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풍 <솔릭>에서 시련의 미학을 배웁니다 ♧
지난 주는 8년전 대한민국 전역을 뒤덮은 태풍 <곤파스> 보다 더 위험하다는 역대 급 초대형 제19호 태풍 <솔릭(Soulik)>이 한반도의 중심부를 강타하며 가져올 엄청난 재해와 그로 인한 손실로 대한민국을 긴장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던 한 주였습니다.
학교와 기업은 물론 많은 공공기관이 휴교와 재택근무라는 극약처방으로 다가올 태풍 피해에 만반의 준비를 하며 유비무환의 자세를 확립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생길 엄청난 재난으로 인한 폐기물 처리 관련 주식이 사전 상한가의 주가를 올리고 많은 보험사들이 보험구상으로 인한 막대한 손실이 점쳐지는 가운데 정작 태풍<솔릭>은 제주도를 포함한 호남과 충청 일부 지방을 강타하고 그 세력이 급격히 약화되면서 강원도 북동부 해상으로 빠져나갔습니다. 표현이 맞는지 모르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형국의 다소 허탈한(?) 느낌마저 갖게 하고 흐지부지되어 버렸습니다. <전설 속의 족장>이란 말의 뜻을 지닌 태풍 <솔릭>은 이처럼 말만 무성하게 남기고 이름 따라 전설 속으로 사라져갔습니다.
전국민들은 기상청을 비롯 수많은 방송매체에서 요란스럽게 떠들어 대던 공공연한 특급정보에 초비상 상황에서 드라마틱하게 때 아닌 사기극을 당한 것 같은 느낌이라는 뒷이야기가 태풍의 위력만큼이나 시끌벅적했던 지난 한 주였습니다.
이런 때를 결코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는 말 만들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그들의 놀이터인 소셜미디어를 통하여 신조어들을 하루 사이에 엄청나게 쏟아냅니다.
그 중의 하나가 <솔릭스럽다>라는 말입니다. 시작 전에 요란한 예고와 달리 막상 뚜껑을 열면 아무 것도 아니어서 허무하게 만드는 상황을 태풍 <솔릭>에 빗대어 만든 신조어입니다. 네티즌들은 또 ‘몹시 서두르고 부산하다’는 의미의 ‘설레발’이란 단어도 ‘솔레발’이란 말로 바꾸어 쓰고 있습니다. 일기예보와 달랐던 태풍 <솔릭>의 경로에 대해서는 ‘솔라이스’라고 비꼬기도 합니다. 당초 수도권을 관통하는 경로가 강원 동해안으로 비껴가자 <솔릭>의 이름과 골프용어인 <슬라이스>를 합성하여 '솔라이스’라는 말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대한민국 네티즌들의 천재적인 창의성이 돋보이는 대목입니다. 경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태풍이 이렇게 빗나가며 많은 이야기를 남기고 떠났지만 이번 태풍<솔릭>을 대하는 우리 국민들의 자세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무척이나 침착했고 진지했으며 한편 지혜롭기까지 했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지난 역대급 태풍의 엄청난 피해와 사전 준비 없이 당한 많은 상황들을 기억하고 사전 점검하며 최대한 피해상황을 줄이기 위한 많은 준비를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비록 양치기 소년의 우화로 끝났지만 지난 시간의 유사한 시련과 뼈아픈 경험이 주고 간 학습교훈을 통하여 우린 그에 걸맞은 대비책을 세우는 지혜가 발동하게 됨을 봅니다.
학창시절에 공부를 그리 열심히 한 편은 아니었어도 남들이 다 가지고 있었던 명심보감 같은 책이 저에게도 있었으니 하나는 영어과목의 <정통종합영어> (후에 성문종합영어로 변경)이고 또 하나는 수학과목의 <수학의 정석>이었습니다.
공부를 열심히 하든 하지 않든 간에 이 두 권의 책은 대학을 진학하기 위한 수험생이라면 몸에 꼭 지녀야 하는 보물단지나 신주단지 같은 것이어서 가격에 상관없이 구입하거나 아니면 선배들로부터 전가(傳家)의 보도(寶刀)나 가보(家寶)처럼 물려받곤 했습니다.
