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불가마솥으로 달구는 폭염속에 광복절을 맞았다.
오전에 성당 미사봉사를 마치고 민통선으로 달려가니 회장님댁에는 개똥쑥을 베어 말린다.
작년에는 쇠비름 효소가 좋다해서 온 동네가 들썩이더니 올해는 단연 개똥쑥이 주인공이다.
항암효과가 항암제의 1,200배라니...
하지만 몸에 좋다는 것도 넘치면 오히려 못하다는 말씀을 새겨야 할 듯. 복용에 주의가 필요하다.
말복이 오기 전에 벌써 나락이 패서 조생벼인지 여쭈어보니 찰벼라고 하신다.(찹쌀벼라는...)
현재로 봐서는 태풍만 비켜가면 풍년이 될 듯 하다.
회장님 밭에는 수수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키가 자란다. 3미터도 넘을 듯.
고추와 함께 민통선 주작물중 하나인 들깨도 잘 자라고 있다.
지금이 한창인 들깨잎은 전을 부치거나 쌈으로 먹어도 향기가 진하다.
다만 손톱으로 끊어 따다보면 검게 풀물이 든다.
고추도 세물, 네물을 따고도 계속 익어간다.
키 큰 고추나무 고랑사이에 앉아서 빨간 고추를 따는데, 바로 옆에 가기 전에는
누가 있는지도 모른다.
참깨와 고추는 한초라 해서 비가 적게 와야하는데, 이 곳은 긴 장마때문에 작황이 시원찮다고 한다.
오늘도 젖소농장에서 얻은 소거름과 한약 찌꺼기, 깻묵으로 퇴비를 장만했다.
일전에 만든 퇴비더미는 숙성되면서 높이가 꽤 내려 앉았다.
밭과 잡초더미의 경계선에 호박과 박을 심었더니 엄청난 기세로 사방으로 뻗어간다.
약 한번 치지않고 오로지 거름과 빗물과 정성만으로도 고추가 병들지 않고 건강하게 익어간다.
수량이 적어서 김장하기는 어려우니 내년에는 면적을 대폭 늘려볼까나?
긴 장마끝에 호박들어 전멸하다시피 했는데 햇볕이 작열하니 열심히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호박잎을 제쳐보면 그래도 간간이 보이는 애호박이 얼마나 반갑고 이쁜지 모른다.
덕분에 무성한 호박잎은 따내어서 나물로 열심히 잘 먹는다.
해병대 형님의 새로운 레시피... 호박잎을 밀가루로 전부쳐 먹으면 끝내준다는데...
쌈으로도 싸먹고 효소용으로도 쓰이는 고들빼기는 벌에 쏘였을 때 꺾어서 진액을 바르면
효과가 좋다고 한다.
안뽑고 냅두니까 키가 1미터도 넘게 자라서 일부는 뽑아버렸다.
넓은 호박잎 아래서 피서하듯이 덩치를 키우는 깜찍한 호박...
호박잎은 까칠까칠한데 박잎은 매끄럽다.
수줍은 새색시 같은 이 박은 단단해 지기전에 깎아서 탕국을 끓이면 정말 맛있다.
수확할 때를 놓치면 천상 늙혀서 바가지로 만드는 수 밖에...
부추가 꽃을 피워서 야단도 아니다.
낫으로 싹 베어서 단단한 꽃대는 버리고 잎줄기만 다듬어 왔다.
올 봄에 포기 나눔을 했더니 한결 세력이 왕성하다.
올해 호박의 주종목은 뭐니뭐니 해도 역시 단호박이다.
일부 수확해서 튀김하니 얼마나 달고 꼬소~한지 모른다. 삶아도 먹고 된장에도 넣고...
다만 따는 시기가 애매한데, 꼭지가 코르크화되면 적기라 한다.(코르크화: 누렇게 변한다는...)
바로 옆에서 텃밭하는 해병대 형님은 맷돌호박을 너무 좋아하신다.
허여멀금해 보이지만 다 익으면 단단하고 누런 것이 그래도 폼새는 참 좋다.
민통선에서 일할 때 들으라고 지인이 챙겨준 라디오 + usb레코더 + 플래쉬 기능의 첨단제품이다.
오늘 일하면서 틀어놓으니 정말 맘에 쏙 든다.
usb에는 노래가 수백곡이 들어있는데 아는 노래를 당췌!! 찾기 어렵다.
애호박 따는 시기를 놓쳐서 그냥 두었더니 세숫대야만큼 커서 익어가고 있다.
물론 밑에는 습기방지용 방석을 고이 모셔놓았다.
바로 옆에서 영글고 있는 이 넘도 아까 호박과는 난형난제이다.
우측 아래의 상처는 어릴 적에 고라니 녀석이 할퀸 자국인 듯...
그동안 결실을 제대로 못했던 수세미도 찾았다.
기관지에 좋다해서 익기 전에 잘라 꿀에 재어먹기도 하고, 늙으면 삶아서 수세미로 쓰고...
수세미 수액도 꽤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거의 영글은 단호박이다. 꼭지의 코르크화만 계속 관찰중이다.
이마트에 가면 개당 2-3,000원 하는데, 파는 것과 내가 직접 키운 거는 애정의 차원이 다르다.
4고랑에 씨앗을 뿌려 키운 대파를 이식한 지 보름정도 지나니 제법 모양새가 갖추어진다.
호미로 북을 듬뿍 주면(흙을 모아주기) 대파의 하얀 몸통부분이 많이 길어진다고 한다.
오늘은 고랑사이에 소거름 퇴비를 넉넉히 깔아주었으니 비가 오면 양분을 먹고 더욱 잘 크리라.
어제 오늘의 작업을 정리해 보면,
- 한약+깻묵 퇴비 무더기 만들기
- 대파밭에 거름주기
- 중국무 씨앗 넣기
- 김장무 씨앗 넣기
- 가을상추 2고랑 씨앗 넣기
- 가을당근 4고랑 씨앗 넣기
- 깻잎 진딧물 퇴치용 목초액 희석하여 물뿌리기
- 달걀+식초로 만든 난황칼슘 영양제 고추에 살포
- 호박잎, 깻잎, 풋고추, 빨간 고추 수확
- 1,2 농장의 잡초제거
땀흘린 후에 자두랑 사과는 간식으로 적당한데,
수분과 당분을 보충하고 배도 적당히 부르기 때문이다.
길옆의 봉숭아가 이뿌다.
회장님 집 뒷산을 등산화와 긴 바지를 입고서 잠시 올라보았다.
산은 낮지만 예전에 인삼을 많이 재배했다고 하니 필시 어딘가에 산삼이 있으리라.
울창한 숲속에서 길잃을까 두려워 대충 내려오는데 빠알간 아기 영지버섯이 방긋 웃는다.
회장님께 드리고서 농사이야기를 나눈다.
바오로 어르신 내외분과 품앗이로 오전 오후로 고추를 따신다고 한다.
쪽파는 8월말경에 심으라고 하신다. 순무씨앗을 주시겠다지만 정중히 고사했다.
나 혼자만 좋아하는 까닭이다.
지난 주 성주에서 가져온 대나무 장대로 감따시라고 했더니 올해는 해걸이를 하는지 전멸이란다.
고구마 줄기를 사모님과 함께 모두 까고서 자리를 일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