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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미치다] 김도우
#1. 프롤로그
(상현의 아파트 욕실)
-거울에 뭔가 쓰는 해영.
-문 닫고 나가면 빨간 립스틱으로 써진 글씨. '미안해요. 다신 나 찾지 말아요'
(상현의 아파트 침실)
-고양이 걸음으로 다가가 책상 위에 뭔가 놓고 짐이 든 쇼핑백들을 들고 나가는 해영.
-책상 위엔 금 간 액자사진. 상현과 은진의 사진이 든.
(가스 순간 온수기)
-빅 클로즈업된 가스 순간 온수기의 점화장치.
버튼 누르는 소리와 함께 점화 장치에 불꽃이 튀며 파란 불이 인다.
파랗게 타오르는 불꽃... 곧 폭발할 것 같은 긴장감 한껏 고조되다가
# 타이틀. '사랑에 미치다'
#2. 방 & 부엌
-점화장치의 파란 불꽃이 사그라든다.
-방에서 흘러나오는 최신댄스가요를 흥얼거리며 머리 감던(샤워중) 해영, 앗 차거! 하며 팔짝 물러난다.
(현관문과 방문 사이가 모두 부엌으로 쓰이는 공간이고 한구석 샤워커텐이 쳐져 있는 곳은 화장실 겸 샤워실이다)
(방)
샤워타월을 두루고 아직 헹구지 못한 머리를 하나로 말아올린 채 샴푸거품에 눈이 매워 한쪽 눈을 질끈 감고 전화하는 해영.
해영 : 얼마나 기다려야 되는데요. 10분이요? 더 빨리 안돼요?
(샤워실)
해영, 으 차거~ 하면서 겨우겨우 찬물로 머리 헹궈낸다.
(방)
해영, 달달달 떨며 들어온다.
해영 : 으아~ 머리 깨지겠다. (방바닥에 깔아놓은 담요 밑으로 머리를 들이미는데 밖에서 가스통 내려놓는 소리와 함께)
기호 : (E) 가스 왔습니다!
#3. 옥상
-기호, 가스통을 바꾸고 있다.
-문 열리고 머리에 수건 감은 채 '어 추워' 하며 나오는 해영.
해영 : 10분이라더니 20분씩이나 늦게 오는 법이 어딨어요? 안그래도 늦었는데.
기호 : (연결된 가스줄을 살펴보며 안으로 불쑥 들어간다)
해영 : ? 아저씨! 뭐하는 거예요 지금?!
기호 : (나오며 툭 내뱉듯) 줄 다 갈아야 돼요. 낡아서 못써요.
해영 : ? 그럼 가스가 새요?
기호 : 샐 가능성이 있죠.
해영 : 에이 또 생돈 나가게 생겼네. 얼만데요.
기호 : 미터당 2천원이요.
해영 : (의심쩍은 눈초리) 괜히 그러는 거 아녜요? 저번 아저씨는 암말도 안하던데?
기호 : (아까부터 하는 양이 맘에 안들었는데 꼴같잖다는 표정으로 혼잣말하듯) 이 아줌마가 속아만 살아왔나.
해영 : 내가 아줌마로 보여요?
기호 : 그럼 난 아저씨로 보입니까?
해영 : (머쓱한)...
기호 : 갈 거예요, 말 거예요.
해영 : 다음에요. 가스 얼마예요.
기호 : 가스 처음 써봐요?
해영 : ? 예?
기호 : 지난번에 얼마 줬어요.
해영 : 2만 5천원이요.
기호 : 알면서 왜 물어요?
해영 : (어이없는) 그새 가스값이 올랐을 수도 있잖아요.
기호 : 가스값 기름값 오르면 신문에 나는 거 몰라요?
해영 : 난 신문 안봐요.
기호 : 안보게도 생겼네.
해영 : (얄밉게 보다가 주머니에서 돈 꺼내며 혼잣말) 하여간 아침에 가스 떨어지면 하루종일 재수가 없어.
(돈 건네며) 자요 2만 5천원.
기호 : (꼬나보며 안받는다)
해영 : 안받아요?
기호 : 아침부터 쥐뿔만한 게 재수가 없을라니까.
해영 : !!!
-기호, 돈을 탁 채가더니 빈 가스통을 어깨에 메고 간다.
해영 : (열 받은) 야! (문 안쪽에 있는 구두를 보이는대로 집어들고 냅다 던진다)
-구두는 가스통에 텅! 맞고 어딘가로 튕겨져 나가고 가스통과 기호는 유유히 사라진다.
해영 : (저 혼자 씩씩대는) 나만한 쥐뿔 있음 나와보라 그래!
#4. 옥상
-모로 누워 있는 구두에 슬금슬금 다가가는 우산 끝.
-해영이 옆집 옥상에 떨어진 구두를 우산으로 끌어내려고 하는 중이다.
난간에 아슬아슬하게 몸을 기대고 온몸을 쭉쭉 뻗으며 안간힘을 쓰지만 잘 되지 않는다.
해영 : (화가 꼭지까지 돈) 미쳐 정말, 늦어죽겠는데.
-이번엔 우산을 거꾸로 들고 손잡이로 구두를 당기려 한다.
아슬아슬 손잡이가 구두에 닿는 순간 우산을 놓치고 우산은 담장과 담장 사이로 떨어진다.
해영 : (분에 못이겨 분통 터트리는) 아악 이 나쁜 새끼!!!
#5. 영화사 복도 또는 대기실
-'xxxxx 주연 남녀배우 공개 오디션'이라는 현수막이나 포스터가 붙어있고
각양각색의 응모자들, 앉거나 서거나 서성이거나 하면서 제각각 대본 외우고 표정연습하고 초조해하고 있다.
-헐레벌떡 뛰어오는 해영(다른 구두 신은). 아무나 붙잡고 묻는다.
해영 : 지금 몇번 들어갔어요?
응모자 : (무심히 고개 젓고 대본 보는)
-해영, 초조하게 두리번거리는데 오디션장 문이 열리고 진행자가 나온다.
진행자 : 210번부터 215번까지 들어오세요.
-해영, 자기번호가 지난 걸 알고 기함하다가 그것도 잠깐 들어가려는 진행자에게 얼른 달라붙는다.
해영 : 저 175번인데요, 사정이 있어서 늦었거든요? 지금 들어가면 안될까요?
#6. 영화사 앞
-독기 서린 표정으로 나오는 해영. 분해서 눈물이 나올 지경이다.
해영 : (우뚝 멈추고 눈물 삼키며) ... 나쁜 자식...
#7. 옥탑방 (밤)
해영 : (통화중) 네 가스줄 교체할려구요. 아니 그러지 말구요, 아침에 어떤 남자분이 배달 왔었는데 그 분이 오셨으면 좋겠는데.
#8. 가스대리점
-좀 멍청하게 생긴 영철이 전화 받다가 마악 들어오는 기호를 보고 수화기 건넨다.
영철 : 형, 형 찾는 거 같은데?
기호 : (받고) 여보세요? (표정 없이 듣는) ...지금은 너무 늦었구요, 저흰 9시까지 영업이거든요. 내일 아침에 가겠습니다.