갑자기 뜬금없이 수학과 영어 과목 이야기를 꺼내 머리를 아프게 하고자 하는 의도가 전혀 없음을 먼저 밝히면서 오늘 제가 드리고자 하는 말씀은 <수학의 정석>의 문제풀이 유형이 우리들이 살아가는 삶의 방식과 유사한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말씀 드리기 위함입니다.
한번쯤 문제를 풀어 본 사람이라면 <수학의 정석> 유형을 기억하시겠지만 일단 각 페이지의 구성이 <예제>와 <유제>로 되어 있습니다.
예제(例題)란 말 그대로 본보기가 되는 연습문제라는 뜻입니다. 각 단원 별로 만들 수 있는 연습문제를 보기형식으로 만들어 제시하고 그 밑에 문제 풀이를 보여줍니다. 문제풀이라는 것은 소위 말하여 문제를 푸는 해법을 말하는 것입니다. 문제 풀이가 한가지가 아니라 두 가지 이상일 때도 있습니다.
수험생들은 그 예제를 풀면서 다른 유사한 문제가 나오면 응용하여 풀 수 있는 기술을 익히게 됩니다. 이러한 훈련을 위해서 <수학의 정석>에서는 그 <예제> 다음에 <유제>를 제시하고 해법은 책 뒤에 별도로 숨겨 놓습니다. 유제(類題)란 말 그대로 앞서 예시한 문제와 유사한 문제라는 뜻입니다. 이미 예시 문제를 풀었으니 이와 유사한 문제를 응용하여 풀어 보라는 뜻이지요! 기억나시지요?
어쩌면 우리들의 삶도 이와 유사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너무 오래되어 기억나실지(?) 모르지만 우리는 태어나서 어린 시절 홀로서기를 위하여 엄청나게 많이 넘어지는 훈련을 받게 됩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고 또 넘어지고… 그러면서 어린아이는 어느 날 스스로 우뚝 서게 되고 자랑스럽게 삶의 첫발을 내 딛게 됩니다. 그러다가 또 넘어집니다.
어린아이가 이렇게 걷기 위해서 약 2천번에서 5천번정도 넘어진다고 합니다. 혹시 어릴 적 이렇게 많이 넘어진 기억이 나십니까?
일단 어린 아이가 서게 되면서 어느 날 삶에서 스스로 홀로서기를 하는 나이가 찾아옵니다. 본격적인 인생의 출발선상에 서게 되는 날이지요. 우린 이 때를 성인이라고 부릅니다. 이 때부터 본격적인 삶 속에서 새롭게 넘어지고 또 다시 일어나는 훈련을 해 나가게 됩니다.
어려서 스스로 일어나는 훈련을 많이 한 어린아이는 커서도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본능적으로 스스로 일어나기 위해 그 어려운 문제를 낑낑거리며 해결하려는 습성이 있다는 심리학자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마치 우리가 <수학의 정석>에서 예제라는 수많은 연습문제를 푸는 것이 유사한 유제문제가 닥쳤을 때 응용하여 스스로 풀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한 평소의 훈련이듯이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로 어찌 보면 이와 유사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살아가면서 시련이란 놈이 주는 문제를 해결하면서 그와 유사한 놈이 닥쳤을 때 이전에 풀었던 예제 문제를 응용하여 풀어내는 능력인 지혜와 경험을 쌓아가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오늘 우리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모르지만 그 문제는 옛날 이미 풀었던 문제와 유사한 문제일 수도 있고 아니면 처음 보는 문제라면 다음의 더 큰 문제를 도전하기 위해서 풀어야 할 예시문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늘 다양한 형태의 문제에는 언제나 기막힌 문제풀이가 있었던 것처럼 우리의 삶의 문제도 결코 풀리지 않는 것은 없습니다. 우리가 그 문제를 포기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일 뿐입니다.
오늘은 어떤 문제를 가지고 고민하십니까? 귀중한 과거의 지혜와 경험을 살려 그 문제를 함께 도전해 보시지요. 어쩌면 어렵고 요란했던 그 문제는 쉽게 풀리기도 하고 싱겁게 사라지기도 할 것입니다.
마치 이번 태풍 <솔릭>이 그랬던 것처럼…
코칭으로 아름다운 동행 대표 최준영 장로
http://evergreenhill.modoo.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