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7 진보 교육감들의 시대
교육평론 칼럼
저자 : 안재오
1. 서론 : 진보 교육 세력의 등장과 교육 정치의 판도 변화 예고
2014년 6월 4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주목할 만한 현상은 전국 17개 시․도중 13곳에서 진보성향의 교육감들이 당선되었다는 것이다.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가장 관심이 집중됐던 서울의 경우는 이렇다: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상대후보에게 크게 뒤졌던 조희연 후보가 40% 가까운 표심을 얻으며 현 교육감인 2위 문용린을 제치고 교육감 자리에 올랐다.
한국에서 교육의 진보란 흔히 ⓛ수월성 보다는 평등주의 교육을 지지하고 ② 교권보다는 학생의 인권 존중을 강조하고 ③ 무상교육을 부르짖는 그런 사상들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번 교육감들도 자사고의 폐지 내지 지정취소와 서울대 폐지, 학벌 폐지 그리고 무상 교육, 즉 들의 구호를 들고 나왔다. 무상 공약 정책은 무상 유아 교육, 무상 학용품, 고교 수업료 면제, 교복비 지원, 공짜 통학버스 운행 등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진보 교육감들이란 실전 정치의 맥락에서는 전국교원노조 즉 전교조의 직접적 간접적 지원과 통제를 받는 그런 교육철학적인 세력을 말한다.
이번 선거의 주요한 관건은 평소의 정책적, 철학적인 이슈보다도 세월호 라는 무거운 현실의 문제가 큰 작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도 그 시신들을 다 구조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번 지방선거는 치러졌고 그걸 생각하면 지방 자치단체장 선거와 지방의회 선거는 보수 진영 및 집권 새누리당이 상당히 선방을 한 셈이다. 특히 세월호에 승선한 학생들이 “조용히
지난달 30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서울,경기, 인천 민주진보교육감 후보 공동 기자회견에서 조희연(서울) 교육감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배 안에 있으라” 는 말을 곧이 곧대로 듣고 모두 수장을 당해야 했던 고등학생들이 모두 주입식 교육의 피해를 봤다는 측면에서 기존 교육 정책의 실패로 볼 수 있다는 관점에서 진보의 가치가 부각된 것 같다. 세월호의 참사를 기성 정치와 교육제도의 모순으로 보고 여기에 분노하는 이른바 “앵그리 맘”들의 투표가 이번 교육감 선거에 상당한 변수로 된 것 같다.
세월호 사건 외에도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진영 쪽이 승리할 수 잇었던 이유는 이들의 교육 철학이나 방침이 국민들의 충분한 심정적인 지지를 받아서 라기 보다는 보수 진영의 후보들이 후보 단일화를 하지 못하고 분열된 까닭이 크다. 특히 서울 지역의 경우 조희연 교육감 출마 후보는 선거 당일까지 지지율이 제일 낮았지만 보수 후보들의 분열과 고승덕 후보의 치명적인 악재 탓에 선거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진보 교육감들은 이미 선거 하기 전, 즉 지난 5월 30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여서 그들의 교육 정책적인 과제를 표명했다. 이는 다음과 같다.
이들은 △대학입시를 내신과 수능으로 단순화 △임기 말까지 유럽식 대학입학자격고사(대입 시험을 합격·불합격으로만 구분해 합격한 학생 모두에게 대입 자격을 주는 제도)도입 △지방대 균형발전을 위해 지방 국·공립대 통합 등을 공약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당선인은 선거 전 한 인터넷매체와의 인터뷰에서 “10개 국립대를 통합해 하나로 만든 프랑스처럼, 전국 국립대를 통합해 ‘통합국립대학’을 만들고 권역별로 특성화를 하면 명문 사립대학을 넘는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조선 6월 6일자)
이는 위의 신문 기사에서 보이는 것처럼 대학입시제도를 자격시험 - 독일식의 아비투어 - 으로 바꾸고 프랑스 처럼 10개 국립대를 통합해 하나로 만든 프랑스처럼, 전국 국립대를 통합해 ‘통합국립대학’을 만들려 한다.
2.본론 - 진보교육감들의 주장 검토 분석
진보 교육가들의 주장은 위에서 나타난 것처럼 ⓛ 대학입시를 내신과 수능으로 단순화 하는 것이다. 이것도 사실은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우선 이런 말이 나온 맥락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현재의 대학 입시 제도는 내신에 수능에 논술에 또 이명박 대통령 때 도입된 입시 사정관제도 등으로 인하여 무척 복잡한 상태이다. 입시제도가 복잡할수록 입시전문가들이 필요해지고 이는 결국 사교육과 교육 컨설팅 업체들의 배를 불리게 해준다. 따라서 단순한 일반 학생들과 그 학부모들은 기득권층에 비해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그런 맥락에서 대입 전형을 내신과 수능으로 단순화한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그러나 이는 대학의 자율성 침해라는 논란이 있을 수 있고 또 더 큰 문제는 지금까지 논술이나 사정관 제도의 도입된 배경이 모두 주입식, 획일적 교육의 폐해를 줄이고자 한데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진보 교육감들이 등장한 이후 도리어 사교육 관련 업체의 주가가 오를 수 있다는 말이 들린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런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있다. 어쨌든 앞으로 가든 뒤로 가든 문제는 있다. 이 문제는 현 상황 내에서 도무지 풀릴 기색이 없다.
② 임기 말까지 유럽식 대학입학자격고사 (대입 시험을 합격·불합격으로만 구분해 합격한 학생 모두에게 대입 자격을 주는 제도) 를 도입 한다, 는 주장에 대하여.