해영 : (F) 그럼 지금 당장 라면이라도 끓이다가 사고 나면, 아저씨가 책임 질 거예요?
기호 : (같잖아서) 이봐요 아줌마. 내가 왜 아줌말 책임 져요. 보험회사가 져야지.
-그때 들어오던 아버지, 보험회사 운운하는 소릴 듣고는 끼어든다.
기호부 : 무슨 일이야?
기호 : (흘깃 보는 표정이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은 듯) ...알았어요. 기다려요. (탁 끊고 나가며) 가스줄 교체하러 갑니다.
#9. 옥탑방
-해영, 라면 먹고 있다. 후르륵 한젓가락 먹고는 허공을 노려보며 두고 봐! 하는 표정인데
문 두드리는 소리. 어? 벌써 왔나? 갸웃하며 문을 돌아본다.
-해영, 방에서 나와 부엌문 열며 누구세요? 하다가 멈칫하며 당황한다.
-쓸쓸한 미소 지으며 바라보는 상현. (2회 중복씬)
-시선 피하는 해영.
상현 : 들어가도 되겠니?
해영 : ... 아뇨.
상현 : (서글퍼지는 거 참고)... 돈도 없을 텐데 방은 어떻게 구했니.
해영 : 싸구려 월셋방인데요 뭐.
상현 : 저녁은 먹었니?
해영 : 먹다 나왔어요. 할 말 있음 빨리 하세요. 라면 불어요.
상현 : ... 난 니가 필요하다. 가난뱅이에다 이젠 직업도 없지만, 니가 다시 돌아와만 준다면 난 뭐든 새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애.
...돌아와주겠니.
#10. 해영 집 근처 골목
-오토바이에 가스줄과 공구 가방을 싣고 달려오는 기호.
#11. 옥상
해영 : (외면한 채) 난 싫어요. 아저씨가 날 너무 좋아하는 것도 싫고, 그래서 자꾸 미안해질려고 하는 것도 싫고,
아저씨가 아무 힘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도 싫어요. 아저씨를 사랑하지 않으니까요. 난, 다신 안돌아가요.
상현 : (서글픔이 밀려온다)... 그럼 난... 어떡해야 되니.
해영 : 그건... 아저씨 사정이에요. (문 닫고 방으로 들어온다)
-밥상 앞에 앉는 해영. 먹다남은 라면을 마저 먹는다.
수퍼에서 사온 깍두기 봉지 에서 깍두기도 하나 꺼내 입에 넣고 오도독 씹는다.
마치 미안해지려는 마음을 씹어삼키듯.
#12. 옥탑방 계단
-가스줄을 어깨에 메고 올라오는 기호.
-내려가던 상현이 비켜주자 그 앞을 지나쳐 올라온다.
#13. 옥상
-부엌에서 마무리 작업하고 있는 기호.
-문 밖에서 팔짱 끼고 감시하듯 지켜보는 해영.
-문득 그 눈길을 의식하는 기호. 그러나 상관없이 일을 계속하고.
-작업 마치고 남은 줄과 공구 들고 옥상으로 나오는 기호.
기호 : 다 됐습니다.
해영 :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얼마예요?
기호 : 7미터니까 알아서 주세요.
-해영, 주머니에서 천원짜리 뭉치를 꺼내더니 정확하게 열네장을 세어 내민다.
기호, 받으려고 손을 내미는데 도로 걷어가는 해영. 성큼성큼 난간으로 걸어간다.
-의아하게 보는 기호.
-해영, 난간에 서서 돈을 흔들어보이더니 허공에 뿌린다.
-황당해하는 기호.
해영 : 주워 가.
기호 : (어이없이 보다가 픽 냉소 짓는)
해영 : 넌 오늘 내 인생을 망쳤어. 그게 어떤 오디션인 줄 알아? 너만 아니었음 늦지도 않았을 거구,
오디션만 봤음 합격은 당연한 거구, 그 영화만 찍었음 내년쯤 난 신인여우상을 받았 (하는데 철썩 뺨 맞고 고개 돌아가는)
기호 : 내가 그렇게 만만하게 보이니?
-해영, 무섭게 쏘아보며 부르르 떨더니 달려들어 악다구니처럼 기호를 때리기 시작한다.
발작적으로 비명을 지르며 때리고 또 때리고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한데
기호는 굳은 얼굴로 주먹세례를 그대로 받아내고 있다.
어느 순간 제 풀에 지쳐 주먹질을 그만두고 숨을 헐떡이는 해영.
기호 : 다 했어?
해영 : (발작 후의 멍한 표정으로 보는)...
기호 : 넌 여전히 재수가 없어. (간다)
해영 : (멍하게 보는)... (한동안을 그러고 있다가 천천히 난간 아래를 내려다보면)
-지나가는 아저씨가 떨어진 돈을 냉큼 주워 가고 있다.
-마악 대문을 나선 기호는 돈은 잊었는지 그대로 오토바이 타고 가버린다.
-바라보는 해영. 멍하면서도 기분 묘해지는...
#14. 가스대리점 앞 (낮)
-기호, 오토바이에 가스통을 싣는데 턱 나서는 해영.
기호, 보고도 심드렁하다.
해영 : 재수 없단 말 취소 해.
기호 : (무시하고 가스통 묶는)
해영 : (가스통 묶던 줄 낚아채고) 취소 해.
기호 : 정 듣고 싶음 너 먼저 사과해. (줄 빼앗아 가스통 묶는)
해영 : (뜻대로 되지 않는 게 못마땅해 표정 자꾸 일그러진다)
기호 : (아랑곳 없이 자기 할 일 하는)
해영 : (고개 빳빳이 들고) 미안해. 사과할게.
기호 : (멈칫하고 본다. 의외다)
해영 : 사과한다구.
기호 : (일언반구 없이 오토바이에 올라탄다)
해영 : (얼른 옷자락 붙잡는) 난 했잖아. 넌 왜 안해!
기호 : 진심이 아니니까. (출발하는)
-옷자락 잡고 있던 해영, 출발하는 서슬에 악 비명 지르며 넘어지고.
#15. 병원 현관 앞
-양쪽 무릎에 붕대를 감은 해영의 다리가 기호의 허리께에서 달랑거린다.
-해영을 업고 나오는 기호. 무거워 흘러내리는 해영을 치켜 업는데.
해영 : 아! 아프잖아.
기호 : (아랑곳없이 한번 더 치켜 업으며 가고)
해영 : 아!!!
#16. 방
-해영을 털썩 내려놓는 기호.
해영 : 아이씨 정말!
기호 : (나가려는데)
해영 : (얼른 붙잡으며) 가긴 어딜 가. 거기 크린싱 크림 좀 줘.
기호 : (못마땅하게 보다가 화장대로 가 크림 하나를 집어다준다)
해영 : 그거 말고 그 옆에 있는 거.
기호 : (제자리에 놓고 그 옆에 거 같다주면)
해영 : 거기 옷걸이에 갈아입을 옷도 주구.
