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7년 1월 21일 ~ 2024년 11월 18일
신풍 마을을 복음화한 신향 권사님
신향 권사님은 37년 동안 교회를 함께 섬겨온 소중한 동역자였다. 모든 교우가 귀하지만, 권사님은 더욱 각별했다. 힘들고 어려웠던 시기에 교회를 세워가는 데 온 마음을 다했던 믿음의 동지였다.
제가 부임했을 때 권사님은 50대 초반이었다. 자녀들이 한창 자라고 학교에 다니던 시절, 권사님은 홀로 자녀들을 품에서 길러냈다. 일찍 세상을 떠난 남편의 몫까지 감당하며 어머니로서의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절대빈곤 속에서도 치열한 삶을 살아냈다.
권사님은 처녀 시절부터 믿어온 예수님을 불신 가정으로 시집온 후에도 지켜냈다. 생계가 어려운 상황과 시댁 식구들의 핍박 속에서 신앙을 지킨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권사님은 믿음을 포기하지 않았고, 자녀들에게 신앙을 전수해 주었다.
더 나아가 유교적인 씨족사회로 단단히 묶여 있던 집안사람들까지 예수님께로 인도했다. 그 결과, 작은 마을에서 두 구역이 만들어질 정도로 큰 부흥을 이루었다. 권사님의 모범적인 신앙과 덕망은 마을과 교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쳤고, 신앙의 씨앗이 풍성한 열매로 나타났다.
권사님은 여전도회 회장으로 다년간 섬기며 온 힘을 다해 봉사했다. 권사 피택 당시 무작위 선출 방식에서도 온 교우에게 인정받아 유일하게 선택되었다. 이후 연세가 많음에도 구역 내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다. 구역 상황을 보면 권사님이 천국에 가면 안 될 것 같은 역할을 감당해 주었다.
권사님의 사랑과 섬김은 한 세대로 끝나지 않았다. 큰 며느리는 권사님의 모습을 고스란히 닮았다. 자녀들 모두 어머니의 믿음을 이어받아 목회자를 소중히 여기며 신앙 안에서 살고 있다. 권사님의 믿음과 삶은 자녀들에게까지 깊은 영향을 끼쳤고, 그 신앙의 유산은 이어지고 있다.
권사님은 생전에 “큰 병치레 없이 천국에 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하나님께서 그 기도를 들으셨는지, 주일 예배 한번 결석하신 후 일주일 만에 천국으로 이사했다. 마지막 한 주간 동안에도 큰 고통 없이 자녀들의 사랑 속에서 고요히 주님의 품에 안겼다.
권사님은 신앙과 헌신의 모범을 보여주었다. 권사님의 아름다운 섬김은 하늘에서 해같이 빛날 것이다. 권사님의 믿음의 흔적은 많은 이들에게 모범이 될 것이다. 권사님 빈자리가 크지만, 권사님이 남긴 신앙의 유산은 우리 가운데 오래도록 남아있을 것이다.
사랑하는 신 향 권사님을 추모하며
사랑하는 신향 권사님! 일찍부터 예수님을 알고 하나님을 아버지로 섬기는 복을 누리셨습니다.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내는 복도 누리셨습니다. 남들이 경험해 보지 못한 외국에서 살아본 추억도 갖고 계십니다. 결혼 전까지만 해도 신월 마을에서 큰 어려움 없이 신앙생활을 하시던 믿음의 아가씨였습니다.
하지만, 예수님 믿지 않는 집안으로 시집오셔서 신앙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으므로 괴로움을 당하셨습니다. 농사하는 일이 서툴러 시집살이를 많이 하셨다지요? 그래도 그런 어려움은 혼자 겪는 일이니 참으면 되고, 눈물 흘리면 되었습니다.
진짜 힘든 일은 따로 있으셨지요? 세상을 일찍 떠난 남편을 대신하여 5남매를 먹이고 입히느라 고단한 일터를 마다하지 않으셨고, 가르치기 위하여 죽을힘을 다하셨습니다. 어머니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온몸으로 보여주셨습니다.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았던 고난의 긴 터널을 통과해야만 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권사님의 수고를 기억해 주셨고, 고생한 보람이 하나둘 열매를 보게 해주셨습니다. 어머니의 어려움을 지켜보며 자라난 자녀들은 착하기 짝이 없고, 진심으로 효도하는 모습들이 역력합니다. 다른 젊은이들에게서 볼 수 없는 겸손함이 온몸에서 느껴집니다. 형제 우애를 나누는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무엇보다도 어머니의 믿음을 계승하여 믿음의 가정들을 이루고 있어서 큰 감사가 됩니다.
사랑하는 권사님! 믿음을 잘 지킬 뿐만 아니라, 신풍 마을 복음화를 이루는 데 크게 기여 해주심을 감사합니다. 혼자뿐이던 구역 식구가 한때 두 구역이 될 정도로 놀라운 부흥을 이루는 데 앞장을 서주셨습니다. 여전도회 회장으로 주방 봉사를 전담하여 큰 수고를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감사하게도 큰 며느님께서 어머니의 길을 따라 교회 주방 봉사를 잘하는 큰 일군이 되셨습니다. 목회자를 섬기는 일에도 특별하셨습니다. 지나칠 정도로 섬기시면서도 늘 부족한 것처럼 더 많이 섬기지 못함을 늘 아쉬워하셨습니다. 저는 권사님이 계셔서 큰 힘이 되었습니다. 권사님과 주님 안에서 한 가족으로 살아올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이제 권사님께서 우리 곁을 떠나게 되어 서운합니다. 뇌출혈로 인하여 잠시 염려하였지만, 그건 우리의 생각일 뿐 하나님은 가장 선한 방법을 내셨다고 믿습니다. 이제 쉬셔도 된다는 하나님의 허락이었습니다. 그동안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제가 은퇴하기 전 천국에 가고 싶어 하셨고, 장례를 제가 맡아주시길 소원하셨습니다. 권사님 소원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그 마음도 고맙게 받겠습니다. 천국은 예수님에 의해서 인도받으니 장례란 누가 주관하든지 상관이 없답니다.
사랑하는 신향 권사님! 우리 주님 품에서 편하게 쉬시다가 예수님 다시 오시는 날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다시 뵙겠습니다. 염려와 질병이 없는 주님의 나라에서 편히 쉬십시오. 권사님! 정말 고마웠습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