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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아리스토텔레스 (박문재 옮김, 현대지성, 2021)
제1장 모방으로서의 시와 모방 수단
서사시와 비극, 희극과 디티람보스(술의 신 디오니소스를 찬양하는 합창), 피리나 기타 연주를 위해 지은 곡 대부분은 모두 모방에 속한다. 하지만 이것들은 (…) 모방할 때 사용하는 수단과 대상 방식에서 서로 다르다. 다양한 대상을 모방하고 모사할 때 색과 형태를 이용하기도 하고, 음성이라는 수단을 쓰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 모두 리듬과 언어와 선율이라는 수단을 개별적으로 사용하거나 서로 조합해 모방한다. (010)
피리나 키타라 또는 특징과 효과가 비슷한 악기를 위해 만든 곡은 선율과 리듬만 사용하지만, 무용에서는 선율 없이 리듬만 사용해서 모방한다. 오직 언어만 사용해서 모방하는 예술도 있는데, 거기에서는 산문이나 운문을 사용한다. 운문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서로 다른 여러 운율을 조합하거나, 단일 운율을 사용하기도 한다. (010-011)
제2장 모방 대상
모방하는 사람(예술가)은 행위자를 모방하고 (…) (013)
희극은 우리보다 못한 사람을 모방하려고 하고, 비극은 우리보다 나은 사람을 모방하려고 (…) (014)
제3장 모방 방식
여러 모방 예술은 서로 각 대상을 모방하는 방식 때문에 차이가 난다. 동일한 수단을 사용해서 동일한 대상을 말하더라도, (…) 자기와는 다른 등장인물을 등장시킬 수도 있고, 시종일관 자기 자신이 직접 말할 수도 있으며, 사람들에게 자신이 모방하는 모든 사람을 연기하게 할 수도 있다. (015)
제4장 시의 기원과 발전
대체로 시는 인간의 선천적인 원인 두 가지에서 생겨난 듯하다. 인간에게는 어릴 때부터 이미 모방 본능이 있다. (018)
선율과 리듬도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에, 이러한 것에 본능적으로 아주 강력하게 이끌리는 사람들이 처음에는 즉흥적으로 모방했다가, 그것이 점점 발전해서 시가 출현한 것이다. (019)
시는 시인의 성향에 따라 두 갈래로 나뉘었다. 고결한 시인들은 훌륭한 일과 그러한 일을 하는 사람을 모방해서 찬미시와 칭송시를 썼지만, 천박한 시인들은 비열하고 사악한 자를 모방해서 풍자시를 썼다. (019)
제5장 희극과 서사시의 역사
희극은 우리보다 못한 사람을 모방하지만 전적으로 사악한 자로 묘사하지는 않는다. 우스꽝스러운 것은 추함의 일부일 뿐이다. (023)
서사시는 훌륭한 사람을 운문으로 모방한다는 점에서는 비극과 동일하지만, 비극과 달리 운율을 한 종류만 사용하고 낭송을 한다. 서사시는 길이도 비극과 다르다. 비극은 가능하면 태양이 한 번 도는 시간 안에 또는 그 시간을 약간 초과하는 한도에서 끝내려고 했으나, 서사시에는 그러한 제약이 없다. (024)
제6장 비극의 정의와 구성 요소
비극은 양념을 친 온갖 언어를 곳곳에 배치해, 낭송이 아니라 배우의 연기를 통해, 훌륭하고 위대한 하나의 완결된 사건을 모방하여 연민과 공포를 느끼게 함으로써 그 감정의 정화를 이루어내는 방식이다. (026-027)
비극의 특성을 결정하는 구성요소는 플롯, 성격, 대사, 사상, 시각적 요소, 노래, 이렇게 여섯 가지다. 이 중에서 둘은 모방의 수단(대사, 노래)이고, 하나는 모방의 방식(시각적 요소)이며, 셋은 모방의 대상(플롯, 성격, 사상)이다. (028)
여섯 구성요소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행위나 사건을 구성하는 플롯이다. (…) 비극은 성격을 모방하려고 행위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행위를 모방하기 위해 성격을 포함시킨다. (028)
행위 없는 비극은 있을 수 없지만, 성격 없는 비극은 있을 수 있다. (028)
