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늦게 해남 5일 시장을 찾았다. "김장철이라."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었다. 주로 김장재료 생강, 마늘, 미나리, 젓갈. 석화가 많이 나았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사람들 얼굴에는 석양빛이 가득하니 넉넉함이 묻어 나왔다. 먹는 것에는 어디에서나 똑같은 풍경일 것이다. 하기야 먹는 행복을 어디에 비교하랴! 양으로 먹는 시대는 지났고 맛있고 질 좋은 상품만이 살아남는 지금이다. 석화 아줌마는 "막판이고 두 접시에 오천에 가져가요."라고 해서 나는 얼릉 샀지만 양은 올래 한 접시 양과 비슷했다. 5일 시장은 이제는 나이 든 장사꾼만 있는 것만은 아니었다. 젊은 총각, 아저씨, 아줌마가 많이 있다. 그래서 시장이 활기가 넘친다. 생선장수 이명수(30) 아저씨, 이덕성(25) 총각이 한 조가 돼 손님들이 항상 붐빈다. 두 사람은 생선을 사라고 외치지도 않는다. 그냥 자연스러운 표정에서 생선 냄새가 난다. 이들은 나주, 영암, 해남시장에서 볼 수 있는데, 마음이 느릿하니 훈훈하다. 이명수에게 아이는 몇 명이라는 질문에 "곧 나와요." 라고 한다. 고기 자른 솜씨가 대단히 빠르다는 생각에 그들의 얼굴을 보니, 여유롭게 다정스럽게 보였다. 이덕성씨는 나이답지 않게 생선장수를 몇 십 년 하는 듯 노련미가 돋보였다. 여기서 난 고등어 5천원 어치 샀다. 너무 많이 주어서 미안하다고 하니 "엿장수 마음이여" 이렇게 해남시장은 오늘이 가고 있다. 많은 사람이 오고 가고 사람과 사람들이 스치는 인연들이 누구에게도 이야기할 수 없는 사연이 되고 있다. 자신이 원하는 걸 얻지 못한 결과가 오히려 이익이 될 때가 있다는 걸 되돌아 보게 된다. 많은 사람들에게 오히려 좋은 결과가 있기를 새로운 새해에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