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신문 기획연재 (차탄천의 가을)
용암으로 이루어진 차탄천 협곡
10월 말 고대산에 단풍이 예쁘게 물이 들으면 차탄천에서도 단풍이 곱게 치장을 한다.
여름철 몇 차례의 장마로 인하여 하천의 풀들은 고개를 숙이고 적벽을 타고 올라간 돌단풍은 주상절리와 함께 환상적으로 아름답다.
청정환경을 간직한 연천의 하늘은 그래서 더욱 푸르고 바쁠것도 없는 고추잠자리는 개울가에 꼬리를 담구고 떼기를 반복한다.
가을이 깊어지면 마음이 설레이는 것은 어쩔수 없고 괜시리 산우들을 불러내어
이산 저산으로 가보지만 마음이 허전한 것은 마찮가지다.
등산이 활동적이고 에너지를 소비하는 動적인 운동이라면
차탄천에서의 트래킹은 내면의 순한 생각과 순수함을 다시 끄집어 복원하는 情적인 자아의 사색이다.
가을의 좋은 햇살 아래 배낭에 도시락을 넣고 수십길 높이로 패여진 용암협곡의 차탄천을 걸으면서
내면의 자아와 인생을 생각해 볼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차탄천에서 가을하늘을 올려다 보면 에머랄드빛의 넓은바다를 이루고
앞산에는 만산홍엽, 협곡에는 주상절리, 물속에는 홍엽절리가 절묘하다.
가을날 차탄천에 들어서면 너와 나는 자연이 되고 자연은 곧 내가된다.
가을이 오면 차탄천 그 용암협곡에 가고 싶다.
용암으로 이루어진 현무암은 바다건너 제주도를 제외하고는 육지에서는 연천과 철원이 유일하다.
그런 만큼 값진 생태지질 자원이 될수 있다.
철원은 대중교통이 불편하여 이용하기가 쉽지 않고 강의 물살은 거칠고 수량이 많아서 접근이 쉽지 않다.
철원에서는 한탄강의 특징을 살려서 물살을 가르는 계곡 레프팅이 활성화 되었는데
그런 반면에 한탄강은 물살이 거칠고 수량이 많아서 계곡을 걷는 트레킹에는 부적당하다.
차탄천 용암협곡에 트래킹코스를 개발한다면 한탄강에서의
이런 문제들을 한번에 뛰어 넘을수 있는 충분한 가치가 있는곳이다.
연천군에서는 지질자원의 이용과 지역활성화를 위해 지질공원 인증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발 맞추어 연천주민들도 차탄천 용암계곡의 희소성과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는 일에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하겠다.
가을풍경을 담은 차탄천에 가을이 살포시 내려 앉으면 물은 더욱 파래지고
깍아지른 협곡에서는 돌단풍이 빨갛게 하나, 둘 피어난다.
그 고운 돌단풍 마져 물살에 비추면 이 가을날 길 나선 여행자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물이 흐르고 나무가 있고 다이야몬드 같은 주상절리가 총총히 박혀있는 차탄천 협곡에는
이를 보려는 사람들이 잠시 일상의 생활을 접어두고 찾아오기 마련이다.
낮이면 햇살이 맑고, 밤이면 눈망울 초롱한 별들이 차탄천 계곡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곳에 있으면
또 다른 세상에 들어온 것 같다.
차탄천은 20-30m되는 협곡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아무 곳에서나 들어 갈수도 나올수도 없는데
이런 단점을 보완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차탄천을 찾는 관광 명소가 될것이다.
차탄천 용암협곡에는 특이한 지층과 암석 그리고 특별한 화석이 있다.
한마디로 차탄천은 지질박물관이다.
10억년전 선캠브리아기때 만들어진 경기변성암 복합체가 폭 넓게 자리하고 신생대 4기때 흐르던 백의리층을 볼수가 있고
그 위 에 17만년전 용암이 분출하여 현무암 대지를 만들어 놓았으며 그곳이 물살에 패여 현재의 차탄천을 만들어 놓았다.
암석에는 용암이 만들어 놓은 화성암과, 물길에 의해 운반되어 쌓인 퇴적암,
그리고 오랜 세월 땅속에서 높은 압력을 받아서 만들어진 변성암이 있다.
차탄에서는 이 세가지 지질층을 모두 볼수 있는 곳이다.
은대3리 용바위 토종닭집 아래 차탄천에는 그 옛날 지구의 지각과 지각이 커다란 힘에 의해 부딪쳐서 만들어진
휘여진 모양의 물결무늬의 습곡도 볼수가 있다.
이렇듯 이곳의 지층과 암석에는 지구역사를 고스란히 담아 놓은 DNA가 수록되어 있다.
이러한 기록들을 하나하나 찾아 들어가면 우리가 매일 밟고 사는 연천땅의 신비로운 변화과정을 알수있다.
차탄천에서의 용암은 한탄강과 마찮가지로 한꺼번에 분출되어 만들어진 용암평원이 아니다.
적어도 세 번의 시차를 두고 흘러 나와서 굳어졌는데 철원 동송읍의 화지리의 하식절벽에는
열한케의 용암층를 볼수 있다고 하며 하류쪽인 한탄강댐이 만들어지는
고문2리 불탄소 가든에는 다섯케의 용암층을 보이고 있으며 이보다
더 하류쪽인 전곡리유적지와 차탄천에는 세케의 용암층을 볼수있다.
화산의 진원지인 오리산에서 가까운 곳에서는 더 많은 화산의 분출이 있었으며 그 하류쪽에는
그 보다 적은 세 번의 용암이 흘러내린 것이다.
남계리 장진교에는 세켜의 용암 부정합층을 볼수가 있는데 층리의 생성순서는
가장 아래에 있는층이 가장 오래된 것이고 위에 있는것은 가장 늦게 만들어진 것이다.
지금 한창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고문2리에서의 한탄강댐 공사는 용암 부정합층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전봇대 파일을 총총히 박고 그 위에 콘크리트 타설을 하고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용암 부정합 층을 다 걷어내고 공사해야 하는 것이 정답인데
많은 시간과 자금이 투자되기 때문에 쉬운길을 택한것이다.
용암 부정합층에 수억톤의 물을 가두면 물의 수밀도로 인하여 공극압력이 높아지게 되며
이때 용암의 부정합층이 이완되는데 이를 해결하고자 파일을 박은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