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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03
씬/1 D, 현재, 장기미제 전담팀
믿기지 않는 얼굴로 화이트보드에 변한 글씨를 보고 있는 해영.
‘현풍역 미수사건’ ‘생존자 이미선’
내가 정말 미친 건가? 정신차리자 양뺨 때려보다가 다시 보지만, 여전히 글씨는 변해있다.
그때, 뒤쪽으로 커피들고 지나가는 헌기.
해영, 다급히 그런 헌기를 붙잡고.
해영 : 저거.. 정형사님이 그런 겁니까?
헌기 : 무슨 소립니까?
해영 : 피해자 이미선이 생존자로 돼 있잖아요.
헌기 : (보다가) 맞잖아요. 생존자.
헌기, 자기 자리로 돌아가고..
다시 고개 돌려 떨리는 눈빛으로 화이트보드판 이미선을 바라보는 해영.
씬/2 D, 현재, 거리일각
떨어진 수첩을 들어올려 보고 있는 수현. ‘현풍역 생존자’ ‘이미선’이란 부분을 보는데 울리는 전화. 해영이다.
수현 : (전화받는) 왜?
해영(소리) : 이미선 말입니다. 현풍역에서 살해당한...
수현, 수첩을 확인하다가.
수현 : ..무슨 소리 하는 거야? 현풍역은 미수로 그쳤잖아.
씬/3 D, 현재, 또 다른 거리일각
혼란스러운 얼굴로 운전을 하며 수현과 블루투스로 통화중인 해영.
해영 : (점점 더 혼란스러워 지는) 그게 무슨 소리에요. 미수라뇨! 이미선은 죽었어요. 분명히...
씬/4 D, 거리일각
수현 : 박해영 프로파일러님. 글씨 못 읽어? 이미선은 그때, 살아났어. 분명히.
씬/5 N, 과거, 현풍역 기찻길
엉덩방아를 찧은 재한, 정신을 추스르는데
미선, 정신이 든 듯, ‘으으으으’ 겁에 질려 뭐라뭐라 외친다.
재한 : (그제야 정신을 수습하고 다가가) 괜찮으세요?
하며, 미선의 묶인 손과 발을 풀려고 하는데,
미선, 더욱 겁에 질린 눈빛으로 뭐라뭐라 한다.
재한 : 잠시만요. 곧 풀어드리겠습니다.
미선, 더욱 미친 듯이 비명과도 같은 괴성을 지른다.
그런 미선 시선 쫓아가보면, 재한의 등 뒤로 은밀하게 나타나는 모자남, 들고 있던 쇠파이프로 재한을 내려치려는 순간,
재한, 눈치 채고 아슬아슬하게 몸을 날려 피하고,
다시 그런 재한을 내려치려는 모자남에게 달려드는 재한. 한방을 먹이고, 엎치락 뒤치락 하는 모자남과 재한.
그러다가 재한의 손길을 뿌리친 뒤, 도주하기 시작하는 모자남.
재한, 역시 다급히 정신을 차리고, 그 뒤를 쫓기 시작한다.
기찻길을 벗어나 골목길로 꺾는 모자남.
씬/6 N, 과거, 골목길 일각/대로변
빠르게 도주하던 모자남. 그 뒤를 쫓는 재한.
모자남, 미로같은 골목길에서 보일 듯 보일 듯, 자꾸만 사라진다.
그 뒤를 헐떡거리며 쫓는 재한의 시선. 이대로 놓칠 듯 보이는데..
드디어 골목이 끝나고, 한산한 시골 소읍 분위기의 대로변으로 나서는 순간,
휙 앞쪽으로 뛰어가는 검은 색 티를 걸친 남자를 발견하고 덮친 뒤, 주먹으로 한 방 먹여버린다.
범인을 제압한 뒤 헉헉 거리며 벌벌 떨리는 손으로 겨우 수갑을 채우는 재한의 등 뒤로
멀리 희미한 두 개의 점처럼 보이는 버스의 브레이크 등.
씬/7 D, 현재, 아파트 경비실 앞
경비실 창문을 두드리는 손, 보면 해영이다.
창문 열리면서 나오는 얼굴, 과거보다 훨씬 늙고 초췌해진 창수(70대 초반).
창수 : 무슨 일이시죠?
해영 : (신분증 보여주며) 서울지방경찰청, 박해영 경윕니다. 경기남부 사건 담당형사였던 김창수씨 맞죠?
창수 : (경찰 신분증 보자 얼굴 무섭게 매서워진다)
씬/8 D, 현재, 아파트 일각
아파트 뒤편, 인적이 없는 재활용 쓰레기장 같은 곳으로 걸어들어오는 창수. 그 뒤를 빠르게 쫓는 해영.
해영 : 잠시만요. 하나만 확인하면 됩니다.
창수 : 가! 난 할 말 없어.
해영 : 현풍역이요. 거기서 이미선이 살아난게 확실합니까? 그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에요?
‘현풍역’이란 소리에 우뚝 멈춰서는 창수. 뒤를 돌아보는데 눈가가 더욱 매서워있다.
창수 : 모두.... 그 빌어먹을 순경놈 때문이야.. (이를 갈 듯이) 영산서 소속 이재한 순경...
해영 : (멈칫..) 이재한..이요?
창수 : 이상한 무전을 받았다는 헛소리나 지껄이더니....
해영 : (믿기지 않는) 무...전...
창수 : 그 놈이 모든 걸 망쳤어! 그놈이!!
믿기지 않는 얼굴로 무섭게 자신을 노려보는 창수를 보는 해영.
씬/9 N, 과거, 오성서 건물 앞
소식을 들은 듯, 쾅 건물 문 열리며 뛰쳐나오는 당시의 창수를 비롯한 형사들.
설마.. 하는 기분도 있지만, 묘한 흥분과 긴장이 겹쳐 있다.
그런 건물 앞, 싸이렌을 켜고 서 있는 순찰차에서 내려서는 재한.
여기저기 피투성이에 지친 얼굴로, 뒷문을 열고 누군가를 끌어내린다.
보면 수갑을 찬, 검은 티의 사내. 재한에게 맞은 듯 여기저기 멍이든 신경질적인 얼굴의 20대 초반의 최영신이다.
창수, 그런 영신을 일으켜 세우는.
창수 : (보다가 재한에게) 이놈이야?
재한 : 현장에서 체포했습니다. 이놈한테 당할뻔 했던 증인도 있습니다.
창수, 그런 재한을 보다가... 영신을 본다.
영신 : 난 아닙니다...
영신 말이 끝나기도 전에 누가 말릴 새도 없이 영신에게 한방 먹여 버리는 창수. 뒤에서 말리는 형사들.
창수 : (식식거리다가) 이 놈 조사실로 연행해.
형사들, 영신을 끌고 건물 안으로 들어서고, 창수, 재한을 본다.
창수 : 수고했어.
창수 역시 들어가고 홀로 남은 재한. 그제야 긴장이 풀린 듯, 한숨 내쉬는.. 뿌듯하고, 보람된 얼굴.
씬/10 N, 현재, 장기미제 전담팀
텅 빈 사무실,(다른 팀도) 불이 켜지면서 들어와 화이트보드판 앞에 서는 해영. 다시 한번 화이트보드를 확인해본다.
‘현풍역 미수사건’ ‘생존자 이미선’ 그 옆에는 ‘용의자 체포’ ‘이름 최영신’ 정도 글씨 보이고
해영, 멍하니 그런 글씨를 바라보는데..
-인서트
-1부 25씬. 진양서 건물 앞에서 무전을 받던 해영.
재한(소리) : 김윤정 유괴사건 용의자 서형준 시신입니다. 엄지손가락이 잘려있어요.
누군가 서형준을 죽이고 자살로 위장한 겁니다.
-빠르게 교차되는 장기미제전담팀의 혼란스러운 얼굴의 해영.
해영(소리) : ...서형준은 2000년에 죽었는데.. 시신이라고 했어.. 백골사체가 아니라..
-인서트
-2부 37, 39씬, 무전하고 있는 재한.
재한 : ...나는 이게 마지막 무전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닙니다.. 무전은 다시 시작될꺼에요.
그땐 경위님이 날 설득해야 합니다. 1989년의 나를..
-다시 장기미제전담팀의 해영.
해영 : 2000년.. 마지막 무전.. 1989년의 이재한 순경..
-2부, 53씬. 무전을 하던 20대 초반의 재한.
재한 : 순 스물 둘, 경기 영산서 순경 이재한. 누구십니까?
-2부, 60씬, 무전을 하던 해영.
해영 : 대한민국 경찰 중에 그걸 모르는 사람도 있습니까? 7차는 3번국도 옆 갈대밭. 8차는 현풍역 기찻길.