기호 : (성질 죽이며) 니 성질 더러워서 다친 거야. 난 책임 없어.
해영 : 성질 알면서 건드렸잖아. 책임 있어.
기호 : (기막혀 하다가 마지못한 듯 벽걸이에 걸려있는 평상복을 집어 툭 던지며) 옷도 갈아입혀줄까?
해영 : 그건 됐구, 내일 열한시까지 와. 병원 가야되니까.
기호 : (같잖다는 표정으로 가버린다)
해영 : 피- 튕겨봤자 하늘 아래지 뭐.
#17. 해영 집 앞 (동 밤)
-오토바이를 타고 출발하는 기호.
-F.O
#18. 강남 번화가 고급 의상실 앞 (F.I 낮)
-쇼윈도의 마네킹이 입고 있는 우아하고 세련된 이브닝 드레스...
-쇼윈도 앞에서 아련하게 바라보는 해영(다리 붕대 숨기려 힙합바지 같은 거 입은).
너무 아름답다, 너무 입고 싶다, 는 표정이 역력한데.
-마네킹이 해영으로 오버랩된다.
이브닝 드레스를 입은 해영은 창 밖의 자신을 향해 옷만큼이나 우아하게 미소를 짓는다.
-그걸 바라보며 흐믓해하는 해영...
-지나가는 행인처럼 다가와 해영 옆에 서는 미나. 해영과 드레스를 번갈아보더니.
미나 : 미친 년 꼴갑 하네.
#19. 레스토랑
-마주앉은 해영과 미나.
해영 : 아- 여주인공 캐릭터 너무 아깝다. 내가 하면 딱인데. 아우, 그날 가스통만 아니었으면 그냥.
미나 : 니 얼굴은 유료관객 오천명짜리지, 얼굴 자체가 싸이콘데. 넌 월하의 공동묘지 2000년판이 딱이구,
그 역은 좀 야사시하면서도 귀엽고 눈빛은 강렬하면서도 지적인 데가 있어야 돼.
해영 : 치- 우리나라에 그런 배우가 어딨냐?
미나 : 손미나 라고 못들어봤어?
해영 : (기가 차서) 어이구.
-그때 컷 소리 들리자 얼른 손지갑 꺼내 화장 고치는 해영.
-영화촬영현장이다. 남녀주인공이 마주앉아 대화하던 중.
분장사들이 달려들어 화장을 고치고 감독이 뭐라고 연기지도하고, 스텝들은 분주하고...
해영 : 보나마나 이 영환 쟤가 말아먹었다. 다리만 길면 단가?
미나 : 감독이 팔 다리 긴 여잘 좋아한대.
해영 : 그럼 낙지랑 살지?
미나 : 안그래도 동거한댄다.
해영 : 어머머 정말? 캐스팅된지가 얼마나 됐다구 기가 막혀 정말.
미나 : 사돈 남 말 하네.
해영 : 내가 뭘!
스텝 : (E) 거기 엑스트라들 슛 들어갑니다.
해영,미나 : (자세 바로하며) 네!
-(E) 와장창 박살나는 소리.
#20. 안채 마당
-기호, 야구방망이로 마루의 가재도구며 장식장을 박살내고 있다. 안방에서는 아줌마의 비명소리 터져 나오면서 아버지가 분기탱천한 얼굴로 나온다. 아버지 뭐하는 짓이야! 기호 (벌겋게 핏대 서서 마루의 어머니 영정을 가리키며)어머니 돌아가신지 한달도 안됐어요!!! (야구방망이 냅다 던지고 나가는) #21 가스대리점 앞 -대리점 옆의 안채 철문을 열고 나오는 기호. 분노한 채 오토바이에 올라타는데 앞에 터억 나타나는 해영. 기호 (말할 기분이 아니다. 또 뭐야?하는 눈빛으로 쏘아보는데) 해영 왜 안왔어? 병원 가야 된다고 오라 그랬잖아. 기호 또 다치기 싫으면 비켜. (시동 건다) 해영 (얼른 뒤에 올라타는) 기호 안내려? 해영 기분 꿀꿀한데 술이나 사. (허리를 안는) 기호 (사납게 지르는)내리란 말야!!! 해영 (질려 주춤주춤 내리는) 기호 (휑하니 출발한다) 해영 (뚱해서)그래에, 너나 나나 가진 거라곤 몸밖에 없는데 자존심이라도 있어야지. 에라 잘 먹고 잘 살아라. (픽 돌아서서 가는) -해영. 터덜터덜 걸어가는데 옆으로 다가오는 오토바이. 문득 보고 멈추는 해영. #22 거리 -무섭게 달리는 기호의 오토바이. 겁에 질려 기호의 허리를 바짝 부여안고 눈 질끈 감은 해영. 해영 미쳤어! 죽을려면 너나 죽어! -더욱 속도를 내는 기호. #23 강변 -오토바이가 서있고 오토바이의 헤드라이트가 가 닿는 곳에 나란히 앉아 있는 해영과 기호. 기호는 묵묵히 강만 바라보고 있고 해영은 오들오들. 해영 (보고는 삐죽)폼은 좋네. ... 안추워? 기호 ... 해영 (슬슬 말 걸어본다)그 가스집 사장이 오빠 아버지라며? 오빤 군대갈려구 휴학중 이구. 기호 .... 해영 내가 어떻게 알았는 지 안궁금해? 기호 영철이 그 자식 말 많어. 해영 (입 연게 반가와서)말 해두 돼? 기호 벌써 했잖아. 해영 (헤 웃고) 기호 자꾸 귀찮게 하는 이유가 뭐야? 해영 하 기가 막혀? 내가 오빠 좋다구 따라 다니는 건줄 알아 지금? 왕자병 있어? 갖다 붙일 게 따로 있지, 나한테 죽자사자 매달리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데? 지난번엔 행시 패스하고 청와대 다니는 대통령 비서였다구. 근데 뭐? 가스집 아들? 지나가는 개가 웃다가 뒤집어지겠네. 기호 (휙 쳐다보는) 해영 (너무 싶했나 싶어 입 딱 다물고) 기호 (일어나며)가자. #24 옥상(동 밤) -평상에 벌렁 드러누워 팔을 깍지껴 팔베개하는 기호. 해영 (쫓아와서는)! 뭐하는 거야 지금? 기호 이불 남는 거 있으면 하나 줘봐. 해영 ! 여기서 자겠단 말야? 기호 (잠자코 눈 감는) 해영 미쳤어? 지금 영하 몇돈 줄 알어? (그래도 하는 양이 장난같지 않자 아리송하다) 집 나왔어? 기호 자꾸 물어보면 간다? 해영 가라? 기호 (벌떡 일어나는데서) -평상 위로 던져지는 이불. 기호, 이불 펴며 드러눕는다. 해영 얼어죽어도 몰라. 기호 (이불 뒤집어 쓰는) 해영 하긴, 하두 쌀쌀 맞아서 얼을 것도 없겠다. (집 안으로 들어가고)
#25. 방
