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글로리 - 문동은(송혜교), 박연진(임지연)
6화. 하교 후 교실. 둘은 마주보며 서 있다.
연진-불러. 꼴값 그만 떨고 돈 요구하라고. 부르는대로 줄테니까. 정신적 육체적 피해보상 내가 다 해준다고. 너 지금 큰 돈 벌었어. (책상위에 빈 종이를 준다.)
동은-뭘 써야 주나봐?
연진-죽을때까지 눈 앞에 나타나지 않는다. 그 자필 한 줄에 니 사인이면 돼. 니 자퇴서에 니 엄마가 썼던 이름처럼. 너 같은 것들은 가족이 제일 큰 가해잔데 왜 늘 딴데와서 따질까? 체면차릴 필요 없어. 부르라니까? 설마 뭐 진짐어린 사과 뭐 그런거 받자고 이러는 거 아니지? 내일몰레 사십에 그건 너무 동화잖아 동은아. 이미 지난일을! 이제 와서 뭐 어떡하라고? 그지?
동은-당연히 아니지. 사과하지마. 사과 받자고 10대도 20대도 30대도 다 걸었을까. 넌 벌 받아야지. 신이 널 도우면 형벌, 신이 날 도우면 천벌.
연진-신? 아, 동화가 아니라 경전이야? 뭔 신? 병신? 남의 자식 인질로 잡아놓고 뭐? 신이 널 도와?
동은-인질? 내가? 내가 뭘 했는데? 예솔이 목을 조르길 했어, 명치를 때리길 했어, 따귀를 갈기길 했어? 아님 뜨거운 걸로 지지기라도 했어? 예솔이한테 내가 뭘 했냐고. (예솔이 그림을 건넨다) 무지개가 왜 일곱빛깔인지 이해할 수도 없고, 과일이 익어가는 것도 눈치 챌 수 없는 누군가의 세계를 난 외려 격려했어 연진아. 내 교실에선 색깔 같은 건 중요하지 않거든. 단지 그게 너한테 조금 불리할뿐이지.
연진-너.. 너 이거 어떻게 알았어?
동은-예솔이 같곤 뭐 안 해. 그거 말고도 할 거 많거든. 예를 들면 학부모 상담 같은 거? 근데 학부모 상담이 뭐, 엄마만 하는게 아니잖아? 그러니까 다시는 내가 어디까지 갈건지 니가 어디까지 떠밀리지 떠 보지 마. 난 니가 시들어가는 이 순간이 아주 길었으면 좋겠거든. 우리 같이 천천히 말라죽어보자 연진아. 나 지금 되게 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