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에서 볼리비아를 거쳐 칠레의 아타카마까지 오는 여정은 사실 쉽지 않았습니다.
쿠스코에서 우유니까지 이어지는 고산지대를 거쳐오는 여정이 고산증을 걱정하는 많은 분들에게는 긴장의 연속이었을 겁니다.
인솔자로서 여행 중에 가장 힘든 순간이 있다면 팀원들에게 닥치는 물리적 사고일 겁니다.
그 다음으로 힘든 것이 환자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 일행들이 고산지대를 모두 아무렇지 않게 지나 온 것은 아닙니다.
경중은 있었지만 두통과 체력저하, 구토 증상 등등 고산증을 겪으며 이 일정을 지나 온 분들이 계셨기에 매일 눈이 마주치면 ‘오늘은 좀 어떠세요’, ‘두통은 좀 나아지셨나요’ 이런 말들이 인사가 됐을 정도입니다.
물 많이 마시기, 과식하지 않기, 천천히 움직이기, 약 먹기 등등 많은 나름의 지식들을 총 동원해서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며 그렇게 아타카마까지 왔습니다.
체력과 식욕이 저하되고 몸의 컨디션이 떨어지는 시기…
바로 여행의 딱 중간 시기입니다.
그리고 아타카마에서 안데스 산맥을 넘어 아르헨티나의 살타로 넘어가는 10시간의 버스 이동.
이것까지만 무사히 마치면 고산지대와는 이제 이별할 수 있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늦은 저녁에 살타에 도착해서 하루를 자고 나서 다음 날은 무조건 하루를 푹 쉬는 시간으로 정했습니다.
그 동안의 힘든 고산지대 적응과 이동, 사막투어, 장거리 국경 이동 등을 거친 뒤에 따뜻한 기후와 저녁까지 돌아다녀도
비교적 안전하고 그닥 크지 않은 다운 타운을 돌아볼 수 있는 이 곳에서 하루를 완전히 자유시간으로 정해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남은 절반의 아르헨티나 일정을 잘 소화할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살타에서의 마지막 날은 아르헨티나 제 2의 와이너리가 있는 카파야테 투어를 했습니다.
와이너리로 가는 도중 안데스 산맥의 경치가 멋진 곳에서는 중간에 차를 세워 둘러보기도 하고 와이너리에서는 지역 특산 와인인 토론테스를 비롯해 5가지의 와인을 시음하고 와인을 수확하고 만드는 과정에 대한 설명도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답답한 실내에서 와인을 시음하지 않고 포도밭이 보이는 야외의 전망 좋은 잔디밭 위에서 시간에 쫓기지 않고 시음할 수 있었던 점이 좋았습니다.
아프리카 남아공의 와이너리 투어 때는 나름 좋은 와이너리를 선정했지만 실내에서 다른 팀들과 섞여서 어수선한 분위기가 있었던 기억이 나더군요.
드디어 부에노스아이레스, 남미의 파리, 탱고의 도시 등등 이름만으로도 이국적인 이 도시에 도착했습니다.
부에노스 공항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한국인 가이드 후안, 든든한 체격의 저와 동갑내기인 가이드님과 운명적인(?) 만남이었습니다.
부에노스 투어 이틀째부터 파타고니아 투어가 끝날 때까지 이 가이드님과 저는 일행 중 생긴 환자들을 케어하고 병원과 약국을 오가며 아침부터 저녁까지 설사와 구토 얘기를 빼면 할 얘기가 없는 운명을 함께 했으니까요.
환자분들이 모두 어느 정도 회복된 상태에서 무사히 한국까지 왔기에,
그래서 이런 후기까지 맘 편히 올릴 수 있는 상황이기에 지금은 그 때를 돌아보며 살짝 농담처럼 얘기도 할 수 있지만 참 아찔한 순간이 있었습니다.
아르헨티나에 도착하기 전부터 고산지대를 지나 오는 과정에서도 일행 중 몇 분이 설사나 두통, 컨디션 저하 등의 증세가 있기는 했었지만, 살타에서 따뜻한 날씨와 하루의 휴식 등으로 어느 정도 컨디션이 회복되었을 거라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너무 긴장이 풀어졌던 것일까요.
