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지가 아니라 희망을 팔고 싶습니다."
회사이름보다 '잘 풀리는 집'이란 브랜드로 더 유명한 미래생활의 변재락 대표(49)
그에게 화장지는 기능성 제품이 아니다. 그것은 희망이고 사람의 정과 따뜻한 마음이다. 변 대표는 '집들이나 개업식 때 선물로 들고 가는 화장지에는 '앞으로 일이 술술 잘 풀리기를, 사업이 번창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며 "희망과 정을 판다고 생각하면 한낱 화장지 회사에서 그치지 않고 또 다른 시장이 보인다"고 말했다.
그에게 화장지가 이 같은 '가치'를 전달해 주는 상품으로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 것은 2003년 무렵, '뽀삐' '비바' 등 두 글자 제품명 일색이던 화장지 시장에 '잘 풀리는 집'은 소비자 눈길을 끌며 집들이 선물로 큰 인기를 끌었고 덩달아 그의 회사도 잘 풀렸다.
창업 당시 직원 30명 정도의 판매업체에 불과했던 이 회사는 현재 제조 설비를 갖추고 매출 1000억원에 직원도 정규직과 유통망 판촉직원까지 합치면 300명 정도로 커졌다.
하지만 변 대표가 늘 잘 풀렸던 것은 아니었다. 사실 그는 한 때 우리나라 티슈 화장지의 대명사 격으로 통했던 모나리자의 창업주의 아들로 태어났다. 30대 중반까지 별 어려움이 없이 컸던 그는 아버지의 회사가 외환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결국 부도를 맞은 상황에서 경영 일선에 뛰어들게 됐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 직원들과 한마음이 돼서 이를 악물고 일했습니다. 하지만 적대적 인수.합병 하려는 세력과 결탁한 일부 직원들의 배신을 직접 목격하면서 솔직히 삶에 대한 회의마져 느낄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그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남아 있던 직원들이 그를 믿었고 어려운 처지에서도 그와 함께 밤을 새워 일했다. 위기가 닥칠 때마다 직원들과 솔직하게 대화하면서 문제를 풀어 갔다. 그는 "서로에 대한 믿음을 키워 나갔던 그때가 현재의 우리의 조직을 있게 한 밑거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은 여전히 순탄치 않았다. 모나리자는 결국 화의를 거쳐 남의 손에 넘어가고 말았다. 그는 화의 때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별도 법인으로 분리해 놓은 판매회사 '꿈과 희망이 있는 M2000'을 통해 재기를 노렸다. 2006년부터는 자체 제조 설비를 갖추고 이름도 미래생활로 바꾸었다.
더 이상 '모나리자'라는 브랜드는 쓸 수 없었다. 새로운 브랜드를 고심하다 내놓은 것이 '잘 풀리는 집'이었다. 브랜드에 걸맞은 아이템도 넣었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었던 문자메시지를 화장지에 새긴 것. 사람들은 호장지를 풀 때마다 '부자 되세요' '행복하세요'라는 글귀를 보면서 즐거워 했다.
품질에도 신경을 썼다. 새로운 설비를 들여 오면서 겹장 정도였던 두루마리 화장지 시장에서 처음으로 자체 생산설비로 삼겹장 제품을 내놓았다.
창립 10년 만에 매출 1000억원을 올린 미래생활은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덩치 확장에 나선다. 약 400억원을 투자해 청원IC근처에 신규 공장을 짓는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내년 말 공장이 완공되면 생산량은 2배 가까이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