-기호가 신경 쓰여 잠을 못이루고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하는 해영. 그러다 벌떡 일어나 앉는다. #26 옥상 -이불 뒤집어쓰고 꼼짝도 않는 기호. 해영 자? ... 죽었어? 기호 ... 해영 (약올라 이불 확 들추며)주인은 잠도 못자게 해놓고 잠이 잘 오셔? -기호, 팔을 얼굴에 얹고 울고 있었던 듯 눈물 삼키는 소리. -해영, 당황해 멍하니 보다가 안스러운 마음에 말이 더 삐딱하게 나간다. 해영 다행이네. 난 피도 눈물도 없는 줄 알았는데. 기호 v... 해영 들어가서 자. 추워. 기호 ... 해영 내가 신경쓰여서 그래. 기호 (벌떡 일어나며)그렇게 신경쓰이면 갈게. (일어나 가는) -해영, 황당하게 보다가 얼른 가 잡는다. 해영 (쑥스러워 고개 외로 꼬며)방도 춥단 말야, 외풍이 얼마나 심한데. 오늘 같이 추운 날은 혼자 있기 싫단 말야. 기호 ! 무슨 뜻이야? 해영 (딴엔 용기를 냈는데 시큰둥한 반응에 뚱해서)걱정마. 몸 따라 마음 가는 쌍팔년도 여자 아니니까. (그래도 의아한 표정의 기호를 보자 팩 토라진다)인상 좀 펴어, 사귀자고 안할테니까! -방의 불이 꺼지는 게 보이고. -빨랫줄에 널어놓은 운동화 끈 두 줄이 하늘거리다가 F.O #27 옥탑방 전경(아침. F.I) #28 방 -머리맡의 핸드폰이 울린다. 뻗어나온 기호의 손이 더듬더듬 거리더니 핸드폰을 집어 들고 전원을 꺼버린다. -카메라 빠지면 한이불 속에서 엉크러져 자고 있는 해영과 기호. 해영 (잠결에 기호에게 엉겨붙으며)몇시야? 기호 아홉시 십분. 해영 (잠에 취해)아홉시 십분?... (번쩍 눈 뜬다)큰일났다! #29 몽타주 -방과 샤워실을 바쁘게 오가며 외출준비하는 해영. 머리 감고, 드라이하고 화장하고, 이 옷 저 옷 다 꺼내놓고 뭘 입을까 고민하고. 그런 모습을 멀뚱히 보며 담배 피우는 기호. -거리. 기호의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해영. -촬영장. 촬영하는 해영. 저만치서 제법 하는데? 하는 표정으로 지켜보는 기호. -수퍼. 장 보는 해영과 기호. 어린 부부같은 모습. -옥탑방. 요리책 보며 같이 음식장만하는 둘. -해영과 기호, 부엌에 페인트 칠을 새로 한다. 그러다 해영이 페인트 갖고 장난도 치고, 기호는 알전구에 한지를 씌운 갓을 만들어 씌우고, 부엌 창문엔 레이스 커텐을 달고 창틀에 주먹만한 화초 화분 하나 올려놓고, 시간이 갈수록 신혼방 같은 분위기로 탈바꿈한다. #30 옥상(밤) -남은 페인트로 이미 칠해놓은 듯 가스통이 깔끔하게 칠해져 있고 그 위에다 스마일처럼 두 눈과 입을 그려넣는 해영. 그리고는 가스통 꼭지에다 색리본을 예쁘게 달아 계집아이처럼 꾸며 놓는다. 담배 피다가 피식 웃는 기호. 해영 이뻐? 기호 응. 해영 나 닮았지. 기호 뿔도 그리면. 해영 (흘기며)자꾸 그러면 나중에 싸인 안해준다? 기호 그렇게 스타가 되고 싶냐? 해영 응. 꼭 갖고 싶은 드레스가 있거든. 기호 (피식)겨우 드레스 가질려구? 해영 아니. 난 가끔 꿈을 꿔. (환상에 젖어 몽롱한 눈빛으로 스르르 일어나며)너무 비싸서 지금은 살 수 없지만 언젠간 그 디자이너가 한번만 입어달라고 사정할 날이 올 거야. 그럼 난 마지못한 척 그 드레스를 입는 거야. (난데없이 여러 개의 조명이 켜지며 무대 위의 스포트라이트처럼 해영을 비추고 해영의 눈빛은 점점 환상에 젖는다)드레스는 아주 부드럽고 우아해. 한발짝 내딛을 때마다 실크자락이 다리에 감기겠지? 내가 걸을 때마다 사람들은 미친 듯이 내 이름을 부를 거구. 해영이 누나 사랑해요, 해영이 언니 사랑해요, 해영씨 사랑해요... -군중의 환호성이 들려온다. 마치 그걸 듣는 듯 흥분으로 차오르는 해영의 눈빛... 감동에 겨워 눈물이 고이기 시작한다. 해영 누구든 날 사랑하게 될 거야. 날 사랑하지 않고서는 못배기게 만들 거야. 얼마나 황홀할까... (강하게 되뇌이는)난 사랑 받을 거야, 모든 사람한테서... (감격의 눈물이 금방이라도 흘러넘칠 듯...) -그 순간 환호성과 조명 사라지고 초라한 현실과 적막만이 감돈다. -기호는 뜻없이 해영을 쳐다보고 해영은 아직도 환상에 젖은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스마일처럼 웃고 있는 가스통. #31 옥상(아침) -기호, 문 열고 나온다. 계단 내려가는데 다급히 나온 해영이 오빠! 하고 부른다. 멈춰 돌아보면 해영, 와보라고 손짓한다. 기호 (다가오며 귀찮다는 듯)왜에. 해영 (열정이 끓어오르는 듯한 눈빛으로 다가선다) 기호 ? 해영 내가 이럴 줄 몰랐어. 정말 몰랐어. 내 맘인데도 내 맘대로 안돼. 기호 (어둥절해져서)왜 이래? 해영 사랑해. 기호 !!! 해영 (간절한 눈빛으로 다가가며)사랑한다구. 기호 (뒤로 물러나는) 해영 (갑자기 까르르 웃는다) 기호 ?... 해영 (뒤에 숨기고 있던 시나리오 흔들며)나 연기 잘하지, 그치. 기호 (기막혀 웃고) #32 부엌 & 방 -해영, 콧노래 흥얼거리며 설거지 하다가 핸드폰 울리자 고무 장갑 벗고 방으로. -벨소리를 따라 여기 저기 둘러보는 해영. 이윽고 옷걸이에 걸어둔 기호의 가죽잠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들고 받는다. 해영 여보세요. 여자1 (F)... 해영 여보세요. 여자1 (F. 다른 사람이 받아 약간 당황한)강기호씨 핸드폰 아녜요? 해영 ? (핸드폰을 본다. 기호의 핸드폰임을 확인하고는 인상 험악해진다)누구세요? 여자1 (F)그러는 댁은 누구세요? 해영 (머리 굴리는)어.. 핸드폰을 주웠거든요? 댁을 만나면 돌려줄 수 있나요? #33 커피숍 -들어서는 해영. 두리번 거리다가 혼자 앉아 있는 얌전해 보이는 여자1에게로 다가간다. 해영 (우뚝 멈추더니)지영미씨? 여자1 네, 맞아요. 앉으세요. 해영 미안해, 시간이 없어서. 여자1 (뜬금없는 반말에 놀라는) 해영 본론만 말할께. 기호 오빠 만나지 마. 여자1 ? 누구세요? 