따라서 플롯은 비극에서 가장 중요한 것, 말하자면 비극의 혼이고, 성격은 두 번째 요소다. 이렇듯 비극은 행위의 모방이고, 다른 무엇보다 행위에 주안점을 두고 행위자를 모방한다. (029)
셋째 요소는 사상이다. (029)
넷째 요소는 대사다. (030)
나머지 요소 중에서, 노래는 감칠맛을 내는 양념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 시각적 요소는 사람들의 마음을 끌기는 하지만 비극의 모든 구성요소 중에서 시학과 가장 상관이 없다. (…) 시각적 요소는 시인의 기량이 아니라 소품 제작자의 기량이 좌우하기 때문이다. (030)
제7장 비극의 플롯과 그 길이
플롯을 잘 짜려면 마구잡이로 아무 데서나 시작하거나 끝내서는 안 되고, (…) 형식을 지켜야 한다. (031)
사물이든 생명체든 일정한 크기를 지니고 한눈에 볼 수 있어야 하듯, 플롯도 일정한 길이를 지니고 쉽게 기억할 수 있어야 한다. (032)
비극의 본질에 따른 길이 제한과 관련해서는, 전체를 한 번에 파악할 수만 있다면 플롯이 갈수록 더 아름답다. 크기와 관련해서는,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행복에서 불행으로, 또는 불행에서 행복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개연성이나 필연성이 있다고 인정될 정도로 길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032)
제8장 플롯의 통일성
다른 모방 예술이 하나의 대상을 단일한 전체로서 모방하듯이, 비극의 플롯도 행위나 사건을 모방하므로, 행위나 사건을 하나의 통일된 전체로 모방해야 한다. 따라서 플롯을 이루는 여러 사건 중에 어느 한 부분을 다른 데로 옮기거나 제거한다면 전체가 꼬이고 흐트러지도록 플롯을 구성해야 한다. 어느 부분이 있으나 없으나 아무런 차이가 없다면, 그 부분은 전체의 일부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034)
제9장 플롯의 필연성과 개연성
시인의 소임은 이미 일어난 일이 아니라,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 즉 개연성이나 필연성에 따라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말하는 것이다. (…) 역사가와 시인의 진정한 차이는, 역사가는 이미 일어난 일을 말하고 시인은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말한다는 데 있다. (035)
따라서 시는 역사보다 더 철학적이고 고결하다. 시는 보편적인 것을 말하는 경향이 있지만, 역사는 개별적이고 특수한 것을 주로 말하기 때문이다. (…) 시의 목표는 보편적인 데 있다. (036)
시인은 모방하기 때문에 시인이고, 시인이 모방하는 것은 행위이기 때문에 운율보다는 플롯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리고 설령 이미 일어난 일을 소재로 글을 쓴다고 해도 여전히 시인이다. 이미 일어난 일 중에도 개연성과 가능성이 개입될 수 있는 일이 있고, 시인으로서 그러한 것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037)
단순한 플롯과 사건들 중에 최악은 에피소드만 모아놓은 것이다. (037)
제10장 플롯의 종류
단순한 플롯도 있고 복합적인 플롯도 있다. (039)
반전이나 인지는 플롯 자체에서 발생해야 하므로, 앞에서 일어난 일의 결과로 필연적이고 개연성 있게 일어나야 한다. 어떤 일이 다른 일로 “말미암아” 일어나는 것과 다른 일 “뒤에” 일어나는 것은 차이가 크다. (039)
제11장 플롯의 요소: 반전, 인지, 수난
반전은 상황이 앞에서 일어난 것과 정반대로 변하는 것이고, 이것도 개연성이나 필연성에 따라 일어나야 한다. (040)