-2부, 77씬. 바람에 커텐 흔들리며 저절로 움직이는 화이트보드판. 흐릿해지면 오성동 놀이터 사진으로 변하는 현풍역 사진들.
-현재, 장기미제전담팀으로 돌아오면 믿기지 않는 표정의 해영의 모습위로 창수의 목소리.
창수(소리) : 모두....그 빌어먹을 순경놈 때문이야.. 영산서 소속 이재한 순경. 이상한 무전을 받았다는 헛소리나 지껄이더니....
해영, 혼란스러운 시선으로.
해영 : 말도 안돼.. 이건 말도 안돼...
하다가 멈칫한다. 어디선가 또 다시 ‘치치칙’ ‘치치칙’ 무전기 잡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떨리는 시선으로 바라보면 가방안, 무전기다. 휙 시계보면 11시 23분. 여전히 들려오는 무전기의 잡음소리.
무서운 거라도 본 듯 무전기를 바라보는데, 들려오는 재한의 목소리.
재한(소리) : 순 스물 둘. 영산서 소속 이재한 순경입니다!
해영, 가만히 떨리는 눈빛으로 무전기를 보는..
씬/11 N, 과거, 오성서 건물 앞
여전히 오성서 앞에 있는 재한, 무전기 너머에서 대답이 없자.
재한 : 순 스물 둘. 영산서 소속 이재한. 어디 서 누구십니까?
씬/12 N, 현재, 장기미제 전담팀
해영, 떨리는 시선으로 무전기 잡아챈 뒤.
해영 : ...당신.. 누구야?
씬/13 N, 과거, 오성서 건물 앞
재한, 해영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반갑고 신나는.
재한 : 박해영 경위님? 나에요 이재한 순경!
씬/14 N, 현재, 장기미제 전담팀
해영 : ...당신 진짜 누구야?!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씬/15 N, 과거, 오성서 건물 앞
재한 : (영문을 모르겠는)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지만, (신이 난) 그것보다 범인을 잡았습니다. 현풍역 기찻길에서요.
씬/16 N, 현재, 장기미제 전담팀
해영 : (멈칫)
씬/17 N, 과거, 오성서 건물 앞
재한 : (그저 기분 좋고 밝은) 모두 경위님 덕분입니다. (하다) 그런데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데요.
현풍역 기찻길은 어떻게 아신 겁니까?
씬/18 N, 현재, 장기미제 전담팀
해영 : (자기도 미치겠다) 지금.. 당신 나랑 장난하자는 거야? 당신 지금 어디야? 당장 갈테니까 대답해. 어디냐구?
씬/19 N, 과거, 오성서 건물 앞
재한 : 어디긴 어디에요. 오성서 앞이죠. 방금 최영신 넘기고 나오는 길입니다.
씬/20 N, 현재, 장기미제 전담팀
영신의 이름을 듣고 굳는 해영.
해영, 다급히 변해버린 화이트보드판으로 바라본다. ‘현풍역 기찻길’ ‘생존자 이미선’ ‘용의자 체포’ ‘최영신’이란 글씨.
무전기에서 들려오는 재한의 목소리.
해영 : (떨리는) 최영신...? 정말.. 당신이 최영신을 잡았어?
재한 : 예, 최영신이요.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백수놈이더라구요.
‘최영신’ 옆쪽을 보면 ‘나이 20세’ ‘직업 무직’ 그 옆쪽으로 이어지는 기록을 보는 해영의 시선.
해영 : (아직도 믿기지 않는, 오히려 기가막히는) 정말.. 거기가.. 1989년이라구?
씬/21 N, 과거, 오성서 건물 앞
재한 : (의아한) 그게.. 뭔 소리세요? 경위님.. 어디 아프십니까?
씬/22 N, 현재, 장기미제 전담팀
뭐가 뭔지 여전히 혼란스러운 해영.
해영 : 당신, 나하고 뭐하자는 건지 모르겠는데.. 정말.. 정말 거기가 1989년이면.. 최영신은 죽어.
씬/23 N, 과거, 오성서 복도
형사들에게 이끌려 조사실로 향하고 있는 영신. 그런데 얼굴빛이 긴장을 해서인지, 좋지가 않다. 발도 자꾸 엇갈리는..
그런 영신의 뒤통수를 갈기는 창수. ‘빨리 못 걸어?’
씬/24 N, 과거, 오성서 건물 앞
재한 : 예? 그게 무슨 소리에요. 최영신이.. 왜 죽어요?
씬/25 N, 현재, 장기미제 전담팀
화이트보드에 적힌 글씨들, 보여지면 ‘용의자 체포 최영신, 지병인 간질발작으로 조사도중 사망’
‘8차, 오성동 놀이터. 피해자 황민주. 직업 버스안내양 11월 5일 발견’
해영 : 최영신은 진범이 아냐. 최영신이 죽는 시간에 오성동 놀이터에서 여덟 번째 희생자가 죽을 거야.
정말 당신이 1989년 경찰이라면 막을 수 있겠지.
씬/26 N, 과거, 오성동 놀이터 앞
버스 회사를 퇴근하고 걸어나오는 20대 초반의 민주. 따박따박 걸어가는데, 저 앞쪽으로 놀이터가 보인다.
그런 민주를 바라보는 불길한 시선.
씬/27 N, 과거, 오성서 복도
복도를 걸어가던 영신. 순간, 발작을 일으키면서 쓰러진다.
놀라서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형사들.
씬/28 N, 과거, 오성서 건물 앞
의아한 얼굴의 재한.
재한 : 도대체 그게 무슨....
하는데, 뚝 끊기는 무전.
재한, 다시 한번 무전기를 툭툭 치며 ‘박해영 경위님! 경위님!’ 무전을 시도해 보지만, 무전기는 울리지 않는다.
그런 무전기를 바라보던 재한, 뭔지 모를 불길함을 느끼고 오성서 건물을 보다가 뛰어 올라간다.
씬/29 N, 현재, 장기미제 전담팀
역시 조용해진 무전기.
무전기를 바라보다가 설마 하는 시선으로 화이트보드판을 가만히 바라보는 해영.
씬/30 N, 과거, 오성서 건물
조사실을 향해 뛰어 올라가는 재한.
씬/31 N, 과거, 오성동 놀이터
놀이터를 지나치던 40대 중반의 천구. 어둠속에서 그네가 움직이고 있고, 그 뒤쪽 어둠속에 쓰러져 있는 희긋한 물체.
갸웃하며 다가가 어둠속을 응시하는데..
씬/32 N, 과거, 오성서 복도
재한, 조사실을 향해 뛰어가는데, 저 앞쪽에 굳은 얼굴로 모여있는 형사들.
재한 : (빠르게 다가가며) 무슨 일입니까? 왜요?
형사들 사이를 파고드는 재한.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본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영신.
창수 미친 듯이 영신의 가슴팍을 누르며 심폐 소생술을 해보고 있지만, 영신은 이미 숨이 멎은 상태다.
씬/33 N, 과거, 오성동 놀이터
갸웃하며 그네 쪽으로 다가가던 천구, 헉! 놀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난다.
어둠속에 손발이 묶인 채, 숨져 있는 민주의 시신이다.
씬/34 N, 과거, 오성서 복도
놀라서 숨진 영신을 굳은 얼굴로 바라보고 있는 재한. 굳은 얼굴의 형사들. 여전히 심폐소생술 중인 창수.
그때, 저 멀리에서 다급히 달려오는 형사1.
형사1 : 또 다른 피해자가 발견됐어요!!
재한 : (굳은 얼굴로 바라보는)
형사1 : 오성동 놀이터에요.. 여덟 번째.. 피해잡니다.
창수, 그 말에 힘이 빠지는 듯.. 비틀..
재한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런 형사1을 바라본다.
씬/35 N, 현재, 장기미제 전담팀
떨리는 시선으로 화이트보드판을 바라보는 해영.
째깍째깍 영원처럼 흘러가는 시간. 이미 12시를 넘겼다. 그러나 글씨들은 변함이 없다.
씬/36 D, 현재, 도서관
도서관 신문열람실에서 과거 빛바랜 신문철을 한 장 두장 넘기고 있는 해영.
11월 6일, 이미선이 살아난 다음날 신문에 멈추는 해영.
기사를 보는 해영의 시선 떨린다. ‘경기남부 8차 희생자 발생’ ‘무능한 경찰, 진범이 아닌 무고한 시민을 체포’
‘용의자로 몰린 청년의 안타까운 죽음’ 도배된 기사들이다.
해영(소리) : (혼란스러운) 기사들도 다 바뀌었어...
혼란스러운 시선으로 기사들 보던 해영, 그러던 중 작은 하단 박스기사 하나를 보고 놀라서 멈칫한다.
‘말단 순경, 주부를 살리다’라는 헤드라인 아래,
주부 이모씨를 살린 순경은 강력계 형사가 아닌 순찰을 돌던 말단 순경이란 내용의 기사.