이 문제 역시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문제들을 내포하고 있다. 유럽식 대학입학 자격고사는 독일의 아비투어(Abitur)나 프랑스의 바칼로레아(baccalaureat) 같은 시험을 말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시험을 도입한다고 해서 한국의 대학 입시 문제가 풀릴 것 같지가 않다. 특히 프랑스의 바칼로레아 제도를 말 하는데 하나 지적하고 싶은 것은 프랑스의 대학 평준화가 가지는 실질적 의미이다. 왜냐하면 프랑스 교육제도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가지기 때문이다. 필자는 저서 <교육공화국> 134쪽에서 이렇게 썼다 :
“필자는 교육의 사회주의 그리고 국가주의를 잘 시행하는 나라로서 독일을 꼽는다. 먼저 교육의 시장주의, 신자유주의를 선도하는 미국과 교육의 국가주의를 시행하는 대륙유럽을 비교, 분석해야 하나 지면의 한정 때문에 바로 유럽대륙의 두 나라, 즉 프랑스와 독일을 비교한다.
프랑스는 모든 대학이 국립화되어 있기는 하지만 국가 엘리트주의를 실시하는 나라로서 ENA 라는 학교와 에콜 폴리테크닉은 한국의 서울대의 지위와는 비교가 안 되는 높은 위치를 차지한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근래에 한국 지식인 사회에서 프랑스가 대학 평준화의 모범적인 국가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의 대학은 평준화되어 있지만 흔히 고등전문학교라고 번역되는 그랑제콜(Grand Ecole) 이 대학(University)보다 더 수준 높은 교육기관이며 이곳의 출신들이 프랑스 사회를 움직인다고 해도 틀인 말이 아니다. 즉 프랑스의 고등교육 시스템은 대학(University)과 그랑제콜(Grand Ecole)로 이원화되어 있기 때문에 프랑스의 대학 혹은 고등교육이 평준화되어 있다는 것은 실은 무의미한 말이다.” <교육공화국> 134쪽>
위의 필자의 저서에서 표현된 것처럼 프랑스의 고등교육 시스템은 대학과 그랑제콜의 2원적인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고 몇 몇 그랑제콜은 한국의 서울대 보다 훨씬 더 독점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바칼로레아 같은 자격시험을 도입한다고 해도 대학평준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 수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바램처럼 “10개 국립대를 통합해 하나로 만든 프랑스처럼, 전국 국립대를 통합해 ‘통합국립대학’을 만들고 권역별로 특성화를 하면 명문 사립대학을 넘는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생각은 무척 소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생각은 너무 현실을 무시한 관념적인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벌써 독립적인 지방대학들이 있는데 이를 다시 통합한다는 것부터 지극히 관념적인 생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지방대학들은 독자적인 생존을 위해서 나름대로 발전과 변화를 추구해 왔다. 그리고 서울대를 폐지하고 지방 국공립대를 통폐합한다는 시도는 지난 노무현 정권 때부터 있어 왔지만 그것은 실행에 옮겨지지 못한 좌초된 계획이요 시도였다.
서울대 인터넷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서 일부 학생들은 지난 현충일 연휴 기간 동안 "'서울대 폐지론'이 노무현 정부 시절이었던 2004년 이후 10년만에 다시 부활하고 있다"며 우려했다. 상당수 학생들은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에 서울대를 포함시켜 사실상 서울대를 폐지한다 하더라도, 연·고대를 정점으로 한 사립대 위주의 서열이 공고한 상황에서 서울대만 없애면 학벌 문제를 개혁할 수 있다는 발상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조선 6월 10일자)
3. 결론 - 다시 원점에서
위의 기사에서 보이는 것처럼 서울대를 폐지히고 전국을 하나의 국립대학으로 만든다고 해도 사립대학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결국 사립대학마저도 하나의 교육 시스템으로 끌어 들일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이는 현재의 헌법적인 제도 하에서는 이루어지기 어려운 일이다. 여기서 필자의 주장인 교육공화국의 새로운 헌법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필자는 교육공화국 서론에서 이렇게 썼다: “현재 한국의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교육정책과 입시 제도이다. 공교육은 붕괴되고 사교육 비용은 급증하고 학생들은 입시지옥에서 허덕거린다. 언론과 보수 단체들은 하향평준화를 비판하고 그 대신 자립형 고교, 자율형 대학을 부르짖는 소리가 높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영미식의 교육제도는 우리나라의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의 교육개혁의 방향은 유럽식 내지 독일식의 교육제도를 모범으로 삼아야 한다. 이는 전 교육의 국립화 내지 공립화를 의미한다. 이 제도의 장점은 입시가 사라지고 사교육이 필요 없게 된다는 점이다. 또한 이는 한국 사회의 고질병인 학력, 학벌, 학연을 단절시킬 수 있다. 그리고 전 교육기관을 국립화하는 재원은 26조에 달하는 사교육비 절약함으로써 원칙적으로 가능하다. 그리고 이런 교육의 국가주의 혹은 공화주의는 지역간의 차이와 소외를 극복하고 통일을 준비하는 교육 정책이다. 이런 교육 제도의 정립을 위해서 정치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교육공화국> 13쪽
이런 교육제도가 이미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는 이루어져 있다. 이를 위하여 새로운 헌법과 공화국이 들어서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들이 진보 교육감들을 그토록 밀어 준 것은 필자의 한국 교육에 관한 이런 진단과 처방이 옳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