인지는 (…) 무언가를 모르다가 아는 상태로 바뀌는 것이다. (…) 이런 일이 반전과 동시에 일어날 때 최고의 인지가 된다. (041)
수난은 파괴적이거나 고통스러운 행위다. (…) 눈앞에 펼쳐지는 죽음, 극심한 고통, 상처를 입는 것 등이다. (042)
제12장 비극의 구성요소: 노래
제13장 플롯의 모방 대상
가장 훌륭한 비극은 플롯이 단순하지 않고 복합적이어야 하고, 공포와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행위나 사건이 있어야 한다. (045)
훌륭한 플롯은 결말이 단일해야지, (…) 이중적이어서는 안 된다. 결말은 불행에서 행복으로 바뀌어서는 안 되고, 행복에서 불행으로 바뀌어야 한다. (046-047)
가장 훌륭하다는 평을 듣는 플롯은 (…) 이중적 플롯을 전개해나가다가 고귀한 등장인물과 악한 등장인물이 서로 정반대의 결말을 맞는 플롯이다. (049)
제14장 플롯의 목표: 공포와 연민
공포와 연민은 시각적 요소에서 생길 수도 있지만, 사건의 구성인 플롯 자체에서도 발생한다. 플롯 자체에서 생기는 방법이 더 낫고, 훌륭한 시인들은 이 방법을 사용한다. (050)
제15장 비극의 구성요소: 성격
성격과 관련해서 우리가 목표로 해야 할 것은 네 가지다. 그중에서 첫째이자 가장 중요한 것은 선함이다. (056)
둘째는 적합성이다. 용감함이라는 성격이 있지만, 용감하거나 똑똑한 성격은 여자에게 적합하지 않다. 셋째는 (현실과의?) 유사성이다. (…) 넷째는 일관성이다. 따라서 모방대상의 성격에 일관성이 없다면, 그 인물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이 없어야 한다. (057)
성격을 묘사할 때에도 (…) 언제나 필연성이나 개연성을 추구해야 한다. (058)
사건은 플롯 자체에서 해결해야 하지, (…) 기계장치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 기계장치는 극 밖의 사건, 즉 사람으로서는 알 수 없는 과거의 일이나 미래의 일을 미리 말하거나 설명할 필요가 있을 때만 사용해야 한다. 모든 것을 아는 것은 신의 몫이기 때문이다. (058-059)
제16장 인지
인지는 여러 종류가 있다. 첫째는 증표를 통해 일어나는 인지로, 미숙한 시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며 시와는 가장 어울리지 않는다. (061)
둘째는 작가가 인위적으로 만든 인지로, 이는 인위적이어서 비극과 어울리지 않는다. (063)
셋째는 기억을 통한 인지로, 어떤 것을 보고 기억이 되살아나는 것이다. (063)
넷째는 추리를 통한 인지다. (064)
하지만 가장 뛰어난 인지는 사건이 자연스럽게 전개되는 과정 자채에서 깜짝 놀랄 일이 밝혀지는 경우다. (…) 다음으로, 추리를 통한 인지를 탁월한 것으로 여긴다. (065)
제17장 플롯의 구성: 장면, 개요, 에피소드
플롯을 구성하고 대사로 표현해서 완성할 때는 그 플롯을 눈앞에 그려보는 것이 가장 좋다. (066)
또 시인은 자기 작품에 나오는 사건을 직접 연기해 보아야 한다. 그렇게 해서 자기가 묘사한 인물의 감정을 직접 느껴보아야 작품의 설득력이 가장 커진다. (…) 그렇기 때문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거나 신들린 자만이 시인이 될 수 있다. (067)
플롯은 이미 만들어진 것이든 작가가 새롭게 창작했든 먼저 전체 개요를 작성하고, 그런 후에 거기에 에피소드를 채워 넣어 상세하게 발전시켜야 한다. (067)
이때 적절한 에피소드를 사용해야 한다. (068)
제18장 플롯의 구상: 갈등과 해결
모든 비극은 갈등과 해결로 구성된다. 갈등은 극 밖의 것을 포함하고, 흔히 극 안의 것 중 일부를 포함한다. 나머지는 해결에 속한다. (070)
비극의 종류는 네 가지다. (…) 첫째는 전체가 반전과 인지로 이루어진 복합 비극이다. 둘째는 (…) 수난 비극이다. 셋째는 (…) 성격 비극이다. 넷째는 (…) 단순 비극이다. (071-072)
합창대도 배우 중 하나로 여겨야 한다. (074)