한쪽에 작은 동그라미 사진, 흐릿한 20대의 재한의 사진. 하단엔 ‘이재한 순경’이란 이름.
사진을 유심히 바라보던 해영. 다급히 가방을 열어 이재한 형사들(?)의 이력서들을 꺼낸다.
한 장 두장 넘기다가 진짜 재한의 이력서를 들고 과거신문의 기사와 비교해본다.
이력서에 붙은 재한의 사진... 흐릿하지만 사진이 같다.
놀라서 재한의 이력서를 바라보는 해영.
1989년, 88올림픽 유도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 1989년~1991년, 경기남부 영산서. 직급 순경.
해영(소리) : (믿기지 않는..그러나 믿을 수 밖에 없는) ...이게.. 도대체... 그..무전이.. 진짜였어..
충격에 빠진 얼굴로 이력서와 옛날 기사를 번갈아 보다가..
기사에 나온 ‘기적적으로 살아난 주부 이모씨‘라는 글씨를 바라보는..
씬/37 D, 골목일각
평범한 서울 인근의 작은 상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골목.
해영, 주소를 적은 종이쪽지를 보면서 두리번거리며 걷고 있다.
그때 저 앞쪽으로 보이는 허름한 치킨집.
저긴가? 하면서 천천히 다가가는데..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수현이다.
수현(소리) : 잠시면 됩니다.
미선남편(소리) : 나가라는 말 안들려!!
해영, 무슨 소리지? 열려있는 치킨집 문 안을 빼꼼히 보는데..
씬/38 D, 치킨집 안
개업 준비중인 듯한 치킨집 안.
주방 쪽에서 수현을 상대도 안하겠다는 듯 묵묵히 정리하고 있는 50대 초반 정도의 미선의 남편을 수현이 계속 설득중이다.
수현 : 경기남부 연쇄살인사건, 재수사를 하고 있습니다. 부인께서는 그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셨어요.
미선남편 : 그때 형사들한테 다 얘기했다구. 어두워서 얼굴도, 아무것도 기억 안난다고!
수현 : 그럼 외람되지만, 부인의 유품이라도 잠시 보여주시면..
순간, 수현의 얼굴에 확 뿌려지는 물세례. 수현... 아... 뚝뚝 물에 흠뻑 젖어 있는데..
그 맞은편, 부들부들 떨면서 대야를 들고 서 있는 미선남편.
미선남편 : 당신 말대로 우리 마누라 그 험한 일을 겪고도 살아났어. 그런데, 그런 여편네를 죽인게 누군줄 알어?
당신같은 사람들이야. 무슨 일을 겪었냐. 어떤 일을 겪었냐. 기억하고 싶지도 않은 일을 묻고 묻고 또 묻고..
그러다가 병 걸려 죽게 만든거라고!
수현 : (물 뚝뚝 떨어뜨리면서도 예의바르게 인사하는) 죄송합니다. 다음번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씬/39 D, 치킨 집 밖 골목길 일각
치킨집을 나서던 수현, 밖에 서 있는 해영을 보고 우뚝 멈춰선다. 서로 가만히 보다가.
수현 : (대충 손으로 물기 닦으며 간다) 여긴 웬일이야?
해영 : (따라 걸으며) 맨날 이런 식입니까?
수현 : 맨날 이런 식이면? 겁나니? 우린 형사들한테만 욕 먹는게 아니야. 유가족들은 더하지. 범인도 못 잡은 무능한 경찰들인데..
그때, 뒤쪽에서 ‘저기요’하는 젊은 여자의 목소리.
해영, 수현 돌아보면 이십대 중반의 평범하게 생긴 여자가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다.
씬/40 D, 카페
마주앉아 있는 수현과 해영, 20대녀.
20대녀 : 아빠 일은 죄송해요. 기자들도 그렇고 사람들이 계속 찾아와서.. 많이 힘들어 하셨거든요.
수현 : (보다가) 실례지만, 혹시 어머님께 당시 사건에 대해서 들은 건 없나요?
20대녀 : 우리도 그 사건에 대해 들은 건 없어요.
수현, 해영 : (말없이 보는)
20대녀 : 아까, 가게 안에서 들었는데.. 엄마 유품이라도 보고 싶다고 하셨죠.
작은 가방 안에서 옷가지 몇 개와 책을 꺼내 건네는 20대녀.
그런 유품들을 살펴보는 수현. 해영, 옆에서 바라보고.
20대녀 : 외출도 거의 없으시고, 집에만 계셔서.. 많지는 않아요.
수현 : 혹시 메모나 일기, 그런 건 없었나요?
20대녀 : 아뇨. 그게 다에요.
그때, 책 사이에 끼어 있는 낡은 사진 한 장을 발견하는 수현.
책을 열어 확인하면, 과거, 20대녀가 아기였을 때 찍은 사진인 듯, 젊었을 때의 미선과 미선남편이 아기를 안고 찍은 사진이다.
미선은 핏기 없이 초췌한 얼굴이지만, 그래도 아기를 다정하게 안고 있는..
20대녀 : 엄마가 살아있다고 해도, 그때 형사분들한테 얘기한게 다일꺼에요. 정말 최선을 다해서 조사에 임하셨다고 하셨어요.
수현, 해영 : (보는)
20대녀 : 그 사진이 있는 건, 그 분 때문이라고 그러셨거든요. 현풍역 기찻길에서 엄마를 구해줬던 순경분.
해영 : (멈칫, 보는)
20대녀 : 그때, 엄마 뱃속에 제가 있었어요. 만약, 그때 그 순경분이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그 분이 그 시간, 그 자리에 없었다면..
저도 엄마도 아마 이 세상에 없었을 꺼에요...
해영 : (시선)
20대녀 : 그때, 누군지 가르쳐주지 않아서 직접 인사도 못 드리셨대요.
그래서 엄만 다른 형사 분들한테라도 잘해야 된다고 그러셨어요.
담담히 얘기하는 20대녀를 가만히 보는 해영. 자신과 재한이 살린 사람이다. 떨리는 눈빛으로 바라본다.
씬/41 D, 도로일각
카페 앞, 해영과 수현에게 인사하고 돌아서는 20대녀.
수현 : 그런데, 하라는 자료분석은 안하고 여긴 왜 온 거야?
해영 : (이유를 말할 수가 없다. 아직도 혼란스러운) 그게...
수현 : 대답해. 왜 유가족들 찾아온 거냐구.
수현, 해영 빤히 본다. 해영, 그런 수현 보다가.
해영 : 만약에요.
수현 : (보는)
해영 : 만약에.. 과거에서 무전이 온다면.. 어떨 것 같아요?
수현 : (빤히 본다)
해영 : 말도 안되는 황당한 얘기로 들리겠지만...
수현 : 과거에서 무전이 와서 유가족들 만나러 왔다? 그걸 변명이라고 하는 거야?
해영 : (보는 하.. 말이 안 통한다) 참.. 말이 안 통하시는 경위님이시네. 됐습니다. 분부대로 얌전히 복귀하겠습니다.
해영, 휙 돌아서서 가는데.
수현 : 소중한 사람을 지켜달라고 하겠지.
해영 : 예?
수현 : 과거에서 무전이 온다면..
해영 : (보는).. 그러다 모든 게 더 엉망이 돼버리면요?
수현 : 해보지도 않고 후회하느니, 엉망이 되더라도 해보는게 낫지 않겠어?
해영, 그런 수현을 보는..
씬/42 N, 해영의 옥탑방
책상에 앉아서 생각에 잠긴 해영의 모습위로.
재한(소리) : 무전은 다시 시작될꺼에요. 그땐 경위님이 날 설득해야 합니다. 1989년의 나를..
해영, 천천히 가방에서 무전기를 꺼내 바라본다.
재한(소리) :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과거는 바뀔 수 있습니다.
해영, 떨려오는 눈빛.
해영(소리) : 왜..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지만.. 살릴 수 있어...
이 무전으로... 죽은 사람들을 살리고.. 범인을.. 잡을 수 있어...
-시간경과되면
-가방안에서 가지고 온 자료들을 하나둘씩 책상위에 내려놓는 해영
-책상 옆 작은 화이트보드판에 하나둘씩 채워지는 해영만의 수사기록.
칠판을 반으로 나눠서 한쪽은 ‘前’, 다른 한쪽은 ‘後’ 과거의 기억과 변해버린 수사기록을 교차해서 적는 해영의 모습 위로.
해영(소리) : 이재한 형사와 무전을 하고 이미선이 살아나고 난 뒤 희생자는 한명이 줄었지만.. 피해자는 똑같아..
‘前’부분에는 1차부터 10차까지 해영이 기억하고 있는 무전 전의 범행들을 적는다.