해영 보면 모르니? (여자 앞에 있는 물잔을 들어 여자에게 물세례를 주고는)내 말 안들으면 이건 약과야. #34 고급 의상실 앞(동 낮) -드레스(진짜 마네킹)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해영. 평소와 달리 심각한 얼굴이다. 해영 (마음의 소리)... 내가 왜 이러지? ... 넌 아니? ... 좋아하면 안되지? 가스집 아들, 시시하잖아. #35 방(밤) -핸드폰 찾느라 여기저기 뒤지는 기호. -밥상이 푸짐하게 차려져 있고 해영은 후라이팬에 고기를 굽고 있다. 해영 그만 찾구 밥 먹어. 아까두 내가 찾아봤단 말야. 기호 (밥상에 앉으며)이상하네. 밖에서 잃어버린 것 같진 않은데? 해영 (들뜬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새핸드폰을 꺼내 기호 앞에 놓는다) 기호 ? 이게 뭐야? 해영 (자랑스럽다)선물. 기호 (반갑지 않은)이럴 필요 없어. 해영 (쌈 싸며)내가 당장 불편해서 그래. 잃어버린 건 그냥 잊어버리구 이거나 먹어. (쌈을 기호 입에 갖다대는) 기호 (피하며)너 먹어. 해영 왜에. 기호 나 고기 싫어. 해영 그래두 좀 먹어봐라. 기호 싫다니까. 해영 (억지로 먹이려 하는)한번 먹어봐, 젤 연한 걸로 사왔단 말야. 기호 (내치며)안먹는다니까. -쌈이 나가 떨어지고 해영은 갑자기 처연해진다. -순간 아차 싶은 기호. -해영, 벌떡 일어나 나간다. -기호, 의아한데. -해영, 들고 들어온 쓰레기 봉투에다 후라이팬의 고기를 몽땅 털어넣고 아직 안구운 생고기까지 버린다. 기호 !... 해영 오늘부턴 나두 고기 싫어. (쌈에 밥만 싸서 먹고) 기호 (조금 질린 채 보는) #36 방(동 밤) -팔베개하고 누워 골똘히 생각에 잠긴 기호. 그 옆에 누워 시나리오 보는 해영. 해영, 문득 기호를 본다. 해영 (얼굴을 바짝 디밀며)무슨 생각 해? 엄마 생각 해? 기호 넌 내가 무슨 생각하는지 시시콜콜 알아야겠니? 해영 응! 기호 알아서 뭐하게. 해영 그냥. 그냥 다 알고 싶어. 뭘 좋아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할수만 있다면 가슴 속에 뭐가 있는지 심장도 뒤져보고 싶어. 기호 너 요즘 이상한 거 알어? 해영 (스스로도 느낀다. 마음이 이상해져서는)... 오빠 이름으로 삼행시 지었거든? 운 좀 띄어볼래? (힐긋 봤다가 대꾸 없자 싱글싱글 웃으며 혼자 한다)강, 강가에 돌멩이라 우습게 보지마라. 기, 기찻길 옆 돌멩이라 우습게 보지 마라. 호, 호수에 파문 일으킨 돌멩이 강기호. (만족한 듯 헤 웃고는)뭐 느끼는 거 없어? 기호 (돌아누우며)너 코믹연기는 하지 마라. #37 커피숍 앞(낮) -나오는 해영. 뒤이어 뛰어나오는 여자2(20대 중반). 여자2 야 너 거기 안서?! 해영 (뒤도 안돌아보고 가는) 여자2 (달려와 붙잡는) 해영 (뿌리치는) 여자2 너 몇살인데 반말 찍찍 까면서 이래라 저래라야? 해영 어머 그래서 기분 상하셨어요? 죄송해요 아주머니. 여자2 뭐 이딴 게 다 있어?! 너 기호씨 언제부터 만났어? 해영 지금 우선권 주장하는 거예요? 여자2 나 1년 공들였어. 까불지 말고 너나 꺼져. 해영 꺼져줄게요. 근데 다시 한번 기호 오빠 만나면요, (싸늘하게 쏘아보며)너 내가 죽여. (간다) 여자2 (벙 찐) #38 거리(동 낮) -골똘히 생각에 잠긴 채 걸어오는 해영. 마음 속에서 극심한 갈등이 일고 있다. 해영 (마음의 소리)... 이런 게 사랑이니? ... 내가 오빨 사랑하게 된 거야? -해영, 문득 멈추더니 가슴에 손을 얹는다. 둥둥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린다. 해영, 다시 걷기 시작한다. 심장 뛰는 효과음이 점점 커지고 빨라지면서 해영의 걸음도 빨라진다. 조금 더 빨라지다가... 뛰기 시작한다. 인파를 헤치며 미친 듯이 달리는 해영. #39 가스대리점 앞 -헉헉대며 달려오는 해영. 안으로 뛰어든다. #40 가스대리점 안 -뛰어들어오는 해영. 해영 오빠! (두리번거리며)오빠! (멍청하게 쳐다보는 영철에게)기호오빠 어디 갔어요? 영철 배달 갔는데요. 해영 어디루요. 영철 어딘지 말하면 알아요? 해영 (히스테리컬한)어디루 갔냐구! 영철 (벙해서 보는데) 기호 (소리)왜 그래? 해영 (휙 돌아보더니 기호의 손목을 잡고 뛰어나간다) 영철 ??? #41 근처 외진 골목 -해영, 기호의 손목 잡은 채 뛰어올라온다. 의아해하는 기호를 마주 세워놓고. 해영 (가쁜 숨 몰아쉬며)사랑해. 기호 ??? 해영 사랑한다구. 기호 또 연기연습하니? 해영 그 시나리오 남자 주인공은 잘 나가는 변호사야. 오빤 돈도 권력도 명예도 아무것도 없는 가스집 아들 강기호구. 그런 오빨 내가 사랑한다구. 기호 그래서. 해영 오빠도 날 사랑하면 돼. 기호 (어처구니 없다는 듯 실소하고는)내 핸드폰 너한테 있다며? 애들 왜 만났어? 해영 !... #42 방 -가방에 소지품을 싸는 기호. 해영 (소지품 빼앗으며)이러지 마. 기호 (빼앗아 싸고) 해영 얘기 좀 하자구. 기호 (아랑곳없이 짐 싸며)너 몸 따라 마음 가는 여자 아니라며. 난 잠깐 쉴 데가 필요했고 너의 그런 면 때문에 여기서 지낸 거야. 그 얘긴 충분히 했고 너도 그렇게 알고 있었던 거 아냐? (하며 보면) 해영 (마지못한 듯 고개 끄떡이는) 기호 약속은 니가 먼저 깼어. (가방 들고 일어나는데) 해영 (붙잡으며)처음엔 그랬어. 하지만 지금은 아냐. 내가 이럴줄 몰랐어. 정말 몰랐어. 기호 지겹다, 대본 좀 그만 외워. (뿌리치고 나가는) 해영 (황급히 따라나가는) #43 옥상 -가방 들고 나오는 기호. 따라나오는 해영. 해영 그 여자들이 그렇게 중요해?! 기호 (멈춰 돌아보며)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해영 그럼 뭐가 문젠데. 