제19장 비극의 구성요소: 사상
언어로 만들어내려고 하는 모든 것이 사상을 보여준다. 증명하고 반박하고, 감정(연민이나 공포나 분노 등등)을 불러일으키고, 강조하고, 축소하려는 시도가 그것이다. (076)
제20장 비극의 구성요소: 대사의 구성 부분
대사 전체는 다음과 같은 부분으로 이루어진다. 음소, 음절, 연결어, 명사, 관사, 굴절, 문장. (078)
음소는 더 작게 나뉠 수 없는 음이다. (…) 음소에는 모음과 반모음과 자음이 있다. (078)
음절은 자음과 모음이 결합하여 내는, 아무 의미가 없는 음이다. (079)
연결어는 (…) 문장의 처음에 오지는 않고 문장의 끝이나 중간에 와서, 여러 음이 결합하여 하나의 유의미한 음을 만드는 것을 방해하지도 않고 관여하지도 않으면서 의미가 없는 음 또는 (…) 유의미한 음 여럿을 결합하여 유의미한 음 하나를 만들지만 의미가 없는 음이다. (079)
관사는 문장의 처음이나 끝이나 구분을 나타내며 의미가 없는 음으로, 문장의 양쪽 끝이나 중간에 온다. (079-080)
명사는 시제 개념이 없는 유의미한 복합음이고, 명사를 구성하는 부분은 그 자체로는 의미가 없다. (080)
동사는 시제 개념이 있는 유의미한 복합어이고, 동사를 구성하는 부분도 명사와 마찬가지로 자체로는 의미가 없다. (080)
굴절은 명사나 동사와 함께 쓰여서 “~의”나 “~에게” 등과 같은 것을 나타내거나, “사람들” 또는 “사람”과 같이 단수와 복수를 나타내거나, 의문이나 명령 같은 어법을 나타내는 음이다. (080-081)
문장은 구성 부분 중 일부나마 독자적으로 의미가 있는, 유의미한 복합음이다. (081)
문장에 통일성을 부여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한 가지 대상을 묘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연결어를 사용해 문장을 서로 결합하는 것이다. (081)
제21장 비극의 구성요소: 명사의 종류
명사에는 단순명사와 복합명사가 있다. “단순명사”는 (…) 의미가 없는 부분으로만 구성된 명사이고, “복합명사”는 의미가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으로 구성되거나, 의미가 있는 부분으로만 구성된다. 서너 부분이나 그보다 많은 부분으로 구성된 복합명사도 있다. (082)
모든 명사는 일상어, 방언, 은유, 장식어, 신조어, 늘임말, 줄임말, 변형어 중 하나에 속한다. (083)
제22장 대사가 갖추어야 할 특징: 명료성과 신선함
훌륭한 대사는 명료하면서 저속하지 않다. 일상어를 사용한 대사는 가장 명료하지만 저속하다. (…) 반면에 색다른 말을 사용한 대사는 평범함을 벗어나 신선하고 장엄하다. “색다른 말”은 방언이나 은유나 늘임말을 비롯하여 일상어가 아닌 모든 말이다. 하지만 온통 색다른 말로만 대사를 채우면 수수께끼나 외국어가 되고 말 것이다. 대사가 은유로만 구성되면 수수께끼가 될 것이고, 방언으로만 구성되면 외국어가 될 것이다. (087)
시어로 사용하는 모든 말은 적절하게 사용해야 한다. (089)
여러 말, 즉 복합어, 방언 등을 하나하나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은유를 잘 사용할 줄 아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이것만은 다른 사람이 가르쳐줄 수 없으며 천재의 징표다. 은유를 잘 사용한다는 것은 유사성을 찾아내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091)
제23장 서사시
서사시도 비극과 마찬가지로 플롯을 극적으로 구성해야 한다. 즉, 서사시의 플롯은 처음과 중간과 끝이 있어야 하고, 전체적으로 통일되고 완결되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생명체처럼 전체가 유기적으로 통일되어 서사시 고유의 즐거움을 만들어낼 수 있다. (093)
서사시의 플롯은 역사 서술과 동일하지 않다. (093)