이미선도 포함된 1차부터 10차까지의 범행기록들.
‘8차 이미선. 25세, 주부, 발견장소 현풍역 기찻길, 발견시간. 11월 5일 밤 아홉시
9차, 황민주 21세. 버스안내양. 발견장소 오성리 논두렁길 발견시간 11월 25일, 밤 열한시
10차, 김원경 22세. 공무원. 발견장소 현풍산 약수터 뒷길 발견시간 12월 10일. 새벽 다섯시.
‘後’부분에 바뀌어진 수사기록들을 확인하며 바로 옆줄에 비교가 쉽게 바뀐 부분들을 적는 해영.
‘8차, 황민주 21세, 버스안내양. 발견장소 오성동 놀이터 발견시간. 11월 5일 밤 열 한시.
9차, 김원경 22세, 공무원. 현풍동 골목길 발견시간. 11월 7일. 밤 아홉시 반.
바뀌어진 수사기록, 범행시간이 퀵줌으로 비춰지는 화면.
해영(소리) : ..황민주..김원경.. 피해자들은 똑같은데 범행시간이 모두 앞당겨지고 범행장소가 변했다.
수사기록을 바라보는 해영의 모습위로.
해영 : 무전으로 바뀌어진 현풍역 미수사건.. 그때, 범인에게 무슨일이 벌어졌어.. 범행을 앞당길 수 밖에 없었던 무슨 일이..
-1차부터 9차까지 발견된 장소들을 확인하는 해영.
해영(소리) : 범행을 저지른 장소는 주로 수풀, 갈대밭, 논두렁.. 인적이 없고 관찰이 용이하지 않은 폐쇄적인 장소.
8차, 9차 피해자도 원래 살해된 장소는 논두렁길과 약수터 뒷길이 었지만, 바뀐 장소는 놀이터, 골목길..
비교적 통행량이 많은 오픈된 장소다.
장소들을 혼란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해영.
해영(소리) : 범인의 사냥터가 바뀌었다. 도대체.. 왜지?
씬/43 D, 장기미제 전담팀
아침, 전담팀 한쪽에 놓여진 회의용 테이블에 둘러앉아 있는 팀원들.
테이블 위 수현과 계철이 가지고 온 자료들이 쌓여있고,
수현, 한 장씩 순서대로 적힌 피해자들 목록을 해영, 계철, 헌기에게 나눠주면서.
수현 : 1차부터 9차까지 모든 피해자들의 인적사항이에요.
계철 : (심드렁한) 이 사건은 안된다니까..
수현 : (계철에게) 그만 좀 하고 자료 좀 검토하시지.
수현의 한마디에 어쩔 수 없이 다시 자료보는 척 하는 계철.
해영도 그런 사람들을 둘러보는..
해영(소리) : 범행사실이 바뀐 걸 아는 사람은... 나 뿐이다. 내가 찾아내야 해. 범행이 앞당겨진 이유를..
화이트보드판을 바라보는 해영의 시선.
9차, 김원경 22세, 공무원. 현풍동 골목길 발견시간. 11월 7일. 밤 아홉시 반.
해영(소리) : 또 다른 희생자가 생기기전에...범인을 찾아내야 해..
씬/44 D, 과거, 오성서 사무실
재한을 죽일 듯 노려보고 있는 형사1,2와 책상을 마주하고 앉아있는 재한.
그 뒤 역시 험악한 분위기의 다른 형사들.
형사1 : 범인 얼굴은?
재한 : ...모자 때문에 보지 못했습니다.
형사1 : (한심하다) 어디서 어떻게 놓친 건지는 알아?
재한 : 골목길까지 계속 쫓아갔었습니다. 분명히.. 그 놈이라고 생각했는데...
형사1 : 묻는 말에만 대답해.
재한 : ...잘 모르겠습니다.
형사1 : 범인 얼굴도 모르고, 아무것도 모르겠다. (쾅 책상 내려치고는 분을 못 참겠다는 듯 재한의 멱살을 잡는)
니가 그러고도 경찰이냐? 니 놈이야 시민 살린 순경이라 정직으로 끝났지. 창수형님은 깜방가게 생겼다고!!
그런 형사1을 뒤에서 만류하는 다른 형사들.
형사1, 더 이상 볼일 없다는 듯 나가버리고 다른 형사들도 뒤이어 나간다.
재한, 맞은편 일어서는 형사2에게.
재한 : 수사팀에 박해영 경위란 사람 좀 찾아주십시오. 그 사람만 찾으면..
형사2 : 헛소리 그만하고 신분증, 무전기 반납해.
재한 : 하지만..
형사2 : 내놓으라고!!
재한, 어쩔 수 없이 신분증과 무전기를 형사2에게 건넨다.
씬/45 D, 과거, 은창서 로비
‘1989년 11월 6일’이란 달력에서 빠지면 그 옆에는 당시 유행하던 불조심 포스터.
문 열리면서 화난 얼굴로 들어서는 사복차림의 재한. 손에 든 종이쪽지의 메모를 보면서 성큼성큼 걸어들어간다.
메모 보이면 ‘은창서, 형사관리과’ 라고 적혀있다.
씬/46 D, 과거, 은창서, 형사관리과 사무실
‘쾅’ 문 열리면서 들어서는 재한.
사무실 여기저기 책상에서 일하던 형사들, 뭔 일인가 싶어 보는.
재한 : 박해영! 나와! 다 알아보고 왔어! (성큼성큼 들어서며) 박해영! 나오라고!
어리둥절해서 그런 재한을 보던 형사들 중 젊은 형사, 엉거주춤 일어나.
젊은 형사 : 무슨 일로..
재한 : 너냐?
순간, 젊은 형사 대답할 겨를도 없이 멱살을 잡고 바닥에 메다 꽂아버리는 재한.
그 위에 올라타 정신 못 차리는 젊은 형사를 잡고 흔드는 재한.
재한 : 너 뭐야? 너 때문에 엄한 사람이 죽었어! 어떡할 거야? 어떻게 책임질꺼냐고!!
주변형사들 그제서야 놀라서 일어서는데, 그런 재한의 뒤쪽으로 다가서는 여자경찰 한명.
여경 : 도대체 무슨 일로..
재한 : (쳐다도 안 보고) 그쪽이랑은 상관없는 일이니까, 빠지십쇼!
여경 : 저 찾아온 거 아니세요? 내가 박해영인데..
젊은 형사의 멱살을 잡고 다시 흔들려던 재한... 멈칫하고는 뒤돌아 여자경찰을 보는데...
가슴에 걸린 신분증 ‘경위 박해영’
불길함을 느낀 재한, 자신에게 깔려있는 젊은 형사의 겉옷을 살짝 들어보면 보이는 신분증 ‘경장 이상백’이다.
보다가... 공손하게 젊은 형사의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정리해주고 발딱 일어서서 빠르게 사무실을 빠져나간다.
젊은 형사를 포함해 다들 뜨악한.
젊은 형사 : (저 자식 뭐야?) 야!!!
사무실을 빠져나가는 재한의 발걸음, 더욱 빨라진다.
씬/47 D, 과거, 동사무소 앞 거리일각
힘없이 터덜터덜 걸어오는 재한. 그러다가 문득 고개를 들면, 저 앞 동사무소다.
재한, 가만히 서서 동사무소를 바라본다. 창문 너머로 책상에 앉아 일을 하고 있는 원경의 모습.
재한, 물끄러미 그런 원경을 바라보는데.. 창 안의 원경, 문득 고개들어 창밖을 보는데 재한과 시선 마주친다.
화들짝 놀라 시선 돌리는 재한. 그러다가... 다시 곁눈질로 창문 너머 보는데, 원경이 사라져 있다.
어디갔지? 까치발 해서 원경을 보려고 하는데,
허걱. 동사무소 정문으로 걸어나와 재한을 향해 다가오는 원경이다.
헉!!! 재한, 뒤돌아서 빠르게 걸어 도망(?)치는데..
원경 : 이순경님.
재한 : (정지상태)
원경 : (다가와 재한을 보며) 괜찮으세요?
재한 : (시선도 제대로 못 마주치는) 당연히.. 괜찮죠. 뭐.. 어디가 이상했... 으면 좋으시겠어요?
(고개 끄덕이는 둥 마는 둥) 그럼..
하고는 다시 걸어가는데.
원경 : 이순경님.
재한 : (뒤로 돌아 보는)
원경, 재한에게 줄 것이 있는 듯 뭔가를 주머니에서 꺼내려다가...
원경 : (미소) 아니에요. 기운내세요.
고개 숙여 인사하고는 동사무소를 향해 걸어가는 원경의 뒷모습.
재한, 그런 원경을 보다가 용기를 쥐어짜낸 듯, 빠르게 다가가 주머니에서 전기충격기 하나를 꺼내서 원경의 손에 쥐어준다.
