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달 / 김미경
아침 출근길 서쪽 하늘에 허연 낮달이
깨진 백자로 걸려있다
아주 먼 기억 속
사막을 배회하던 고양이가
곡기를 끊고
울긋불긋 방울을 떨구며
저승의 목소리로
구석을 찾아 헤맬 때
떠 있던 그 달이다
작은 고추에
폴리 카테타를 박고
새벽녘까지 링거를 맞으며
질질 오줌을 흘리며
죽을 고비를 넘길 때
헤실헤실 웃던
그 달이다
본능에 충실한 고양이 허연 낮달 속에 뒹굴뒹굴 한 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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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영장에서 / 김미경
삼월에도
시월에도
그곳은 북적인다
정체된 차량과
정체된 사람들
수많은 젊음이
어설프게 맹세를 하고
가보지 않는 길을 따라
단 한 번의 망설임도 없이
구름처럼 사라지는 뒷모습
수많음의 배가
배가되는 사람들은
순식간에
눈빛 그윽한 이별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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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 김미경
갈매기 한 마리
갑판 위로 날아온다
탱탱한 손 하나
새우깡을 던지고
허공으로 날아간 새우깡
갈매기 한마리가 낚아챈다
또 다른 갈매기
갑판 위로 날아온다
어린 손 하나
새우깡을 던지고
파도 위에 떨어질듯
아슬아슬한 새우깡을
또 다른 갈매기가 낚아챈다
갑판위의 사람들
새우깡을 던진다
바다위의 수많은 갈매기
배를 따라 사라졌다 모이고
새우깡을 따라 모였다 사라지고
45년째 그들
대를 이어
파도의 결 따라 묻혀가는 입맛은
진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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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시인 프로필
충북 단양 출생, 「문학공간」 으로 등단, 풀꽃 동인, 한국문인협회 충주지부 회원,
현 탄금초등학교 사서.
저서 「비와 바람의 숲에서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