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곡 '얼굴'이 만들어진 사연은 아침 교무회의가 길었던 어느 날, 지루해진 동도중학교 음악교사 '신귀복'은 옆에 있던 생물교사 '심봉석'에게 뜬금없는 제안을 했습니다. "제목을 '얼굴'로 정했으니 사귀는 애인을 생각하며 가사를 지어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자신이 곡을 붙이겠다고 해서 시작된 장난 같은 제안이었습니다. 이 제안은 금세 하나의 노래를 만들어 냈는데, 이 곡이 그 유명한 '얼굴'입니다.
동도중학교 선생님들이 즉흥적으로 만들어낸 노래 '얼굴'은 처음엔 비공식적으로 라디오 방송 전파를 탔습니다. 그 후 1970년 신귀복이 가곡집 앨범을 냈을 때 소프라노 '홍수미'에 의해 처음으로 공식 발표되었습니다. 이 가곡 '얼굴'이 지금 중학교 교과서에 소개되는 '얼굴'이란 곡입니다. 1974년, 통기타 가수 윤연선은 가곡인 '얼굴'을 포크 장르로 다시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윤연선이 이 노래를 부르게 된 사연은 어느 날, 윤연선은 한 노래에 마음을 빼앗기게 됩니다. 가곡 '얼굴'을 듣게 된 것입니다.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그녀는 몇 번이나 망설이다가 작곡가 신귀복을 찾아갔다고 합니다. 동도중학교에 신귀복을 찾아가서 곡을 달라고 하니, 그는 음악실로 데려가서 테스트를 했습니다. 트로트가 대세였던 당시였지만, 포크 발성으로 부르는 창법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음악교사 신귀복은 기쁘게 악보를 건넸다고 합니다.
국민가요 '얼굴'을 부른 가수 윤연선에 대해서는 영화같은 러브 스토리가 있습니다. 윤연선은 젊은 시절에 같은 동네의 한 청년과 사귀고 있었습니다. 그 청년은 의대생이었는데, 청년의 어머니는 귀하게 키운 아들이 연예인과 결혼하는 것이 싫어서 모진 반대를 했다고 합니다. 결국 청년은 선을 보아서 다른 여자와 결혼을 했고, 가수 윤연선은 홍대 앞에서 라이브 카페를 운영하며 평생 독신으로 병든 어머니를 돌봤다고 합니다.
중년의 나이로 접어든 윤연선에게 뜻밖의 일이 생겼습니다. 의대생 청년과 헤어진 지 27년이 지난 어느 날, 통기타 가수들이 뜻을 합해 가수 데뷔 30주년 기념 콘서트를 한 것이 운명 시작이었습니다. 이때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가수 윤연선이 아직 미혼으로 살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이 기사는 마치 드라마 같은 줄거리를 만들어냈습니다. 무려 이십여 년을 잊고 살았던 그 남자가 기사를 읽고 찾아 온 것입니다. 남자는 이혼을 하고 자녀들과 살고 있었습니다. 가곡과 가요, 교과서 노래로 유명한 얼굴은 아이들도 알고 있었기에 결혼할 뻔 했던 과거의 일을 얘기해 준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자녀들이 이 신문기사를 보고는 남자의 등을 떠밀어 윤연선을 찾아 가도록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드라마에나 나올 것 같은 이야기가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순간입니다. 라이브 카페 이름마저도 '얼굴'이었던 가수 윤연선의 가게로 찾아 온 추억 속의 남자... 그리고 다시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얼마 후 남자는 끝내 청혼을 했고 둘은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누구나 마음 속에 동그란 얼굴이 자리 잡고 있을 것입니다. 진정한 인연이라면 피해가는 골목길 길목에서도 우연히 마주칠 것이며 인연이 다했더라도 이 생에서는 볼 수 없어도 마음속엔 동그라미 얼굴로 영원히 남아 있을 것입니다.
여러가지 '얼굴' 버젼이 있지만 어쿠스틱 기타 반주에 맞추어 부른 가장 먼저 발표한 1974년 앨범속의 '얼굴' 이 노래가 가장 마음을 아련하게 합니다. 아마 여러분들도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내 마음 따라 피어나던 하얀 그때 꿈을 풀잎에 연 이슬처럼 빛나던 눈동자 동그랗게 동그랗게 맴돌다 가는 얼굴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무지개 따라 올라갔던 오색빛 하늘 아래 구름 속에 나비처럼 나르던 지난날 동그랗게 동그랗게 맴돌다 가는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