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고 미루었던 글을 이제서야 올립니다! 작년 2025년 8월 14일의 일기입니다.
살다 보면 선물 같은 날이 있습니다. 오늘은 그 뜨겁고도 질척한 하루를 공유합니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길입니다. 뉴욕에서 비행기가 1시간 40분 지연했습니다. 밀린 비행기들로 인해 J.F.K. 공항에 4시간 동안 묶여 있었습니다. 살다가 비행기 체증은 처음입니다.
Life Time의 사우나만큼 비행기 안이 후끈합니다. 속옷이 물먹은 한지처럼 질척하게 몸에 달라붙습니다. 비행기 엔진은 차랑 엔진과 달라서 운행 중일 때만 에어컨이 작동합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아무도 불평 한번 하지 않았습니다. 면세상품 목록판을 들고 쉬지 않고 부채질을 합니다. 뜨끈한 땀이 척추를 타고 흘러내립니다.
화장실 줄이 길어서 미리 양치질을 시작했습니다. 안에 계신 젊은 남자분이 변비인지 아니 나오십니다. 드디어 제 차례가 돼서 들어가려는 순간, 갑자기 이상기류가 생겨 비행기가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좌석으로 빨리 돌아가 안전벨트를 하라고 승무원이 지시합니다. 양치질을 끝내야 한다고 했는데 아니 된다고 하셔서 칫솔을 30분 넘게 물고 있었습니다.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오랜 시간 양치질을 했습니다. 입안이 얼얼합니다.
하늘을 날던 비행기가 갑자기 경로를 변경합니다. 인천으로 향하다 나리타 공항에 내립니다. 15시간 의무 비행을 초과해서 일본에서 승무원을 교체한다고 했습니다.
연료를 채우느라 또다시 시간을 연장했습니다. 지독하게 긴 시간입니다. 나이가 드니 불평, 불만이 줄어듭니다. 모든 게 그러려니 마음이 너그러워집니다. 지루한 시간도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그동안 지옥은 내 마음속에 있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마음이 모든 것을 지시합니다. 이젠 초조해하거나 섣부른 판단을 자제합니다. 모든 것을 초월하니 천국이 다가옵니다. 다리가 퉁퉁 부었어도 마음은 새털구름입니다.
대한항공 A380 비행기엔 신에 가장 가까운 한 사람이 함께 탔으니 그는 바로 일명 재드래곤, 품격의 상징, 이재용 회장이었습니다. 그는 조용하고 진지하고 아름다웠습니다.
행복한 순간이 오면 글을 멈추려 합니다. 지독한 불행의 정점에서 쓰고 또 씁니다. 작가란 모름지기 시대의 불행이 만들어낸 변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엄마한테 전화를 해 징징거립니다. 스믈네시간이 넘게 걸려 집에 왔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계란을 싱크대에 떨어뜨리고 식탁 위에 물을 아무렇게나 엎지르고 음식 투정을 하는 어린아이로 평생 살고 있습니다. 삶이 언제나 이러하길 기대해 봅니다. 이것 또한 지나갈 추억일 것입니다.
나를 위한 치유의 글, 이 글을 읽는 내내, 당신도 행복하길 바라봅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공부가 되는 새벽, 소박하지만 소중한 시간을 공유합니다.
첫댓글 좋은 수필 매우 좋아요
멋진 선생님의 시와 여행기록도 잘 보고 있습니다
행복한 주말 되세요
고마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