제24장 서사시와 비극
서사시도 비극과 종류가 동일해서, 단순 서사시, 복합 서사시, 성격 서사시, 수난 서사시가 있다. 서사시의 구성요소도 노래와 시각적 요소를 제외하면 비극의 구성요소와 동일하다. (…) 또 사상과 시어도 훌륭해야 한다. (096)
하지만 서사시는 플롯의 길이와 운율이 비극과는 다르다. (097)
서사시는 길이를 늘이는 면에서 이점이 있다. (…) 또 작품에 장엄함이 더해지고, 에피소드가 다양하게 전개됨에 따라 듣는 사람이 경험을 다양하게 할 수 있게 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097)
시인은 자기가 직접 나서서 말하는 것을 극히 삼가야 한다. (098)
행위나 사건이 전혀 없어서 성격이나 사상이 드러나지 않는 부분에서는 시어에 특히 공을 들여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시어가 지나치게 화려하면 성격과 사상이 가려진다. (102)
제25장 서사시에 대한 비판과 그 해결책
비판의 근거가 되는 사례에는 다섯 가지, 즉 불가능해 보이는 것, 말도 되지 않아 보이는 것, 해로워 보이는 것, 모순되어 보이는 것, 기술적으로 틀린 것처럼 보이는 것 등이 있다. (112)
제26장 서사시보다 더 우월한 비극
해제 / 박문재
『시학』은, 아리스토텔레스가 기원전 355년경에 쓴 작시론이다. 즉, 시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다룬 글이다. (117)
『시학』은 단지 시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다룬 실용적인 기술서가 아니라, 시에 대한 철학적이고 학문적인 통찰을 담은 본격적인 시론이자 시학이라고 하겠다. (117-118)
아리스토텔레스는 당시에 지식인 사이에서 활용되던 테크네의 본질과 원리를 연구해나갔고, 『시학』은 당시 사람들의 삶에 아주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던 “비극”을 집중적으로 탐구함으로써 시의 본질과 원리를 제시한 글이다. (118)
시인의 소임은 실제로 일어난 일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또는 개연적으로 일어날 만한 일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철학은 보편 진리를 제시하는 반면, 역사는 개별 사건을 열거할 뿐이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는 현실 역사 속에서 보편 개념을 제시하려는 차원에서 비극이나 서사시를 보았다. (122)
비극이나 서사시는 보편성과 진리를 추구하기 때문에 역사보다 우월하다. (122)
철학은 가장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진리를 추구하고, 시학과 수사학 등은 필연성이나 개연성을 토대로 그러한 진리를 현실 삶에 적용하거나 구체적인 사실에서 그런 진리를 도출해내는 것 (123)
비극의 고유한 목표는 공포와 연민을 불러일으켜 즐거움을 주는 것 (125)
비극에서 사람의 행위와 사건을 모방하는 까닭은, 비극의 목적이 감정의 정화, 즉 공포와 연민을 불러일으켜서 감정을 정화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의 공감이 가장 중요하다. (125)
시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관점은 미학적이라기보다는 철학적이고 윤리적이었다. (126)
비극은 (…) 모방이지만, 더 구체적으로는 특정 행위에 대한 모방이다. (128)
『시학』의 진가는 인간 사회의 삶에서 본능적으로 행하던 것 속에서 진리와 선의 실체를 발견해내고, 철학이 추구하는 목표인 진정한 행복이 거기에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131)
첫댓글 보광님, 열독하셨네요!