재한 : 요즘.. 워낙.. 흉흉하니까...
얼버무리듯 얘기하고는 돌아서서 부다다 어색한 걸음걸이로 멀어지다가 코너를 돌고 나서야 참았던 숨을 몰아쉰다.
빼쭉 고개 내밀어 전기충격기를 보고 피식 미소짓다가 동사무소로 돌아가는 원경을 보면서 기운을 얻은 듯 밝아지는 재한의 얼굴.
재한 : 내가 내 손으로 다시 범인 잡고 만다. 남자답게 잡아서 감방에 집어넣고 특진하고 당당하게.. 데이트 신청하고!
씬/48 D, 현재, 장기미제 전담팀
여전히 자료를 검토중인 해영, 수현을 비롯한 팀원들.
수현 : 1차부터 9차까지 유가족들을 모두 만나서 피해자들에 대한 자료를 수집한 결과, 피해자들은 연령, 직업도 제각각이고
주거지 역시 달랐습니다. 하지만.. 하나 공통점이 있었어요. 모두 버스를 타고 돌아오다가 죽임을 당했어요.
계철 : 대단한 공통점이다. 그땐 지하철도 없었을 땐데 버스를 타고 다니지, 걸어다녔겠어?
수현, 빈정거리는 계철을 한번 보고는 테이블 옆에 설치된 모니터를 켜서 키보드를 달칵거린다.
모니터에 떠오르는 geopros화면. 영산시 일대 지도위로 붉은 점 열 개가 연결돼 있다.
수현 : 1차부터 9차, 피해자들이 발견된 장소들을 지오프로스 프로그램에 넣어봤는데 현재의 한 버스노선과 일치했어요. 1508번.
버스회사에 확인해보니 이 노선은 26년전에도 운행됐었대요. 예전엔 95번이였죠.
그런데 피해자들 모두가 그 버스를 타고 다녔어요. 게다가 8차 희생자, 황민주는 그 버스회사를 다니던 안내양이었죠.
우연치곤 너무 이상하지 않아요?
버스 얘기를 듣던 해영. 순간 뭔가가 뇌리를 스치고 간 듯,
해영 : (작은 혼잣말) 버스...
해영, 자료를 뒤지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하고 계속 회의하는.
계철 : 야, 노선봐봐. 영산시를 누비고 다녔네. 피해자들 말고도 영산시민 절반은 타고다녔겠다.
공통점이 아니라, 어쩔 수 없었던 거라구.
헌기 : 김선배님 말씀이 맞아요. 범인 잡을 단서론 좀 부족하죠.
그때, 자료를 뒤지던 해영.
해영 : 현풍역은요?
사람들, 그런 해영을 이상한 듯 보는데.
해영 : 현풍역 근처에도 95번 버스가 지나갔나요?
수현 : (버스노선 보다가) 맞아.
해영, 1989년 과거의 지도를 펼치고 수현에게.
해영 : 위치가 어디쯤이죠?
수현, 어딘가를 가리킨다. 그런 버스정류장의 위치를 확인한 해영의 눈가에 확신이 들기 시작한다.
해영 : 차형사님 말이 맞아요. 버스... 버스였어요.
씬/49 D, 과거, 현풍역 기찻길
이미선을 발견했던 그 덤불을 바라보고 있는 재한.
-인서트
-3부 5씬, 재한을 공격하는 범인. 엎치락 뒤치락 몸싸움을 하다가 도주하는 모자남.
-덤불을 바라보고 있는 재한.
재한(소리) : 분명히 그때 날 덮친 놈은 범인이었는데..
씬/50 D, 과거, 골목길 일각/대로변
모자남을 쫓았던 골목길을 따라 걷다가 대로변까지 나오는 재한. 답답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본다.
재한(소리) : 도대체..어디서 놓친거지?
그때, 저 앞쪽 버스정류장에 와서 멈춰서는 95번 버스. 그러나 재한, 신경쓰지 않고 있는데..
승객들을 태운 뒤 다시 출발하는 95번 버스. 재한을 스쳐 지나가다가 신호에 걸린 듯, 끼이익 브레이크 등을 밟는데..
순간, 재한 그 소리에 고개돌려 버스를 바라본다.
빨간 브레이크등을 바라보던 재한의 눈빛 변한다.
재한 : 설마...
씬/51 D, 현재, 장기미제 전담팀
수현을 비롯한 팀원들에게 얘기하고 있는 해영.
해영 : 범인은 현풍역에서 이미선을 습격했다가 실패하고 바로 한시간 뒤에 오성동 놀이터에서 버스 안내양 황민주를 살해했어요.
그 다음 9차 희생자도 2일후에 살해됐죠. 보통의 살인자들은 경찰에게 체포될 뻔한 위기를 겪고 나면
일정 기간의 냉각기를 가져요. 또 다시 경찰에게 잡히면 어쩌나 두려움을 가지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 범인은 오히려 현풍역 이후에 폭주를 하고 있어요.
수현 : 살인에 중독된 연쇄살인범의 범행패턴은 언제건 변할 수 있어. 더 이상 자신을 억제할 수 없었을 수도 있고.
해영 : 만약 그래야만 했던 이유가 있었다면요.
수현, 의아한 얼굴로 해영을 보는데.. 테이블위에 펼쳐진 당시 지도의 한 곳을 가리키는 해영.
해영 : 여기가 이미선이 습격을 당했던 곳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순경에게 들켰어요. 어디로 도주했을까요?
역사쪽은 역무원이 상주하고 있으니 안되고 기찻길은 사방이 노출돼서 도주하기에는 불리해요.
그렇다면 남은 건 (지도의 골목부분을 가리키며) 이 골목길입니다.
수현 : 이 골목길 끝은..
해영 : 맞아요. 95번 버스가 지나가는 버스정류장이죠.
씬/52 N, 과거, 대로변/해영의 추리
3부 6씬, 과거 골목길에서 추격전을 펼치던 모자남과 재한의 모습.
저 앞쪽으로 보이는 대로변. 재한의 시선이 아닌 대로변쪽에서 비추는 화면.
골목길에서 뛰쳐나오는 과거의 범인, 저 앞쪽에서 출발하려는 95번 버스.
범인, 재빨리 버스에 올라타자 출발하는 버스.
그때, 뒤늦게 버스를 잡으려는 듯 뛰어오는 영신.
마침 골목길에서 뛰어나오는 재한, 그런 영신을 발견하고 덮친 뒤, 주먹으로 한 방 먹여버린다.
그런 재한의 등 뒤로 멀리 희미한 두 개의 점처럼 보이는 버스의 브레이크 등.
그런 버스 뒷창문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검은 색 티셔츠.
씬/53 N, 과거, 버스 안/해영의 추리
출발한 버스 안, 뒷창문 너머로 저 멀리 영신과 몸싸움이 붙은 재한을 보는 누군가의 뒷모습.
그리고... 천천히 버스 안을 둘러보는 눈빛.
버스안내양 황민주가 역시 창문 너머로 싸움이 붙은 재한과 영신을 보며 ‘뭐야? 싸움 났나봐?’ 보고 있다.
그런 민주를 가만히 바라보는 누군가의 시선.
그 시선, 민주에서 서서히 옆으로 향하면
버스안의 유일한 승객, 이어폰을 들으면서 창밖을 바라보다가 민주와 그림자 쪽을 힐긋 바라보는 원경이다.
씬/54 D, 현재, 장기미제 전담팀
수현을 비롯한 일동, 다들 해영을 바라보고 있다.
해영 : 범인을 놓친 이유. 범인이 갑자기 범행을 서두른 이유... 모두 그 버스였어요. 8차, 9차, 무작위로 피해자를 고른 게 아니라..
버스 안에서 자기 얼굴을 본 목격자들의 입을 막기 위한 거였어요. 그래서 수사가 시작되기 전에 서둘러 죽인겁니다.
계철 : (그런 해영을 기가막힌 듯 보는) 뭐야. 그때 담당형사 나보다 먼저 만난거에요?
해영 : (보는) ..?
계철 : 그때도 토씨하나 안 틀리고 똑같이 그런.. 황당한 얘길 하신 놈이 있었답니다.
해영 : 예?
계철 : 이미선을 살려낸 순경. 그 사람도 범인이 버스에 탔고, 그래서 황민주가 죽었다고 헛소리를 했대요.
해영, 재한이다.. 멈칫해서 보는데..
씬/55 N, 과거, 오성서 복도
형사2를 앞에 두고 열변을 토하고 있는 재한.
재한 : 버습니다!
형사2 : (반신반의하는 표정으로 고깝게 보는)
재한 : (안타까운) 95번 버스였어요! 그 버스에 탔던 사람들을 확인하면 그때 탔던 범인 얼굴을 알아낼 수 있을 겁니다!
