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에서 사제의 권위는 주교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이를 다시 말하면 사제는 한 교구에 속해 있을 때 진정한 의미의 사제인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사제가 자기가 속하지 않은 교구에서 성사를 집전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일반적으로 주교들간의 암묵적인 동의의 틀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어느 주교가 타교구 사제는 우리 교구에서 집전할 수 없다고 선언하면 그 지침에 따르는 것이 원칙일 것이다.
그런데, 사제가 교구에 속해 있을 때 진정한 사제라는 의미는 사제의 교구 소속이 분명해야 한다는 뜻도 된다. 이것은 교회 사목을 하고 있는 사제에게는 너무 당연한 일일지 모르지만 특수 사목을 하고 있거나 현재 사목을 하고 있지 않는 사제에게는 문제가 될 수 있다. 가령 은퇴한 사제가 성사를 집전할 수 있냐하는 문제이다. 그래서, 성공회에서 쓰는 방법이 성사집전허가이다. (영어로는 Permit to Officiate, 또는 줄여서 PTO라고 한다)
성사집전허가는 크게 세 경우에 쓰는 것 같다. 첫째는 은퇴사제, 퇴직사제, 휴직사제의 경우이다. 일반적으로 사제가 은퇴한 경우 본인이 원하면 주교는 바로 성사집전허가를 주는 것이 보통이다. 단, 은퇴한 후 타지역으로 이사하는 사제는 새로 이사한 지역 관할 교구의 주교에게 성사집전허가를 신청해야 한다. 이렇게 은퇴한 후 성사집전허가를 받으면 필요할 경우 교구 내, 또는 다른 교구에서 성찬례나 다른 성사를 집전할 수 있다. 은퇴 연령이 안 되었는데 본인의 의사로 퇴직한 경우에도 성사집전허가를 주는 경우가 있다. 가령 우리 교구 (Adelaide)에 한 사제가 사제 생활의 스트레스 때문에 사제직을 접고 다른 직장을 구하기로 했는데 주교님이 성사집전허가를 해 주셨다.
두번째는, 초교파 사역을 하는 경우다. 초교파 사역을 할 경우, 주교의 권한 아래에서 사목을 하지 않는 것이 되므로 교구의 정식 사제라고 말하기가 힘들다. 그러나, 성공회 서품을 받은 사제가 교구 소속이 없으면 더 이상 성공회 사제가 아닌 것이 되므로 주교는 성사집전허가를 해 주는 경우가 많다. 우리 교구에는 이 지역에 있는 초교파 신학대학의 학장이 성공회 사제인데 교구에서는 성사집전허가를 받았다.
세번째는 드문 경우고 별 의미도 없는 경우이지만, 타교구의 사제가 해당 교구에서 많은 활동을 할 경우, 그 교구에서의 활동을 인정하는 의미에서 그 교구의 성사집전허가를 주기도 한다. 가령, 교회 사목을 하는 한 사제가 교회와의 합의하에 1년에 3개월을 해외에 가서 선교 사역을 돕는 경우이다. 이런 경우 3개월 활동하는 교구에서 성사집전허가를 주기도 한다. 별 의미가 없다고 한 이유는 이 경우 성사집전허가가 없어도 타교구 사제의 자격으로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활동을 격려하는 의미에서 성사집전허가를 준다.
교구마다 법이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성사집전허가를 받은 사제는 교구의회의 의원이 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