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7일 – 대림 제3주일, 자선주일
오늘부터 교회는 공식적으로 성탄을 준비하기 위한 9일 기도 기간에 들어갑니다. 오늘부터 성탄대축일까지 꼭 9일의 시간입니다. 그래서 전례서만 해도 많은 변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성무일도서의 찬미가가 바뀌고, 내일부터 “대림 제3주간 월요일” 등이 아니라 “12월 18일” 등 그날의 고유 명칭을 사용합니다. 그만큼 성탄이 다가왔다는 것을 우리가 더 잘 알고 준비하도록 저도 우리 신자분께 부탁을 드립니다. 반드시 무엇인가 한 가지를 잘 실천하면서 준비하면 좋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우리 교회가 지내는 자선을 생각해 봅시다. 가난한 사람은 세상 끝까지 있을 것이고, 세간에서 말하듯이 가난은 임금님도 해결하지 못하는 숙제로 우리 인류 역사에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교회는 절대 가난을 미화하지 않으면서, 그 가난을 이겨내도록 무엇인가 실천하도록 권고합니다. 가난은 불평등의 증거이며, 세상이 분열되어 있다는 간접증거기 때문입니다. 창조주 하느님께서는 이 세상을 넉넉히 만드셨기에 그 누구도 가난하면 안 됩니다. 가난은 한 쪽으로 재화가 쏠려 있기에 벌어지는 일입니다.
이 불평등의 결과로 소외된 사람들이 생겨납니다. 우리 시대에 고독사가 횡횡하는 것이 한 예입니다. 평생 가난하고 외롭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생겨납니다. 복음의 말씀대로 아프거나 감옥에 갇혔어도 아무도 돌보아주는 사람이 없는 이들이 생겨납니다. 오늘 자선 주일은 이런 분들을 돌보는 날입니다. 그렇다면 오늘 자선 주일의 영성은 진실한 사랑의 실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성당 아도로떼 성가대는 오늘 평택 성모병원에서 봉사합니다. 이것도 역시 우리가 하는 자선의 한 종류입니다. 그리고 제가 우리 성당의 자랑거리로 여기는 것이 집수리 봉사입니다. 이 역시도 아름다운 사랑의 실천이라고 하겠습니다.
저는 오늘 우리 신자 여러분께 한 가지 질문을 드립니다. 어느 걸인이 있는데 다른 사람과 우리 천주교 신자들이 똑같은 액수의 도움을 주었다고 합시다. 그럴 때 우리가 다른 사람과 달라야 하는 점이 무엇이어야 하겠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상상하시는 답이 모두 정답입니다. 진실하고 간절한 사랑이 있어야 하고, 하느님께 그 어려운 분을 위해 드리는 기도가 있어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도움을 받는 사람을 위한 진실하고 간절한 사랑은 어떻게 생겨납니까? 우리가 천주교 신자라는 이유만으로는 절대 생기지 않습니다. 그것은 사랑의 체험이 누적이 되었을 때 생깁니다. 사랑을 실천함으로써만 알게 되는 사랑이 있습니다. 그런 사랑다운 사랑이 우리 영에 존재할 때 자선은 동정이 아니라 사랑이 됩니다.
성탄을 맞이하는 9일 기도 기간을 거룩하게 지내시기를 기도합니다. 사랑을 배우고 사랑으로 우리를 채우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평화의 하느님께서 친히 여러분을 완전히 거룩하게 해 주시기를 빕니다.”(1테살 5,23)
[비전동성당 주임신부 정연혁 베드로니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