기호 난 널 사랑하지 않아. 해영 지금부터 사랑하면 돼잖아! 기호 (어이없어 말문 막히는데) 해영 왜 날 사랑하지 않는데, 왜! 기호 (답답하게 보다가 돌아선다) 해영 그럼 어떻게, 어떻게 매일 내 옆에서 눈 뜨고 자구, 어떻게 매일 나랑 눈 맞추면서 밥 먹었어? 내가 안아주면 좋아했잖아! 아무런 감정 없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기호 (한숨 쉬고는 돌아보며)그래, 나도 좋아했어. 하지만 내가 좋아한 건 예전의 너야. 지금처럼 질퍽거릴 줄 알았으면 여기 오지도 않았어. 해영 !!! 질퍽..거린다구?... (기막혀 눈물 글썽이는) 기호 나 우는 거 질색이다. 해영 얼른 눈물 닦으며).. 가지 말고 며칠 더 있으면서 생각해보면 안돼? 기호 그럼 더 나빠져. 해영 좋아질 수도 있잖아. 노력할게, 응? 기호 입영날짜도 얼마 안남았어. 해영 갔다가 올 거잖아. 기다릴게. 기호 (가당치도 않다는 듯 냉소)니가? (간다) -해영, 원망스레 보다가 천천히 난간으로 가 내려다본다. -기호가 오토바이에 올라타고 가는 게 보인다. 해영 ... (스스로에게 다짐하듯)오빤 아무데도 못가. -F.O #44 술집 앞(낮. F.I) -오토바이가 달려와 멈춘다. 기호, 헬밋 벗고 들어간다. #45 술집 안 -기호, 두리번거리다가 구석에 모여있는 친구 서너명을 발견하고 다가간다. 그러나 곧 멈칫하고 당황해하는 기호. -친구들 사이에 앉아 싱긋 웃어보이는 해영. #46 술집 앞 -기호, 해영을 끌고 나온다. 세워놓고는. 기호 너 왜 이래. 너 계속 이러면 좋았던 감정까지 나빠져. 그랬으면 좋겠어? 해영 이따가 집에 와. 집에 와서 얘기 해. 기호 안가. 해영 왜. 기호 너 말귀 못알아듣니? 해영 오빠야말로 못알아듣는 거 아냐? 난 이제 벤츠보다 가스통이나 싣고 다니는 오빠 오토바이가 더 좋단 말야. ... 집에서 기다릴께. 기호 (난감해하다가 일단 보내고 보자는)... 알았어. 이따 봐. 해영 몇시에 올 건데. #47 가스집 앞(동 밤) -'오빠'를 부르며 요란하게 셔터 두드리는 해영. 한 밤의 소음에 이웃집의 불이 켜지기도 하고 개가 짖기도 한다. 잠시 후 안채 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해영, 너무나 간절히 그쪽을 보는데. 영철 (잠이 덜 깬 채 나오며)누군데 오밤중에 난리부르스를 (하다가 해영을 보고는 오매, 지레 주눅 든다) 해영 오빠 어딨어! 영철 어머니 사십구제 치르러 사장님이랑 시골 큰댁에 갔어요. 해영 거짓말 마! 온다고 했단 말야! 영철 난 거짓말 못해요. 해영 (발작적으로)온다고 했단 말야!!! 영철 (냉큼 안으로 숨어버리고) 해영 (멍해져서는 중얼거리는)온다고 했단 말야. 온다고... #48 방(낮) -멍한 채 모로 누워 방바닥에 나란히 놓여있는 전화기와 핸드폰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해영. 그때 핸드폰 울리자 냉큼 받는다. 해영 오빠? (힘 빠지는)... 됐어, 너나 해. ... 대사가 있든 없든 싫다니까? ... 미나야, 대사 한마디에 내 인생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부탁인데 나 좀 내버려둘래 제발? (핸드폰 덮고 털썩 눕는다) #49 커피숍 -기호는 시큰둥한데 여자2는 뭔가 열심히 설득하는 태도다. -여자2, 일어나 화장실 쪽으로 간다. #50 커피숍 화장실 -볼일 보고 나와 손 씻는 여자2. 그 순간 머리채가 뒤로 확 젖혀진다. 해영 (머리채 휘어잡은 채 거울로 노려보며)내가 만나지 말라 그랬지. (여자의 얼굴을 세면대에 박고) -세면대에 튀는 핏방울들. -쓰러져 비명 질러대는 여자2를 미친듯이 차고 짓이기고 하는 해영. #51 경찰서 사무실 -해영, 경찰 책상 앞에 앉아 뚫어지게 책상만 응시하고 있다. 뺨에는 할퀸 듯한 가벼운 상처가 있다. 경찰 왜 때렸어? 해영 ... 경찰 대답 안해? 해영 (그래도 묵묵부답) 경찰 그럼 양아치 같은 녀석이 양다리 걸쳐서 생긴 일이다, 그렇게 쓸까? 해영 (무섭게 쏘아보며)오빠한테 함부로 말하지 마! 경찰 !... 허, 이거 순 깡패 아냐? #52 경찰서 복도 -여자2, 볼썽 사납게 흐트러진 머리, 찢어진 옷, 멍투성이 얼굴을 한 채. 여자2 (독 올라서)내가 왜 합의를 해? 절대 안해. 기호 그래서 너한테 돌아오는 게 뭔데? 여자2 너 겨우 저런 애 땜에 헤어지자 그랬니? 기호 (답답한) #53 경찰서 사무실 -여자2, 해영을 흘겨보고 합의서에 싸인한다. -해영도 싸인한다. 경찰 (합의서 확인하고 기호에게)됐다. 아가씨 데리고 가봐. 기호 (여자2에게)나가 있어. 여자2 기호씨. 기호 나가 있어. 여자2 (못마땅한 얼굴로 해영을 톡 쏘아보고 나가고) 기호 (해영에게)잘 들어. 지금부터 너하고 난, 모르는 사이야. 해영 (차마 돌아보지도 못하고)!!! 기호 보호자가 와야 된대니까 친구 오면 같이 가. 연락해놨어. (돌아서는데) 해영 (다급히)가면 죽여버릴 거야. 기호 (멈칫) 해영 (되씹는)죽여버릴 거야. -그러든 말든 상관없다는 듯 그냥 가는 기호. -서서히 돌아보는 해영. -창 너머로 기다리고 있던 여자2와 나란히 가는 기호의 뒷모습. -원망 섞어 서럽게 바라보는 해영. 입술이 바르르 떨린다. #54 고급 의상실 앞(낮) -쇼윈도 속의 마네킹 해영, 뺨에 눈물이 흐르고 있다. 그 위로. 해영 (마음의 소리)... 내가 사랑하는 사람한테서 사랑받는 게 이렇게 어려운 건줄 몰랐어... 넌 알고 있었니? -쇼윈도 속의 자신을 서글프게 바라보다가 쓸쓸히 발길 돌리는 해영. #55 옥상(밤) -가스통의 스마일이 덫칠이 되어 울상이다. #56 가스 대리점 앞 (낮) -오토바이에 가스통 실으며. 