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의원 출마의 변>
안녕하세요?
이번 지방선거에 전라남도의회 의원으로 출마한 최혁봉입니다.
농부대표로, 서민 대표로, 기득권으로부터 자유로운 시민 대표로 출마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벌교 징광 마을에서 주로 참다래와 고구마를 농사지으며 살고 있습니다. 어머니와 아내 그리고 아들 넷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사실 시골에 처음 들어 올 때는 신학을 공부한 성직자의 신분이었습니다. 그러나 농사를 지으며 살아갈수록, 농사야 말로 수행이요 기도임을 깨닫고 소박한 농부의 길을 자청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난 3월 13일 보성녹색당 총회를 통하여 녹색당 후보가 되었습니다. 녹색당은 당장 오늘의 편리함만을 추구하기 보다는,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소박한 행복을 추구합니다. 농민을 존경하고, 아이들의 미래를 주목하며, 사회의 힘없고 약한 사람들을 대변하고자 합니다. 그에 맞는 정책을 제시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 정당입니다.
전라남도의회 의원으로 출마하면서, 처음 시골에 이사 왔을 때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10년 전 벌교 산골짜기로 이사 왔을 때, 마을 할머니께서 냉담한 표정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서운해 마시오, 당신은 아직 우리 마을 주민이 아니야. 3년은 버텨내야 그 때부터 마을 사람으로 인정해 주겠소!”
처음에는 할머니의 말씀이 무슨 의미인지 깨닫지 못했습니다. 마을에 새로 이사 온 젊은이에게 매몰차게 말씀하시는 것이 그저 섭섭하기만 했습니다. 그러나 농촌의 현실을 깨닫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할머니는 그동안 이사 왔다가 정착하지 못하고 다시 도시로 떠난 많은 얼굴을 기억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모진 마음으로 잘 살아달라는 애정 어린 당부였던 것입니다.
농사, 홍보, 판매 등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 농부가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니 일이 제대로 될 리가 없었습니다. 처음 몇 해는 노동판에서 잡부로 생활비를 마련해야 했습니다. 할머니들의 삶은 더욱 곤궁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밭농사와 논농사 조금 짓는 것으로 당신들 양식을 마련하고, 1년에 버는 현금 수입이 200만원을 넘지 않는 분이 대다수입니다.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서 자식들이 효도하는 마음으로 설비해 준 기름보일러를 틀지 않고 전기장판에 의지해 겨울을 납니다. 자녀들 놀러 오는 날에만 보일러를 켭니다. 몸이 아파 읍내에 나가려면 아픈 다리를 이끌고 유모차에 의지해서 버스를 타러 30여분 걸어야만 하는 마을도 많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농촌 행정이 사람에 대한 예의가 너무 부족합니다.
도시로 나가지 않고 시골을 지켜온 농부들을 만나면서 마음 깊은 곳에 패배의식이 자리 잡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문이 다 닳도록 땡볕에서 일해 봐야 수중에 만질 수 있는 돈은 얼마 되지를 않습니다. 정부의 정책을 믿고 열심히 무언가를 시도하면 할수록 오히려 빚이 늘고 한숨만 깊어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농부로서의 존엄성이 땅바닥에 내팽겨 쳐져 있습니다.
정치의 길을 걸으려는 것이 나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것은 아닌지 수차례 질문하고 성찰했습니다. 인간이기에 정치적 야욕에 빠져 변질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주장할 수는 없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저의 마음과 행동을 전적으로 이끄는 것은 개인의 출세욕 보다는 우리 지역 공동체를 향한 진심어린 관심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복잡한 도시 문명을 피하여 자연을 벗 삼아 자족하며 살고 싶은 개인적 소망만을 누리기에는 농촌은 너무도 치열한 현장임을 깨달았습니다. 도시와 농촌에서, 성직자요 농부로, 아들이요 아빠로 살아온 그간의 삶의 경험과 열정을 공동체의 행복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좋은 정치라고 하는 것은 한 개인이 잘나서 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 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정치는 결국 지역의 주인인 주민들의 뜻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그동안 지역의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성실하게 자신이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 계신 많은 친구들을 알고 있습니다. 선거운동을 하면서는 기꺼이 명함을 내어 주시며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많이 만났습니다. 기존 정당의 정권 획득을 최고의 목표로 한 승자와 패자를 결정하는 선거 풍토를 극복할 수 있는 지혜로운 친구들이 곁에 있습니다. 우리에게 선거를 치루는 하루 하루는 서로를 알아가고, 지역의 행복을 논의해 가는 아름다운 과정입니다.
친구들과 함께 즐거우면서도 의미있는 선거를 치르고자 합니다. 생태적 지혜를 소중히 여기며 엄밀한 주민자치 실현의 열망을 지닌 사람들이 연결되는 선거를 치르고자 합니다. 지역의 형편을 공부하고 지역 주민의 고충을 경청하는 선거를 치르고자 합니다. 당연한 권리에서 소외되고 있는 이웃들을 위해서는 단호하게 대변하고 신념으로 정책을 제시하는 선거를 치르고자 합니다. 행복한 우리 지역 공동체를 향한 논의가 시작되는 선거를 치르겠습니다.
그리고 좋은 결과를 함께 만들어 가는 선거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이 계셔서 행복합니다. 희망으로 충만합니다. 고맙습니다.
첫댓글 최혁봉님의 진심에 공감하는, 그런 사람이 많은 세상이 오기를 기원함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