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습지와 호수, 바다로 이어지는 강릉 경포 전경. 올해 27만㎡에 달하는 습지가 복원되면서 경포에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2급 식물인 ‘가시연 꽃’이 군락을 이뤄 되살아나는 등 ‘생태 기적’의 현장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강릉/이재용 |
밤이 되면 다섯 개의 달이 뜨고, 날이 밝으면 호수와 바다, 숲이 명품 오케스트라처럼 어우러져 뭇 생명에게 감동과 활력 에너지를 선물한다.
최근 한 독일인은 아예 이곳에 터 잡고 살 작정으로 둥지를 틀었다. 바다와 호수, 산이 이렇게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곳은 본인이 다녀 본 지구상 어디에도 없다는 찬탄과 함께 아예 모국의 어머니까지 이곳으로 모시고 왔다.
유럽에서 온 벽안의 이방인이 반한 그곳은 다름 아닌 강릉 경포다.
동해안 최대의 석호인 ‘경포호’를 끼고 있는 강릉 경포는 자연경관과 관광에 관한 한 ‘대한민국 대표선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이다.
예로부터 수많은 시인, 묵객들이 지고의 자연미에 취해 최고의 찬사를 바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고, 요즘도 여름 피서철을 비롯해 세파에 찌든 현대인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으니 동해안 관광은 경포가 그곳에 있음으로 인해 시작되고, 끝을 맺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경포에 올해 또 한 번 세인들을 유혹하는 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2010년부터 저탄소 녹색도시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경포 습지 복원사업이 시작되고, 27만㎡ 습지가 지난 4월 준공을 보게되면서 복원된 습지 곳곳에 멸종위기 식물 ‘가시연’이 되살아나 꽃을 피운 것은 경포의 생태관광 명소화에 소중한 자양분을 더한 것으로 평가된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2급인 ‘가시연’은 지난 1960년대 말까지만 해도 경포호 주변에 널리 분포하면서 ‘깃대종’ 역할을 했으나 1970년대 들어 습지가 농경지로 개간되면서 자취를 감춰 지난 50여 년간 경포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식물이었다. 농경지 개간 후 땅 속에 묻혀 있던 가시연 매토 종자가 습지 복원사업이 진행되면서 수십년만에 다시 발아했으니 경포는 지금 ‘생태 기적’의 현장이다.
|
|
|
|
습지 곳곳에 군락을 이뤄 되살아난 가시연은 지난 7월∼9월 꽃을 피워 경포의 생태·경관미에 화룡점정을 찍었고, 강릉시는 무려 50여년 세월이 지나는 동안에도 멸실되지 않고, 땅 속에서 끈질기게 살아남은 가시연의 생명력에 큰 의미를 부여해 습지 명칭을 아예 ‘경포 가시연 습지’로 정했다.
습지 복원에 이어 지난 8월∼9월에는 경포에 생태저류지가 조성되면서 전국
나들이객들의 방문 발길을 재촉했다.
습지 상류 죽헌동 일원 25만3000여㎡에 하류의 수해예방을 목적으로 저류지가 새롭게 준공되고, 강릉시가 주변에 대단위 코스
모스 단지를 조성하면서 가을 낭만의 상징인 코스모스 물결을 눈으로 확인하려는 관광 인파가 전국 각지에서 쇄도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저류지 준공은 경포 호수∼습지∼저류지로 이어지는 생태관광벨트의 완성이라는 측면에서 더욱 주목을 끈다.
오죽헌, 선교장, 참소리 축음기
박물관 등 주변의 즐비한 역사문화 자원과 어우러져 현대인들이 열광하는 ‘아날로그’, ‘힐링’의 진수를 맛 볼 수 있는 거대한 생태관광 벨트가 눈앞에 펼쳐지니 경포는 이제 자연과 역사·문화의 종합선물 꾸러미로 대한민국 대표 위상을 확고히 다졌다.
그 황홀한 유혹의 현장을 두발로 걸으면서 확인할 수 있는 ‘강릉 바우길 가을걷기
축제’가 19일 오전 9시30분부터 경포 일원에서 열린다.
경포 가시연 습지 복원을 기념해 열리는 이번 걷기 축제는 경포 호수공원∼생태습지∼운정삼거리∼생태저류지∼강릉 선교장∼시루봉∼경포대∼인월사∼경포해변∼호수공원 10㎞ 코스를 3시간에 걸쳐 걷는 일정으로 진행된다.
호수와 바다, 소나무 숲, 습지, 문화
유산 등 강릉의 자랑거리를 깊어가는 가을 정취속에서 온 몸으로 만끽할 수 있는
행사다.
막걸리 축제와
공연이 곁들여지는데다 걷기 코스가 조선시대 사대부가의 전형인 ‘강릉 선교장’을 관통하는 경로로 이어져 기대를 더한다.
이번 걷기 축제는 강릉 경포의 생태관광 활성화는 물론
제주 ‘올레길’,
지리산 ‘
둘레길’ 등과 함께 도보 탐방 명소로 전국적 유명세를 얻고 있는 ‘강릉 바우길’의 탐방·관광객을 배가시키는데도 기폭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강릉시 관계자는 “경포 일원에는 화석연료 제로화
시스템을 체감할 수 있는 ‘강릉 녹색도시체험센터’가 최근 시험가동에 들어간데 이어 내년 말까지는 150종 1만3000여마리의 어류를 볼 수 있는
대형 아쿠아리움 기능을 겸한 석호 생태관 건립도 추진된다”며 “경포에서 잇따라 현실화되고 있는 걷기와 녹색 생태관광 명소화 사업은 여름철 중심의 경포 관광
패턴을 사계절 형으로 변모시키는 견인차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릉/최동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