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캠핑용 잔디밭인가?
궁평 옛마을에 펼쳐진 송림 가운데 잔디가 잘 가꿔져 한참을 바위에 앉아 쉬었다.
●간밤에 두어차례 깨어 소변을 보긴 했지만 나름대로 숙면을 이뤘던지, 아침 컨디션이 가뿐했다. 메디쳬크 진단결과지를 약간 큰 가방에 넣고 안경과 우산을 챙긴 다음 도보로 집을 나섰다. 미스터컷에서 커피 한잔을 마신후. 공감의원 범원장과 건강검진 결과지를 검토했으나 특이하게 불안한 사항은 없었다. 심신을 건전하게 유지하며 꾸준히 걷고 스트레스 노출을 피하는 게 근본이 아닐까? 어린이집을 지나며 보니 유모차가 안보인다. 퀵보드로 교체했다고 여겨져 적절한 조치라 본다. 아이가 이제 만 세살 되었으니..! 복지관에서 점심식사 때 삼겹살과 채소가 있어 반가웠다. 오랜만이라선지 영양사가 반가워해 나 또한 반가웠다. 오늘 남은 시간을 뭐하며 보낼까? 알게 모르게 중독된 것으로 부터 벗어나는 게 관건이다. 바람아 말해다오, 바다여 알려다오. 나는 진정 자유롭고싶다.
온갖 이물질과 오물을 몽땅 받아들이면서도 바다는 왜 의연할까?
남부복지관에서 점심식사 후 성당 입구까지 걸어서 13-2버스를 탔다.
가까운 바다인 궁평항에 나가 나의 궁금증을 바다에게 물어볼 참이다.
남양 기업은행 사거리에서 30분 가량 기다려 400번 버스를 타고
궁평해수욕장 정류장에서 하차하여 한동안 해변의 소나무숲을 찾았다.
궁평해수욕장입구라기에 내렸지만 옛날 마을길에는 곳곳에 해변으로 나가는
길이 막혀, 끝이 어느 집 마당이곤 했기에 여러 차례 마을로 옛길 따라 가다가
되돌아나오기를 반복한 끝에 비로소 새로 난 길을 찾아 바닷가에 도착하였다.
도착하여 바라보니 바다는 이미 멀리 달아나 파도소리조차 들을 수 없고
가끔씩 머리를 두릿거리는 갈매기나 개펄에 쉬고있는 새, 그리고 펄에서
조개를 캐는 사람들만이 눈에 띄었다.
무언가에 중독된 듯도 하고
아예 심신이 오염돼 찌들어버린 듯 맥이 없으며
살아가야하는 까닭조차 헤아리지 못하는 현실...
땡볕 아래 낯선 옛길을 헤매이다 간신히 찾은 바다와
대화를 할 기회가 오늘은 허락되지 않았다.
바람이 무슨 말인가를 들려주는 듯 싶기도 했으나,
넋이 나간 듯, 혼이 빠진 듯 나는 미처 알아듣지 못하였다.
엄청 많이 걸었다.
내가 한여름에 이처럼 오래, 많이 걸을 수 있다니...!
구름다리를 건너 이마트에서 생수 1.5리터 한 병을 사서 삽시간에
거의 다 마시고 나니 400번 버스가 도착하였다.
시동도 끄지 않고 기사가 소변을 보고 나더니 곧바로 출발..
남양에 닿아 고기 많은 무쇠솥 순대국을 먹어볼까 가 봤더니 어제부터 여름휴가 중..
남원추어탕에 가서 돌솥밥에 추어탕을 한그릇 먹고 발안으로 출발.
아까 올때 탔던 그 버스에 그 기사가 성당 앞까지 데려다 주었다.
첫댓글 오래 전부터 쓰르레미가 소란스러울 정도로 합창을 해대는데
매미는 자취도 없이 사라졌던지 전혀 소리 없이 침묵하다가
오늘은 발안천 가 나뭇그늘에서 매앰~맴...하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바야흐로 고추잠자리가 군무를 시전한지도 꽤 오래 되었는데
보리잠자리는 홀로 풀잎에 앉았다 떠나기를 반복하면서 홀로
공원을 노닐어 보기가 안쓰러울 정도였다.
실잠자리도 간혹 물가에서 눈에 띄기는 하였으나 옛날처럼
많은 개체가 보이지 않는 예와 다른 풍경...
올핸 봄에 찔레꽃이 무성하지 않았으며 아까시 꽃향기도
예전답지 않아 거의 봄을 느끼지 못하였는데, 날이 더워지면서
발안중학교 펜스와 종합경기장 자은 축구장에 울창하여 아름다이
피어나던 덩굴장미가 거의 폐사하다시피 하면서 화려한 꽃들을
볼 수 없게 되었다.
주변의 풍경이 점차 삭막해지면서 나의 마음조차 피폐해진 느낌이다.
지금쯤 화려하게 연달아 피어나며 주변을 빛낼 배롱나무 꽃조차
올해엔 그다지 밝지 못하고 시름시름 않는 듯한 정경이 무척 아쉽다.
그렇게 보아선지 참새나 굴뚝새조차 맥이 빠진 듯 힘차게 날지 못하며
주춤주춤 짧은 거리를 무거운 날개로 경황없이 서대는 모습이 애처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