부에노스 도착 첫 날 한인촌의 한식당에서 다 함께 점심을 먹으며 간만의 한식에 소주도 한 잔 하며 즐겁게 보내고 저녁에는 탱고쇼까지 관람하며 두툼한 아르헨티나 스테이크를 먹고도 별 이상이 없었습니다.
세계에서 둘째 가라면 서럽다는 아르헨티나 소고기, 소금만으로 양념해서 구운 유명한 아사도.
아르헨티나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한다죠.
다음 날 부에노스 시티투어 때 점심식사로 아사도 뷔페집에 갔었습니다.
원하는 부위의 소고기를 마음껏 골라 먹고 다양한 샐러드바까지 갖춘 깨끗한 식당이었습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그 곳에서 점심을 먹고 나서도 설사를 한 분들이 몇 분 계셨다고 했습니다. 저녁에는 한식당에서 김밥과 떡볶이를 주문해서 호텔까지 배달해 달라고 해서 나눠드렸습니다.
인당 두 줄의 김밥과 떡볶이까지 드시기엔 양이 많았는지 아침까지 뒀다가 드신 분들도 계셨다고 합니다.
다음 날 아침은 본격적인 파타고니아 투어를 위해 오전 비행기로 바릴로체로 이동하는 일정이었는데 새벽녘에 급성 장염 증세를 보이는 환자가 발생했습니다.
의사는 진작에 불렀는데 아침 7시가 넘어서야 도착했고, 몇 시간 동안 계속된 복통과 구토 증세로 환자는 이미 탈진에 가까운 상태였습니다.
부에노스의 병원에 입원하면 간호해 줄 한국 사람까지 급히 어레인지를 했지만 환자분 입장에서도 혼자 부에노스의 병원에 낯선 사람과 남아 있고 싶지는 않았겠지요.
결국 비행기를 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아래 모든 일행들이 긴장한 상태로 환자를 데리고 국내선을 타고 바릴로체까지 왔습니다.
바릴로체에 호텔에 도착해서 의사를 불렀는데 병원에 가서 여러 검사 후에 수액이나 약 처방을 내려준다고 하면서 환자 상태를 봐서 여행하기 힘든 상태라는 진단 내려지면 입원치료 후 한국으로 귀국해야 한다고 얘기를 하더군요.
결국 병원보다는 일행이 있는 호텔방을 선택한 환자분과 옆에서 간호하신 친구분은 그 후로 오랫동안 설사와 구토, 위경련 등등의 힘든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다른 분도 설사 때문에 호텔방에 남으시니 저도 혹시 생길지 모르는 응급상황에 대비해 호텔에 남았고 나머지 일행들은 가이드와 함께 오후 투어를 떠났습니다.
유독 추워지고 바람이 많이 불었던 바릴로체의 날씨는 더운 날씨에서 갑자기 옮겨 온 일행들에게 더 춥게 느껴졌을 듯 합니다.
오후 투어를 다녀온 후 많은 분들이 오한과 발열을 호소하고, 저녁 무렵부터는 설사나 구토 등이 동반되었습니다.
결국 제가 당시에 환자 별로 증상 등을 체크한 메모를 살펴보니 9-10명에 달하는 일행들이 환자가 돼 있었습니다.
이 때부터 바릴로체, 엘 찰튼, 엘 칼라파테 등의 파타고니아 핵심 지역을 도는 투어는 그야말로 환자들의 고통과 인솔자와 가이드의 병원, 약국 찾기의 연속이었습니다.
다행히 아프지 않은 분들 일부와 빨리 회복되신 분들이 계셔서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여행 중 환자가 발생하면 가장 힘들고 속상한 건 환자 자신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이 옆에서 지켜봐야 하는 함께 온 사람일 겁니다.
마지막으로 인솔자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아픈 환자의 상태에 대해서도 걱정해야 하고 남은 일행들이 어떻게 하면 차질 없이 일정을 소화할 수 있게 해야 할까, 환자의 상태가 심각해지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등등.
또한 일행의 절반이 넘게 환자가 생기고 나면 팀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가 됩니다.
즐거워야 할 여행이 서로에 대한 걱정과 남은 일정에 대한 부담, 그리고 웃으며 농담 한 마디도 조심스러운 그런 상황이 되기 쉽습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을 봐도 마음 한 구석에 심란한 생각들이 자리잡게 됩니다.