그럼 범인을 잡을 수 있어요.
형사2, 여전히 좋지 않은 눈빛으로 재한을 보는데, 옆에서 그 얘기를 듣던 형사3, 다가와서.
형사3 : 안 그래도 8차 황민주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 지금 다들 조사중이잖아요. 한번 확인이나 해보죠.
씬/56 N. 과거, 오성서 사무실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는 재한과 형사2.
각자 다른 책상에 앉아 형사들에게 조사받고 있는 40대의 순박해 보이는 버스기사 천구와 20대 초반의 민주의 동료 경순.
천구 : (겁먹은 얼굴) 퇴근하다가 놀이터에 이상한 게 있어서.. 설마 그게 황양일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경순쪽 책상 비추면.
경순 : (역시 겁먹은) 민주 죽기전에 마지막에 본건 맞는데요. 전 하나도 몰라요. 막차타고 오자마자 피곤하다고 바로 퇴근했어요.
그런 경순을 지나치는 형사2와 재한. 역시 조사를 받고 있는 천구에게 다가간다.
형사2, 조사를 하고 있는 다른 형사에게 눈짓 보내곤, 천구를 보는.
형사2 : 이천구씨?
천구 : (돌아보는) 예.
형사2 : 그날, 황민주가 탔던 막차버스 운전한 버스기사, 맞죠?
천구 : (껌벅껌벅 보는) 예, 맞습니다.
형사2 : 그때, 현풍역 버스 정류장에서 탄 손님 있었어요?
재한 : 검은 티셔츠에 20대 초중반 정도였을 겁니다. 기억나시죠?
그런 재한을 힐긋 보는 경순.
천구 : ...(기억을 떠올리려는) 현풍역 버스 정류장이면.. 마지막 정류장이어서 손님도 별로 없었어요.
재한 : (반색하는) 그죠? 기억나시죠?
-인서트
천구가 몰고 있던 95번 버스 천구의 시선으로 보여지는 현풍역 정류장. 정류장에 천천히 멈춰선다.
-다시 오성서 사무실로 돌아오면
재한 : 그때, 누군가 버스안으로 뛰어들어왔죠?
천구 : ...어제 일이라 확실히 기억나는데요...
-인서트
버스 안, 천구의 시선으로 보여지는 화면 버스 앞 자동문이 열리는데.. 아무도 들어서지 않는다.
다시 닫고 출발하는 천구.
-다시 오성서 사무실로 돌아오면
재한 : (벙찐) 아무도 타지 않았다구요? 확실해요?
천구 : 예. 어젯밤, 그 정류장에선 아무도 타지 않았어요.
재한 : ...(믿기지 않는) 그럴 리가 없어요! 골목길까지는 분명히 그 놈이였습니다. 정류장에서 놓친거에요!
(천구보는) 아저씨, 거짓말 하는 거 아니에요?
재한이 다그치자, 겁먹은 얼굴로 고개 젓는 천구. 그런 재한을 차갑게 바라보는 형사들.
형사2 : 니 말이 사실이라면, 저 기사가 제일 먼저 죽었겠지. 안 그래? 범인 얼굴을 가장 잘 본 사람일 테니까..
재한, 혼란에 빠진 눈빛으로 형사를 본다.
씬/57 D, 현재, 장기미제 전담팀
자신의 추리가 틀렸다니.. 가만히 계철을 바라보는 해영.
해영 : 그게.. 정말입니까?
계철 : 그때 버스 운전했던 기사가 그랬답니다. 그 정류장에선 아무도 타지 않았다고..
해영, 답답한 얼굴로 생각에 잠기는데..
수현 : 지금도 살아있어?
계철 : 뭐?
수현 : 그 버스기사.
계철 : 왜? 범인이 그 기사도 죽였을까봐? 내가 어제 만나봤는데 건강이 나빠졌는지 요양원에 있긴 했지만, 멀쩡하니 살아있었어.
-인서트
카페, 계철과 마주앉아 있는 70대에 접어든 천구. 뭐라고 대화를 하는 모습.
-다시 회의실로 돌아오면.
계철 : 오래 전 일이지만, 똑똑히 기억난대. 그 정류장에서 탄 사람은 없었다고..
수현 : 그 황민주를 마지막으로 봤다는 여자동료는?
계철 : 이천구 만나고나서 바로 집에 가봤는데, 어디 나갔는지, 없어서 못 만났어.
수현 : (보다가) 주소 줘봐. 우리가 만나볼게.
계철 : 차형사. 지금 뭐하자는 거야?
수현 : 다른 단서 있어?
계철 : ...(말문 막히는)
수현 : 미제사건은 과거 형사들이 놓친 부분을 찾아내야 돼. (해영 보며) 가서 쟤가 맞았는지, 아님 진짜 소설인지 확인해 봐야지.
씬/58 D, 광수대 건물 복도
함께 걸어나가는 수현과 해영.
해영 : 이제 좀 내가 믿을 만하죠? 내가 좀 지적인 사람들한테 통하는 게 있긴 있어요.
수현 : (힐긋보고는) 놀고 있다. 빨리 따라오기나 해.
수현, 아랑곳하지 않고 먼저 걸어가고.. 해영, 어이없다는 듯 그런 뒷모습 본다.
해영 : 하.. 사람 오기 생기게 하네.
씬/59 N, 골목길 일각
다세대 주택이 밀집한 복잡한 골목 사이로 차를 몰고 있는 수현.
조수석의 해영은 창밖을 보면서 생각에 잠겨있다.
수현 : 거의 다 온 거 같은데.. 길이 왜 이렇게 복잡해. (하다 해영에게) 여기 아까 온 길 같지 않아?
해영 : ...(여전히 창밖보고 생각에 잠겨있는)
수현 : 삐졌냐?
해영 : 삐지긴 누가 삐집니까.
수현 : 근데 왜 대꾸가 없어?
해영 : 지금 뭘 하고 있을까요? 범인은..
수현 : (힐긋 보는)
해영 : 범인은 살인에 완전히 중독이 돼 있었어요. 절대 그 맛을 참을 수 없는 놈이죠.
형사들을 갖고 놀고, 한번도 수사선상에 오른 적도 없어요. 그런데 왜 끝냈을까요..?
수현 : ...
해영 : 죽었을꺼다. 이미 다른 죄로 체포가 돼서 감방에 있을꺼다. 아니면 이민이라도 갔을꺼다. 벼라별 얘기들이 있었어요.
하지만.. 만약에 아직 우리 주위에 있다면요.
씬/60 D, 또 다른 골목길 일각/차 안
사람들이 오고가는 골목길, 누군가가 걷고 있는 뒷모습.
천천히 걷고 있는 누군가의 발. 그 사람의 시선, 오고가는 여자들.
서서히 틸업되면 야구모자에 검은 점퍼를 입은 뒷모습. 재한이 골목길에서 쫓던 범인의 뒷모습과 거의 흡사하다.
해영(소리) : 평범한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겠죠. 그 사람이 희대의 연쇄살인마라는 걸...
그런 모자남, 거리에서 골목쪽으로 도는데, 바로 그 앞을 지나치는 수현과 해영의 차. 코너를 돌아 점점 멀어진다.
카메라 수현과 해영의 차 안 비추면 수현, 브레이크를 밟는다.
네비 한번 확인해보고는 차에서 내려서서 주소 확인하는 수현과 해영.
수현과 해영 눈앞의 다세대 주택을 올려다 본다.
씬/61 N, 경순의 집 밖
외곽에 설치된 계단을 올라와 경순의 집 앞에 서는 수현과 해영.
창문 너머로 안에서 비춰지는 불빛과 텔레비전 소리.
초인종을 누르는 수현. 하지만, 아무 대답이 없다.
해영, 옆에 있다가 문을 쾅쾅 두드린다.
해영 : 계십니까? 경찰입니다.
하지만 묵묵부답.
수현, 창문 너머로 안을 확인하다가 멈칫. 창문 너머로 희미하게 보이는 여자의 발.
수현, 감이 불길하다. 다급히 해영을 밀치고 문고리를 열어보는데, 문이 열려있다.
‘쾅’ 문 열고 들어가는 수현.
해영 : 이거, 무단침입.. 아 씨 몰라.
해영도 후다닥 뒤따라 들어가는데..
씬/62 N, 경순의 집
정적이 감도는 아담하고 초라한 경순의 집.
수현, 들어서서 주변 둘러보다가 문 열고 창문 너머로 보이던 안방문을 열어젖히는데 순간 안을 확인하고는 얼어붙는다.
뒤따라 들어오던 해영, 그런 수현과 쾅 부딪치고.
해영 : 왜...
하며 수현 시선 쫓아가던 해영의 눈빛 역시 삽시간에 새하얘지면서 충격으로 휘청하다가 뒤로 넘어진다.