영철 (아직도 해영이 두려운)입대하기 전에 여행 간다고 새벽같이 떠났는데요. 해영 (생기 잃은)? 입대요? 언젠데요? 영철 다음 주 토요일이요. 해영 그럼 언제 돌아온대요? 영철 몰라요. 입대하기 전엔 오겠죠. 해영 (이제 어떡하나 생각하다가 꾸벅 인사하는)수고하세요. (가는) 영철 (얌전해진 모습에 어리둥절한) #57 버스정거장 (동 낮) -해영, 벤취에 앉아 핸드폰으로 기호의 사서함에 녹음하고 있다. 해영 오빠, 한번만 기회를 줘. 어젠 정말 미안했어. 내가 잘못했어. 다신 안그럴게. 이거 들으면 꼭 전화 좀 해줘, 응? 꼭? (쓸쓸하게 핸드폰 닫는다) #58 던킨 도우넛(동) -도우넛 몇 개가 쟁반에 담겨 있다. 그걸 빤히 보는 해영. 그러다 하나를 집어 베어물고는 오물오물 몇 번 씹다가 냅킨에 뱉어낸다. 도무지 뭘 먹을 기분이 아니다. 결국은 쟁반째 들고 일어나 도우넛을 몽땅 쓰레기통에 버리고 나가려 는데 마악 들어서는 은진과 마주친다. 서로를 몰라보고 지나친 두 여자, 동시에 멈칫하더니 서로를 돌아본다. 은진 !... 해영 !... -은진이 먼저 외면하고 진열대로 간다. -해영, 물끄러미 보다가 돌아서서 문을 열다가 멈칫하고 다시 돌아본다. *** -마주앉은 은진과 해영. 해영은 축 쳐진 채 말이 없다. 은진 ... 할 얘기 없으면 그만 일어날까요? 해영 ... 미안해요. 은진 뭐가요. 해영 ... 상현 아저씨요, 나 땜에 헤어졌잖아요. 은진 (어이없는)그 얘기 할려고 붙잡았어요? 해영 ... 상현 아저씨, 아직도 사랑하세요? 은진 (황당한)그게 궁금했어요? 해영 사랑하세요? 은진 ... 아뇨. 해영 왜요? 은진 (불쾌해져서)이봐요 아가씨 (하는데) 해영 어떻게 하면 그럴 수 있어요? 어떻게 하면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게 할 수 있어요? 은진 ??? -(E)전화벨 소리. #59 법무사 사무실(동 밤) -야근 중, 혼자 소파에 앉아 사발면 먹다가 일어나 책상 위의 전화를 받는 상현. 상현 여보세요. (조금 놀라운)... 응... 너도 잘 지냈지? ... 목소리가 않좋구나. 무슨 일 있니? #60 공중전화박스 (동 밤) -유리창에 기대어 통화중인 해영. 해영 (따뜻한 말 한마디에 설움이 북받쳐 목이 메여온다)... 배가 너무 고파요. ... 네 (응석 반 눈물 반)그저께부터 아무것도 못먹었어요. (아이처럼 손등으로 눈물 쓱쓱 닦으며)아무것두 안먹혀요... 아저씨... 누가 내 피를 다 뺏어간 거 같아요. 난 껍데기만 있는 것 같아요. 아저씨두 그랬어요? 아저씨두 이렇게 힘들었어요? ... 미안해요 아저씨... 정말 미안해요... 아저씨 난 이제 어떡해요. (치미는 울음을 끅끅 참으며)... 아저씨... 사랑 같은 거 안하고 살 수 없어요? 그럼 이렇게 힘들지 않잖아요. 그럼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잖아요... -해영, 힘이 빠지는지 울며 주르르 유리창을 타고 주저앉는다. 손에서도 수화기가 빠져나가고 대롱거리는 수화기 옆에 주저앉아 목놓아 엉엉 우는 해영. -가로등 밑의 전화박스 쓸쓸하게 부감되다가 F.O #61 가스대리점 앞(오후 F.I) -배낭 메고 오던 기호, 멈칫 선다. -벽에 기대어 기다리고 있다가 다가서는 해영. 그새 많이 야위어 있다. 해영 (담담히)입대일이 낼모레라면서? 기호 ... 응. 해영 이따가 잠깐 와줄 수 있어? 기호 (왜 또?)... 해영 마지막이잖아. 이제 가면 영영 못보는 거구. 기호 (망설여지는) 해영 환송파티 해주고 싶어서 그래. 그동안 잘못한 것도 많구... (그래도 망설이는 기호의 눈치 살피더니)딱 한번이야. 그럼 깨끗이 보내줄게. 기호 (진심일까, 반신반의)... #62 슈퍼 -해영, 적포도주 하나를 고른다. #63 부엌 -부엌 창틀에 올려진 포도주. 햇살을 받아 환상적인 붉은 빛을 발한다. -해영, 포도주병을 집어들고 따개로 비틀어 딴다. 펑! 소리와 함께. #64 방 (동 밤) -와인잔에 따라지는 적포도주. -해영, 기호의 잔에 술 따르고 자신의 잔에도 술 따른다. 해영 (술잔 들며)잘 갔다와. -해영과 기호의 술잔이 부딪히고. -잠깐 해영을 봤다가 마시는 기호. -잔을 입술에만 댄 채 그걸 뚫어지게 보는 해영의 눈빛! #65 옥상 전경(동 밤) -달빛에 빨래 그림자가 너울댄다. 갑자기 그 그림자 위로 빨래들이 흐트러짐 없이 한꺼번에 툭 떨어진다(한쪽에서 빨랫줄을 끊은). 한쪽에서 잡아당기는 듯 빨래사이에서 주욱 빠져나가는 빨랫줄. -DISS. -아침. 밤에 떨어진 빨래들이 그대로인... #66 방(아침) -잠들어 있던 기호, 머리가 아픈지 잔뜩 찡그리며 부시시 눈을 뜬다. -기호의 시각으로 보이는 뿌연 방안 풍경. 사물이 차츰 눈에 들어오면 벽에 기대어 앉아 무릎에 얼굴 파묻고 졸고 있는 듯한 해영이 보인다. -기호, 여기서 잤다!라는 낭패감에 벌떡 일어나는 순간 무언가 잡아당기기라도 하듯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하고 제자리에 쓰러진다. -번쩍 고개 드는 해영. -기호, 이상한 생각에 자신의 몸을 간신히 내려다보면 다리와 몸통, 양 손이 온통 빨랫줄로 묶여 있다. 기호 !!! 너! (하다가 문득 주위를 보면) -창문틈과 방문틈이 테잎으로 밀봉되어 있고... -슬픈 가스통이 문 앞에 자리잡고 있다. -경악하는 기호. -물끄러미 보는 해영. -기호, 너무 기가 막혀 할 말을 잃은 채 해영 보는. -해영, 마주 보고. 기호 장난 하지 말고 빨리 풀어. 해영 장난? 내가 오빨 사랑한 것도 장난 같애? 기호 (터져나오는 분노)빨리 안풀어!!! 