단체 여행에서 팀의 분위기라는 것은 즐거우면 더욱 즐겁게 전염되고 우울하게 가라앉으면 더욱 우울하게 전염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제가 인솔자로서 가장 두려워했던 두 가지가 모두 나타났습니다.
여러 명의 환자가 발생한 것과 그로 인해 가라 앉고 처진 전체 분위기의 전염.
돌아 보면 며칠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그 당시에는 참 길게 느껴진 시간이었습니다.
그래도 피츠로이 봉으로 유명한 엘 찰텐에 도착해서는 작은 병원에서 수액과 약을 투여 받을 수 있었습니다.
수액 자체가 큰 치료약은 아니지만 계속되는 설사로 탈수증세가 있는 분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되고 심리적으로도 큰 위로가 됐을 듯 합니다.
첫댓글 장면으로 많은 분들이 고생을 하였나 봅니다
그래도 좋은 풍광 보고 사진을 보니 너무 멋집니다
저는 단체식에서 문제가 생겼나 했어요.
결국은 여러모로 겹쳐서 고생들을 하셨군요.
아픈 당사자도 참으로 힘들었을테고 인솔자인 천박사도 힘드셨겠군요.
그래도 아자아자! 힘내서 36일 의 일정을 소화 시키고 오시느라 다들 수고 하셨네요.
먹는 문제가 여러번 나와서 참으로 이상하다 했습니다.
여지껏 다녀 본 경험으론 우릴 살찌워서 팔아버리는 것은 아니야 아님 우릴 사육 하는거다 라고 할 정도로
잘 먹이고 잘 재워서 델꾸(?) 다니는데
왜 먹는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나 했는데
역시나 한국사람은 밥 힘으로 살아~ 때문이었군요.....
ㅋㅋㅋ
입맛은 다양하니까요.
인솔자로서 애많이 쓰셨네요, 저는 편안히 않아서 여행후기 잘읽고 갑니다, 감사^^*
그렇게 많은 고생으로 건져오신 사진들이 앉아서 편안히 보다니....
거듭 거듭 감사 감사~~~
우리 회원님들 그리고 천박사 참으로 고생하고 많은 수고했네요.
10년 전, 남미 22일 일정 대단히 긴 일정이라고 떠났었고 아주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는데 36일이면 정말 꿈의 여행이라할 수 있겠네요.
얼마나 많은 이야기거리가 있을라구요.
여행이 그렇다해도 여행지에서 아프다면..
인솔자 포함한 모든 회원분들 무사히 돌아오셔서 이런 여행기도 남겨주시니 감사합니다.
채송화님 떠나기 전 고산증 걱정 많이 하더니 큰 일 하고 왔네요. 축하해요!
다시 또 가고싶은곳이 남미여행입니다.
함께하신 님들의 환자 발생으로 인하여 맘고생도 많았겠읍니다.
환자분들도 힘드셨을테고....
그래도 무사히 돌아와 이렇게 후기글 올려주시고
수고많으셨어요.. 덕분에 글도 사진도 잘보았읍니다.
여행가서 아프면, 정말 힘드는데. . 모두들 고생이 많으셨네요.그래도 도중하차 하는 회원 없이 모두 무사히 귀국할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고생했던것도 아련한 추억으로 남는데 회원님들 모두모두 힘내시길 ~~~~
저두 히말라야 넘을 때 갈비뼈 다쳐 병원가고 거기다 급성장염에..
지나고 나니 잊지 못할 추억이에요
에구 모두 엄청 고생 하셨네요..
특히 천박사님 참 맘 고생 많이 하셨군요
힘내세요~!!
멋진사진들 입니다.
사연이 많았겠지만 지나고보면 모두 아름답기만 하더라구요.
수고했어요~~
사진 중간쯤에 있는 보라색나무가 자카란다 맞지요
2차팀 갈때도 볼 수 있을까요
네 자카란다 맞습니다.
여름에 활짝 피는건데 우리가 가는 시기에도 여전히 날씨가 좋은 시기긴 하지만 장담은 못하겠네요.
꽃이 석 달 가까이 기다려 줄까요? ^^
두고 먹은 김밥 탓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