그런 두 사람의 시선 쫓아가보면, 뒤로 묶여진 손과 발, 생기를 잃은 눈빛.
과거 경기남부 연쇄살인사건의 희생자들과 똑같은 모습으로 싸늘하게 죽어있는 경순이다.
해영 : (충격에 떨려오는) 저..저거.. 저 매듭이요. 저거.. 옛날.. 그때랑 똑같아요.
경순의 손, 발이 묶여진 매듭을 비추는 화면.
해영 : ...그놈입니다. 그놈이에요!
수현, 역시 긴장한 떨리는 시선으로 경순의 시신을 바라본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위로 들려오는 사이렌소리.
씬/63 N, 경순집 외곽 골목길
여러대의 순찰차들이 세워져 있는 외곽. 구경나온 주민들과 냄새를 맡고 몰려온 기자들로 북새통이다.
그런 골목길로 진입하는 봉고차에서 내려서는 계철과 헌기. 헌기는 감식팀 가방과 의상을 착용한 상태다.
그런 두 사람에게 몰려드는 기자들. 주변 순경들이 기자들을 막아보지만 역부족이다.
기자1 : 살인사건 맞죠?
기자2 : 대답해주세요. 수법이 정말 경기남부 연쇄살인사건하고 똑같은 겁니까?
기자3 : 26년만에 다시 범행이 시작된 겁니까?
기자1 : 다시 범인이 나타난 거에요? 수사는 어디까지 진행된 겁니까?
그런 기자들을 뚫고 건물안으로 들어서는 계철과 헌기.
씬/64 N, 광수대 건물 로비
로비로 빠르게 들어서는 치수. 범주와 통화중이다.
범주(소리) : 어떻게 된거야?
치수 :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치수, 통화를 하다가 멈춰선다. 눈빛 가라앉는다.
치수 : ..알겠습니다.
씬/65 N, 광수대, 광역1계장실
파티션 너머에서 광역1계장실로 들어서는 치수.
안에서 대기중이었던 듯 한 수현, 치수가 들어서자, 자리에서 일어선다.
치수, ‘광역1계장 안치수’라는 명패가 올려진 책상에 가서 앉으며.
치수 : 사실이야?
수현 : 수법이 똑같은 건 사실이지만, 아직 확실하진 않습니다. 전담팀이 현장검증 중입니다.
검증이 끝나면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겁니다.
치수 : 아직.. 경기남부 연쇄살인사건과 동일범인지 아닌지는 확실하지 않다.
수현 : 예.
치수 : ...현장에 나간 전담팀 불러들여.
수현 : (보는)
치수 : 그 사건 관할은 경기청이야. 경기청 강력반이 그 사건을 맡을 꺼다.
수현 : (눈빛 서서히 굳어지며) 경기남부 사건을 수사중이었던 건 우리 전담팀입니다. 이 사건에 관한 정보도
우리가 더 많이 가지고 있어요. 공조를 해도 모자란 판에 수사에서 배제시키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치수 : 그러니까 공조하지 말라구.
수현, 그런 치수를 바라본다.
씬/66 N, 경순의 집 일각/몽타쥬
안방, 현장검증 복장으로 경순의 시신 사진부터 찍고 있는 헌기/
현관, 장갑을 착용한 해영, 현관 잠금장치를 확인하고 있다/
건물 1층쯤에서 집주인으로 보이는 아줌마를 상대로 ‘2층에 찾아오는 손님 들은 없었나요?’ 질문을 던지며 탐문중인 계철,
그때, ‘끼이익’ 멈춰서는 기동대 차량의 브레이크 소리에 그쪽을 바라보는데..
씬/67 N, 경순의 집 밖
현관 잠금장치를 확인하던 해영, 계단 아래쪽에서 들려오는 ‘이게 얼마만이야‘ 하는 계철의 환한 목소리.
보면, 계단쪽에서부터 성큼성큼 올라오는 박형사와 계철. 그 뒤쪽으로는 경기청의 단단해 보이는 인상의 형사들이다.
해영과 시선 마주치는 계철.
계철 : 경기청 형사들이야. 내 후배들. 이 사건에 관심 있어서 나왔나봐. 하기사 이 사건에 관심없는 경찰이 어딨겠어.
야, 나도 깜짝 놀랐다. 범인이 26년만에 다시 튀어나올 줄 어떻게 알았겠어. 우리가 수사 시작하니까, 겁먹은 거지. 얘가.
박형사, 계철 얘기 들으며 피식 미소지으며 올라오다가 해영 힐긋보고 현관에서 사건현장 보다가..
박형사 : 누가.. 관할서 허락도 없이 현장에 들어가래!!
놀라서 바라보는 헌기, 눈빛 굳는 해영. 당황하는 계철.
계철 : 야, 박형사. 너 왜..
박형사 : 이 사건 경기청에서 접수하니까, 다들 나가.
해영 : (더욱 눈빛 차가워지는데)
계철 : (해영 앞이라 더 오바해서 웃는) 얘가 진짜, 왜 이래. 야, 정보 필요하면 내가 뒤루 다 알아서 줄게.
박형사 : 내가 선배님인줄 알아요? 난 뒤로는 돈이건 정보건 안 받습니다. 그러다 누구처럼 강등당하면 쪽팔리잖아.
계철 : (얼굴빛 변하는) 야, 진짜 너..
박형사 : 똥물에도 파도가 있는데, 계급도 아래신 분이 함부로 야야하시면 안되지.
계철, 열받고 쪽팔리고 얼굴 붉으락 푸르락해지는데,
해영, 앞으로 나서며.
해영 : 그럼, 계급 같으면 함부로 야야해도 되는거지?
박형사와 형사들, 이건 또 뭐야? 보는데 해영 눈하나 깜빡하지 않고.
해영 : 이 사건, 우리 사건이니까 꺼져.
박형사 : 뭐?
해영 : 이 바닥에 상도덕도 없어? 남의 밥상에 왜 숟가락을 디밀어?
박형사 : (기막힌) ..너..뭐야?
해영 : 장기미제 전담팀 프로파일러 박해영 경위다.
박형사 : (차가운 눈빛으로 보는) 경기남부 사건도 따지고 보면 우리 관할이었어.
해영 :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 이 개고생중이잖아. 그쪽에서 범인을 못잡아서.
더 이상 못 참겠다. 박형사와 함께 온 형사들, 험악한 얼굴로 앞으로 나서려는데 박형사 제지하며.
박형사 : 26년동안 잠잠하던 놈을 미제사건 수사한다면서 들쑤셔서 자극한 건 니들이야.
저 안에 피해자를 죽게 만든 건 바로... 니들이라구!
그 말에 눈빛 흔들리는 해영.
해영 : 이게 진짜 말이면 다 하는 줄 아나?
박형사와 해영, 서로 붙을 듯 하는데, 그런 두 사람 사이에 껴서 어떻게든 말려보려는 계철.
헌기는 재빨리(?) 실내로 돌아가서 사진을 찍어대는데...
수현(소리) : 지금 뭐하는 거야?!
뒤돌아보면, 굳은 얼굴의 수현이 이쪽을 보고 있다.
수현 : 여기 사건현장인 거 안 보여? 개떼처럼 뭐하는 거야? 현장 훼손시킬 거야?
박형사 : 야, 차수현. 우리도 좋아서 이래? 위쪽에서 까라니까 까는거지.
수현 : 위쪽같은 소리하고 있네. 시끄러운 사건 해결해서 진급하고 싶은거 아냐.
박형사 : 너 진짜 오랜만에 만나서 말 참 곱게한다.
수현 : 그래. 그렇게 먹고 싶으면 이 사건 니들이 먹고 떨어져. 대신 체하지 않게 조심해.
계철 : 차형사. 그게 무슨..
수현 : (보다가) 철수해.
해영 : (놀라서) 안됩니다.
수현 : (해영 보고 강하게) 철수해.
수현, 계단을 내려가버리고.. 그런 수현을 바라보는 해영. ‘아! 씨!’ 울분을 토한다.
씬/68 N, 경순의 집 건물 외곽
봉고차에 짐을 싣고 있는 헌기와 계철.
수현 : 난 국과수 가볼테니까, 전담팀에 짐만 갖다놓고 퇴근해.
수현, 돌아서려는데 그 앞을 가로막는 해영.
해영 : 이렇게 진짜 끝낼꺼에요?
수현 : 너두 좀 도와. 선배들 짐 좀 들어드리고.
수현, 다시 비켜서 가려는데, 해영 다시 가로막는다.
해영 : (죄책감에 쌓인) 아까..그 형사말.. 틀리지 않아요. 저 피해자는 우리 때문에 죽은 겁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해야죠!
수현 : (보다가) 뭔 소리야?
해영 : ...맞잖아요. 우리가 수사를 시작해서 죽은 거에요.
