K사는 협력업체라는 특수성 때문에 석면에 관한 인식도
부족하고 관리도 안되고 있었다.

나는 Y사에 대해 석면 보온재를 다른 물질로 대체하도
록 권장하였고 협력업체의 작업환경 및 근로자 건강문제를 책임지고
관리할 것을 주문하였다.

또한 석유화학 공단 등의 장치산업에서 많이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석면 보온재를 취급하는 업체와 취급 근로자 실태를
파악하여 관리하기로 작정하였다.

<1997.5.26. 경상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