해영 풀어줄 거였으면 이러지도 않았어. 기호 (당황과 분노로 숨이 가쁜)너... (숨 고르고)... 이러는 이유가 뭐야. 해영 사랑하니까. 기호 미쳤구나. 해영 차라리 그랬음 좋겠어. 그럼 이렇게 아프진 않을테니까. 기호 이런 미친 짓을 하면서 날 사랑한다고? 해영 난 내 방식대로 사랑해. 기호 그래서! 이럭해놓고 어쩌자는거야! 해영 (일어나 가스통으로 간다) 기호 ?... -해영의 손에 의해 열리는 밸브. 쉭 가스 새나오는 소리와 함께 파르르 떠는 리본. 기호 !!! (이제 해영이 엄청난 공포로 다가온다) 해영 (선 채로)오빠가 아니면 내 인생은 아무 의미가 없어. 기호 (버둥거리며)이건 아니야 해영아. 이러면 둘 다 죽어. 해영 (차분한)알아. 기호 (다급해진)넌 겨우 스무살이야. 이대로 죽을 순 없어. 나? 나 별볼일 없는 놈이야. 나 같은 놈한테 목숨 거는 건 개죽음이나 마찬가지야. 해영 나한텐 오빠가 최고야. 기호 해영아 제발... -해영, 기호 옆에 누워 기호를 감싸안는다. -가스 새어나오는 소리가 더욱 위협적으로 들리고... 기호 내가 죽길 바라니? 니가 그렇게 사랑하는 내가 죽는 걸 바래? 해영 괜찮아. 같이 가니까. 기호 내가 이렇게 애원하는데도? 해영 미안해, 어쩔 수 없어. 기호 (절망감에 멍해졌다가 정신 차리고)그래, 우리 다시 시작하자. 해영 너무 늦었어. 기호 아냐, 늦지 않았어. 해영 거짓말. 오빤 날 사랑하지 않아. 아무도 (서글픔이 밀려온다)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아. 기호 넌 꿈이 있잖아. 스타가 되면 모두들 너를 사랑할 거야. 해영 (눈물 흐르는)그게 무슨 소용이야. 오빠가 아니면 난 아무것도 아닌데... #67 옥상 -떨어진 빨래들 위로 빗방울(또는 눈)이 툭툭 떨어진다. -이윽고 장대같이 쏟아지는 빗줄기. #68 방 -가스 새어나오는 밸브. 가스 새는 소리는 빗소리에 파묻혀 들리지 않고 방은 불을 켜지 않아 낮인데도 어둑어둑하다. -해영은 눈 감은 채 기호에게 엉겨붙어 정신이 가물가물하고 기호 역시 눈이 풀려 있다. 둘 모두 숨을 가쁘게 쉬고 있다. 해영 ... 오빠... 기호 ... 해영 무슨 생각 해? 기호 ... 넌.. 왜.. 날 좋아하니... 해영 ... 그냥... 그냥... 기호 해영아... (안간힘을 다해)나 살고 싶어. (까무룩해지는) 해영 (정신을 잃은 듯)... -공포스런 천둥소리... 천둥소리에 이어 군중의 환호성이 환청처럼 들려온다. '이해영'을 연호하는 군중들의 목소리... 그 소리에 슬며시 눈을 뜨는 해영. 그 눈동자로 카메라 빨려들면. -(인써트. 상상)문제의 드레스를 입고 고급의상실을 나서는 해영. 그 위로 터지는 수많은 플래쉬와 쏟아지는 환호성... 벅찬 미소를 띈 채 손을 흔드는 해영. -눈동자에서 빠져나오는 카메라. 상상처럼 미소 짓고 있는 해영... #69 옥상(동 밤) -비오는 밤하늘을 가르며 번개가 떨어지고... 채 창문을 닫지 않은 부엌 창틀의 화초가 비바람에 파르르 떨고... 계속 내리는 비... #70 옥상(아침) -맑게 개인 아침. 새소리가 청명하게 들려오고 지붕 끝에서 채 마르지 않은 빗물이 뚝 떨어진다. 밤새 비를 맞고 젖은 빨래들, 떨어져 박살 화분... #71 방 -죽었는지, 정신을 잃은 건지... 눈 감은 채 미동도 않는 기호. 어느 순간, 부시시 눈을 뜨는 기호. 여기가 어디지?.. 낯선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면, -창문틈엔 테이프가 붙여진 채 그대로이고 방문과 방문 너머 현관문은 활짝 열려 있고 방문에 붙여놓았던 테이프가 바람에 파닥거린다. 마지막으로 보이는 가스통. -기호, 그제야 간밤의 일을 깨닫고 벌떡 일어난다. 빨랫줄은 모두 풀려있다. #72 옥상 -빨랫줄이 묶여있던 손목을 주무르며 나오는 기호. 눈이 부신지 손으로 해를 가리고 주위를 둘러본다. 살았다라는 안도감과 기이한 체험에 대한 두려움이 아직 남아있는... 기호 (NA)내가 눈을 떴을 때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그녀를 다시 본 건 현역복무를 마치고 제대하던 날이었다. #73 서울역 플랫폼 -제대 복장에 군용 쌕을 멘 기호가 기차에서 내린다. 제대의 감회로 주위를 휘 둘러보고는 씩씩하게 걸어온다. #74 서울역 대합실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 -기호, 느릿느릿 사람들을 구경하며 걸어온다. 멀티비젼 앞에 몰려 있는 일단의 사람들을 겨우 헤치고 지나가는데 낯익은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멈칫 서서 멀티비젼을 보는 기호. -화면에선 톱스타가 된 그녀를 인터뷰하는 프로가 나오고 있다. -놀라움에 가득 차 화면을 뚫어지게 보는 기호. -화면이 점점 클로즈업된다.(리포터는 마이크만 들이댄 채 보이지 않고 해영의 단독화면) 기호의 표정과 해영의 화면이 교차되면서 인터뷰 내용 입혀진다. 리포터 (E)이젠 자타가 공인하는 차세대 스타가 되셨는데 앞으론 어떤 연기를 해보고 싶으세요? 해영 정말 정말 슬픈 러브스토리요. 시나리오 보면서 울고 연기하면서 울고 영화 보면서 울 정도로 슬픈 멜러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근데 걱정이에요. 연기를 위해서라도 빨리 사랑을 해봐야 될텐데 어떡하죠? -놀라움, 황당함, 완전한 변신에 대한 경이감마저 깃든 기호의 표정. -화면 속에서 청순하게 웃는 해영의 화면 정지되면서 EN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