수현 : 그래서? 수사 하지 마? 범인 잡지말고 가만히 있어? 저 사람을 죽인 건 범인이야. 우린 그 범인을 잡아야 되는 사람들이고.
해영 : 하지만 지금 그만두고 있잖아요!
수현 : (보다가) 박해영.. 너 이 팀에서 뭐하는 놈이야? 되다만 프로파일러긴 하지만 그래도 프로파일러잖아.
넌 내가 서울에서 증거보고 증인이랑 씨름할 때, 아폴로 11호의 암스트롱처럼 달위에서 날 봐야돼.
증거도 증인도 사건도 멀리 하나의 점처럼, 절대 감정을 섞지 말고 봐야 된다구. 이렇게 감정적으로 나올게 아니라.
해영 : (수현 얘기가 귀에 들어오지 않는 듯) 우리 때문에.. 아니.. 나 때문에 죽은 거에요. 그 무전만 아니었으면..
수현 : 뭐?
해영 : 돌려놓을 겁니다! 아직.. 기회가 있다면..
해영, 돌아서서 뚜벅뚜벅 멀어진다.
수현 : 야!
하지만 멀어지는 해영의 뒷모습.
씬/69 N, 차 안
늦은밤, 도로일각, 지나치는 차량의 소음들.
한켠에 세워진 해영의 차 안, 운전석의 해영, 경기남부 사건 자료들 이것저것을 뒤적이면서 메모를 하고 있다.
9차, 김원경 22세, 공무원. 장소, 현풍동 골목길 발견시간. 11월 7일. 밤 아홉시 반.
김원경, 야근 중 8시쯤 동사무소 출발.
메모를 하던 해영, 문득 고개 들면 저 멀리 빌딩 전광판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뉴스.
사건현장에서 이동침대에 실려 앰뷸런스로 옮겨지고 있는 하얀 천으로 덮인 경순의 시신을 찍은 영상 위로
띠자막 ‘재현된 26년전의 악몽’ ‘경기남부 연쇄살인마가 다시 돌아왔다’
해영, 그런 뉴스를 바라보다가 조수석쪽의 무전기를 바라본다. 그런 해영의 모습위로.
-인서트(빠르게 클로즈업으로 교차되면서) 경순의 시신의 모습
-차 안, 해영, 눈빛이 흔들린다. 시간과 무전기를 교차해서 바라본다.
해영(소리) : 무전이 온 시간은 언제나 11시 23분.
시간 11시 20분을 넘어서고 있다.
해영 : 제발... 살릴 수 있어... 제발..
씬/70 N, 과거, 오성서 사무실
지친 멍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재한. 그 앞에 앉아있는 형사2와 형사3.
형사3 : (재한과 함께 동선을 그린 지도를 바라보며) 그러니까 이 골목으로 범인을 쫓은게 확실하다 이거지?
재한 : 예, 정말 버스정류장이었어요!
형사2 : (보다가) 근데 그날, 현풍역은 왜 갔던 거야?
재한 : ....(말문이 막히는) 그게요. 그게.. 순찰할려고..
형사2 : 그날 확인해보니까 비번이던데?
재한 : ....그게...
형사2 : 너 처음부터 범인이랑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던 거 아냐?
재한 : (말도 안되는) 예? 제가 왜요?
형사2 : (보다가 형사3에게) 얘, 지금까지 사건 발생시각 알리바이 좀 알아봐.
재한 : (억울한) 도대체 왜 이러세요? 제가 왜 그랬겠습니까?
씬/71 N, 과거, 오성서 사무실, 유치장
오성서 사무실 한켠에 설치된 유치장 안에 쾅, 집어쳐넣어지는 재한.
재한, 다시 몸을 추스르고 철창쪽으로 다가가보면 문을 잠그고 있는 형사2.
재한 : 전 아닙니다! 제가 왜 그랬겠어요?
형사2 : 아닌지 그런지는 우리가 판단해.
멀어지는 형사2.
재한, 억울하고 분하다. 하지만 결국 체념하고 바닥에 털퍽 주저앉는다.
-시간 경과되면 퇴근한 듯, 보이지 않는 형사2,3. 사무실 한켠에는 순경 한명이 고개를 떨구고 자고 있고..
재한 역시 무릎을 안고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어디선가 환청처럼 들려오는 ‘치치칙’ ‘치치칙’무전기의 소음.
재한, 잠결에 고개 들어보면, 철창 너머 형사2의 책상위에 놓여진 재한의 신분증 옆에 놓여진 무전기다.
해영(소리) : 이재한 형사님? 접니다! 박해영!
재한, 잠에서 아직 안 깬 듯, 고개 흔들면서 다시 무전기를 본다.
씬/72 N, 현재, 도로일각, 차 안
무전기를 들고 있는 해영, 맞은편에서 대답이 없자, 초조하기만 하다. 시간은 11시 23분.
해영 : 듣고 있어요? 이재한 형사님!
씬/73 N, 과거, 오성서 사무실, 유치장
유치장 안의 재한, 그런 무전기 소리를 들으며 정신이 나는 듯 철창을 잡고 밖을 향해 억울한 얼굴로 소리치는.
재한 : 저거.. 저 무전. 저거, 저기요! 쟤가 그랬다구요. 현풍역에서 사람이 죽는다구!
그러나 완전 곯아떨어진 순경 외엔 사무실엔 아무도 없다.
해영(소리) : 사람이 또 죽었습니다.
재한 : 봐봐, 쟤 또 시작이야.
씬/74 N, 현재, 도로일각, 차 안
경순의 죽음이 마음 아픈 듯, 떨리는 해영의 목소리.
해영 : 나 때문에.. 아니 우리 때문에 죽은 거예요. 거기가 정말 1989년이라면, 막아주세요.
씬/75 N, 과거, 오성서 사무실, 유치장
유치장 안에서 들려오는 무전기 소리를 듣는 재한.
재한 : 여보세요! 아무도 없어요?
해영(소리) : 믿기진 않겠지만, 여긴 2015년입니다.
재한 : ...이천십오.. 저게, 미쳤구나.
해영(소리) : 지금까지 범인은 잡히지 않았어요.
씬/76 N, 현재, 도로일각, 차 안
해영 : 한번의 기회가 남아있습니다. 경기남부 연쇄살인사건은 아직 한 명의 희생자가 남아있어요.
그때 범인을 잡으면, 현재도 바뀔 수 있습니다.
9차 희생자 김원경, 동사무소 직원이었어요! 1989년 11월 7일 밤 아홉시 반, 현풍동 골목길!
씬/77 N, 과거, 오성서 사무실, 유치장
멀리서 울리는 해영의 목소리에 놀라서 멈칫하는 재한.
해영(소리) : 내 말을 듣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제발 부탁입니다. 범인을 잡아주세요.
충격으로 떨리는 재한의 시선.
재한 : ...김원경... 동사무소 직원?
씬/78 N, 과거, 원경의 집 앞, 골목길 일각
퇴근하는 듯,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원경.
그런 원경을 바라보고 있는 누군가의 불길한 시선. 금방이라도 덮칠 듯 한데,
저 앞쪽에서 들려오는 이모의 목소리. 골목 앞에 나와있던 이모다.
이모 : 왔니?
원경, 미소로 인사한 뒤, 집으로 들어가는데..
재한이 숨어있던 집 근처 전봇대의 어둠에 서서 원경의 집을 바라보는 그림자.
씬/79 N, 과거, 오성서 사무실, 유치장
재한, 충격으로 떨려오는 눈빛.
재한 : 너...진짜..미쳤어?! 원경씨가 왜 죽어?!!
씬/80 N, 현재, 도로일각, 차 안
해영 : 나도 이 무전이 왜 시작됐는지 모르겠어요. 이 무전으로 뭐가 더 엉망이 될 진 모르겠지만..
바꿀 수 있습니다. 범인을 잡고.. 사람들을 살릴 수 있어요.
씬/81 N, 과거, 오성서 사무실, 유치장
충격으로 떨리는 눈빛으로 무전기를 바라보는 재한.
해영(소리) : 11월 7일, 밤 현풍동 이에요!
재한 : (충격으로 멍했다가 순간 울컥하는) 너 이 새끼. 너 어디야? 어디냐구?!
하는데, 툭 끊기는 무전기.
재한 : 야! 야!! 대답하라구!
하지만, 무전기 너머는 조용할 뿐이다.
재한의 눈빛에 불길함이 감돈다. 재한 시선 너머 보면 날짜 이미 11월 6일. 시간은 밤 열두시를 넘어서고 있다.
재한 : (철창을 잡고 흔들며) 여기요...여기요! 아무도 없어요? 여기요!!
그런 재한의 모습과 차 안에서 꺼진 무전기를 바라보고 있는 해영 교차되면서 3부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